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지 아니한가'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8.05.31 이기우 인터뷰
  2. 2008.05.30 황보라&유아인 인터뷰

이기우 인터뷰

interview 2008. 5. 31. 03:56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얼마 전에 드라마 <키드갱>이 종영됐다고 들었다. 최근 <두사람이다>를 비롯해서 자신이 출연한 영화와 드라마를 각각 한 편씩 끝냈는데 소감이 어떤가?
<키드갱>과 <두사람이다>의 촬영시기가 비슷했는데 그 때 우정 출연으로 <기다리다 미쳐>란 영화까지 3개를 같이 했었다. 그래서 너무 힘들었는데 끝나고 나니 후련하기도 하다. 그 뒤로 조금 쉴 시간이 있어서 가까운데 여행도 다니면서 쉬다가 지금은 홍보에 총력을 다하느라 다시 바빠졌다. (웃음)

여행을 좋아하나 보다.
집에서 쉬는 것도 좋지만 한번씩 여행 갔다 오는 것도 좋아한다.

처음 짝사랑으로 시작했다. 처음 출연한 <클래식>부터.
그렇지.

그런데 <키드갱>에선 결혼도 했다. (웃음)
내가 듣기론 원래 결혼 예정이 없었다더라. 원래는 아마 도희(빈우)랑 다른 사람이 연결될 예정이었는데, 빠듯한 일정 속에서 촬영되다 보니까 스토리가 바뀐 것 같다. 아마도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하려고 그랬던 것 같다.

그런데 개 좋아하나? 아까부터 눈이 자연스럽게 (인터뷰 장소에 있는 개한테) 가더라.
좋아한다.

덕분에 <해변의 여인> 생각이 났다. (웃음) 사실 그 때 개 끌고 다니는 청년은 예상밖이라 인상적이었다. <극장전> 생각도 났고, 그런 출연의 배경도 <극장전>과 무관할 것 같은데?
감독님은 <극장전>의 상원이가 감독을 지망하는 대학생 역할로 성장한 거라고 개인적으로 말씀해주셨다. 큰 의미는 없지만 전작과 연결되는 의미랄까.

올해 들어 본인의 이미지에 역행되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최근 <두사람이다>에선 과감한 어필이었던 것 같고, <좋지 아니한가>는 좀 깼다. (웃음)
약간의 반전이랄까. (웃음)

아주머니한테 접근하는 다단계 청년이라니. (웃음) 항상 건실한 청년으로만 생각했는데, 그래서인지 나름대로 신선했다.
방금 말한 것처럼 날 건실한 청년 이미지로 생각했던 분들이 <좋지 아니한가>나 <두사람이다>를 통해 다른 모습을 보고 당황스러워 하고 그로 인해 재미있다고 느낀다면 내게 그런 모습은 고소할 것 같다. 그 분들은 영화 속의 내 모습을 보고 재미있어 한다면 난 그런 날 보는 분들의 반응을 보고 재미있어 하는 거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두사람이다>가 <새드무비>이후로 두 번째다. 자신의 얼굴을 포스터에 내 건 영화는. 그런데 <새드무비>는 사람이 너무 많았고. (웃음) 여덟에서 하나보단 셋 중 하나가 더 낫지 않나? 확실히 비중이 커진 셈이니까.
내가 출연한 작품인데 불구하고 영화포스터에 내가 없는 경우가 태반이었기 때문에 그 동안은 무심결에 영화를 보다가 나를 발견해 준 분들이 반가웠다. 그 대신 이젠 내 얼굴을 간판으로 걸고 영화를 보게 될 분들이 생겼기 때문에 부담감도 조금 생기는 것 같다.

<두사람이다>는 기존의 작품들에 비해 출연량도 많았을 텐데.
드라마처럼 지속적으로 소화할 분량들은 일정한 에너지로 쭉 끌고 가야 한다면 <두사람이다>같은 경우는 굉장히 중요한 부분에서 뭔가 확실히 실어줄 수 있는 에너지가 필요했었던 것 같다. 사실 처음 시작할 때부터 부담됐다. 그 동안 해왔던 것들과 전혀 다른 모습이니까. 내가 그걸 한다면 과연 잘 어울릴까, 나랑 잘 매치가 될까, 그런 걱정을 되게 많이 했었다. 만약 안 어울린다면 배우로서 이건 정말 큰 타격이니까. 저 배우는 그냥 착한 동네 청년 같은 역할밖에 못한다고 낙인 찍힐까 봐. 그래서 시나리오 보면서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 스스로가 봤을 때 어떻게 생각하나. 본인에게도 색다른 모습이었을 텐데.
나도 브라운관이나 스크린을 통해서 내 모습을 쭉 봐왔지만 지금 같은 모습은 처음이다. 극적인 분위기 자체가 음산한 공포영화도 처음이고, 피를 묻힌 것도 처음이었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고, 그래서 어느 정도 만족하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내 눈에 계속 보이는 허점들을 보완해야겠단 생각도 든다. 그래도 한번 도전해봤기 때문에 잃은 것보단 얻은 게 더 많았던 역할이었던 것 같다.

새로운 모습을 통한 모종의 만족감도 있었겠다.
나에 대한 또 다른 자그마한 가능성을 발견한 것 같은 느낌이지.

그런데 <두사람이다> 현장에서 연장자 역할을 많이 했을 것 같다. 이런 경험도 거의 처음일 법한데.
그만큼 시간이 흘렀구나 싶더라. 데뷔한지 5~6년 정도 됐는데, <클래식> 때는 완전 막내였다. 스텝 분들도 다 형이었으니까. 그래서 막 형, 형, 그러면서 쫓아다니며 소주 한잔 받아먹고 그랬다. (웃음) 사실 그런 경우가 익숙했는데 지금은 어느덧, 나보다 어린 스텝들도 있고 심지어 <두사람이다>는 같이 하는 두 배우들조차 나보다 어렸으니까 묘하더라. 그렇다고 내가 그 두 사람보다 월등히 뛰어난 건 아닌데, 시간이 좀 흐른 탓에 은근히 맏형으로서의 부담감이 생기더라. 사실 난 현장 분위기가 재미있어야 촬영할 맛이 나는 편이다. 현장 분위기가 좀 삭막하고, 동료들 간에 불협화음이 있다던가, 사이가 안 좋으면 난 정말 못 하거든. 근데 <두사람이다>현장은 공포 영화지만 스텝들이 워낙 좋았다. 감독님도 밝은 성격이고, 촬영감독님, 조명감독님은 완전 밝은 분이셨고. 그에 잘 편승해서 스텝들과 촬영 중간중간 나머지 시간엔 잘 웃기도 하고, 떠들기도 하고, 그래서 부담감이 많이 줄었던 거 같다.

