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2'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4.12.17 <호빗: 다섯 군대 전투> 단평
  2. 2014.12.14 서울시향, 정명훈 그리고 시민사회
  3. 2014.12.11 박원순을 지지한다

<호빗: 다섯 군대 전투>를 축약하자면 점입가경이라 할 수 있다. <반지의 제왕 - 왕의 귀환>을 통해 한차례 증명된 바 있지만 피터 잭슨이 물리력을 총동원해서 전투신을 뽑아냈을 때의 스펙터클은 볼거리 중의 볼거리다. 아이맥스에서 봐야 한다는 말을 아낄 수가 없다. 무엇보다도 여러 종족이 엮어서 발생하는 공명심과 이기심의 복마전과 물리력의 차이를 바탕에 둔 전투적 정황의 다양성은 심리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입체적인 감상 구조를 제공하고, 켜켜이 틈이 없는 감상적 지층을 만들어내는 덕분에 딱히 다른 생각을 할 겨를조차 주지 않는다. 그야말로 완벽한 롤러코스터. 어떤 식으로든 아이맥스에서 보시란 말밖에 할 수가 없다. 피터 잭슨이 다시 중간계로 끌려 들어가 <호빗> 트릴로지, 심지어 원전에도 없는 내용을 확장해 가며 3부작으로 만든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땐 살짝 혀를 차는 입장이었는데 이 세 번째 작품으로 다시 한번 갈무리된 트릴로지를 봤을 땐 대사업이란 생각마저 들었다. <스타워즈>의 살짝 민망한 3부작 프리퀄과 대조적으로 언급될 만한 프리퀄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올 겨울에 이만한 볼거리는 없다. 무조건 극장에서, 이왕이면 아이맥스다.

p.s><클래시 오브 클랜> 열심히 하는 분들께선 묘하게 반가운 장면들이 더러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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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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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훈과 서울시향의 문제가 이상한 방식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 문제의 본질은 시민의 세금이 어떤 방식으로 사용되고 있느냐라는 투명성의 문제다. 이 사안부터 명확하게 짚고 넘어가지 않는 이상 예술성의 대가 운운은 4대강급 삽질이고 뻘짓이다. 정명훈이 어떤 사람인가, 얼마나 위대한 예술가인가, 라는 이야기는 장외의 논쟁이다. 링 위에서 핵심적으로 다뤄야 할 사안은 현재 불투명하게 남용된 세금 문제가 존재하는가, 실제적으로 그것이 유형이든 무형이든 시민사회에 얼마나 기여했는가라는 명제다. 이를 투명하게 증명하지 못하는 이상 앞으로도 예술적 가치에 대한 공적 자금 문제는 '사치'와 '낭비'라는 단어로 묶여 손쉽게 몰락할 것이다. 시민사회와의 투명한 합의를 이뤄내지 못하는 이상 카라얀이 와서 지휘를 해도 인정 받기 힘들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정명훈의 예술적 가치를 운운하는 건 허공에 칼을 베는 격이다. 결국 중요한 건 서울시향에서 정명훈이 존재해야 할 이유를 시민사회에 설득할 수 있는 지표일 것이다.

확실한 건 서울시향에서 명확한 문제적 인간인 박현정 이사를 처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술이라는 고상한 신에서 가장 몰염치한 인간들이 첨탑에 앉아 가장 천박한 방식으로 착취를 일삼는 건 하루이틀이 아니다. 그 근간이 드러났을 땐 명확히 제거해야 한다. 이 부분만큼은  박원순 시장이  확실히 힘을 써야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정명훈이 이명박 정권의 시녀 노릇을 했다는 이유로 공격을 받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 뒷배경이 무엇이었든 스스로의 정치적 결정이 사회적으로 평가받게 된다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고 역시 스스로 감당해야 할 문제다. 물론 정권이 바뀌었으니 그 자리에서 물러나라는 말은 후지고 어리석지만 과거에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전범을 찬양한 주역이라는 비판은 필연적으로 값지다. 그것이 실제로 그가 했던 행위이고 스스로 쓴 칼이기 때문이다. 이런 평가마저 정치적 공세라고 말하는 이가 있다면 그가 되레 자신의 정치적 윤리를 어필하는 것이니 상관할 바도 아니겠다. 하지만 최소한 진보진영의 논리를 어필하는 이가 주장하기엔 적절한 태도는 아닌 거 같다. 아닌 건 아닌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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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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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을 지지한다

