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페르노>는 기호학자 로버트 랭던(톰 행크스)을 앞세운, 댄 브라운의 소설을 영화화한 세 번째 탐정물이다. 그런데 <다빈치 코드> <천사와 악마>의 로버트 랭던이 기호학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중세부터 이어져 오던 종교집단들의 은밀한 광기를 추적해 나간 것과 달리 <인페르노>의 로버트 랭던은 현대문명을 관통하는 인구과잉문제와 연관된 테러리즘에 맞선다. 어떤 의미에서 <인페르노>의 로버트 랭던은 그가 아니어도 될만한 일까지 떠맡은 셈인데 그의 역할을 만들어주기 위해 동원된 건 단테라는 모티브를 통해 구상한 기호학적인 퍼즐이다. 그러니까 <다빈치 코드> <천사와 악마>가 로버트 랭던의 개입을 자연스럽게 유도할 수 있는 이야기였던 것과 달리 <인페르노>에선 인위적인 구조적 설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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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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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오페라라고 한다면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천사와 악마는 브로드웨이 뮤지컬이라 할만하다. 두 작가의 작품은 각각 종교적 음모론을 추적하는 기호학자의 수사를 바탕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공통분모를 두고 있지만 전자가 철학적 기호를 추출하는 반면, 후자는 대중적 이슈를 발생시킨다는 점에서 각기 다른 분자를 지닌다. 물론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가 전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자리에 오른 건 단지 기독교의 권위를 뒤흔들만한 이슈를 발생시켰기 때문이라 국한할 순 없다. 종교적 진의에 대한 갑론을박만큼 이야기의 리듬감도 중요한 관건이다.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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