<두사람이다>가 첫 공포인데, 아이러니하지 않았나? 영화는 어두워도 현장은 밝으니까.
그렇지. 그런데 <두사람이다>의 스텝들이 모두 프로답다고 느꼈던 적이 많았다. 밥 먹거나 그런 쉬는 시간엔 다들 재주껏 놀다가 촬영이 들어가면 그 순간만큼은 정말 진지하게 영화에 대해서만 생각을 하는 것 같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영화란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작업이란 것도 깨달았지.

그런데 <클래식>에 캐스팅이 안 됐다면 군대 갔을 거란 이야긴 들었다.
인생이 바뀌었지. (웃음) 그 당시 내 친구들은 다 군대 갈 시기였고, 나도 날짜를 받아놓은 상태였고. 정말 우연히 <클래식>이란 시나리오가 내 손에 들어와서, 태어나 처음 오디션이란 걸 보고 <클래식>으로 얼굴을 알리면서 연기자의 길을 걷게 됐으니까.

그럼 그때 본격적인 연기자 준비를 했던 건 아니었나 보다?
모델 활동 하면서 생각은 가지고 있었다. 모델 활동을 좀 하다가 군대를 갖다 와서 일단 심리적으로 안정되고 뭔가 더 겪어본 다음에 배우를 해야겠단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그 당시 군대를 빨리 가려고 했었던 거고.

처음 카메라 대면할 때 어땠나?
진짜 완전 쫄았다. (웃음) 일단 내가 연극영화과 출신도 아닌 경영학과 출신이니 카메라를 경험한 적도 없었고, 그 당시엔 DVD같은 것도 없어서 영화 촬영 현장을 미리 접해볼 기회도 없었고, 일단 영화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도 전혀 몰랐다. 카메라가 어떻게, 무슨 렌즈가 어디를 얼마나 찍는지도 몰랐고. 그래서 난 무조건 전신이 다 나온다고 생각했다. 클로즈업이든 바스트건 상관없이. 그래서 전신이,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다 긴장한 상태에서 촬영했다. 종종 영화를 보면 배우들이 감독님한테 혼나는 경우 있잖아. 그래서 난 혹시나 그러지 않을까 싶어서 더욱 노심초사 긴장했었다. (웃음)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때 함께 출연했던 조승우 씨가 많은 조언을 해주지 않던가?
그때 승우 형이 사소한 것들이지만 누가 알려주지 않는다면 지금도 굉장히 헷갈릴 수 있는 것들에 대한 팁을 많이 줬다. 예를 들면 이렇게 대면하고 있는 씬에서 카메라가 날 찍고 있을 때의 시선 처리 같은 거, 그 사람이 카메라 오른쪽에 있으면 그 사람의 오른쪽 눈을 보고 이야기하는 게 좋다라는. 그리고 내가 감정이 심어져 있는 대사를 할 땐 승우형이 눈을 감아줬다. 자신의 눈빛을 보고 연기하는 배우가 혼선을 갖거나 시선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물론 대사는 제대로 쳐주지만 눈은 감고 있었던 거다. 그렇게 상대배우를 배려하는 어떤 방법도 배웠다. 그때그때마다 조금씩 팁을 주고 가는 거지.

별 거 아닌 듯 하지만 실속 있는 조언들이다. 그런데 배우이기 이전에 지니고 있던 꿈은 없었나?
아마 배우가 아니었다면 회계사나 세무사 쪽을 공부하고 있었겠지. 전공이 그 쪽이니까. 아니면 내가 약간 미술 쪽에 관심이 있어서 인테리어를 공부할지도 모르고. 그래서 원래는 미대를 가고 싶은 마음도 있었는데, 내가 머리 속에서 구상한 걸 꺼내서 실물화하는 작업인데 왜 정물화 시험을 봐야 하는지 그 당시엔 전혀 이해를 못했다. (웃음) 물론 기본적인 미술 감각을 테스트하는 것이란 걸 뒤늦게 깨달았지만 그 땐 공감이 안 갔던 거지. 왜 데생을 하고, 왜 아그리파상을 그려야 하는지. 그래서 사업가의 꿈을 안고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그렇다면 배우라는 길에 들어선 계기는 어디서 시작됐다고 생각하나?
중학교 때부터 학예회나 체육대회, 성당 발표회 같은 데 나가서 가수들 흉내 내면서 춤추고 노래하고, 그런 걸 좋아하는 편이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평소엔 얌전하다가 그럴 때만 그렇게 되더라. 그런 잠재된 끼가 있었나 보다. 그래서 중학교 때부터 막연하게 연예인이 되겠다는, 말 그대로 연기자가 아니라 연예인이 되고 싶단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연극영화과가 있는 예고에 시험을 봤다가 떨어졌다. 결국 서울고등학교에 입학했는데 그 땐 아직 어리니까 대학교가서 해봐도 늦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고등학교에서 친구들과 적당히 운동하면서 놀고, 적당히 공부해서 지금 대학에 입학했지. 한편으론 대학교 가면 나 스스로도 무언가 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고, 집에서도 약간 관대해질 것이라 생각했고. 그러다가 고등학교 때, 이창동 감독님의 <초록물고기>를 우연히 집에서 혼자 봤는데 너무 재미있게 봤다. 특히 한석규 선배님 연기에 감탄해서 마지막엔 펑펑 울 정도였지. 막연하게 연예인이 되보고 싶다는 생각이 조금 진지하게 바뀌는 계기였던 것 같다. 진짜 저렇게 한번 되보고 싶다는 생각을 지닐 수 있었던 계기. 그때부터 연기자라는 직업을 새롭게 인식했고 그에 대해서 계속 고민하고 생각했던 것 같다.

