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9'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4.09.29 <제보자> 단상
  2. 2014.09.14 애플워치 그리고 애플의 비전
  3. 2014.09.10 애플워치 그리고 애플의 생태계
  4. 2014.09.08 <타짜-신의 손> 단평

<제보자> 단상

cinemania 2014. 9. 29. 22:34

<제보자>는 상당히 괜찮은 영화였다. 힘 있는 이야기의 흐름도 좋고, 연출의 완급 조절도 탁월했으며 새삼스레 재확인하는 박해일의 연기력과 주변 캐릭터들의 호응도 상당히 좋은 영화였다. 국내에서도 두고두고 회자될만한 언론 영화 한 편을 갖게 됐다는 점에서도 성과라면 성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 두고두고 아쉬울 만한 기분이 남는 건 결말의 태도 때문일 것이다. 영화는 결국 방송 보도를 통해 줄기세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정황들을 전달하고 신기루 같은 업적에 갇혀서 의심하지 못했던 사회를 각성시키는 과정을 드라마틱하게 보여주는데 그 이후로 영화는 어딘가 안이해 보일 정도로 재빠르게 낙관적인 표정으로 도취된 방송국의 분위기 안에 매몰돼버리듯 영화를 끝내버린다. 사실상 황우석 사태의 핵심은 황우석이 스스로 자신의 사기 전과를 고백한 이후에도 그를 추앙하는 이들로 인해 끊임없이 불거지던 줄기세포 신앙에 있었다. 그리고 이런 무조건적인 믿음의 방식은 그 이후로도 한국 사회 곳곳을 잠식하던 크고 작은 사건의 중심부에서 발견되는 기이한 현상이기도 했다. 심지어 최근의 세월호 사태도 그러하지 않았던가.

 

<제보자>는 부정한 사실을 폭로한다는 쾌감에 도취되어 진실을 웅변하지 않고 진실을 말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겹고 괴로운 싸움이 될 수 있는가를 조명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의미 있는 작품이다. 게다가 그 맞은 편에서 선의 탈을 쓰고 사회를 유린하는 악인의 내면이 꼭 악해서 그런 것만은 아닐 수 있음을 시사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악인이라고 해서 악한 것만은 아니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누구라도 조건만 맞아 떨어지면 선인을 자처하며 악행을 저지를 수 있는 구태의연한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새삼 환기시켜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딘가 안이한 결말이 되새김질 할수록 아쉽다.

 

<제보자>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사. 방송사 밖에서 촛불시위를 하는 시민들을 보며 줄기세포의 존재를 추적하던 PD는 말한다. “처음으로 저 사람들이 무서워지려고 하네요. 진실을 말하면 모두 다 내 편이 될 줄 알았는데.” 황우석 사태 이후로 PD수첩은 3년 뒤 다시 벼랑 위로 내몰렸었다. 광우병 사태 당시였다. 진실이 드러난다 해서 세상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진실을 말하는 자의 입은 아직도 외롭고 고단하다.

Posted by 민용준
,

사실 나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아이폰을 사용해본 적이 없다. 앞으로도 아이폰을 쓰고 싶단 생각을 품을지 잘 모르겠다. 아무래도 지금 쓰고 있는 아이팟 터치와 아이패드가 아이폰까지 갖고 싶다는 욕망을 잠재우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에서 새로운 아이폰을 출시한다는 소식엔 귀를 기울이게 된다. 반대로 안드로이드폰의 새로운 모델을 출시한다는 것에 대해선 내가 당장 스마트폰을 바꿔야 할 처지가 아닌 이상에야 특별히 관심을 가져보지 못했다. 현재 스마트폰 시장의 생태계 형성을 주도한 건 아이폰이었고 결국 애플이었다. 아이폰이 지금의 디지털 디바이스의 시대를 열었다. 애플워치에 주목하는 건 그런 생태계의 변화를 이끌 자질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애플워치의 등장으로 세상이 떠들썩한 것도 아마 그런 기대감과 무관하지 않을 것 같다.

