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65회를 맞이한, 미국의 권위 있는 TV 시상식 에미상 후보작들 가운데서 눈에 띄는 작품은 9개 부문 후보로 이름을 올린 <하우스 오브 카드>였다. 영국의 보수당 정치인이자 작가인 마이클 돕스의 동명 소설을 극화한 BBC의 동명 TV시리즈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백악관 입성의 야심을 품은 한 정치인의 권모술수를 현실에 밀착시키듯 흥미롭게 그린 정치스릴러다. 테크니션의 대가 데이비드 핀처가 제작과 연출을 맡고, 케빈 스페이시와 로빈 라이트 등 신뢰할만한 배우들을 전면에 포진시키며 탁월한 조형도를 확보했다. 하지만 이 정치스릴러가 주목을 받은 건 작품의 외적인 요소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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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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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톨킨이라 불리는 조지 R. R. 마틴의 5부작 소설 <얼음과 불의 노래>의 최종편 <드래곤과의 춤>이 지난 7월에 발간됐다. 첫 작품 <왕좌의 게임>이 발표된 건 1996년이었다. 그리고 2007, HBOTV시리즈 제작이 논의됐다. 2011 4 17, 10부작 중 첫 회가 방영된다. 220만 명의 시청자가 TV 앞에 모였다. 그래프는 내려가는 법이 없었다. 6 19일에 방영된 최종회는 300만 명을 넘었다. <왕좌의 게임> IMDB의 역대 TV시리즈 순위 중 4위에 랭크됐다. 에미상 13개 부문 후보로 지명됐다. 피터 잭슨의 <반지의 제왕> 트릴로지에 비견될 반향이었다. 실제로도 그랬다. 이제야 한 시즌의 걸음마를 뗀 작품이 이처럼 성대한 환영을 받기란 드문 일이다. 마틴은 랭커스터 왕가와 요크 왕가의 왕위 쟁탈전이었던 영국의 장미 전쟁에서 모티프를 얻었다. TV시리즈의 제작과 각본을 맡은 데이비드 베니오프는 이를 중간계(middle-earth) <소프라노스>’라고 정의했다. 그러니까 <왕좌의 게임>은 악의 제왕을 물리치기 위해 벌이는 영웅전기가 아니란 의미다. <왕좌의 게임>웨스테로스라는 가상의 대륙에 있는 세븐 킹덤의 왕좌를 두고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판타지물이다. 스크린 너머의 가상의 세계는 흡사 중세 봉건주의 사회의 유럽을 옮겨놓은 것만 같다. 전쟁의 위협을 잊은 지 오래인 왕국은 태평성대 속에서 형성된 태풍의 눈 한가운데에 놓여 있다. 거대한 탐욕의 소용돌이는 드높던 명예를 목 베어 내걸고 조롱한다. 누군가는 이를 되살리기 위해 몸을 팔고, 어떤 이는 그 삶을 판다. <왕좌의 게임>은 이 거대한 세계관 속에서 꿈틀거리는 소돔과 고모라의 징후를 드러냈을 뿐이다. 선악의 대립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알을 깨고 나온 저마다의 욕망들이 눈을 뜨고 날개를 펼 때, 결국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웨스테로스의 여름은 지났다. 이제 본격적인 겨울이다. 냉혹한 전쟁의 계절을 그릴 2시즌 <왕들의 전쟁>은 내년 4월 봄에 방영된다.

 

(beyond 10월호 Vol.61 '2011 ENTERTAINMENT ICONS - BROADCAST')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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