집에서 관대해 질 것이란 기대감은 그 당시 그런 일을 하는 것에 대한 반대가 있었다는 이야기인가?
요즘은 내가 활동하니까 부모님께서 종종 웃으면서 농담도 하시는데 ‘우리 집안에 그런 애가 한 명 나올 때가 되긴 했다.’란 말씀도 하셨다. (웃음) 사실 아버지께서도 키가 크시고 얼굴은 나보다 더 작다. 우리 집안 체형들이 다 길쭉길쭉한 편이라, 옛날부터 할아버지도 배우 하란 말을 들으셨단다. 그런데 그 당시는 ‘딴따라’라고 부르면서 사회적인 인식이 별로 안 좋았던 시절이라 생각도 못했었다고 한다. 또 우리 집안이 대대로 공무원 집안이다. 아버지께서도 공무원이시고. 그렇다고 집안에서 내가 이 일을 하겠다고 했을 땐 반대는 안 했다. 일단 부모님께서 내가 어렸을 때부터 터치는 잘 안 하시는 편이었다. 오히려 그 역할은 우리 집에서 다니던 성당에서 정신적으로 맡아준 거 같다. 지금 형이나 나나 부모님께서 맞벌이하실 때도 비뚤어지지 않고 자기 할일 잘 했던 게 성당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부모님께서는 우리한테 무언가를 던져서 맡겨주시면 그냥 지켜보신다. 그냥 지켜보시다가 크게 엇나갈 것 같으면 한마디 해주시는 정도. 그런데 정말 내가 나중에 가정을 갖게 되면 그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아버지의 교육 철학은 굉장히 좋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지금은 완전한 내 서포터시지. 아주 훌륭한 홍보 대사다. (웃음)

유전자의 영향인가. 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가 곱게 자란 느낌이다. (웃음) 반듯한 느낌이기도 하고. 그런 이야기 평소에 듣지 않나?
반듯해 보이는 건 우리 형이 좀 더 그렇다. 난 좀 모자람 없이 넉넉하게, 부유하게 자랐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종종 있다. 사실 겉보기만 그렇고 부모님들께서 키우시느라 고생을 많이 하셨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런 오해가 캐릭터에도 반영된 게 아닐까 싶다. 그걸 올 해 들어서 2번에 걸쳐서 깬 셈이고. 그리고 아닐 것 같은 사람이 그럴 때 충격은 2배가 된다는 점에서 그 2번의 연기는 효과적이었다. 동시에 이는 본인에게 연기의 영역을 더욱 넓혀준 계기가 됐을 법하다. 그런데 평소에 그런 연기적 변신에 대한 욕구가 없었나?
<야수>의 권상우 씨처럼 남자답게 멋있고 강인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역할이 굉장히 하고 싶고 부러웠던 게 사실이다. 그리고 그런 역할을 하면 관객들이 매력을 느끼는 것 같아서 늘 하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었지. 그런데 지금도 그런 강인한 역할을 연기하기엔 내가 좀 어리단 생각이 든다. 아직은 겉으로 풍기는 이미지도 남자다움보단 소년스러움을 많이 갖고 있는 것 같아서 그런 걸 스스로 잘 알기 때문에 도전을 못 했던 것 같다.

어쩌면 <두사람이다>이 그런 의미에서 어느 정도 자신감을 충족시켜주지 않았을까? 사실 <두사람이다>의 반전은 이야기보단 배우의 이미지가 깨진다는 점에서의 충격이 더 와닿았다.
내가 이 역할을 선택한 이유는 도전과제가 있는 역할이었기 때문이었다. 또 초, 중반부와 후반부에 달라지는 2가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으니까, 그것도 하나의 이유였던 것 같다. 한 작품 안에서 2가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으니까. 하지만 아예 처음부터 강인한 역할을 했다면 너무 부담스러웠을 거다. 그런데 중간에 늘 하던 역할이 섞여있어서 조금은 쉽게 결정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예전에 <혼자가 아니야>란 시트콤에서도 은근히 웃겼던 기억이 난다. <두사람이다>를 통해서 처음으로 공포 연기를 보여줬는데 그런 새로운 이미지를 보여준 만큼 새롭게 뭔가 해보고 싶다는 목표가 생길 법도 하다.
남을 웃겨도 보고, 울려도 봤는데 이젠 <두사람이다>를 통해서 공포감까지 줬다. 그게 배우가 해야 할 일인 거 같다. 근데 내가 남들을 진짜 제대로 울려 본 적은 없었다. 물론 우는 것도 마냥 슬픈 게 있고, 혹은 연민의 정으로 울 수 있는 거지만. 그래서 나중엔 좀 제대로 울려줄 수 있는 그런 역할도 해보고 싶다.

울리고 싶다고 하니 여자 많이 울리는 스타일은 아니었나 보다.
물론 아니지! (웃음)

농담이고, 그런데 혹시 싫어하는 사람과 잘 만날 수 있는 편인가?
난 싫어하는 사람과 안면 씻고 정색하는 성격은 못 된다. 그래서 그 사람의 언행이나 태도가 맘에 안 들어도 같이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옆에서 계속 말해도 난 그냥 ‘그래. 넌 그래라.’란 식으로 그냥 신경 끄고, 그 사람을 위해서 뭘 해 주거나, 정을 주진 않는 거지. 그러니까 다 받아주긴 하는데 선을 정확히 그어놓는다. 친해지려고 안 하는 편이랄까. 그래도 좀 친해진 사람하고는 장난 아니게 친해지는 편이고.

아무래도 <두사람이다>에서 연기한 캐릭터가 증오를 숨긴 인물이기 때문에 본인은 어떤 사람일까 싶었다.
내가 AB형이라서 그런지, (웃음) 내 감정을 숨기는 건 잘한다. 많이 싫어도 싫은 내색 잘 안하고, 많이 기뻐도 역시 마찬가지다. 물론 내 사람들 사이에선 많이 표현하지만, 정말 아닌 사람들 앞에선 적당히 하고. 근데 정말 키까지 큰데 그래 버리니까 싱겁다고들 하지. 그런 모습을 본 사람들이. 싱거운 놈이라고.

외모 때문에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아까 말한 반듯한 청년 이미지 때문에. (웃음) 그런데 얼마 전, 모 TV프로에서 스스로 텔레마케터를 했다고 고백했다던데.
그게 모델 활동 시작할 무렵, 그러니까 2001년도 쯤에 스키를 장만하고 싶어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텔레마케터도 해보고, 아파트 공사 현장에 보일러 설치하는 것도 해보고, 아르바이트 많이 했다. 커피숍에서 알바도 했고, 이것저것 많이 했다.

