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화장하는 여자는 추하다'라는 논조의 <조선일보>발 칼럼을 보았다. 솔직히 개인적으로 지하철 앞자리에 앉아서 화장에 열중하는 여자 앞에 앉아있다 보면 민망하다. 목격하고 싶지 않은 풍경이기 때문이다. 굳이 내가 생면부지 여자의 화장하는 풍경을 목격할 이유는 없지 않나. 비슷한 예로 어쩌다 만원지하철에서 목격하게 되는 누군가의 스마트폰 문자 내용 같은 것도 있다. 나도 모르게 타인의 프라이버시 안에 발을 담궈 버리게 되는 상황의 난처함. 곤란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을 '추하다'라고 공적으로 발음할 자격은 누구에게도 없다. 어떤 식으로든 누군가에게 물리적 피해를 주는 행동이 아니므로. 그 여자가 화장하는 것을 보고 내가 미쳐버린다 한들 그렇다. 그렇게 보기 싫으면 지하철 칸을 옮기던가. 지하철에서 화장하는 여자는 추하다고 생각하는 건 개인의 자유이지만 지하철에서 화장하는 것 역시 개인의 자유다. 자유와 자유 사이엔 어떠한 우위가 없다. 평등한 일이다. '보기 싫다'라는 이유로 불가해한 타인의 행위를 억압하는 건 어떤 식으로든 옳지 않다. 결코 동의할 수 없고, 적극적으로 저항해야 할 대상이다. 지하철에서의 화장이 추하다는 그 마음보다 추한 것도 세상에 보기 드물 것이다. 그걸 알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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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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