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에 해당되는 글 222건

  1. 2008.05.30 지진희 인터뷰
  2. 2008.05.30 황보라&유아인 인터뷰

지진희 인터뷰

interview 2008. 5. 30. 15:22
사용자 삽입 이미지

<수>의 개봉 날이 잡혔죠?
네. 3월 22일!

혹시 완성된 작품은 보셨나요?
아직 못 봤어요. 3월 7일 날 기술시사가 있으니까 그때 볼 예정이에요.(인터뷰는 7일 이전에 이루어졌다.) 저도 예고편만 봤고, 후시 녹음 때 관련 장면만 대충 봤죠.

그렇군요. 저도 일단 <수>의 예고편밖에 보지 못해서 궁금한데 영화와 캐릭터에 대해 간략하게 말해주시겠어요?
하드보일드 클래식! 국내에선 보기 힘든 신선한 장르죠. 어린 시절 헤어졌던 쌍둥이 형제가 19년 만에 만나요. 제가 연기한 형은 킬러고 동생은 임관을 앞둔 경찰이죠. 그런데 동생과 만나게 된 첫날, 동생이 제 눈앞에서 죽어요. 그래서 형은 동생의 복수를 인생의 목표로 삼게 되죠. 그 복수에 대한 이야기에요. 그 과정에서 적들을 상대하고 갈등하게 되는 거죠.

일단 ‘지진희’라는 이름은 사람들에게 젠틀한 이미지로 많이 부각되는데, 저는 지진희씨가 그것과는 다른 의외성을 많이 지니고 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얼마 전 <오래된 정원>의 오현우나,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의 박석규같은 은근한 껄렁함도 그런 부분들 중의 하나라고 봐요.
그렇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혹시 자신의 이미지가 고정된다는 것에 반감이 생기지는 않아요?
반감은 전혀 없어요. 한 가지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제가 맡았던 그 캐릭터들이 매력적이라는 사실이죠. 그게 가장 큰 공통점이죠. 제가 뭘 깨려고 사는 사람도 아니고 그저 세상의 순리에 순응하며 사는 사람이니까요. 그냥 보셨으면 아시겠지만 제가 연기한 캐릭터들이 일반적인 평범한 캐릭터들은 아니죠. 물론 저만의 느낌일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저는 그 캐릭터들을 아끼고 즐겁게 연기했어요.

이번 <수>가 지진희 씨에겐 액션이 처음이라고 봐도 되잖아요? 예전 <H>에서도 형사 역을 맡긴 했지만.
그렇죠. <H>는 <수>와 비교할 정도가 못되죠.

일단 <수>의 ‘수’는 예전 지진희 씨가 연기한 캐릭터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판이한 캐릭터에요. 그렇기에 본인에게는 상당히 즐거운 작업이었을 것 같은데요?
그렇죠! 상당히 즐거웠어요! 대충 아시겠지만 <수>의 작업이 굉장히 거친 액션이 많았거든요. 게다가 최양일 감독님이 원하시는 건 리얼 액션이었어요. 그냥 우리가 영화에서 쉽게 보는 연출된 액션이 아닌 진짜 리얼 액션이에요. 단적인 예로 목 졸리는 장면이 있었어요. 실제로 제 목을 노끈으로 졸랐고 저도 그렇게 하자고 했어요. 그때 진짜 숨 막혀 죽는 줄 알았죠. 그리고 그 상황을 벗어나 날 죽이려던 사람과 싸우고 결국 제거하게 되는 모든 과정이 거의 진짜였어요. 그런데 어차피 최양일 감독님에 대한 이야기를 익히 들었고 그 사람의 예전 작품을 보고 나서도 그래야만 할 것이라 생각을 했죠. 촬영하다가 몇 군데 부러질지도 모른다는 각오도 했어요. 어쩌면 그런 마음으로 덤벼들어서 생각보다 덜 다쳤던 것 같아요. 인대가 늘어나고 몇 군데 찰과상 입는 정도는 애초에 각오했던 바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그리고 온 힘과 정열을 쏟아서 촬영을 마치고 나면 굉장한 희열감 같은 것들이 느껴졌어요. 그리고 여태껏 제가 맡았던 역할들이 내면에 무언가를 꾹 눌러 담아 제대로 풀지 않는 역할들이었죠. 무언가를 분출하고 내뱉는 역할은 처음인지라 그런 것에 대한 희열감도 있었고 해보지 못했던 것을 한다는 해방감도 있었어요. 꽤 즐거웠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런데 어쨌건 지진희 씨의 액션은 실감이 안 나는 것이 사실이에요. 그전의 역할들을 보았을 때는 말이죠. 그래서 <수>에 지진희 씨가 캐스팅 된 건 의외라고 생각했어요. 음..혹시 기분 나쁘신 건 아니죠?
물론! 전혀! 괜찮아요. (웃음)

