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는 당신의 지갑을 노려 왔다. 그것이 당신을 멋지게 만들 것이라고 현혹한다. 요즘의 광고는 당신은 멋진 사람이라고 부추긴다. 그러니 지갑을 열고 세상을 구하라 말한다.
칸국제광고제는 통상적으로 6월 17일이 포함된 일주일 동안 열린다. 59회를 맞이한 올해에는 17일에 개최됐다. 제일기획은 12개 트로피를 손에 쥐었다. QR코드를 해시계의 원리에 접목시킨 이마트 광고와 시각장애인들이 촉각으로 사진을 찍는 시각장애인들을 등장시킨 삼성 인사이트 캠페인 광고를 통해서 3개의 금상을 얻었다. 지난해에는 QR코드를 이용한 지하철 홈플러스 가상 매장 광고로 칸 그랑프리를 수상한 바 있다. 제일기획 수석 크리에이티브 디렉터(ECD) 김홍탁 마스터가 그 현장에 있었다.
그는 1997년, 칸국제광고제를 처음 목격했다. 현재 15개에 달하는 시상 부문이 필름과 프린트만으로 양분된 마지막 해였다. 공식명칭이 바뀐 건 작년부터다. 본래 ‘애드버타이징 페스티벌(Advertising Festival)’이었던 것이 ‘페스티벌 오브 크리에이티비티(Festival of Creativity)’로 변경됐다. “패러다임이 바뀐 거다. TV나 인쇄 매체 같은 트래디셔널 미디어에서 상품 정보를 일방적으로 전하던 구시대 광고(advertising)들과 달리 다양한 루트가 개발되고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강해진 광고들이 집행된다. 재미와 감동을 함께 추구하는 광고 형식이 늘어났다.” 김홍탁의 말이다. 지난 2년간 제일기획에 그랑프리와 금상을 안겨준 QR코드는 그 단적인 예다. 정보를 주입 당하던 아날로그 시대의 대중들과 달리 오늘날 디지털 시대의 대중들은 실시간으로 세상을 중계하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서 쌍방향으로 정보를 전파하고 공유한다. 보다 적극적으로 세상에 개입한다. 상호간의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해질수록 정보적인 교류를 넘어 감정적인 교감이 이뤄진다. 감성적인 접근법이 유효해진다.
“단순히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변화가 아닌 전반적인 생태계의 변화다. 디지털 생태계의 광고는 기본적으로 항상 주의를 끌고, 소비자들의 참여를 유도해서 경험하게 만든 뒤, 제품에 대해서 이야기하게 만든다. 그만큼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이 발생한다.” 디지털 시대의 광고는 더 이상 당신에게 제품을 브리핑하지 않는다. 대신 그 제품이 추구하는 방향에 당신이 동참하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를 어필한다. 멋진 제품을 사라고 꾀는 대신, 멋진 구매자가 되라고 부추긴다. 올해 칸국제광고제 동상 수상작인 제일기획의 미네 워터 캠페인도 그렇다. 미네 워터의 수질보다도 미네 워터의 더블 바코드가 어떻게 아프리카의 어린이들을 도울 수 있는지 호소한다. 어차피 물을 사 마실 거라면 아프리카도 돕자는 거다. “크리에이티브 쉐어드 밸류(Creative Shared Value), 사람들을 끌어들여서 어떤 가치를 창출할 것인가가 오늘날 사회 공헌에 대한 핵심이다.”
세상은 변하고 있다. 광고도 변하고 있다. 사람이 변하기 때문이다. 광고가 멋진 물건을 말하는 대신, 당신이 멋진 사람이라 부추기는 것도 그래서다. 그 똑똑한 소비를 즐겨보자. 창의적인 광고로 당신의 지갑을 열어보라고 권해보자. 당신은 가치 있는 사람이다. 그러니 보다 높은 가치를 제시해보라고 행동하라. 보다 훌륭한 아이디어만 제시해준다면 세상을 구하는데 동참하고 싶다고 말해달라. 창의적인 광고가 지혜로운 구매를 이끌고 세상을 진보시킨다. 그 중심에 당신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