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보다 늦게 배우가 됐고, 조금 늦게 연기에 재미를 붙였다. 그래도 상관없다. 어차피 조동혁의 인생은 길다. 아직 갈 길이 멀다.
드라마 촬영 중에 팔을 다쳤다고 들었다
<나쁜 녀석들>이란 작품인데, 액션신을 촬영하다가 뼈에 금이 갔다. 전치 6주라더라. 욕심이 과했지. 동료들에게 굉장히 미안하다.
촬영은 얼마나 진행됐나
11화 중 2화까진 거의 다 찍었다. 나머지 화도 조금씩 건드리긴 했지만 늦어도 10월말까진 촬영을 다 끝내야 해서 두 달 동안 달려야 된다.
<야차>나 <감격시대: 투신의 시대>와 같은 드라마에서 액션 연기를 펼친 바 있었다. <나쁜 녀석들>에서도 액션신이 많다던데 나름의 준비가 있었을 거 같다
내가 맡은 캐릭터가 액션을 많이 보여줘야 하는 만큼 작품에 들어가기 두 달 전부터 액션스쿨에 나갔다. 하루라도, 한 시간이라도 더 몸을 풀고 작품에 들어가는 게 내겐 어떤 식으로든 이로운 셈이니까. 그리고 살인청부업자 역할이니 날렵해 보여야 할거 같아서 살을 뺐는데 확실히 몸이 가볍더라. 액션하기도 수월하고. <야차>때는 근육이 워낙 커서 80kg 정도가 나갔는데 세 합 정도만 맞춰도 숨이 찼다.
악당이 악당을 잡는다는 설정이 흥미롭더라. 인간의 선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사람에겐 착한 면도 있고, 나쁜 면도 있지 않나. 그런데 점점 나이를 먹다 보니 확실히 사람이 제일 나쁜 거 같다(웃음). 인간처럼 배신하는 동물은 없지 않나.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괴롭히는 것만 봐도 제일 잔인하다. 한번 사기까지 당해보니까 차라리 내가 손해를 보고 마는 게 낫지 싶다.
투자 사기를 당해서 최근에 송사가 있었다곤 들었는데 어찌됐나
다 끝났다. 결국 내가 이겼다. 분명한 사기였으니까.
그래도 이젠 홀가분하겠다
알고 있으면 좋을 거 같아서 말해주는 건데 작정하고 사기친 사람과의 민사재판에선 이겨도 돈을 돌려받을 수가 없더라. 이 사람이 재산이 있어야 압류라도 거는 건데 이미 자기 명의의 재산을 싹 빼돌려 놓으면 수가 없는 거다. 사실 민사 소송으로 재판에 가기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끝까지 갔다. 벌을 주고 싶었으니까. 스트레스도 받고 피해가 적지 않았지만 결코 그냥 넘어갈 상황은 아니었다. 게다가 나만 당한 게 아니었다.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면 안되니까 그 사람들의 실체를 알리고자 했다. 나도 힘든 상황이라 변호사까지 사서 재판을 가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넘어갈 순 없었다. 그 사람들은 끝까지 자기들이 잘못했다고 생각하지도 않더라.
사람에 대한 불신이 생겼을지도 모르겠다
아무래도 쉽게 믿긴 힘들다. 그래서 쿨해진 면도 있다. 예전엔 ‘저 사람이 왜 저러지?’라고 생각이라도 했다면 지금은 이상하면 그냥 안 본다(웃음).
모델 활동을 먼저하고 연기를 했다고 들었다. 원래 연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
나는 끼라는 게 별로 없는 사람이었다. 연기는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그런데 한동안 이 바닥에 있다 보니 같이 활동했던 사람들이 배우로 데뷔하고 방송에 나오는 걸 보니까 ‘나도 한번 해볼까?’란 생각이 들더라. 그렇게 막연하게 출발했다.
할만하던가
사실 하고 싶었던 일이 아니라서 열심히 준비하지도 않았고, 오디션은 보러 가는 족족 다 떨어졌다(웃음). 막연하게 ‘언젠가 되겠지?’란 생각만 했는데 점점 돈도 떨어져서 한번 열심히 해보고 안되면 깔끔히 포기하자고 했는데 기회가 생기더라. 그 덕분에 지금까지 활동하는 중이고.