일단 그래서 궁금했던 게 캐스팅의 과정이었어요. 최양일 감독이 먼저 요청을 한 것인지, 아니면 지진희씨 측에서 적극적으로 구애를 한건가요?
사실 캐스팅은 저의 문제이지만 캐스팅의 초반 과정은 제가 관여하는 문제는 아니에요. 어쨌든 일단 캐스팅을 하던 안 하든 감독님이 보자고 하셨어요. 그래서 만나 뵙는 자리에서 이런 저런 이야길 했죠. “감독님께서 저를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제가 쓰러져 죽기 전까지는 최선을 다해서 연기하겠다.”라고 말했어요. 그걸 감독님께서 만족하셨던 것 같고 감독님 스스로도 <수>의 작업이 꽤 힘들고 어려운 작업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에 그걸 끝까지 참고 견뎌낼 수 있는 배우를 찾으셨다더군요. 저의 열의가 그런 고민에 통했는지도 모르죠.

최양일 감독님의 촬영 분위기는 소문으로만 익히 들었는데 직접 겪어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잘 아시겠지만 <수>는 공개촬영을 하지 않았죠. 감독님은 현장에 누가 오는 것을 싫어하시거든요. 현장 분위기를 흐리게 될 어떤 요소의 개입도 용납하지 않는 거죠.

영화 자체에 집중하고 싶어 하시는군요.
그렇죠. 그러니까 현장에 집중할 수 있도록 모든 시스템이나 도구가 갖추어져 있어야 해요. 배우들도 마찬가지고. 그런데 그것이 충분치 않았을 때는 굉장히 화를 내세요. 하지만 그건 지극히 당연한 거겠죠? 그리고 그런 부분이 잘 준비가 되었을 때는 상당히 만족하시죠. ‘정말 프로구나!’라는 것을 절실히 느꼈어요. 너무 많은 것을 배웠고 제가 예전에 영화를 찍으며 안이하게 생각했던 부분들을 버리게 되었고, 물론 <수>를 촬영하기 전 최양일 감독님의 명성을 들었기 때문에 이미 그런 것들을 많이 배제하고 준비를 했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처음 영화의 정보를 듣고 시나리오를 접했을 때 이 영화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잘 알았을 텐데, 어떻던가요?
“이야! 이것 재미있겠다. 땀 좀 흘리겠는데! 이 감독님이라면 정말 제대로 만들겠지? 어떨까?” 이런 궁금증, 기대감 등. 일단 땀 흘리는 것도 좋아하니까 그런 부분에 대한 희열감도.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준비하기 위한 연습과정. 이런 것들을 모두 생각하니 사실 즐거웠어요.

액션 준비 기간은 얼마나 되었죠?

한 2달 정도. 하루에 4~5시간씩 심재명 액션 스쿨에서 준비했죠. 정말 꽤나 재미있는 작업이었고 좋았어요. 거기서 제가 준비했기 때문에 많이 다치지 않고 무사히 마친 것 같아요. 한번은 같이 촬영하던 스턴트맨이 저를 들어 올리다가 무릎이 뒤로 꺾여버려서 곧바로 이송된 적도 있어요. 일단 그 이외에는 크게 사고가 난 것은 없었어요. 그것은 그만큼 사람들이 긴장하고 실전처럼 임했기 때문에 그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 71년생, 30대 중반이 넘었어요. 그렇죠.

