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라의 최근작인 7집은 어떤 타이틀조차 없는 백지 상태의 언어와 멜로디로 심금을 울린다. 전 앨범인 ‘눈썹달’에 비해 절박함이 덜어졌고 자신의 취향이 더욱 완강해진 느낌이다. 그것이 죽대처럼 꿋꿋하여 부러지기 쉬울 것마냥 구는 건 아니다. 단지 향취가 더욱 진하다. 그녀의 목소리는 나른하면서도 신경질적이고 온화하지만 예민하다. 때론 취한 듯 자유분방하지만 곧잘 경건하게 가다듬는다. 깊은 호흡을 토해내는 특유의 창법은 여전하지만 가녀리듯 굵게 지속되는 음색은 더욱 깊게 침전하면서도 고요하게 차오른다. 영역은 확고하되 자장이 강해졌다. ‘눈썹달’이 상실과 좌절의 언어로 채워져 있다면 ‘7집’은 극복과 존재의 언어로 이뤄져 있다. 문자로 이뤄진 제목 대신 기호로 나열된 리스트는 의도를 함축하지 않고 무한의 깊이와 너비를 확장해나간다.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언어가 모여 각자의 철학을 뚜렷이 드러내고 언어의 관념을 넘어 축제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7집’은 이소라를 시인으로 접대하고 하나의 아티스트로 추대해도 좋을 만한 조건을 충족하고 있다. 우아한 목소리에 담긴 불안의 입자들이 과감히 노래된다. 치유를 위한 갈망의 출구가 그 너머에 자리한다.
사실 난 이별로 인해 절박한 언어를 내뱉고 있을 때 ‘7집’을 듣고 있었다. 감내하기 어려운 이별의 언어들로 사무치는 노래 틈바구니에서 이 앨범을 찾아 들고 진동하는 마음을 억누르고 삶에 대해 갈망했다. 돌고 도는 트랙의 무한 루프 속에서 극복할 수 없을 것 같은 이별의 상흔들을 하나씩 어루만졌다. 오늘이 아프다 하여 내일을 멸망시킬 수 없는 것처럼 난 위로 받기 위해 ‘7집’을 듣고 또 들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위안이 됐던 노래는 9번 트랙. ‘세상은 어떻게든 나를 강하게 하고 평범한 불행 속에 살게 해.’깊게 이해되고 넓게 울렸다. 마음이 가라앉았다. 나도 거듭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기억해야 한다. ‘Hey you, Don’t forget. 고독하게 만들어. 널 다그치며 살아가.’그리고 언젠가 다시 말해야 한다. ‘wanna stay with you, wanna be with you.’그저 현실이 ‘이제 사랑이 안 된다니 이별이야.’라고 할지라도 간직해야 한다. 다시 기억에서 끌어내야 한다. ‘Love is always part of me.’마음 속에 품었던 세월을, 기억을 부정하지 않아야지. 다시 사랑해야지. 그렇게 살아갈 거야.
늘 같은 노래
뭔가 같은 리듬
알 것 같은 음들
한결 같은 말
그래. 안다. 그 안에 너와 내가, 그리고 우리가 있었다는 것. 그 안에 사랑이 있었고 이별도 있었다는 것. 그렇게 난 기억하려 한다. 그리고 또 사랑할거야. 난 그렇게 살아보려 해. 이 노래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