이게 내 길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보진 못했을까
처음엔 연기하는 게 너무 창피했다. 죽겠더라. ‘이게 내 일이 아닌가?’ 자주 생각했다. 그만큼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나름대로 열심히 연습해도 연기력이 느는 것 같지도 않고. 게다가 성격은 엄청 급한데 현장에서 기다리는 시간은 너무 길고(웃음). 너무 힘들었다. 다만 먹고 살아야 하니까 계속 했던 거지. 그러다가 3년 전 <브레인>이란 드라마 현장에서 (신)하균이 형 연기를 보고 뭔가 많이 느꼈다.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그 뒤로 연기하는 게 재미있더라. 다만 여전히 현장에서 오래 기다리면 미칠 거 같다(웃음).
<브레인>에 출연하기 전까진 연기에 대한 재미를 느끼지 못했던 건가
거의 대사만 급급하게 외워서 하는 느낌으로 연기를 했다. 그래도 지금은 ‘이 인물은 이 상황에서 뭘 원할까? 이 상황에서 뭘 할까?’ 정도는 생각하니까 발전했다고 생각한다.
조금 더 일찍 그런 생각을 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본 적은 없나
많이 한다. 좀 더 일찍 데뷔했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고. 29살에 데뷔 했으니까 좀 늦었지. 후회된다. 자격지심도 생기고.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자신감이다. 뭔가를 갖춘 사람은 얼굴에서 자신감이 확 들러난다. 대부분 자기 일에 최고가 된 사람들이다. 얼굴에서 그런 게 보이는 나이가 되니까 부족해 보이는 것들을 채우고 싶어진다.
데뷔한지 벌써 10년이 됐다. 그래도 10년 전보단 지금의 얼굴에 자신감이 붙지 않았을까
10년 전엔 현장에 갈 때 불안했다. 이젠 기술적으로나 경험적으로나 많이 배웠고, 많이 배우고 있으니 조금 나아지지 않았을까.
지금 나이가
서른 여덟.
곧 마흔이다. 그런데 사실 요즘 마흔은 옛날 마흔과는 느낌이 다르다
그래 봤자 40이다(웃음). 사람들이 동안이라고, 젊어 보인다고 해봤자 뭐하나. 나이가 서른 여덟인데(웃음).
결혼은
40대 초반엔 해야지.
연애는
아직 못하고 있다.
하나에 꽂히면 끝장을 본다고 했는데 좋아하는 여자한테도 순정적일까
그런 편이다. 다만 꽂히기 까다로워서 그렇지. 외모를 까다롭게 본다는 건 아니다. 물론 예쁘고 날씬하면 좋겠지. 하지만 그것보단 느낌이 중요하다. 만났을 때 친구 같은 여자? 그러려면 코드가 잘 맞아야 한다. 예전엔 여성스러운 여자가 이상형이었는데 지금은 친구처럼 잘 통하는 여자가 좋다. 나이는 중요하지 않은 거 같고. 내가 워낙 철딱서니가 없어서(웃음).
주변에 결혼하지 않은 지인들이 많은 편인가
주로 만나는 이들 중에서 내가 거의 막내인데 결혼한 사람이 두 명 정도 밖에 없다. 같이 모여서 골프치고, 수다 떨고, 밥 먹고, 독거노인들처럼 논다(웃음).
그래도 그런 친구들이 있으니 외롭진 않겠다
집에 들어가면 허전하다. 그 외로움은 아내가 채워줘야 할 부분인 거 같다. 밖에 나가서 놀다 보면 그 순간은 괜찮은데 그리고 나서 집에 들어오면 너무 외롭다. 여자는 모르겠는데 남자는 확실히 결혼해야 된다. 남자는 나이를 먹을수록 추해지는 거 같다. 아무리 잘 꾸미고 다녀도 아내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은 차이가 있더라.