이제 그 정도의 나이라면 변신보다는 변화라는 단어가 점점 어울려지는 때인 것 같아요. 그런데 이번 <수>는 지진희 씨에게는 변신이라는 단어가 어울리겠죠? 어쩌면 더 나이가 들기 전에 이런 연기를 해보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고.
개인적인 생각에 남자가 가장 일을 열정적으로 많이 할 수 있는 나이가 30대 중반부터 40대 중반이라고 생각해요. 이미 제가 30대 중후반이긴 하지만 모든 것을 안정적으로 가고 싶진 않아요. 지금이 가장 열정적으로 일할 때고, 그럴 수 있는 안정된 기반이 마련되었고, 좀 더 잘 될 수 있다고 느껴지기에 자신감도 생겨나고요. 이런 최고의 나이에 모든 길을 포기하고 안정적인 길을 가고 싶진 않아요. 지금 이제 시작이라 생각해요. 앞으로 어떤 역할이 주어질지 모르겠지만 훨씬 더 멋있게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또 다른 변신이 있을지도 모르겠죠. 물론 없을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저만이 표현하고 보여줄 수 있는 정말 매력적인 모습을 주목받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한편으로는 인생에 또 다른 반전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여러 역할을 했지만 안 해본 역할이 있어요. 악역은 아직 한 번도 안 하셨죠? 그렇죠.

혹시 악역에 매력을 느낀 적 없나요? 하고 싶다거나.
이유 있는 악역이죠. <하얀거탑>에서 김명민 씨가 연기하는 장준혁처럼. 단순하게 결과를 놓고 보면 그 사람이 나쁘다고 쉽게 말하겠지만 그 사람의 사정을 들여다보면 그가 그렇게 욕심을 부려야 할 개인적인 이유가 있잖아요. 가정생활이라던가, 부모님에 대한 연민이라던가. 물론 그것들이 잘못에 면죄부를 줄 순 없지만, 그 사람이 남을 밟고 올라가야 할 이유가 있는 거죠. 무조건적인 나쁜 놈은 재미가 없을 것 같아요. 물론 역할이나 상대배우에 따라 많이 좌우되겠지만 악역에 대한 매력은 꽤 크죠. 악역의 이미지를 상상하기 힘든 배우가 아무렇지도 않게 악랄한 연기를 해냈을 때 느껴지는 충격의 강도는 엄청 커질 테니까요.

그전의 이미지가 오히려 반전이 되겠군요.
네. 그렇죠. 그전의 이미지들을 깨부수기 위해 일부로 세게 나가기보다는 아무렇지 않게..예를 들면 일상적으로 거리낌 없이 사람을 죽인다거나 하면 소름끼칠 것 같아요.

함께 출연한 문성근 씨나 이기영 씨 등은 악역에 일가견이 있는 배우들이에요. <수>에서도 그런 뉘앙스가 풍기던데, 그런 분들에게 악역에 대한 영감이라도 얻은 건 없나요?
글쎄요. 영감까지는 모르겠고. 문성근 선배는 일단 절대 악으로 <수>에서 등장해요. 그걸 보면서 ‘진짜 대단하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정말 지금까지 보지 못한 문성근 씨를 보게 될 거에요. 문성근 선배님 또한 “여태껏 자신이 맡았던 악역 중에 최고로 나쁜 놈이다. 이것보다 나쁜 놈이 나오긴 힘들 거다.”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그것을 지켜보며 ‘정말 나쁜 놈이구나’라고 생각을 했을 뿐이지 다른 생각은 잘 안했어요. 일단 제가 맡은 태수에 집중했으니까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예전 이야기를 해보죠. 03년도에 <다섯개의 시선>에서 박광수 감독님의 작품에 출연했죠. 박광수 감독님과 인연이라도 있나요?
일단 박광수 감독님께서 ‘같이 찍자!’고 해서 했었죠. 사실 그 이야기를 하자면 조금 긴데..배우로서 일을 시작하려고 했을 때 처음 만난 영화감독님은 박광수 감독님이었어요. 그때 당시 감독님께서 <이재수의 난>을 한참 캐스팅 작업 중이셨죠. 매니저가 그 자리에 가자고 하는데, 저는 사실 준비된 것이 없다고 생각해서 싫다고 했죠. 그럼 그냥 인사만 드리러 가자고 해서 따라갔다가 얼떨결에 현장에 떠밀려 오디션을 보게 되었어요.