커피숍 다닐 때 고정 팬 확보 좀 되지 않았을까? (웃음)
사실 그 때부터 조짐이 보였던 거 같다. (웃음) 나이 많은 누나들 있잖아, 그 당시에 내가 대학교 1~2학년 때였는데, 3~4학년 정도 되는 그런 누나들이 종종 쪽지도 주고. (웃음)

갑자기 <좋지 아니한가>가 떠오르는데. (웃음) 어쨌든 올 해 예년에 비해 많은 활동 중이다. 나름대로 얻은 것도 많을 것 같은데.
가장 좋았던 건 사람들을 많이 얻었다는 것. <키드갱>을 통해 손창민 선배님이란 대배우와 어울리면서 함께 웃고, 힘들 게 촬영했던 것만으로도 고맙고 그런 기억들이 아마 평생 남을 것 같다. 물론 건달이 좋은 이미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그전에 연기한 지극히 착해고 로맨틱한 남자들보단 훨씬 인간적인 냄새가 많이 나는 역할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칼날이란 역할에 굉장히 많이 동화된 것 같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이도 직접 돌보고.
아기도 좋아하는 편인데, 예준이가 너무 예뻤다. 그래서 나뿐만 아니라 다들 너무 예뻐했지. 아기가 울어야 할 때 울고, 웃어야 할 때 웃고 심지어 심각한 표정까지 지어버리니까 다들 감탄했지. 나도 빨리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더라.

약간 이른 질문일지 모르지만 미래의 가족 계획 같은 건 없나?
난 결혼을 일찍 하고 싶었다. 사실 내 목표는 28살에 결혼 하는 거였다. 사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가장 왕성할 때가 이십 대 후반이라고 생각한다. 그때 아이를 가져서 그런 가정 안에서 내 생각들을 정리하고 뭔가 안정된 자세로 매진하고 싶은 마음이었던 거지. 우리 아버지께서 스물 여덟에 장가를 가셨다. 공무원 임용고시 붙자마자 장가를 가셨는데 장가를 일찍 가셔서 형이랑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편이 아니다. 근데 그게 너무 보기 좋았다. 한편으론 아버지를 닮고 싶단 생각이 많아서 그러고 싶었는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이젠 늦었지.

<두사람이다>에서 ‘찌르는 사람이 있으면 찔리는 사람이 있다’는 대사가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본인은 누굴 찌르는 편인가, 누군가에게 찔리는 편인가?
사람들이 보통 이기적인 거 같다. 그래서 찔리는 건 아는데 찌르는 걸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자기도 모르게 누구를 찌르긴 찌른 것 같은데, 자기 자신은 남으로부터 찔린 것만 기억하고자 하는 심리가 있지 않을까. 나도 그 대사를 보면서 살아가면서 나도 모르게 누군가를 찌른 경우가 분명히 있었을 텐데 싶더라. 친구들과 어울리는 순간에 나도 모르게 말실수를 해서 나도 모르게 상처를 주는 순간이 있었을 텐데, 그런 생각들을 하니까 좀 더 말과 행동을 신중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리고 공인이기도 하니까.

관계에 대한 생각을 한번쯤은 하게 되는 영화인 것 같다. 그렇다면 자신에게 소중한 두 사람은 누구인가? 혹은 자신이 배우가 되는데 가장 기여한 두 사람은 누구라고 생각하나?
가장 소중한 두 사람은 아버지, 어머니. 그건 내가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아마 부지부동이었을 거다. 배우가 된 것도 모두 그분들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처럼 집안에 대한 걱정이나 고민 없이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매진할 수 있게 환경을 잘 만들어준 것도 부모님 덕분이니까. 언젠가 아니, 언젠가 라기 보단 이건 계속 갚아나가야 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작게든, 크게든.

이제 첫 영화로부터 5년이 지났다. 그 동안에 출연한 영화들이 쌓였는데, 그 중 자신이 배우가 됐음을 실감한 작품이 뭔가?
내가 처음으로 배우를 하고 있긴 있나 보다 했던 게 <극장전>이었다. 그 전까진 연예인이란 타이틀이 어울렸다면, <극장전>덕분에 홍상수 감독님과 작업하고 나니 영화계에 계시는 분들이 배우라는 타이틀을 걸어주는 것 같더라. 감독님께서 날 믿고 캐스팅해주신 덕분이고 그 덕에 생애 첫 영화제가 칸 영화제가 되기도 했다. 내 인생에 있어서 배우라는 타이틀을 걸어준 건, <극장전> 그리고 홍상수 감독님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엄청난 인연이자 행운이다. 그렇다면 홍상수 감독님이 자신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했을 법도 한데.
나도 그게 의아했다. 왜 나일까? 그리고 홍상수 감독님은 예쁘거나 잘 생긴 배우조차 일상적으로 만들어서 표현하고, 그로부터 어떤 독특한 향을 느끼게 하는 영화를 만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키만 멀대 같이 크고 어린 날 뭘 보고 캐스팅하시나 생각했다. 촬영을 하는 중간중간에도 그런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촬영은 정말 재미있었고 그러다 보니까 결과물에 대해서 궁금증도 생기고 기대감을 갖게 됐다. 그리고 후에 완성된 영화를 보고 나서, 이래서 날 캐스팅 하셨구나 싶더라. 키 크고 트렌디한 느낌의 이기우를 옆집 수험생 같은 느낌으로 완전히 탈바꿈 시켜 주셨다.

지금까지 행보를 보면 차근차근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는 느낌이다.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영역을 개척하는 듯한데, 앞으로 자신의 타이틀을 걸고 싶은 욕심은 없나?
시기라는 게 있는 것 같다. 내가 10편 가량의 영화를 하면서 현장에서 습득할 수 있는 기술이나 인간관계를 맺는 이런 것들도 다 시기에 따라 다른 것 같다. 처음은 호기심에서 출발하고, 중간은 알아가는 재미였지만 이젠 배우로서 너무 당연하고, 반드시 해야 되는 과정이 된 것 같다. 그리고 그걸 깨닫게 된 순간부터 난 한 영화의 주인공이 될 자격도 갖추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쯤 그걸 하면 참 좋지 않을까, 싶은 마음도 있다. 시기적으로 볼 때 10편 정도가 적은 편수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애초에 한두 편의 영화로 확 뜨는 스타가 되기보단 작게나마 조금씩 덧댄 이미지를 보여주는 게 내 계획이었거든. 조금씩은 계획대로 되가는 거 같다. 그래서 이젠 주연에 대한 욕심도 조금 생긴다.

