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퍼가 많아서 흔한 이름은 기억하기 어렵다. 그래서 특별한 이름을
생각하다가 사람들이 나보고 자꾸 크다고 하니까 '자이언트' 그런데
여자니까 '핑크' 그럼 '자이언트
핑크?' 이래 놓고 빵 터졌다. 그래서 이거다 싶더라. 그런데 어느 순간부턴 나를 '자핑'이라
부르고 있고, 신기했다. 그리고 이름이 입에 달라붙더라. 사실 원래 <쇼미더머니
5> 나가기 전에 이름을 바꿀까 생각했거든.
이유는?
소속사에서 이름이 약간 외설적으로 보일 수 있다고 해서. 사실 나는
그런 생각을 못해봤는데 사람들 생각이 다양하니까 그런가 보다 했다. 그런데 이름에 애착이 남더라. 고집이 생겼다. 그래서 욕 먹더라도 나는 자이언트 핑크를 하겠다고
했다. 욕 먹는 것도 사랑이라고, 내 이름이 기억해주는 게
어디야.
랩을 시작한 계기가 궁금하다.
너무 소심해서 시작한 거 같다. 사실 학창시절에 상당히 뚱뚱한 편이었는데
그래서 자존감이 떨어졌다. 이렇게 뚱뚱한데 누가 나랑 친구를 할까 싶어서 항상 남들 비위를 맞춰주며
살았다. 그러다 보니 스트레스를 풀 곳이 없더라. 그래서
가사를 써서 친구에게 들려줬다. 나한테는 그게 통쾌했거든.
가사를 쓰고 싶다는 생각은 어떻게 시작했나?
원래 R&B 힙합을 좋아했는데 아무래도 스무 살 때 자연스럽게
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냥 글을 쓰듯이 짜증나는 것들을 썼는데 그렇게 쓰다 보니 랩으로 해볼까 싶어서
과감하게 막 욕도 섞어서 썼다. 그러다 보니까 재미가 생기더라. 그러다가
가끔씩 친구한테 들려주기도 했다.
랩을 하면서 소심함이 극복되던가?
그런 거 같다. 아직도 소심함이 남아있지만 많이 나아졌다. 이젠 기분 나쁘면 할말은 한다.
과거의 본인에게 지금의 본인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겠다.
아무래도 옛날에는 남들 앞에서 노래하고 공연한다는 건 절대 할 수 없는 일이었을 거다. 심지어 옛날에는 남들 앞에서 잘 부를 수 있는 노래도 못 부르는 척했다. 그러면
사람을 웃길 수 있을 거 같고, 그러면 재미를 줄 수 있으니까. 옛날
성격은 이랬다.
랩을 한다고 하니 부모님께선 놀라지 않으셨나?
일단 화를 냈다. 왜 그렇게 욕을 많이 하냐고. 그리고 나는 당시에 랩을 잘 모르니까 그냥 무조건 욕을 해야 하는 줄 알았다(웃음).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거더라.
결국 랩퍼가 되겠다고 마음 먹은 계기는?
아무래도 랩을 하면 좋아해주니까. 사실 한때는 허스키한 목소리 때문에
좋은 말을 못 들었다. "여자 목소리가 왜 저래? 쇠
먹었나?" 이런 식으로(웃음)? 그런데 이젠 시대가 바뀌면서 이 목소리가 먹히더라. 듣기 싫은
보이스가 아니라 개성 있는 보이스로 인정 받게 되고. 그러면서 본격적으로 하게 됐다. 아무래도 칭찬에 훅 올라가는 타입이라, 자신감이 생겼다.
<언프리티
랩스타 3> 초반에는 우승 후보 0순위였는데 후반부에는
탈락 위기까지 몰렸다.