그런데 정말 저는 준비된 것이 없어서 솔직하게 못하겠다고 말하고 나와 버렸죠. 그런데 일주일 정도 되니 캐스팅되었다고 연락이 오더라고요. 하지만 제 스스로 준비가 안 된 상태라고 판단해서 우여곡절 끝에 제가 “죄송합니다. 제가 이제 처음 연기를 하고자 하는 거라 아직 준비된 것이 없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정중하게 사절했죠. 그랬더니 박광수 감독님께서 “나중에 좋은 일 있으면 같이 하자.”고 하셨어요. 그리고 나서 시간이 지나고 박광수 감독님이 <방아쇠>라는 작품을 기획했고 그 작품에 캐스팅되어서 다시 뵈었죠. 나중에 엎어진 작품이긴 한데, 그 작품을 준비하던 중 <다섯개의 시선>에 박광수 감독님께서 참여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방아쇠>하기 전에 이거 한번 같이 하자”고 하셔서 감독님의 작품에 제가 출연하게 되었죠.

사연이 있었군요!
예! 그런 셈이죠. 꽤 길었죠? (웃음)

<퍼햅스 러브>에도 출연했는데 비중이 큰 역할은 아니었지만 극의 키워드가 되는 인물이었어요. 그런데 그 영화에 캐스팅된 건 아무래도 <대장금>덕분이겠죠?
예! 아무래도 그 덕이죠. 사실 <퍼햅스 러브>에서 제가 맡은 역할에 유덕화씨가 내정된 상태였어요. 방금 말씀하신대로 그 역할은 영화의 키워드이긴 한데 두드러져선 안 되는 역할이었죠. 그런데 유덕화씨가 그 역할을 맡는다면 분명 워낙 연기도 잘 하고 노래도 잘 하니까 두드러질 수밖에 없었을 거예요. 그래서 진가신 감독님께서 여러 가지 고민을 하시다가 어차피 그 역할이 ‘천사’니까 꼭 중국인이 연기할 필요는 없겠단 생각이 들었다더군요. 그러다가 어느 날 홍콩에서 진가신 감독님이 집에 들어가던 중, 웬 여자들이 어디론가 달려가는 걸 봤다고 하더라고요. 진가신 감독님도 워낙 유명하신 분이라 종종 자신한테 팬들이 뛰어오는 일이 있어서 의례 그런 줄 알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 여자들이 자신을 지나쳐 다른 곳으로 가더래요. 그래서 궁금해서 뒤를 따라가 봤다더군요. 그 여자들이 도착한 곳은 제가 있었던 곳이었어요. 그래서 진가신 감독님이 저 사람을 알아봐달라고 했다더라고요. 그래서 봄 영화사의 오정환 이사님한테 문의가 왔고 저한테 캐스팅 제의가 들어왔죠. 그런데 처음에는 거절했었어요.

거절? 좋은 기회였을 텐데 어째서죠?
그렇죠. 그런 감독님과 작업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죠. 그런데 중국어 노래에 춤까지 춰야 되는데 준비가 가능한 시간은 일주일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못하겠다고 의사를 표시했어요. 그랬더니 오정환 이사님을 비롯해 주변에서 다들 이런 기회를 왜 안하느냐고 묻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일주일이란 시간 안에 그런 준비를 할 자신이 없었어요. 그런 감독님의 작품에 출연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자신 없는 일을 허락해서 훌륭한 감독님의 작품에 누를 끼치고 싶지도 않았고요. 그렇게 뜻을 전했는데 진가신 감독님이 얼굴이라도 보자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홍콩으로 가서 감독님을 뵀죠. 그런데 감독님이 말씀하시길 “영화는 편집을 할 수 있고 일주일 뒤에 촬영에 들어가긴 하지만 당신이 찍을 분량을 한 번에 찍는 것이 아니다. 찍는 동안도 충분히 연습이 가능하다.”라고 하시면서 재권유를 했어요. 그래서 결국 승낙을 하고 2달 촬영을 포함해 몇 달 동안 현지에 머무르며 춤, 대사, 노래 등 계속 연습하고 영화에 매진했죠. 거의 밥 먹는 시간 외에는 모두. 잠꼬대까지 중국어로 할 정도였어요. 저에게는 생각만 해도 즐거운 작업이었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캐스팅부터 모두 다 재미있는 사연들 투성이군요!
네.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죠.