얼마 전까지 <심장이 뛴다>라는 리얼리티 예능에 출연했다
사실 너무 힘들었다. 100% 리얼이었으니까. 실제 현장을 만들 순 없잖아. 게다가 사람들의 생사와 재산이 걸린 현장이 장난도 아니고. 사실 우리가 사고 현장에서 깊숙이 관여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았다. 실수라도 생기면 큰일날 수도 있고, 방송까지 덩달아 욕먹는 빌미를 만들 수 있으니까.
혹시 배우가 아닌 직업을 가져보면 어떨까 생각해본 적은 없었을까
많았다. 아까도 말했듯이 내게 이 길은 너무 갑갑했으니까. 물론 이제 연기하는 건 재미있는데 우리나라의 촬영 환경이 너무 열악하다 보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된다. 그리고 한 작품이 끝나면 다음 작품에 대한 불안감이 생긴다. 배우는 쉴 때 그냥 무직이니까(웃음). 그게 결혼을 못하는 이유 중 하나일 수도 있다. 불안한 거지. 나 혼자는 감당이 되지만 아내가 있고, 애가 있으면 어떻게 감당하나.
아내와 아이가 동력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지만 동력만 생기고 기회가 안 생기면 끝이잖아(웃음). 그런 불안감 때문에 다른 걸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면 해보고 싶다는 마음도 생긴다. 그런데 이런 마음은 다 갖고 있지 않을까?
나는 한량이 꿈이다
남자들의 로망이지(웃음).
마지막화에서 우는 걸 봤는데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이 대단했나 보다
사실 소방서라고 하면 단순히 불 끄는 사람들이 있는 곳 정도로 생각했는데 정말 많은 일을 하더라. 사람들이 무슨 일만 생기면 119에 전화한다. 심지어 문 따달라고도(웃음). 그런데 불평 하나 없이 다 해준다. 그분들이 없으면 대한민국이 안 돌아갈 거 같았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소방대원들이 감내하는 부당한 처우를 알게 됐다. 그런 사람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니 너무 화가 나더라. 그래서 뭔가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물품이 없어서 위선에 얘기해도 보급이 안되니까 얼마 안 되는 월급을 사비로 털어서 장비를 충당하는 소방관들이 너무 많다. 이런 면은 방송에서 전혀 드러나질 않더라. 항상 제일 좋은 소방서로 배정되고, 뭔가 부족하면 다른 지역에서 빌려와서라도 최대한 좋은 모습만 보여주는 거다. 그래도 최대한 이런 현실을 널리 알릴 수 있도록 돕고 싶었는데 종영이 된다고 하니까 소방대원 분들에게도 죄송하고, 멤버들에게도 미안해지더라. 그래서 울컥했지.
답답했겠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문제니까. 좋은 프로그램이 없어져서 너무 아쉬웠다.
그 입장이 돼야만 아는 것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사실 배우라는 직업도 좀 그렇지 않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연예인이면 돈을 많이 벌거라 생각한다. 한 달에 100만원도 못 버는 연예인도 많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하다 보면 스트레스를 받는 것처럼 배우들도 그렇다. 보장되지 않은 미래나 일에 대한 스트레스도 있고, 심지어 욕도 함부로 못하니까 풀 곳도 별로 없다(웃음). 색안경 끼고 보는 사람들이 없진 않아서 가끔 불편할 때가 있다.
사실 첫 영화였던 <애인>에서의 과감한 베드신이 한동안 회자됐는데, 지겹지 않았나
그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무조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상대 배우였던 성현아 씨는 이름 있는 배우였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선 좋은 기회일 수도 있었다. 당시엔 나름 오디션 경쟁률도 높았다.
나름의 절실함이 있었나 보다
그렇지.
지금도 뭔가 절실함이란 게 있을까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땐 지난 거 같다. 이젠 연기를 잘해서 인정받는 배우가 돼야 한다.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 연기력을 인정 받고, 그래서 상도 받아보고, 영화도 하고, 이런 굵직굵직한 욕심만 남은 것 같다.
(ELLE KOREA OCTOBER 2014 'ELLE inter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