혹시 정말 해보고 싶은 역할이나 함께 작업하고 싶은 감독이 있나?
예전에 <극장전>할 때, 이십 대 중반에도 종종 이야기했었지만, 군대 갔다 오고 서른 넘어서 홍상수 감독님 영화에 한 번 더 출연해보고 싶단 생각은 지금도 변함없다. 그리고 지금 원래 내가 촬영에 들어갈 영화가 있는데, 차승원 선배님과 한석규 선배님이 출연하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란 작품이다. <키드갱>의 칼날이 좀 진중한 역할이었다면, 거기선 좀 껄렁껄렁한 역할이다. 그런 역할을 지금 내 나이일 때 하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을 했다.

처음 데뷔했을 때가 23살이었는데, 그런데 지금은 서른 되기까지 3년 남았다. 서른 되기 전까지 이루고 싶은 목표 같은 건 없나?
벌써 그렇게 됐다. 생각도 못했는데. (웃음) 배우로서 영화를 만드는 분들이나 관객들한테 영화인이라는 것을 각인시켰으면 좋겠다. 이기우는 영화를 계속 할 사람이란 확신을 주거나 영화를 계속 해줬으면 좋겠단 바람이 남을 수 있는 배우. 사실 그건 서른 살이 아니라 마흔 살, 쉰 살까지 가지고 가야 할 목표인 거 같다. 끊임없이 수요가 있어야 공급이 있는 거니까, 이기우에 대한 수요를 느끼게 할 그런 작품들을 많이 하고 싶다.

(무비스트)

'inter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손병호 인터뷰  (1) 2008.05.31
장근석 인터뷰  (0) 2008.05.31
윤진서 인터뷰  (0) 2008.05.31
차수연 인터뷰  (0) 2008.05.31
김보경 인터뷰  (0) 2008.05.31
Posted by 민용준
,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내일이 개봉이네. (이 인터뷰는 <좋지 아니한가>의 개봉 전날인 2월 28일에 이뤄졌다.) 보라와 아인이 이름이 내걸린 첫 영화인데 긴장되지 않아? 언론 시사 때도 긴장한 눈치던데?
황보라(이하 '황'): 지금도 역시 긴장되긴 해! 그런데 최근 인터뷰를 자주 하니까 긴장이 좀 풀리는 것 같던데? 언론 시사 때보다는 훨씬 나아졌지. 일단 개봉한다 생각하면 기분 좋은 것 같아.
유아인 (이하 '유'): 긴장이 안 되기보단 실감이 안 나나봐. 당장 내일 개봉이라니..
황: 오늘 개봉하는 곳도 있다던데!

하루 정도 일찍 개봉하는 극장도 있더라고. 근데 어쩌다 연기를 하게 된 거야? 어려서부터 연기가 꿈이었어? 아님 우연찮은 입문?
황: 배우가 되겠다고 어렸을 때부터 생각한 건 아닌데..종종 가슴 찡한 소설책보면 이런 감정을 내가 잘 표현할 수 있겠다 느꼈던 것 같아. 그러다 내가 살던 부산에서 서울로 이사를 왔는데 덕분에 막연하던 꿈이 이뤄졌지.
유: 애초에 연기를 염두에 둔 적은 사실 없었어. 원래 고등학교 시절엔 미술을 하기도 했고. 그러다 흔히 말하는 길거리 캐스팅을 통해 픽업되고, <반올림> 오디션을 통해 시작하게 됐지. 연기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건 연기를 하면서부터인 것 같아. 연기를 해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연기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은 없어. 일단 대구에서 살았으니까 실감할 수 없었을지도 모르고..

아인이는 노동석 감독님의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에도 출연했지? 근데 <반올림> 이후라 생각하니 좀 의외인데?
유: 사실 <반올림>이후, 공백 기간동안 많이 고민했어. 그러다 좋은 감독님만나서 좋은 영화를 하게 된 셈이지. 물론 <반올림>도 큰 공부였지만, 그것보단 내가 염두에 둔 연기의 방향은 그게 아니었지. 나름대로 좋은 계기였고 잘 했다고 생각해. 일단 그렇게 생각하니 갑자기 내 자신에게 칭찬을 해주고 싶은데? (웃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떻게 찍게 된 거야?
유: 일단 감독님을 만났지. 특별히 오디션이나 리딩 과정은 없었어. 그냥 감독님과 30분 정도 대화 나누고 그러다 영화 찍게 되었어. 생각보다 특별한 것은 없었지? 그런데 말이야. 솔직히 만약 지금도 어떤 작품을 위해 오디션을 보게 된다면 꽤나 떨게 분명해. 남한테 민망할 정도로. 난 아직도 그런 건 쉽지 않나봐. 어쩌면 특별한 오디션이 없었던 게 내가 그 영화에 출연할 수 있었던 특별한 배경이었을지도 몰라. (웃음)

보라는 연기자이기 전에 CF로 유명해졌잖아. 일단 연예인이니까 유명해지는 건 중요한 일이야. 하지만 그것 때문에 속상한 일도 있을 것 같은데?
황: <좋지 아니한가>를 찍으며 많은 걸 느꼈어. 과거 모 라면 CF로 사람들이 나를 알게 되었고 그 이미지를 통해 ‘그것이 황보라야!’라고 쉽게 말해버려. ‘황보라는 엉뚱한 이미지!' 이런 식으로. 그건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불만이야. 예를 들면 김혜수 선배님이 <타짜> 정마담의 섹시한 이미지를 쉽게 연기했을 것이라 사람들은 생각하지. 하지만 알고 보면 김혜수 선배님도 그 연기를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해. 그런데 관객은 원래 김혜수 씨가 원래 섹시해서 정마담이 나오는 것이라 생각하잖아. <좋지 아니한가>의 용선이도 사실 내가 아닌데..

맞어. 당연하다는 듯이 말야.
황: 당연하다는 듯! 맞아! 그렇게! <좋지 아니한가>의 용선이를 보고 ‘딱 황보라네!‘라고 말하는 것이 말야! 그래서 좀 답답해. 물론 이런 마음을 일일이 관객에게 설명을 통해 설득시킬 수는 없을테니 다음 작품을 통해 다른 면을 보여주는 것이 내 몫이자 욕심이야. <좋지 아니한가>는 나름대로 노력을 했고, 많이 깨지기도 해서 애착이 가는 작품이라 내가 쉽게 연기했을 것이라 생각한다면 속상해. 과거 CF 이미지가 너무 강한 탓도 있나봐.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러게. 아직 보라는 보여줄 게 많을텐데.
황: <좋지 아니한가>의 용선이가 되기 위해 나름대로 많이 고민하고 내 자신을 부수기도 하고..별 짓을 다했는데..쉽게 이야기되어 버리는 건 싫어.

노력을 안 해도 자연스럽게 나온 것처럼?
황: 응!