좀 경력이 특이한데 애초에 연기와 무관한 인생을 살았던 것 같아요.
사실 고등학교 때 금속공예를 했었고 대학교 때 시각디자인을 전공했어요.

포토그래퍼도 하셨죠?
네. 대학 졸업 후 디자인 일을 하다가 내 길이 아니라고 느꼈어요. 그래서 고민 중 사진을 찍게 되었는데 그 때 ‘사진이 내 길이구나!’하는 생각을 해서 그 쪽으로 눈을 돌렸죠. 나름대로 열심히 했고 또한 잘 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98년도에 IMF가 오면서 개인적으로 복잡한 일이 있었어요. 사실 97년도부터 매니저가 저한테 배우를 해보자고 권유하면서 쫓아다녔었거든요. 하지만 그 당시에는 관심이 없어서 계속 거절하다가 개인적으로 복잡하던 차에 다시 권유가 왔고 ‘일단 1년만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던 일이 여기까지 오게 되었죠.

연기를 시작하게 된 것도 꽤 우연스럽네요.
그렇죠. 원래 관심도 없고 할 생각도 없던 일이었는데. (웃음)

그런데 이것도 개인적 추측인데 사실 지진희씨 좀 깨는 사람 아니에요? 어떻게 생각해요.
네. 맞아요! 제대로 보셨네.

그런가요? 하하. 사실은 제가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을 재미있게 봤어요. 대중적 흥행과 평단의 평가와 무관하게. 왜냐 하면 지진희 씨의 연기가 이전과 달리 좀 특별했거든요. 깬다는 생각도 박석규 때문에 하게 되었고. 그런데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은 어쩌면 지진희 씨의 연기에 전환점이 되는 게 아닐까란 생각을 했어요. 최근 <오래된 정원>도 그렇고, 이번 <수>도 보진 못했지만 작품을 선택하는 눈이나 연기의 깊이가 좀 더 심화되었다고 생각해요. 어때요? 지진희 씨에게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이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방금 이야기하신 게 맞아요!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으로 인해 저의 많은 것이 바뀌었어요! 현장이 즐거워지고, 현장이 부담 없어지고, 현장에 가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건 그 때가 처음이었어요. 그 이후로 제가 굉장히 편해졌어요. 현장이라는 곳이 저 스스로에게. 그래서 만약 누구든 제 자신이 ‘배우로써 업그레이드되거나 발전된 계기가 언제냐?’고 묻는다면 무조건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이라고 해요. 보셔서 그렇게 느끼셨다면 정말 저를 잘 보신듯해요. 그 감독님을 만난 것부터가 복이라 생각하고 있어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하 감독님 말이죠?
예.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만 생각하면 아직도 기분이 좋아요. 그 영화 이후로 내게 현장에 대한 공포감이 많이, 아니 거의 없어졌어요. 그 전에는 현장에 가면 늘 “어떡해야 하지? 잘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투성이었는데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을 하면서부터 “이야~! 정말 재미있다. 즐겁다. 이런 맛에 영화를 하는구나.”라는 것을 많이 느꼈어요. 그리고 그 이후부터는 굉장히 즐거운 작업이 되었어요. <퍼햅스 러브>가 그 이후에 하게 된 영화인데 <퍼햅스 러브>를 할 수 있었던 힘도, 그 다음인 <오래된 정원>을 할 수 있었던 힘도 모두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해요.
<수>도 마찬가지고요.

음..역시나 큰 의미가 있군요. 그리고 많은 여배우들과 호흡을 맞췄어요. 고현정씨의 복귀작으로 화제가 되었던 <봄날>에도 상대역으로 출연하셨고 이번 <수>에서 강성연 씨,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에서 문소리 씨, 염정아 씨는 2번이나 만났죠?
네. 예전에 <H>와 <오래된 정원>에서.

