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한 상실감이 가장 큰 세대는 20대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좀 더 명확히 추출하자면 2002년도 즈음 처음으로 투표권을 얻어서 대선에 한 표를 행사했던 20대, 혹은 현재 30대 초반 즈음이 됐을 청년들이 그 주인공이다. 이건 나 역시도 마찬가지인데 처음으로 대선에서 행사한 자신의 한 표가 승리로 이어지는 상황의 고무를 체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 해는 월드컵이 있어서 대한민국이 4강에 올라서 길거리 응원과 같은 방식의 축제적 고무를 경험한 시점이기도 했다.
궁극적으로 작년 촛불시위에서 보여줬던 이미지가 저항과 축제의 연동이란 점은 과거 민주화 운동의 유전자에 더해진 2002월드컵 당시 길거리 응원의 학습능력이 연장된 사례라고 생각한다. 과거 최루탄과 맞서던 전공투의 이미지를 학습하지 못했던 어린 세대가 간접적으로 흡수한 과거사의 경험치가 창의력인 놀이문화와 맞붙어 길에서 전시된 셈이다. 동시에 이는 과거 386이라고 불리는 운동권 세대에게도 어떤 자극제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수동적으로 길들여졌다고 믿었던 청년들이 거리에서 자발적인 구호를 외치는 광경은 어떤 식으로든 인상적이었다. 어쨌든 노무현의 죽음은 젊은 세대가 주축이 돼서 길어 올린 영웅의 몰락을 보는 것 같다. 이는 분명 현재 그 당시 투표권을 행사했던 세대에겐 상실과 분노의 감정을 동시에 쥐어줄 만한 중요한 지표다. 특히 요즘처럼 20대를 억압하는 세대적 구조 속에서 그들이 느낄 갈망을 염두에 둔다면 이는 분명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는 분명 벌써부터 다음 대선의 향방을 가늠하는 지표로서 작동될만한 시발점이라고 본다.
어쨌든 20대는 유일하게 자신의 세대 안에서 수용될 수 있는 정치적 스타를 잃었다. 20대에게 있어서 영웅의 이미지가 연예계와 스포츠로 한정된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노무현의 이미지는 상당히 이례적인 한 점이었다고 본다. 결과적으로 그 한 점을 상실했다. 이는 곧 그 이미지에 대한 실추를 시도하고 끝내 이룬 보수적 정치인과 권력구조, 언론에 대한 총체적 반감으로 연동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말이다. 지금은 단지 추모의 차분함으로 스스로를 달래고 있지만 이후, 그러니까 포스트 노무현을 준비하는 움직임이 분명 마련될 것이다. 어쨌든 이에 대처하는 기성 권력의 움직임도 분명 마련될 것이다. 물론 모든 것은 일단 추모의 기간이 끝나야 명확해지겠지만. 어쨌든 심상치 않은 기운이 감지된다. 밑바닥이 끓고 있다. 노무현의 빈자리는 분명 발화점이 되고 있다. 다만 누가 그 빈자리의 적자를 차지할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그건 마치 노무현이 그러하였듯이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신선한 얼굴로 대체될 가능성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