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한 결말이란 이런 건가. 슬프다는 말은 못하겠다. 그렇게 진한 애정이 있진 않았다. 차라리 애증이랄까. 무엇보다도 안타깝다는 말이 언어가 아닌 한숨으로 나온다는 건 분명 진심이다. 죽음이란 찰나의 쓸쓸함으로 위안받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평생을 두고 두고 기억나는 일이다. 누군가의 삶을 지탱하는 얼굴이었건, 누군가의 술자리에서 씹어대기 위한 안주거리였건, 누구나 알만한 이의 죽음은 마음을 어지럽게 만든다.
사고도 아닌 자살이란 말이 조금은 낯설었다. 누군가는 지금쯤 말하고 있겠지. 그 정도 가지고 자살씩이나. 현 대통령을 비롯해 역대 대통령들, 그리고 고위 공직자까지 포함해 연병장에 일렬로 세워서 깔끔하게 통장 관리해온 사람들 순위를 매겨보면 노무현은 몇 번째에 해당될까. 누구 말대로 인물이 아니었군. 그래, 인물이 아니었어. 돈 받아먹고 입 씻고 뻔뻔하게 살아갈만한 위인이 아니었던 거지. 나약했다. 지금까지 누구라도 그러했듯 당연히 그러려니 하고 사람들도 살아갔을 텐데 정작 스스로는 참을 수 없었던 걸까. 참 쓸쓸한 일이다.
드라마틱한 사건인 건 분명하다. 이 드라마를 보고 느낀 감정이 도대체 어떤 형태의 결론으로 굳어질지도 잘 모르겠다. 더 참혹한 건 그 이후의 세상이다. 종로나 청계천, 시청, 그리고 심지어 대학로까지도 경찰들이 쫙 깔렸다는데 난 이 현장에 분노를 느낀다. 물질적 요구로 마음이 황폐해진 사람들이 함께 손을 부여잡고 체온을 나눌 수 있는 기회마저 박탈하는 이 세태에 난 분노한다. 이 죽음 이후의 감정이 분노로 연결된다는 것이 참혹하다. 어째서 애도하지 못하는 건가. 어째서 이 상실감을 연대하지 못하게 하는 건가. 이게 사람 사는 세상인가. 가장 무능한 방식으로 사람들의 현명함을 억누르는 꼴이라니, 마치 기르는 개에게 물린 것마냥 마음이 심란한 일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자살해야 한다고 당당하게 홈피에 끄적인 김동길이란 작자나 현재 서거가 아닌 자살로 수정해야 한다며 입방정 떨고 있는 조갑제 같은 위인은 뭘 아는지 모르겠다. 댁들의 죽음이 얼마나 세상을 상쾌하게 만들지, 남의 죽음을 함부로 지껄이는 이들의 삶이란 얼마나 무가치 한 것인지. 관심이 사치인 인생이란 이런 것들이다. 정작 자살해도 좋을 위인들이 성질이 뻗치게 당당하게 살아가는 세상이다. 되레 호통치고 살아가지. 나 잘났다고. 그런 세상에서 자신의 티끌이 부끄러워 사라지는 사람이 있다는 건 감동이 된다.그리고 아픔이 된다.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티끌 없이 살아가는 사람이란 없기에 자신의 삶을 순수한 방식으로 돌아보게 만든다. 난 이 죽음을 애도하련다. 노무현이 티끌 하나 없이 청정한 삶을 살아서가 아니다. 적어도 자신의 양심적 채무가 누군가의 짐이 되길 원치 않았던 사람이라서다. 그게 바로 사람이다. 사람 구실 못하는 짐승의 우리 같은 세상에서 사람이 되길 원하는 사람의 죽음이란 이처럼 절절하다. 명복을 빈다. 서거든, 자살이든, 부디 편히 눈 감길. 의미 있는 삶이었어. 적어도 사람 냄새가 났지. 그러니 이제 사람의 빈자리를 추모합니다. 잘 가세요. 노무현 아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