사실 댓글을 많이 보는데 초반에는 칭찬이 많아서 좋기도 했지만 부담도 됐다. 그래서
잘 하려고 가사 쓰는데 공을 들이면서 점점 가사 고치는데 시간을 많이 쓰다 보니 외울 시간이 모자라게 됐다. 다음엔
안 그래야지 싶다가도 사람 욕심 때문에 또 그렇게 되고. 사실 3일마다
트랙 미션을 하나씩 수행하면서 가사 쓰고 무대에 올라가는데 항상 '이 주제를 내가 어떻게 풀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날 뽑아줄까?'란 고민을 하게 됐다. 욕심과 부담감 사이에서 숨막히는 대결을 거듭하니
너무 힘들었다. 그러다 결국 7번 트랙까지 음원 하나 따지
못했다. 그래서 파이널 무대는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했다.
결국 파이널 무대는 완벽하게 소화했다.
관객들 앞에서 공연할 때랑 프로듀서 앞에서 경연할 때랑은 기분이 다르다. 일단
긴장감부터 환경이나 분위기까지. 일단 즐기면서 랩을 해야 하는데 누군가에게 평가를 받고 있다는 느낌
자체를 즐길 수 없으니까 불편했다. 랩을 하는 게 아니라 프로듀서 님이 원하는 걸 들고 왔다는 느낌이라
부담감이 크게 느껴졌다. 그리고 <언프리티 랩스타 3>에 참가했을 때 트랙을 따는 것도 중요했지만 큰 무대에서 열리는 파이널 공연을 너무 하고 싶었다. 그런데 자꾸 실수를 하면서 끝까지 갈 수 있을지 불안하더라. 그래도
다행히 끝까지 왔고 최대한 즐긴 것 같다.
만약 우승을 못했다면?
아무래도 자신감이 떨어져 있지 않았을까? 사실 나는 서바이벌에는 잘
안 맞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걸 즐기는 애들도 있긴 하더라. 특히 연습생이나 아이돌 출신들은
항상 경쟁해온 애들이라 익숙해 보였다. 나는 누굴 이기려고 해본 적도 없고, 항상 혼자 해왔기 때문에 쉽지 않더라.
앞으로의 계획은?
당장 구체적인 건 없는데 아직 앨범을 낸 적이
없어서 앨범을 내고 싶다. 최대한 빨리.
(ELLE KOREA NOVEMBER 2016 NO.289 'ELLE INTERVIEW')
그래서 다들 무대 경험이 풍부할 거라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솔로
활동은 2012년도에 발표한 EP 앨범을 통해서 처음이었는데
그때 솔로로 활동하는 아티스트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3분 30초를
혼자 다 이끌어 간다는 게 쉽지 않더라.
맏언니이자 선배로서 부담되는 자리였을 것
같은데.
다행히도 첫 미션부터 박살 났지(웃음). 덕분에 마음이 편해졌다. 내가 꼭 제일 잘할 필요는 없다는 걸
알게 돼서.
랩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혹시 UP라는 그룹의 '뿌요뿌요'라는 노래 기억하나? 그 노래를 따라 부르다가 항상 랩 부분을 외우지
못해서 직접 개사해서 랩 부분은 내 마음대로 불렀다. 그리고 그 다음부턴 아예 힙합곡에는 내가 랩메이킹을
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자연스러웠다.
랩퍼가 될 거라 생각했나?
사실 가수가 되고 싶었지만 내가 노래를 못했기 때문에 노래에 도전하진 않았고 힙합곡에 가사를 쓰면서 랩스타를
꿈꿨지. 사실 스무살이면 랩스타가 돼있을 줄 알았다. 그리고
허니패밀리로 활동하면서 그 꿈이 이뤄질 거 같았는데 알다시피 잘 안됐다. 그 이후로 꿈을 접을까 하다가
브라운아이드걸스라는 그룹에서 여자 랩퍼를 구한다고 해서 그렇게라도 음악을 계속 하자고 생각하며 멤버로 들어갔다.
<언프리티
랩스타 3>에 출연을 결정한 이유는?
솔직히 죽을 때까지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은 프로그램이었다. 주변에서도
진짜 잘해도 본전일 거란 말이 많았다. 그런데 시즌2 때부터
회사에서 나가보자고 하더라. 계속 고사했는데 갑자기 정면돌파하자고 생각했다. 출연하지 않으면 비난도 안 받겠지만 얻는 것도 전혀 없을 테니까. 결국
도전해보고 변화를 느끼고 싶었다.
