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이미 기사화도 됐고, 숨길만한 이유도 아니고. 프리미어가 폐간됐다. 설이 분분했지만 기정 사실이다. 마지막 호가 된 지난 호에 폐간에 대한 어떠한 코멘트 혹은 예감이 결여된 건 그것이 상부에서 일방적인 지침 형태로 투하한 폐간 통보가 이미 마감이 종결된 이후에 이뤄진 까닭이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건 이미 지난 주 마감을 끝낸 이후 며칠 뒤였다. 느낌표가 물음표로 변하고 말줄임표가 됐다. 불과 10분 사이에. 물론 내가 프리미어 기자도 아니고, 그저 몇 개월 동안 필진으로 참여하며 원고료를 챙겼을 뿐이고, 지금도 앞으로 2개월 정도는 받아먹을 원고료가 남아있고, 그런 접점을 제외하면 그 폐간에 대해 관여할 바가 아니란 사실이다. 지금까지 이에 대해 노코멘트했던 것도 특별한 이유라기 보단 사측의 공식적 언급이 없는데 주변부에서도 구석에 위치한 내가 그에 대해서 이렇다, 저렇다, 공언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뒤늦게 이 흔적을 남기는 이유는 여러모로 아쉽기 때문이다. 수입에 나름 짭짤한 도움이 됐던, 혹은 이름을 쏠쏠히 팔아먹었던 매체가 사라졌다는 점에서 아쉽냐고 묻는다면 그것 역시 딱히 부정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맞아. 맞는 말이야. 하지만 그보다도 아쉬운 건 매체 하나가 이런 식으로 증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조금 충격 먹었다. 그래. 이게 좀 더 사실이야. 영화 전문지에서 엔터테인먼트 잡지로 개편된 이후로 고유의 정체성을 상실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았지만 요즘 프리미어는 꽤 재미있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때로 중구난방이었지만 전체적으로 개개인의 전투력이 느껴지는 글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내가 글을 썼다고 해서 이러는 건 아냐. 정말로. 시사지와 문화지의 줄타기를 아슬아슬하게 넘는 모양새도 재미있었다. 어떤 식으로든 새로운 경향이라고 느꼈다.
필름2.0이 망했을 땐 그리 충격적이진 않았다. 그저 올 것이 왔구나, 라는 생각뿐이었지. 필름2.0 망해간다는 소문은 예전부터 익히 들었고, 그때까지 버텼다는 게 사실 용했다. 프리미어는 상황이 다르다. 그러니까 어느 정도 안정적인 모회사가 경제난을 이유로 둔다지만 그리 손해 보는 장사도 아니던 잡지 하나를, 그것도 어느 정도 값어치를 하는 브랜드 네임밸류를 지닌 문화잡지를 단박에 소멸시킨다는 그 결정이, 나로선 꽤나 놀랄 만한 결정이라 생각한다. 소문에 의하면 뉴미디어 사업을 구상 중이라던데, 경제난이 왔을 뿐이고, 새롭게 융통할 자금줄이 희박했을 뿐이고, 지출을 줄여서라도 사업을 해보려는 것뿐이고, 그러니 잡지 하나 그냥 없어질 따름이고.
문화에 대해 논한다는 것이 점차 무가치하다는 시장 판단의 잣대로 내몰리고 있다. 4종이었던 영화 주간지는 2종으로 줄었다. 가판대의 공백이 크다. 그 이전에 망했다는 잡지들을 언급하기도 귀찮다. 뭐, 그렇다. 잡지 망하는 게 하루 이틀 일이냐 한다지만 어째서 이런 일이 하루 이틀 꼴로 벌어지는지 미스터리다. 정말 누구 말대로 국민 수준이 이 정도 밖에 안 되는 게냐. 그 이전에 국민 수준을 이 정도로 만든 게 누구냐. 그 모든 문제는 교육에 있지 않나. 인문학을 경시하고 초등학생들까지 5지선다형의 줄세우기 경쟁에 혈안이 된 오늘날의 교육계에서 과연 희망을 찾을 수 있더란 말이냐. 이런 게 비단 그저 우리나라만의 현실인가. 아니면 진짜 글로벌 시대의 세계적 추세일까.
점점 언어를 붙잡고 살아간다는 게 열악해지는 가운데 대어를 낚아보자는 찌라시들의 헤드라인이 대세가 되고 있다. 언어가 점차 낚시용 미끼가 되고 있다. 본질은 중요치 않다. 그저 누군가의 이미지를 팔아먹고 심지어는 누군가의 언어마저 훔쳐다 팔아 치운다. 생산적인 논조 따위는 모르겠고, 그저 중국산 OEM처럼 베껴다가 싼 값에 많이 팔아먹으면 되지. 결국 시장에 나도는 언어 가운데 진품은 없고 죄다 짝퉁이야. 진품이 있어도 구별이 안가. 루이비통인지 루이비똥인지, 알게 뭐냐. 그게 백만 원인지 백 원인지 알게 뭐야. 바야흐로 언어도 짝퉁의 시대. 매체는 죽고 찌라시는 살아남는다. 결국 그 시장에서 진짜가 사라지면 짝퉁은 누가 사나. 자기가 매고 있는 짝퉁의 가치를 보좌하던 진짜가 사라진 마당에 누가 그걸 매고 다니나. 참 이래저래 애석한 일이야. 당신이 프리미어를 싫어한다 해도 이건 결코 좋아할 일이 아니라는 건 동의하리라 믿는다. 무관심이 아니라면 적어도 관심은 있다는 의미일 테니 잡지 하나가 사라진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잘 알겠지. 특히 요즘 같이 삭막한 세태에서 더더욱 암울하다고 느낄만한 일 아닐까. 모르겠으면 그냥 <아내의 유혹>이나 보고 말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