그렇다면 보라와 아인이는 스스로가 어떤 사람이라 생각해?
황 : 난 나를 모르겠는데?
유 : 역시 나도 잘 모르겠어. 음..그냥 영화 속 모습인 것 같아.
황 : 맞어! 영화 속 모습! 솔직히 자기 성격을 어떻게 알겠어?
유 : 왜 따지고 그래? (웃음) 싸우겠어! (웃음)

앗! 미안. 그냥 물어본 건데. (웃음)
황 : 아니, 따진 거 아냐~~. (웃음) 나도 나를 모르는 게 많아. <좋지 아니한가>에서 달의 이면을 볼 수 없듯이. 그래서 전면적으로 드러난 모습만 보고 나를 쉽게 생각한다는 것이 납득이 안 갈 때가 많은가봐. 나도 살아가며 알게 되는 내 자신이 신기할 때도 많아. 내 인생이 말 그대로 라이브지! (웃음) 가끔은 스릴있다고 생각도 해. 어쨌든 쉽게 단정 지어 말하긴 힘들어.

내 질문이 막연했나 보다. (웃음) 그런데 <좋지 아니한가>로 둘은 처음 만났지?
유 : 사실 촬영 중에 우리 별로 안 친했어. (웃음)

지금도? 그래도 가까워진 것 같은데.
유 : 지금은 친하지. 하지만 촬영 전부터 끝나기까지는 별로 안 친했어. 영화 속 용태와 용선도 그다지 친한 사이가 아니고.
황 : 우리가 캐릭터에 상당히 열심히 집중을 했지! (웃음)
유 : 캐릭터에 너~무 빠져들었지. 우리가.
황 : 그랬지. 너~무 빠져들었지.
유 : 응. 그런데 생각해보니 썩 그렇다기 보다도~~(웃음)
황 : 뭐~야~!(웃음)

그랬구나. 그런데 <좋지 아니한가>는 영화를 보기 전엔 코믹영화라고 생각할 것 같은데 생각보다 단순한 영화는 아니지 않아? 인물간의 관계도 그렇고. 처음 시나리오를 받을 때 쉽게 이해가 됐어?
유 : 일단 처음에는 그냥 재미있게 봤어. 다시 한 번 보니 극 속의 인물들의 상황이 좀 와 닿는 것 같던데?
황 : 나도 보면 볼수록. 나는 솔직히 촬영하며 몰랐던 부분을 인터뷰나 시사회를 통해 되게 많이 느꼈어. 진짜 솔직히 한때는 내 캐릭터 이외의 인물들에 대해서는 잘 몰랐어.
유 : 그건 보라가 몰라도 상관없었을걸! (웃음)
황 : 아. 그래?
유 : 용선이가 용태의 비밀을 알 필요는 없잖아. 어차피 다 개인적인 이야기니까.
황 : 아. 그런 건가? (웃음) 아무튼 뒤늦게 미안한 이야기지만 나는 솔직히 진짜 몰랐는데. 일단 나는 내 캐릭터 이해하기도 벅차서 크게 신경을 못 썼던 것 같아. 그런데 인터뷰하거나 완성된 영화를 보고 나서 조금 알게 되었지. 소품 하나하나에도 의미가 있더라구. 내가 좀 어리석어서 그래. (웃음)

자학하진 말고. (웃음) 이야기만큼이나 캐릭터들도 범상치 않아. 특별히 감독님께 지도를 받았겠지?
황: 난, 늘~ 지도받고! 늘~ 혼나고! 늘~ 고민하고! 되게 많이 깨졌어! (웃음) 아마 모든 배우들 중에 제가 제일! 아인이는 뭐 잘 하니까. 사실 내가 시트콤이나 광고 같은 이미지가 강해서 감독님도 우려가 많았데. 배우들도 많다보니 내가 오버해서 튀려하지 않을까 걱정했대. 그래서 좀 힘들었지. 표현하지 못한다는 것. 나를 누른다는 게. 나를 튀어보여서는 안되니까. 처음에는 답답하고 속이 꽉 막히는 기분이었다. 이걸 내가 지금 하는 건지, 하지 않는 건지. 사실 마지막 촬영에 되어서야 용선이를 알 것 같더라구. 그래서 아쉬웠어. 아무래도 그래서 감독님이 나를 많이 혼내고 가르쳐 주셨겠지?
유 : 용태는 엉뚱하기도 하고 진지할 때도 있지. 일단 연기하며 고민한 부분은 오버하거나 과장하지 않는 것이었어. 영화의 목적이 웃기는 건 아니었으니까 본인은 진지할 필요가 있었던 거지. 하지만 장치적으로 웃기거나 과장해야 되는 연기가 필요한 부분이 있더라. 캐릭터의 그런 모습까지 나 자신에게 진심으로 이해되게 설득하는 것이 조금 어려웠어. 예를 들면 내가 김혜수 선배님에게 "내가 왕이었소"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 장면을 스무 번도 넘게 테이크를 갔었지. 대선배를 앞에 두고! 물론 그때 감독님이 "더 (진심으로 이야기)해"라고 요구하셨는데 난 그게 너무 힘들었나봐. 내가 거기까지밖에 못해서.
황: 난 '눌러! 눌러!' 아인이는 '더해! 더해!' (웃음) 그래도 아인이는 잘 했어.
유: 잘하긴 뭘! 창피해죽겠어. (웃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천호진씨, 김혜수씨, 박해일씨 등. 대선배들이지? 일단 영광이었겠지만 부담되진 않았어? 둘 다 신인이고 어리니까.
유 : 일단 영광이었고 좋았지. 사실 팬의 입장으로서 볼 수 있다는 마음에 설레기도 했어. 처음 볼 때는 떨리기도 했지. 하지만 “부담스럽지 않을까. 내가 과연 잘 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도 있었지. 하지만 너무 좋으신 분들이고 편안하게 대해주시더군. 배려가 깊으신 분들이었어. 그러면서도 그리 티내시는 것도 아니고. 일단 질문처럼 둘 다 어리고 신인이니까 기죽고 주눅 들기 쉬웠을 텐데 선배님들께서 배려를 잘 해주셨어. 그냥 크게 울타리를 쳐 놓고 ‘마음껏 뛰어놀아라’ 하신 것 같아. 물론 제대로 뛰어논 건지는 잘 모르겠어.

