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의 연인>과 연예엔터테인먼트
스타의 구세주
스타에 관한 말들은 끊임없이 이어진다. 그 말엔 옥석이 없다. 그저 실체가 묘연한 사연 속에 스타가 있을 뿐이다. 스타가 있으니 말이 이어진다. 그저 스타를 위시한 말이 떠돌 뿐이다. 그 사이에서 스타가 살고 있다.
딱히 <스타의 연인>을 즐겨본 것은 아니다. 명확히 고백하자면 띄엄띄엄 봤다. 대략적인 줄거리와 캐릭터만 파악한 수준이다. 그래서 드라마가 어떻다라는 말을 하긴 어렵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몇 가지 인상적인 장면이 남았다. 인터넷 뉴스 연예기자라는 연예기획사에게 있어서 톱스타는 최고의 상품이다. 시가 최고액을 자랑하는 프리미엄 명품이다. 명품은 작은 금만 가도 가격이 급락한다. 십만 원짜리 핸드백의 손잡이가 떨어지는 것보다도 백만 원짜리 핸드백에 실금이 가는 게 뼈아픈 일이다. 이마리는 회사의 얼굴이자 존망이다. 이마리 있고 연예기획사 있지, 연예기획사 있고 이마리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좋은 걸 어떡해. 한번이라도 더 보고 싶고, 그러니 손잡고 싶고, 뽀뽀도 해보고 싶고, 해보고 싶은 게 너무 많은데 어떡해. 우리 그냥 사랑하게 해주세요! 하지만 누가 봐도 쉽지 않은 상황. 그녀가 사랑을 얻기 위해선 잃어야 할 것도 많고, 버려야 할 것도 많다. 그보다도 그녀를 통해 명예를 유지하던 주변인들의 반발이 거세다. 네가 어떻게 내게 이럴 수 있어! <스타의 연인>은 스타의 이미지에 갇힌 개인의 존재를 소명하려 한다. <온에어>의 맥락이 떠오르는 것도 그 때문이다. 두 드라마는 연예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반짝이는 이미지 뒤편의 그림자를 조명한다. 암울하고 시니컬하다. 아름답고 반짝이던 이미지의 뒤편은 아수라장이다. 우아한 드레스를 입고 가시밭길을 걷는다. 톱스타의 지위는 무겁지만 버릴 수 없는 왕관이다. 촘촘히 박힌 다이아몬드는 무겁지만 하나같이 버릴 수 없다. 그 구속된 이미지로 살아가는 것은 이미 운명이다. 하지만 정작 자신이 무겁게 짊어진 명예가 스스로를 위한 것이 아님을 깨닫는다. 자신이 볼 수 없는 명예보다 자신이 볼 수 있는 삶을 찾는 게 중요하다. 이마리는 은퇴를 결심한다. 왕관을 내려놓겠다. 평범한 여자로 살아가겠노라 천명한다. 2001년, 출처를 알 수 없는 루머들이 뿌리를 내리고 가지를 치다 거대한 숲을 이룬다. 연예인에 대한 소문은 심심찮게 떠돌다 때론 실화처럼 통용되곤 한다. 누구와 누가 사귄다더라, 결혼했다던데, 속도 위반해서 그렇대. 지네처럼 다리가 많아서 부지런히 돌아다니는 소문의 머리를 확인할 길이 없다. 다들 듣기만 했을 뿐, 본적도 없고, 직접 들은 바도 없다. 대체 어디로부터 흘러나온 사연인지 알 길이 없다. 며느리도 모르는 사연에 만고의 진리처럼 묵은 말이 달라붙는다. 아니 뗀 굴뚝에서 연기 날리 없다. 아무래도 그렇지? 다들 맞장구 친다.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사람들의 입과 귀를 바삐 기어 다닌다. 그러다 개중 하나라도 진짜가 되면 여지없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역시 소문은 괜히 나는 게 아니지. 모든 소문에 신빙성이 생긴다. 누구나 한번쯤 스타를 꿈꾼다. 그 반짝이는 삶을 동경한다. 관심이 집중되는 그 자리에 질시도 함께 뒤섞여 뒹군다. 스타가 되고 싶으면 연락해! <개그콘서트>의 <스타의 연인>은 스타가 사는 세상을 빌미로 만들어낸 또 다른 말이다. 그 말 속엔 진짜와 가짜가 뒤섞여 있다. 물론 무엇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 길은 없다. 그저 그렇게 끊임없이 돌고 도는 말을 누군가는 주워다 팔아먹고 누군가는 그 말로 시간을 때운다. 그리고 스타는 그 말 위에서 살아간다. 흉하고 보기 싫은 말 가운데서 스스로가 원하든 원치 않았든 살아간다. 국민여동생도, 국민배우도, 빛을 발하는 만큼 능욕을 감내한다. 말과 말 사이에서 머리카락 보일라 꼭꼭 숨어서 스스로를 감추고 지우며 아슬아슬하게 살아간다. 사생활조차도 계산대에 오른다는 걸 아는 순간 진정 스스로를 지워야 한다. 가진 게 많아서 부러울 것 같은 삶에 빈곤한 일상이 드리운다. 그 빈곤한 일상을 구원하는 길은 그것조차 거짓으로 만드는 일이다. 설사 그것이 진실이라 해도 소문의 일부에 불과할 뿐이다. 그저 자신조차도 거짓말처럼 숨겨서 온전히 살아간다. 그저 말 사이에 숨어서 스스로를 보존할 뿐이다. 그렇게 완전한 거짓의 보호색을 띄고 스타는 살아간다. 아니, 살아가야 한다. (프리미어 'DRAMA' in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