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기러기 같은 영혼의 허기를 채우고자 사람들은 바삐 친구를 맺고 댓글을 단다. 하지만 필요할 땐 잠시 고독해도 좋다. 고독이야말로 당신의 외로움을 치유할 비상구다.
‘세상에 홀로 떨어져 있는 듯이 매우 외롭고 쓸쓸함.’ 고독의 사전적 정의다. 그리고 독일 출신의 신학자 폴 틸리히는 말했다. “’외로움’이란 혼자 있는 고통을 표현하기 위한 말이고, ‘고독’이란 혼자 있는 즐거움을 표현하기 위한 말이다.” 어쩌면 고독이란 감당할 수 있는 외로움일지도 모른다. 외로움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부딪힐 때 고독은 비로소 자유가 되고 유희가 된다. 완전히 혼자가 될 수 있다면 오히려 삶은 가벼워질지도 모른다.
사실 우린 너무 많은 관계에 둘러싸인 채 살아간다. <피로사회>는 성과주의에 찌든 채 극단적인 피로감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을 진단한 책이다. 독일의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 중인 한병철 교수가 집필한 이 서적은 2010년에 이미 독일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뒤, 지난해 한국에서도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현대인은 피로하다.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이뤄야 할 것이 많다. 성취를 위한 관계 맺기에도 연연해야 한다. 그렇다면 한가지 질문. “당신은 당신과 관계하고 있습니까?” 수많은 관계 속을 전전하는 우린 정작 나 자신과 소통하고 있습니까? 만약 그렇다면 당신은 진짜 고독을 아는 사람일 게다. 고독이란 고립이나 결핍으로 정의할 수 없는, 나 자신을 위한 충만과 고뇌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OECD 국가 중 8년째 자살률 1위를 수성 중인 대한민국은 외롭고 지친 사회다. 고독이란 말이 사치처럼 들리는 건 우리가 진짜 외로운 사람들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라고 했다. 진단과 치유가 필요하다. 감추고 숨겨야 할 것이 아니라 드러내고 기꺼이 도움을 청해야 할 일이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야 있다 해서 외롭지 않을 리 없다. 외로움이란 되레 군중 한가운데서 새어 나온다. 벼락처럼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물처럼 스며들어 마음을 잠식한다. 만약 그 외로움을 견딜 수 없다면 당신은 고독한 사람이라기 보단 마음의 병이 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다양한 네트워크 속에서 수많은 유무형의 관계를 전전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건 우리 자신 스스로를 보존하고 지키는 일이다. 그러니 당신은 어쩌면 진짜 고독해져도 좋다. 물론 고독해지겠다 하여 세상 사람들을 밀어내고 관계의 차단 속으로 자신을 가두라는 말이 아니다. 고독을 즐긴다는 건 홀로 남는다는 말이 아니니까. 고독이란 당신을 가두는 벽이 아니라 당신 스스로를 지켜내는 방패다. 세상이 뭐라 해도 우린 모두 가치 있는 사람이다. 고독을 통해서 우린 진짜 스스로를 발견하고 되새기며 보존할 수 있다. 그러니 고독을 두려워하지 말라. 고독은 언제나 당신 곁에 있다. 그 고독이 당신을 지켜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