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일이 없는 한 월요일에 퇴근해 집으로 돌아오면 씻고 옷을 갈아입은 뒤 건조대에 널어놓은 옷가지를 걷고 제 자리로 돌려보낸다. 그 말인즉슨 지난 주말 이틀 동안 세탁기가 돌아갔다는 것이다.
생의 감각이란 대단한 업적보다도 평범한 일상의 반복을 통해서 더욱 선명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테면 빨래 같은 것. 그렇다. 내게 있어서 빨래란 정말 중요한 의식이다. 물론 양 팔의 힘줄이 드러나도록 빨래판으로 세탁물을 박박 문질러 빨아내는 의식을 행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21세기이므로 도구를 사용하는 동물답게 문명의 이기를 받아들여야지.
항상 토요일엔 빨래를 언제 돌려야 할지 생각한다. 토요일과 일요일 사이엔 세탁기가 적어도 두 번은 돌아가야 하므로. 수건은 소량 삶기로 한번. 여타의 옷들은 일반세탁으로 한번. 소량 삶기는 건조까지 포함해 적어도 2시간 반, 일반 세탁은 건조까지 포함해 대략 1시간 반. 가끔씩은 시간을 계산해 세탁기를 돌리고 외출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외출해 돌아온 시간에 세탁기를 돌린다. 어쩌다 밖에서 보낼 시간이 늘어지게 되면 세탁기 속의 젖은 옷가지들이 상할 수 있으므로. 필연적으로 쓸 수밖에 없는 시간들, 이를 테면 외출하고 돌아와 씻고, 머리를 말리고, 이래저래 무언가를 정리하고 처리하는 집안에서의 시간을 보낼 때 세탁기가 따로 제 일을 하도록 시간을 배려해줘야 한다. 그저 돌아가는 세탁기를 지키며 눈치를 보고 싶진 않으므로. 번거롭지만 중요한 일이다. 치밀해질 필요는 없지만 정확한 타이밍을 놓치면 치명적이다.
어떤 의미에서 빨래란 생을 다짐하는 의식과도 같다. 지난 일주일을 지워내고 다가올 한 주를 받아들인다는 마음의 준비 같은 것. 수영장에 뛰어들기 전의 준비운동 같은 것. 그리고 그렇게 빨래를 널고 나면 드디어 비로소 한 주가 끝났다는 안도감 같은 것이 생긴다. 그리고 바짝 마른 빨래를 개어 제 자리로 돌려보내면 드디어 비로소 한 주를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는 기분이 든다. 어쨌든 올해의 첫 빨래를 했고, 마른 옷가지를 정리했다. 비로소 한 해가 시작됐다는 기분이 든다. 올해도 잘 빨고, 잘 널어 말려서 한 주 한 주를 잘 돌려볼 참이다. 그렇게 잘 살아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