도화지 2014. 12. 11. 21:33

개인적으로 박원순 시장에 대한 지지는 여전하다. 그건 행정가 혹은 정치가 박원순 시장에 대한 입장 안에서 그의 쓸모가 아직 유효하다고 여기는 까닭이다. 그 사람에 대한 개인적 애정이나 기대 따윈 없다. 그가 얼마나 도덕적이고 윤리적인지도 잘 모르겠다. 그리고 그런 기대 따위를 가질 이유도 없고. 다만 만약 박원순 시장이 이번 인권 헌장 사태에 관해서 사과하지 않았다면 지지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그 사람의 됨됨이가 어쩌고를 떠나서 박원순이 서울시를 잘 이끌어 왔다는 신뢰엔 변화가 없으므로 그 사람에게 불거진 당장의 오류를 추처럼 매달아 바다 밑바닥으로 끌고 내려가듯 매장해 버릴 생각이 없다. 다만 자신의 오류를 지적하는 시민의 목소리에 어떻게 응대하는가가 그 사람을 지지할 수 있느냐의 문제로 연결된다. 그래서 나는 박원순의 사과를 받아냈다는 게 일단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행정가와 정치가의 태도는 시민의 항의에 응답하는 방식으로서 드러난다. 최소한 시민으로서 의사를 전달하고 주장했을 때 그 의견을 받아들일 수 있는 행정가가 지금 시대엔 너무 중요하다. 개인적인 도덕심이나 윤리성 따위는 정치적 입장 안에서 쉽게 변절되고 무시당할 수 있는 시대에서 시민의, 국민의 의사를 떠받들 수 있는 최소한의 개념이 있는 행정가, 정치가가 필요하다. 그들은 꼭 국민의, 나의 수족이어야만 한다. 그런 의미에서 박원순은 아직까지 보존할 가치가 있는 행정가 혹은 정치가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결국 박원순이란 사람을 지키는 것보다도 최소한 시민의 말에 귀를 기울이려 하는 박원순을 옳은 방향으로 몰고 가는 것이 시민의 의무이기도 할 것이다. 그건 강렬한 비판으로서도 가능한 일이다.

막말로 경남도지사 홍준표에게 이런 걸 기대할 수나 있겠나. 심지어 이명박의 서울에선 가능하기나 했던가. 다시 말하지만 이 글의 요지는 박원순이 홍준표보다 나은 사람이라서 지지를 유지한다는 말이 아니다. 최소한 국민의 손가락질에 눈치를 보고, 반성하는 제스처라도 취할 줄 아는 이가 국민의, 시민의 입장을 대변하는 이가 돼야 한다. 그들은 우리 머리가 아니라 우리 수족이기 때문이다. 우린 그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회에서 살고 있어야만 한다. 그리고 보다 영리하게 그런 사람을 부릴 수 있는 시민이 돼야 한다. 그건 뜨거운 화 너머의 이성으로 판단해야 할 문제라는 걸 잊어선 안된다. 지금 시청 앞에서 항의를 하고 있는 이들도 그런 의미에서의 기대를 품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행정가나 정치가를 사랑하는 유권자들의 사모곡은 이제 신물이 난다. 투표란 자신에게 보다 유리한 행정가나 정치가를 선택하는 행위이다. 사랑을 주고 배반 당했다고 느끼는 게 아니다.  그러니 박원순에게 실망을 했다는 말은 아직 이르다. 박원순을 지지한다는 말이 그의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는 의미가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 그에 대한 신앙과 사랑을 거둘 필요가 있다. 그가 우리에게 얼마나 유리한 조건을 제시할 수 있는 행정가이자 정치가일 수 있는지 판단할 필요성은 아직 유효하다. 고로 나는 아직 박원순을 지지한다. 그가 이번 사태에서 좋은 교훈을 얻고, 변화를 가져갈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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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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