어린 후배들과 경쟁하는 건 어땠나?
어린 친구들의 패기가 정말 부럽다고 생각하고 인정할 수 있었다. 나도
어릴 때는 그랬으니까. 그래서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었던 거 같다.
나이 든다는 것이 두렵지 않나?
여자라서 두려운 건 있다. 아무래도 여자는 좀 더 젊고 어려야 주목을
받게 되니까. 그런데 나이 먹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두렵다고
해서 피할 수는 없으니까. 결국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내가 어떻게 타계해 나가야 할지,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거 같다. 어쩔 수 없으니까.
방송 상으론 상당히 안정적인 느낌이었다.
다들 그렇게 보였다고 하더라. 실제로는 방송 녹화 기간 내내 심리적으로
불안정했다. 다만 카메라 앞에선 계속 마인드컨트롤 했던 거지. 혼자
작업실에서 가사 쓰면서 종종 땅을 치고 울기도 했다. 이걸 내가 왜 한다고 했을까, 이러면서(웃음). 그러다가
마음을 다잡고, 결국 TV로는 마음을 다잡은 상태만 나갔겠지(웃음).
허니패밀리 시절에 함께 활동한 길이 프로듀서로
나왔다.
사실 허니패밀리 출신 오빠들은 마주치고 싶지 않았는데 첫 미션의 프로듀서부터 길 오빠가 왔다. 그 다음 미션에선 쿠시가 나왔고, 산이나 스윙스도 안면이 있다. 어쩌면 그래서 더 못한 건가. 생각해보니 안면이 전혀 없는 딘의
트랙 미션은 우승한 거 보니까(웃음)? 아무튼 길 오빠가
처음에 나온 덕분에 마음의 준비는 확실히 됐다. 앞으로 어떤 사람이 프로듀서로 나와도 다 받아들이자고, 내가 알던 누군가에게 평가를 받게 될 거라고, 마음이 단련됐다.
브라운아이드걸스의 랩 부분은 직접 작사해서
앨범에 작사가로 이름을 올렸다.
랩 파트는 전문적으로 랩메이킹을 해주던 분들이 있었고, 그분들이 만들어준
대로 랩을 했는데 그런 관례를 깨고 싶었다. 그래서 랩 부분은 내가 쓰겠다고 했고, 랩 부분에 대한 저작권도 보장해달라고 주장했다. 사실 기성 작사가
입장에선 원래 본인 몫이었던 저작권을 왠 어린 애한테 내줘야 하는 거니까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내게도
도전이었다. 결국 의사를 관철시켜서 1집부터 작사가로 앨범에
참여했다.
여자 랩퍼는 남자 랩퍼보다 실력이 부족하다는
인식을 어떻게 생각하나?
사실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는 남자나 여자나 공평하다. 의지만 있다면
다 할 수 있다. 다만 여전히 랩퍼가 되려는 여자가 수적으로 적은 것뿐이지. 그러니 당연히 인재풀이 좁아지고, 인재풀이 좁으니 전체적인 실력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거다. 천재적으로 잘하는 친구들이 있다고 해도 평균적으론 어쩔 수 없지. 단지 그 차이인 거 같다.
결국
<언프리티 랩스타 3>에 나간 건 좋은 선택이었을까?
잘한 거 같다. 눈 가리고 모른 척할 수 없도록 지금 내 상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경험이었고, 덕분에 발전할 수 있는 변화를 얻은 것 같다. 단기간에 이렇게 많은 가사를 써본 적이 없다. 아마 태어나서 가장
많은 노력을 한 시기였을 거다.
앞으로의 계획은?
몇 달 간격으로 음원을 지속적으로 발매할 계획을 갖고 있다. 아마
최소한 두 곡씩은 계속 발표할 거 같다.
(ELLE KOREA NOVEMBER 2016 NO.289 'ELLE INTER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