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다들 무대 경험이 풍부할 거라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솔로
활동은 2012년도에 발표한 EP 앨범을 통해서 처음이었는데
그때 솔로로 활동하는 아티스트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3분 30초를
혼자 다 이끌어 간다는 게 쉽지 않더라.
맏언니이자 선배로서 부담되는 자리였을 것
같은데.
다행히도 첫 미션부터 박살 났지(웃음). 덕분에 마음이 편해졌다. 내가 꼭 제일 잘할 필요는 없다는 걸
알게 돼서.
랩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혹시 UP라는 그룹의 '뿌요뿌요'라는 노래 기억하나? 그 노래를 따라 부르다가 항상 랩 부분을 외우지
못해서 직접 개사해서 랩 부분은 내 마음대로 불렀다. 그리고 그 다음부턴 아예 힙합곡에는 내가 랩메이킹을
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자연스러웠다.
랩퍼가 될 거라 생각했나?
사실 가수가 되고 싶었지만 내가 노래를 못했기 때문에 노래에 도전하진 않았고 힙합곡에 가사를 쓰면서 랩스타를
꿈꿨지. 사실 스무살이면 랩스타가 돼있을 줄 알았다. 그리고
허니패밀리로 활동하면서 그 꿈이 이뤄질 거 같았는데 알다시피 잘 안됐다. 그 이후로 꿈을 접을까 하다가
브라운아이드걸스라는 그룹에서 여자 랩퍼를 구한다고 해서 그렇게라도 음악을 계속 하자고 생각하며 멤버로 들어갔다.
<언프리티
랩스타 3>에 출연을 결정한 이유는?
솔직히 죽을 때까지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은 프로그램이었다. 주변에서도
진짜 잘해도 본전일 거란 말이 많았다. 그런데 시즌2 때부터
회사에서 나가보자고 하더라. 계속 고사했는데 갑자기 정면돌파하자고 생각했다. 출연하지 않으면 비난도 안 받겠지만 얻는 것도 전혀 없을 테니까. 결국
도전해보고 변화를 느끼고 싶었다.
어린 후배들과 경쟁하는 건 어땠나?
어린 친구들의 패기가 정말 부럽다고 생각하고 인정할 수 있었다. 나도
어릴 때는 그랬으니까. 그래서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었던 거 같다.
나이 든다는 것이 두렵지 않나?
여자라서 두려운 건 있다. 아무래도 여자는 좀 더 젊고 어려야 주목을
받게 되니까. 그런데 나이 먹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두렵다고
해서 피할 수는 없으니까. 결국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내가 어떻게 타계해 나가야 할지,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거 같다. 어쩔 수 없으니까.
방송 상으론 상당히 안정적인 느낌이었다.
다들 그렇게 보였다고 하더라. 실제로는 방송 녹화 기간 내내 심리적으로
불안정했다. 다만 카메라 앞에선 계속 마인드컨트롤 했던 거지. 혼자
작업실에서 가사 쓰면서 종종 땅을 치고 울기도 했다. 이걸 내가 왜 한다고 했을까, 이러면서(웃음). 그러다가
마음을 다잡고, 결국 TV로는 마음을 다잡은 상태만 나갔겠지(웃음).
허니패밀리 시절에 함께 활동한 길이 프로듀서로
나왔다.
사실 허니패밀리 출신 오빠들은 마주치고 싶지 않았는데 첫 미션의 프로듀서부터 길 오빠가 왔다. 그 다음 미션에선 쿠시가 나왔고, 산이나 스윙스도 안면이 있다. 어쩌면 그래서 더 못한 건가. 생각해보니 안면이 전혀 없는 딘의
트랙 미션은 우승한 거 보니까(웃음)? 아무튼 길 오빠가
처음에 나온 덕분에 마음의 준비는 확실히 됐다. 앞으로 어떤 사람이 프로듀서로 나와도 다 받아들이자고, 내가 알던 누군가에게 평가를 받게 될 거라고, 마음이 단련됐다.
브라운아이드걸스의 랩 부분은 직접 작사해서
앨범에 작사가로 이름을 올렸다.
랩 파트는 전문적으로 랩메이킹을 해주던 분들이 있었고, 그분들이 만들어준
대로 랩을 했는데 그런 관례를 깨고 싶었다. 그래서 랩 부분은 내가 쓰겠다고 했고, 랩 부분에 대한 저작권도 보장해달라고 주장했다. 사실 기성 작사가
입장에선 원래 본인 몫이었던 저작권을 왠 어린 애한테 내줘야 하는 거니까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내게도
도전이었다. 결국 의사를 관철시켜서 1집부터 작사가로 앨범에
참여했다.
여자 랩퍼는 남자 랩퍼보다 실력이 부족하다는
인식을 어떻게 생각하나?
사실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는 남자나 여자나 공평하다. 의지만 있다면
다 할 수 있다. 다만 여전히 랩퍼가 되려는 여자가 수적으로 적은 것뿐이지. 그러니 당연히 인재풀이 좁아지고, 인재풀이 좁으니 전체적인 실력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거다. 천재적으로 잘하는 친구들이 있다고 해도 평균적으론 어쩔 수 없지. 단지 그 차이인 거 같다.
결국
<언프리티 랩스타 3>에 나간 건 좋은 선택이었을까?
잘한 거 같다. 눈 가리고 모른 척할 수 없도록 지금 내 상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경험이었고, 덕분에 발전할 수 있는 변화를 얻은 것 같다. 단기간에 이렇게 많은 가사를 써본 적이 없다. 아마 태어나서 가장
많은 노력을 한 시기였을 거다.
앞으로의 계획은?
몇 달 간격으로 음원을 지속적으로 발매할 계획을 갖고 있다. 아마
최소한 두 곡씩은 계속 발표할 거 같다.
(ELLE KOREA NOVEMBER 2016 NO.289 'ELLE INTER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