나름대로 잘 뛰어논 것 같은데? (웃음) 혹시 그럼 특별히 친해진 분은 없어?
유: 사실 특별하게라고 말할 수가 없는 게 다 가족이었잖아! (웃음) 보라누난 사실 나보다 연상인데 동생 같아. 내가 예의 없는 건가?(웃음)

일단 <좋지 아니한가>에서도 그랬고. 왠지 보라가 아인이보다 동생같아 보여!
황 : 다~! 다~들 그래! 물론 내가 어려 보여서겠지? (웃음)
유 : 그래도 나보다 어려 보이진 않잖아! (웃음)

일단 뭐 보라는 흔히 말해 동안이고 아인이가 진지해보여서 아닐까? 기존 이미지도 그랬고.
황 : 사람의 이미지라는 게 참 쉽게 굳어버린다니까. 하긴 어쩌면 그래서 알아갈수록 재미있고 신비한 일인 것 같아!
유 : 감독님도 아마 그런 부분을 보고 캐스팅 했을 거야.

둘 다 현장에서 막내였잖아. 나름대로 선배님들에게 재롱도 떨고 분위기 좀 띄우지 않았어?
유: 보라 누나가 많이 했지. 난 솔직히 재롱같은 건 잘 못해서.
황: 내가 그냥 애교 있게..
유: 워낙 밝고 명랑하니까 현장의 분위기 메이커였지.
황: 그런데 분위기 메이커하다가 연기들어가면 주눅 들고, 혼나고. (웃음) 혼자 막 신나서 ‘제가요~저번에요~.’ 이렇게 아양떨다가 '큐!’들어가면 완전 입 다물고 굳어버리고. (웃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좋지 아니한가>에서 각각 누군가를 좋아하잖아? 아인이는 원조교제를 하는, 용태말에 따르면 ‘우주에서 제일 나쁜 년’을 사랑하지. 혹시 그런 여자 좋아할 수 있다고 생각해?
유 : 그럼!
황 : 진짜? 원조교제를?
유: 좋아질 수 있지! 원조교제했다 해서 그 사람이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은 건 아니잖아. 사랑하면 그런 것도 감싸줘야 돼.
황:그건 아직 네가 어려서 그래. 그게 솔직히 쉽니?
유 : 그래도 그거 하나 때문에 그 사람을 사랑하지 못할 일이라고 생각하진 않아. 내가 사랑하니까 그 사람이 그런 일을 못하게 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해!

워~워~. 둘 다 싸우지는 말고. (웃음)
황 : 난 경호 선생님같은 사람은 좋아할 수 있을 것 같아!

박해일 씨가 연기한 캐릭터? 용선이가 경호 선생님을 은근히 연모했잖아. 그래서 아마 양동이도 뒤집어썼겠지? (웃음) 혹시 실제로 학창시절에 선생님 좋아해본 적 있어?
황: 음..없었어. 학창시절에 누구 좋아해 본적이 없어. 그게 내 인생의 한이랄까. 10대에 사랑 못해본 것. 그 때의 감정이랑 지금 20대의 감정은 분명 틀릴텐데.

그렇지. 그럼 말야. 어차피 사랑이라는 건 나이에 구애되는 게 아니잖아. 혹시 누구 진~짜 많이 좋아해본 적 있어?
황 : 그럼. 있지. 물론. 없다면 거짓말이지.
유 : 당연히 있어야지.
황 : 난 사랑할 때는 굉장히 진지하고 확 빠져버려. 아무것도 못할 정도로 헌신하는 스타일이야. 그래서 사실은 겁이 나곤 해. 내가 날 잘 아니까. 하지만 난 사랑 없이 살지 못하는 아이야.

첫 사랑은 언제였어?
유 : 나는..열일곱? 한 5년 전쯤?
황 : 나는 늘 만나는 사람에게 첫사랑이라고 하는데..아! 있다!! (웃음) 우리 아버지! 나는 우리 아버지가 내 이상형이야! 얼마 전에 <1번가의 기적>을 봤는데 하지원씨가 아버지의 영혼을 보는 장면 있잖아.

거의 마지막 즈음에?
황: 응! 거기서 하지원씨가 ‘난 아빠가 내 첫사랑이고..’ 하면서 우는 장면. 암튼 그 장면 보면서 통곡을 하듯이 울었다니까! 내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아서. 사실 상영 전까지만 해도 극장에서 모자 푹 눌러쓰고 안경까지 낀 채 나 아닌척했지. 그리고 ‘내가 어제 <좋지 아니한가>를 봤는데 그게 그렇게 재미있다며!’라고 일부로 크게 떠들고. (웃음) 근데 그 장면 보면서 완전 ‘엉~엉~’ 울어버린 거야. 그래서 아마 사람들 다 알았을걸. 완전 깼지. (웃음) 암튼 내 첫사랑은 아버지야. 난 항상 그렇게 생각했어.

<좋지 아니한가>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야. 혹시 둘 다 각각 자신의 가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황 : <좋지 아니한가>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솔직히 우리 가족이라고 생각했어. 근데 VIP시사회 때 어머니가 영화를 보시곤 ‘딱 우리 가족이네’라고 하더라구! 진짜 비슷한 부분이 많아. 사실 나도 태어나서 부모님께 사랑한다는 말을 해본 적이 없거든. 부끄럽기도 하고 무뚝뚝해. 난. 그런데 무관심한 척할 뿐,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잖아. 비슷해. 우리 가족이랑. 감독님께서 ‘이해하려 하지 말고 인정해라’라고 하셨어. 만약 영화처럼 아버지가 원조교제 의혹을 받게 되면 가장 열 받는 건 딸이라 생각해. 그래서 용선이가 쪽팔리고 죽고 싶다을 것 같단 생각을 했어. 그런데 나 지금 질문에 맞는 대답하는 건가? (웃음)
유 : 나도 마찬가지인 것 같은데. 그냥 가족 중에 특별히 나만 그런 것 같아. 나만 동떨어져 있는 것 같고. 나만 관심에 벽을 치고 있는 것 같고.

대화를 자주 나누지 못하는 건가?
유: 어려서부터 떨어져 살기도 했고..어쩌면 내가 가족을 방관자의 입장으로 보는 것 같아. 부모님이 아니라 내가 말야.
황 : 왕따 들은 늘~ 그래.(웃음) 자신이 남들을 왕따 시킨다고 생각하지. (웃음)

사용자 삽입 이미지
혹시 가족의 은밀한 비밀을 알았던 적 없어?
유: 그건 그야말로 비밀인데 어떻게 말해!
황: 맞아. 비밀인데!

