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지 않는 가치가 있다. 우린 그것을 전통이라 부른다. 그 전통 위에서 새로운 가치가 창출된다. 바르셀로 라발 호텔은 전통과 새로움을 함께 보여준다.
길에 들어서자 행위예술가들의 다양한 퍼포먼스가 눈에 들어왔다. 과거 이주빈민들의 거처였던 람볼라 거리는 1980년대 정부 정책의 일환으로 아티스트의 거리가 됐다. ‘MACBA(Museu d’art Contemporani de Bacelona)’와 같은 현대미술관이 설립되고 다양한 문화 교류의 장이 마련됐다. 지금의 람블라 거리는 그렇게 탄생했다. 바르셀로나의 중심이자 최고의 번화가라 불리는 ‘람블라 거리(La Rambla)’는 카탈루냐 광장에서 남부의 항구를 잇는 거리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중간계다. 벽돌 한 장까지도 유일무이하고 독창적인 위엄을 풍기는 가우디의 건축물, 중세시대의 엄숙함을 뾰족하게 드높인 고딕지구, 람블라 거리엔 시간의 중력을 거스른 옛 역사의 향취가 곳곳을 지배한다. 풍요로운 바다를 곁에 두고 플라타너스의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은 느긋하게 어제 속 오늘을 걷는다. 하지만 람블라 거리에도 분명 변화가 도래하고 있다. 변하지 않는 울타리 안에서도 역동적인 동선을 그리는 사람들에게서 변화와 흐름이 감지된다. 거리 곳곳을 밀물처럼 채우고 썰물처럼 비우는 사람들은 그 거리를 모자이크처럼 채우고, 콜라주처럼 보태며 거리의 표정을 바꿔나간다. 개개인이 수집한 트렌드의 조각들이 한 자리에 모여 그 거리의 패션을 이룬다.
넉넉한 플라타너스 잎사귀로 수놓인 람블라 거리에서 도보로 불과 5분 정도 걸리는 ‘바르셀로 라발(Barcelo Raval)’ 호텔은 건축가 ‘조셉 M. 블랑코’가 건설설계사 ‘CMV’와 협력해 완성했다. 지난 2008년 여름에 개장한 4성급 호텔이다. 항구에 인접한 바르셀로나 국제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20분 정도를 달리자 람블라 거리를 거쳐 ‘람블라 델 라발(Rambla del Raval)’에 들어섰다. 거대한 원기둥 형태의 건축물이 눈에 들어온다. 그것이 바로 바르셀로 라발 호텔이다. 마치 거대한 현대미술 전시를 보는 듯한 바르셀로 라발을 멀리서 보면 유리로 덮인 거대한 알루미늄 캔처럼 생겼다. 외벽 전체에 스테인리스 재질의 와이어 망사를 덮은 탓에 다소 어둡지만 그 위에 씌운 크리스탈 마감재가 뛰어난 반사율을 자랑한다. 무엇보다 그 독특한 형태의 호텔 외벽이 지닌 기능이 중요하다. 투숙객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는 철저한 방음, 시내의 전경을 고스란히 전시하는 투명한 외벽은 태양의 열기를 온전히 차단해낸다. 360도 타원형으로 이뤄진 건물의 높이는 37.5미터, 지름은 무려 1만 평방미터에 이른다. 바르셀로나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전망대나 다름없다. 일광욕을 즐길 수 있는 테라스나 수영장이 있는 옥상에서 내려다보는 시내의 전경은 바르셀로 라발이 제공하는 가장 훌륭한 서비스다. 파노라마 필름을 재생한 와이드 스크린을 통해 바르셀로나를 관람하고 있다는 착각을 느낄 정도로 탁 트인 바르셀로나의 전경은 보기만 해도 포만감을 준다. 총 182개의 룸은 바르셀로나 시내를 향한 창문 덕분에 제각각 특별한 경관을 뽐낸다. 만일 바르셀로 라발을 다시 찾는다면 결코 같은 방을 쓰지 않을 것이다. 그래야만 바르셀로나의 풍경을 수집하는 재미를 얻을 것이니까.
