가장 보통의 완벽주의자

지난 15년간 이석원은 뮤지션으로 살아왔다. ‘언니네 이발관의 리드보컬이자 기타리스트로서 다섯 장의 앨범을 발표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다. 하지만 2009년은 이석원이란 이름 석자에서 뮤지션이란 존재가 아닌 또 다른 존재로서의 이력을 알린 한 해다. ‘시네마디지털서울(CinDi) 2009’의 트레일러를 연출했고, <보통의 존재>란 제목의 에세이를 출간했다. 동시에 지난해 발표한 언니네 이발관’ 5<가장 보통의 존재>3만장의 판매고를 올리는 동시에 한국대중음악상에서 3관상을 수상하며 평단과 대중의 너른 지지마저 얻었다. 음악가로서의 깊이를 채우는 동시에 새로운 영역으로 존재를 확장해갔다.

이와 같은 이석원의 행보를 지켜본 누군가는 그를 아주 특별한 존재라 인식할지도 모르겠다. 이상한 일도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동떨어진 세계의 일처럼 여겨지는 기회를 차례로 성취해 나가는 이의 삶이란 특별하게 여겨져야 마땅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석원 스스로는 자기 자신을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자기 자신이 남들과 다를 것 없는 아주 보통의 존재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그가 남들과 다른 삶을 살고 있는 건 어쩌면 그 누구보다도 철저한 완벽주의자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공연을 앞둔 시점에서는 목을 보호하기 위해 며칠간 입도 열지 않는다는 예민함은 완벽한 무대를 연출하고 말겠다는 최선의 집념이다. 동시에 그 완벽한 무대는 관객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완벽한 무대를 이루지 않고서는 성이 차지 않는 특유의 기질로서 쟁취해야만 하는 그만의 이상향이기도 하다.

누군가에게 이석원의, ‘언니네 이발관의 음악은 분명 꿈의 팝송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스스로 음악을 하면서 즐거운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는 이석원의 말은 의외의 사실이다. 그에게 음악이란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자 스스로를 투과하는 창이었다. 단지 그것으로 족했다. 이석원에게 음악이란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표현하고자 했던 수단에 가까웠다. 그리고 자신을 완벽하게 표현해냈다고 믿을 수 있을 때 만족할 수 있는 가치도 존재한다고 믿는다. 어쩌면 그는 아주 보통의 완벽주의자일지도 모르겠다.

이 인터뷰는 두 번에 걸쳐 만남을 거듭한 이석원과의 두 번째 대화를 바탕으로 구성된 것이다. 첫 번째 인터뷰로부터 정확히 이틀 만에 이석원은 메일을 보냈다. 인터뷰를 다시 하자는 것이었다. 지난 인터뷰에 첨언을 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온전히 다시 하자는 제안이었다. ‘인터뷰가 중간에 끊긴 것 같아서 마음에 걸린다는 그는 인터뷰에 기록된 자신의 발언을 스스로의 것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상대와의 인터뷰가 분명 까다로운 일이었지만 시종일관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발음하는 이와의 대화를 한 차례 더 이어갈 수 있다는 건 분명 흥미로운 일이었다. 이 인터뷰가 이석원의 마음을 온전히 대변하는 결과물로 완성됐다고 장담할 순 없겠지만 자신의 작품에 자신을 온전히 담아내고자 했던 이석원의 노력처럼 이 기록 역시 이석원이란 인물을 담아내고자 노력했다는 진심 정도는 전해지길 바란다. 아주 보통의 완벽주의자를 위한 아주 보통의 인터뷰로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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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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