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감독의 신작 <죽여주는 여자>는 중의적인 제목이다. 그러니까 <죽여주는 여자>는 감탄사로 쓰이는 '죽여준다'와 동사로 쓰이는 '죽여준다'는 의미로 수식되는 여자의 삶을 그린 영화다. 먹고살기 위해 노인을 상대로 성매매를 하는 늙은 여성은 과거 자신과 거래한 전적이 있는 남성들이 갈망하는 죽음을 돕는다. 죽여준다던 그 여자가 정말 죽여주는 여자가 된 건 결국 남루한 노인들의 삶이 방치되고 외면되는 한국 사회의 현실이 존재하는 덕분이다. 나이가 든다는 건 여러 모로 귀찮고 성가신 일이 되는 사회에서 노인들은 버겁게 현실을 버티거나 버거운 내일을 지운다.

물론 <죽여주는 여자>를 목격한 10만 명 이상의 관객이 목도한 건 우울하고 괴로운 노년의 초상만은 아닐 것이다. 유쾌한 활기와 따뜻한 정감이 공존하는 영화 속 풍경에는 한국 사회의 여느 구석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다양한 소수자들의 표정들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그 다양한 생을 통해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되짚게 된다. 그리고 다양한 삶의 군상들도 하나 같이 늙어가고,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삶은 결국 죽음으로 수렴되는 여정이다. 다만 죽음이 다다를 때까지 살아간다는 것과 죽음을 향해 찾아간다는 것 사이에는 우주만 한 괴리가 있다. 결국 <죽여주는 여자>는 죽음을 통해 삶을 관통하는, 역설적인 영화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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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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