아하! 그렇겠구나. (웃음) 내가 너무 생각없이 질문한 건가? (웃음)
황: 힝~. 우린 지금 이례적으로 최대한의 집중을 하는 건데. 원래 우리 집중 잘 못한단 말야~. (웃음)

그럼 나도 정신 차려야지. (웃음) <좋지 아니한가>는 아마 보라와 아인이한테 큰 계기가 될 지도 몰라. 영화배우로서 본격적으로 처음 이름을 알리는 거잖아. 기대되진 않아?
황: 난 첫 작품이기도 하지만 왠지 지금 모든 걸 처음 시작한다는 기분이 들어. 내가 은근히 방송생활은 오래되었거든. 이래 뵈도 2003년 공채 탤런트 출신이잖아. 활동을 하고, 쉬고, 다시 하고, 쉬고, 이런 식의 반복이었지. <좋지 아니한가>를 하면서 느낀 건 내가 세상에 많이 물들었고, 때가 많이 묻었구나라는 것이랄까? 모르면 모른다 말하고 잘 하는 척 안해도 되는데 연기를 잘 하지도 못하면서 잘 하는 척을 했던 것 같아. 이번 영화를 하고 나서 솔직히 내가 연기를 알았다고 감히 말할 수는 없는 것 같아. 아직도 모르는 것투성이지. 그런데 가장 중요한 건 다시 백지가 된 것 같다는 것. 그거 하나로도 굉장히 큰 것을 얻었다고 생각해! 난 <좋지 아니한가>가 황보라라는 배우로서의 첫 스타트라고 생각해!
유: 일단 촬영 중에 큰 공부를 했지. 그런데 이제 시간이 많이 지나고 개봉을 앞두게 되니 그 때 느꼈던 것들이 다시 실감나지 않아. 그냥 작년에 촬영할 때, 많이 행복했고 내가 느낄 수 있는 많은 것을 느꼈나봐. 현실적으론 개봉 후 얼굴이 많이 알려질지 모르고 그렇다면 연기 생활을 수월하게 할 수 있겠지. 그냥 뭐..그것뿐야.

아직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이제 어린 나이도 아냐. 성인 연기에 대한 고민도 해볼 만하지 않아?
황 : 난 일단 축복이라고 생각해. 임수정씨도 동안이라 어린 연기를 많이 하잖아. 이 나이에 어린 연기를 하는 것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그런 고민보단 이미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근데 나 또 질문하고 벗어난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 (웃음)
유 : 아까도 헷갈리더니! (웃음)

내가 질문을 어렵게 하나? (웃음) 암튼 보라도 동안이잖아.
황 : 그래. 맞아! 동안이니까 동안연기 하는 거지! (웃음) 얼굴도 늙으면 나이 든 역할 하겠지. 뭐.
유 : 그니까 성인 연기에 대해 고민하는 거야! 안하는거야!
황 : 별.로? 쳇! 그럼 아인이 넌 하냐?
유: 나? 나도...없는 것 같은데.. (웃음)
황: 우린 그냥 어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현실에 감사하고 있지! (웃음)
유: 근데 걱정되는 건 일단 지금은 무리겠지만 혹시나 당장 멜로 영화의 주인공이 된다는 건 불가능할 것 같아.
황: 왜? 뭐가 불가능해?
유: 그건 내가 그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건 아니고 외적으로, 내적으로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게 성숙하면 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하거든. 만약 준비가 되었는데 할 수 없다면 그땐 조바심이 나겠지? 지금은 그냥 이 나이에 고등학생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로도 행복하다고 생각해.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쨌든 보라나 아인이는 가능성이 많은 나이야. 많은 것을 어필하면 미래를 위해 도움이 될지도 모르고. 혹시 어떤 연기자가 되고 싶다는 포부같은, 그딴 거 없어? 누굴 닮고 싶다던지.
유 : 사실 연기자가 다른 누군가를 목표로 삼고 좇아갈 수 있지만 그것은 단지 그 사람의 연기보다는 이미지가 아닐까? 연기에는 왕도가 없잖아. 그래서 목표라고 말하긴 애매한 것 같아. 만약 누군가가 되고 싶었는데 진짜 그렇게 돼 버리면 어떡해. 그건 그 사람도, 나도 당황스러운 일 아닐까? (웃음)
황 : 난~! 사람들이 보라를 생각하면 하트가 생각나는 배우가 되고 싶어.

하트?
황 : 사랑말야. 난 김혜수 선배님을 존경하는데 함께 영화를 하며 느꼈지만 이미지가 다가 아니야. 정~말 사랑이 많아! 그래서 나도 사랑을 베풀 수 있는 연기자가 될 거야. 모든 감정은 사랑 안에서 나오고 사랑은 모든 연기의 기초라고 생각하니까 생각하거든. 그래서 난 하트가 생각나는 보라가 되고 싶어.
유 : 또 원하는 답변이 아닌 것 같은데~. (웃음)
황: 그런가? 죄송합니다~. (웃음)

아냐. 괜찮았어. 일단 보라나 아인이나 본격적으로 출발한다는 것만으로도 좋지 아니한가 싶은데.
황: 와아~
유 : (정윤철) 감독님 개그인데. (웃음)
황: 맞아! 시사회때 했던! (웃음)

이런~들켰군. (웃음) 어쨌든 <좋지 아니한가>가 필요하다 생각되는 관객있어?
유 : 일단 모두가 본다면 좋겠지.
황 : 진짜! 모두가!
유 : 인간관계에 대해 고민에 놓여 있는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어. 굳이 가족에 대한 문제뿐만 아니라, 사랑이 되어도 좋겠지. 감독님은 연예인들이 봤으면 좋겠다고 하시던데?
황: 진짜?
유: 응. 어쨌든 인간관계의 문제 속에 놓인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어. 만약 보고나면 그런 고민들이 담담해지거나 그로부터 쉬어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해.
황 : 맞는 말씀이에요. 동의합니다. (웃음)

어쨌든 이번 영화가 보라와 아인이한테 정말 ‘좋지 아니한가’ 싶길 바래!
황 : 아하~~~또 감독님 개그!!! (웃음) 암튼 고마워!
유 : 감사!

(무비스트)

'inter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정해 인터뷰  (0) 2008.05.30
민지혜 인터뷰  (0) 2008.05.30
지진희 인터뷰  (0) 2008.05.30
강예원 인터뷰  (0) 2008.05.29
이상일 감독 인터뷰  (0) 2008.05.29
Posted by 민용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