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가 올랐다.

하루가 다르게 물건값들이 가격표를 바꿔달고 있다.

천원에 네개하던 붕어빵은 세개로 줄었고, 오백원 짜리 호떡은 이제 칠백원을 주고 사먹어야 한다.

사람들은 저마다 한숨이다.


사람이 죽었다.

유명 프로야구 선수였던 그는 일가족 네명을 무참히 살인하고 그 중 어린 소녀 몇을 토막내 묻기까지 했다.

그는 지인에게 어린 아들을 잘 돌봐달라는 유서를 남기고 한강에 투신했다.

안양에서는 79일동안 실종됐던 혜진이가 돌아왔다.

하지만 부모는 딸을 껴안을 수 없었다.

딸들의 몸은 여러조각으로 토막나 땅에 묻힌 채 발견됐다.

부모는 오열했고 범인은 여전히 무명이다.

건너편에 사는 혜진이의 친구 예슬이는 여전히 실종상태다.


여수에 기름이 유출됐다.

다행히 해안가에서 떨어진 거리라 일찍이 오일 펜스를 치고 방제작업을 펼친 덕분에 해안가의 양식업 등에는 피해가 없었다.

하지만 태안이 기름으로 쑥대밭이 된지 불과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어난 기름 유출사건은 반갑지 않았다.

게다가 충돌한 유조선은 태안 당시 사고를 일으킨 단일 선체라고 한다.


삼성의 황태자가 면죄부를 얻었다.

삼성의 황태자로 불리던 삼성전자 이재용 전무가 특검 수사에서 무혐의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특검은 증거불충분을 사유로 이재용 씨를 무혐의 처리했다.

e삼성 인터넷 사업으로 200억 이상의 적자의 손해를 낸 그의 치부를 가리기 위해 9개 삼성 계열사가 기업자금을 동원한 것에 대한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했다.

하지만 다양한 시민단체와 정치권은 반발하고 있다.

증거를 못찾은 건지 안찾은 것인지 모르겠다는 비아냥도 나왔다.


학원 영업도 24시간 시대다.

서울시의회 교육문화위원회는 학원들에게 24시간 교습을 허용하는 조례개정안 통과를 발표했다.

게다가 추가로 학원의 지하실 교습도 일부 허용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는 오는 18일 본회의에서 관련 조례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하지만 부정적인 여론이 일고 있어 원안 처리 여부는 불투명하다고 한다.

그리고 얼마전, 초,중학교 학생들이 전국 일제진단고사를 치뤘다.

서울시교육청 등은 다음 주 중1 학생들의 시·도 단위나 전교 석차나 석차백분율 등을 매긴 성적표를 통지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서열을 매긴 성적 공개를 막아달라고 청와대와 진정서를 제출했다.



사회가 감수성을 잃고 있다.

실용주의를 주창하는 국가 지도자를 선두로 한 자본주의 첨탑시대에서 공적 감수성은 사라졌다. 게다가 이성적인 해결책조자도 눈에 띠지 못한 채 우왕좌왕이다.

물기를 잃어버린 사회는 메말라버린 논두렁마냥 삭막한 제 얼굴을 드러내고 있다.

잘 먹고 잘 살자고 외쳤던 새마을 운동은 끝났지만 사회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 밥그릇 싸움에 열중이다.

전 국민에게 실용적 석차를 메기려는 새정부의 알량한 국민받들기는 이미 시작부터 낯을 가리지 않는다.

이유 없는 죽음들이 이어지고 원인이 뚜렷한 사고들이 터져나와도 이 사회에는 그것들을 막아낼 방편도 추진력도 분명치 않다. 치부를 가리기 급급한 사회, 당장 터져나온 고름을 닦아내도 상처는 안에서 곪아가는 것임을 외면하는 사회.


없는 자는 없는 자대로 돈에 환장하고 있는 자는 있는 자대로 돈에 환장한다. 부를 추구하는 서열화의 첨탑 시대에서 너는 내가 밟고 넘어야 할 경쟁자일 뿐, 우리가 될 수 없다.

힘과 권력만이 이 사회에서는 지상최대의 과업일 뿐, 그 과정에서 옆집 아이가 반토막나도, 바다가 시커멓게 물들어도 상관없다.

그 와중에 부자아빠가 되기 위해서 애들은 벌써 남보다 높은 등수 차지하는 법부터 배우고 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갈증을 느낀다. 목이 마르다. 어른들의 감수성 증발은 이미 아이들에게 전이되고 있다. 하나같이 삭막한 시대다. 애나 어른이나. 언젠가는 태어날 아이들 목에 등급을 매기는 시대가 올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는 새로운 계급주의 시대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자본이라는 알량한 자유 식민시대에서 말이다.
게다가 더이상 젊은 세대가 정의를 외치지도, 자신의 이념에 대해 말하지도 않는 시대에서 말이다. 어둠은 좀 더 깊어질 것이다.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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