바르셀로 라발은 젊고 실용적인 현대적인 건축물이다. 곡선미가 두드러지는 외형처럼 실내 인테리어 또한 곡선의 디테일을 강조했다. 포괄적인 테두리부터 세심한 디테일까지 모던한 감각과 실용적인 편의를 자랑한다. 모서리의 흔적을 지워낸 가구들의 곡선 테두리는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감상과 편의가 공존하는, 화려함과 안정감의 조화로부터 바르셀로 라발의 체온이 느껴졌다. 73개의 채널을 비롯해 아이팟 로더까지 제공하는 32인치 평면 TV와 작은 업무용 테이블,네스프레소 커피메이커까지, 모든 방은 투숙객들의 편의와 취향을 배려한다. ‘듀퐁’ 계열의 인조 대리석 전문기업 ‘코리안(Corian)’에서 마감한 욕실의 매끄러운 바닥재는 관광으로 쌓인 여독을 우아하게 씻어내린다. 사우나와 체육관 시설을 찾는다면 여독을 완전히 증발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모든 방을 비롯해서 로비와 루프 테라스에서도 무선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 비즈니스를 위해 묵는 고객이라면 사업적인 미팅을 비롯해 연회와 컨퍼런스를 열 수 있는 대회의실을 사용할 수 있다. ‘A bird told me(Un Oiseau m’a dit)’, 즉 투숙객의 요구에 제공되는 카운터 서비스는 고객의 비밀을 철저히 보장한다.
바르셀로나의 젊은 트렌드를 만끽하고 싶다면 레스토랑 라운지 바 ‘B라운지’를 찾는 것도 좋다. 코스모폴리탄 콘셉트를 표방한 B라운지는 유명한 인테리어 디자이너 ‘조르디 갈리(Jordi Gali)’의 작품이다. 블랙 앤 화이트의 투톤 컬러가 대비를 이루는 라운지 내부는 LED조명의 다채로운 색감을 갈아입으며 세련된 멋을 더한다. 테크놀러지에 결합된 심플한 감성이 돋보이는 복도와 정문도 조르디 갈리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무채색과 단색의 배치를 투명하게 보좌하는 LED조명이 패셔너블한 이미지를 연출한다. 총 125명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B라운지는 엄선한 요리와 칵테일을 즐길 수 있는 카페라운지다. 주방장 후안 고메즈(Joan Gomez)는 말한다. “가장 신선한 재료를 모아 즐거운 미식을 제공함으로써 여행의 묘미를 전한다.” B라운지는 혁신적인 메뉴를 개발한 퓨전 레스토랑으로서 확고한 명성을 뽐내고 있다.
바르셀로 라발은 바르셀로나의 성장과 발전을 상징하는 혁신적인 건축물이다. 전통적인 색채가 강한 바르셀로나에서 현대적인 인테리어를 보여주는 바르셀로 라발은 불과 1년 여만에 바르셀로나의 랜드마크로 그 입지를 굳혔다. 바르셀로 라발의 진가는 심플한 레드 색상의 정문을 들어설 때 확인할 수 있다. 디테일과 규모, 실용성과 감성을 동시에 자랑하는 바르셀로 라발은 현대적인 디자인의 한 전형을 보여준다.바르셀로나엔 전설이 하나 있다. 카탈루냐 광장에서 항구 쪽으로 향하는 길목에 있는 카날레타스 샘물을 마시면 바르셀로나에 매료되어 살게 된다는 내용이다. 바르셀로 라발은 새로운 전설이다. 바르셀로 라발을 찾은 고객은 다시 한 번 새로운 풍경의 조각을 수집하고자 그 문을 두드릴 것이다. 람블라 거리의 전통과 바르셀로 라발의 현대적 안락함은 마치 시간 여행을 즐기는 듯 유쾌하고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