'culturist'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 포스터는 왜!  (0) 2014.10.09
착각하는 남자들  (0) 2014.10.09
죽은 언론의 사회  (0) 2014.04.19
수동적인 여자, 자동적인 여자  (0) 2014.03.21
<K팝 스타 3>가 되는 이유  (1) 2014.03.18
Posted by 민용준
,

애플의 광고는 항상 라이프스타일을 강조한다. 이것이 얼마나 뛰어난 가능을 지닌 제품인지 설명하거나 네가 이걸 갖게 되면 얼마나 우월한 위치를 점할 수 있는지 훈계하는 대신, 이 제품을 쓰게 된다면 가능해질 나만의 삶을 제시한다. 기계적인 설명으로 강박을 부여하는 대신 감성적인 접근으로 마음을 움켜쥔다. 누구보다 빠르고 선명한 스마트폰임을 강조하는 대신 이 똑똑한 기계를 통해서 당신의 삶이 얼마나 행복해질 수 있는지 시사한다. 결국 아이폰을 쓰는 행위 자체만으로 큰 만족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을 부여한다. 사실 빠르고, 선명한 스마트폰은 해마다 단위로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아이폰은 말 그대로 아이폰이다. 그 만족감은 아이폰을 사용하는 동안 지속된다.

 

사실 지금까지 아이폰을 단 한번도 써본 적이 없는데 앞으로도 꼭 쓰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아무래도 지금 쓰고 있는 아이팟 터치와 아이패드가 아이폰까지 갖고 싶다는 욕망을 잠재우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에서 아이폰의 새로운 모델을 출시하는 것엔 관심이 있다. 역으로 안드로이드폰의 새로운 모델엔 특별히 관심이 가져본 일이 없다. 사실상 현재 스마트폰 시장의 생태계를 구축하고 변화시킨 건 애플의 역할이었다. 앞으로도 그럴 공산이 커 보인다. 애플워치가 지금 당장 그저 그런 애플의 신상 정도로 보일지 몰라도 아이폰이 갑자기 우리 일상을 뒤흔들어버렸듯이 애플워치도 그럴 가능성이 없지 않을 것이다. 구글 글래스와 함께 미래의 삶을 예감하게 만드는 중요한 단서가 될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애플워치는 애플이 시장에 침투하는 전략을 다시 한번 재확인시킨다. 애플은 애플워치가 아이폰을 대체할 수 있는 무언가라는 것을 강조하는 대신 이것이 너를 스타일리시하게 만들어줄 새로운 패션 아이템이라고 설득한다. 아이폰이 라이프의 영역을 장악한 것처럼 애플워치를 통해서 스타일의 영역으로 자연스럽게 침투한다. 애플은 자신의 제품들을 판매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니라 자신의 제품을 대체할 수 없는 생태계를 만든다. 당장 애플워치의 청사진을 장담하긴 어렵지만 그 미래가 궁금한 건 그래서다. 애플워치가 또 한번 생태계를 변화시킬 수 있을지 궁금하다. 애플의 경쟁자를 자처하는 삼성이 언제나 하지 못했던 그것 말이다.

'도화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해피 투게더> 그리고 서태지에 관한 단상  (0) 2014.10.10
연애의 발견  (0) 2014.10.05
새민련의 무능을 주워먹는 새누리당  (1) 2014.08.28
네이버의 웹드라마  (0) 2014.01.18
나는 안녕하지 못하겠다  (0) 2013.12.16
Posted by 민용준
,

최동훈의 <타짜>가 해운대 앞바다였다면 강형철의 <타짜-신의 손>은 캐리비안 베이다. 인공 파도에 휩쓸리는 것도 나름의 재미가 있지만 결국 인공 파도는 인공 파도다. 애초에 기획되지 않았던 속편이란 맹점과 한계를 그나마 강형철이 잘 메우고 이어낸 인상이지만 태생적인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는 인상. <타짜>의 캐릭터들이 차, 상, 마, 포 같아서 저마다의 파괴력도 있고, 차가 판을 휩쓰는 압도감과 마가 차를 삼키는 쾌감도 있었지만 <타짜-신의 손>은 '졸'의 향연 같아서 실력이 평준화된 선수들의 싸움을 보는 재미도 있지만 '졸'전임이 뚜렷해 보여 김이 새는 지점도 적지 않았던 것 같다. 만들기 위해 만들어진 속편인지라 특별한 무언가를 기대하진 않아서 크게 아쉽진 않았지만 썩 만족스럽지도 않았다. 다만 러닝타임에 비해서 지루하게 느껴지진 않았다는 점에선 본래 품었을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것 같다고 생각한다.

Posted by 민용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