그 중 특별히 호흡이 잘 맞는 배우를 꼽으라면?
아무래도 염정아씨와 강성연 씨가 호흡이 굉장히 잘 맞았죠. 서로 배려도 잘 해주고. 그 뒤로도 꾸준히 연락하고 만나는 친구들이고요. 종종 술도 한잔씩 해요.

강성연 씨도 집중력이 대단한 것으로 아는데, 배우로서 함께 작품을 하며 지켜보니 어떻던가요?
굉장한 집중력과 치밀한 준비성! 진정한 프로죠. 현장에서 슛이 들어갔을 때의 집중력은 무서울 정도에요. 단적인 예로 이번 촬영에서 저에게 내동댕이쳐지고 머리끄댕이를 잡아당겨서 질질 끌려서 던져지는 등. 정말 장난 아닌 상황이 많았어요. 굉장히 어렵고 힘든 씬이 많았는데 그것들을 아주 훌륭히 소화해냈어요. 덩치도 작고 여려보이지만 굉장한 파워가 있고 아우라가 있는 사람이에요. 배우로서 부러울 정도로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죠. 춤, 노래, 연기 모든 것이 갖춰진, 그래서 그렇게 에너지가 넘치는 것일지도 모르고. 아마 제 생각에 뮤지컬을 한다면 정말 잘하지 않을까.

노래를 잘 하나 보죠?
그럼요. 예전에 음반도 냈잖아요.

아하! 그랬죠? ‘Bobo’라는 이름으로. 깜빡했네요. (웃음) 혹시 누군가 닮고 싶다고 생각하는 배우 있나요?
글쎄요. 저는 그 누구를 모델로 삼고 싶진 않아요.

어쨌든 지진희 씨는 이야기를 해보니 욕심이 많은 배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 그 많은 욕심 중 정말 뚜렷한 한 가지가 있을 것 같아요. 정말 연기자로써 죽기 전에 ‘이런 역할은 해봐야겠다!' 싶은 것 있나요?
한 가지 해보고 싶은 건 코미디. 나중에 나이가 많이 들어서 중년 이후 노년쯤에 코미디를 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죽기 전에 가능하다면 뮤지컬을 해보고 싶은 게 소원이에요. 그건 정말 힘든 작업이고 만능이어야만 되는 것이라 될지 안 될지는 모르지만 배우로써 그런 희망을 지니고 살아요.

<수>는 18세 관람가 영화겠죠? (필자가 인터뷰기사를 작성할 당시까지 <수>의 영상 심의 위원회의 등급 판정은 나오지 않은 상태였다.)
아마도 그렇게 될 거에요.

보나마나 그렇겠죠? 일단 힘들게 찍은 영화라 애착도 많이 남을텐데 그런 노력을 보여주고 싶은 관람 대상은 누구라고 생각해요?
일단 18세 이상의 분들은 누구나 봤으면 좋겠고요.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엄청난 영화라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보기 힘들 영화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나중에 봐도 절대 질리거나 유치하게 느껴지지 않을 좋은 영화라고 생각해요. ‘우리나라도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다!’라는 것을 느끼고 싶은 분들도. 특히 남성분들은 굉장히 좋아할 것 같고요. 명품 영화가 나왔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사실은 저부터가 기대가 큽니다!
그럼 꼭 보세요. 분명! 좋아하실 겁니다!

(무비스트)

'inter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정해 인터뷰  (0) 2008.05.30
민지혜 인터뷰  (0) 2008.05.30
황보라&유아인 인터뷰  (0) 2008.05.30
강예원 인터뷰  (0) 2008.05.29
이상일 감독 인터뷰  (0) 2008.05.29
Posted by 민용준
,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내일이 개봉이네. (이 인터뷰는 <좋지 아니한가>의 개봉 전날인 2월 28일에 이뤄졌다.) 보라와 아인이 이름이 내걸린 첫 영화인데 긴장되지 않아? 언론 시사 때도 긴장한 눈치던데?
황보라(이하 '황'): 지금도 역시 긴장되긴 해! 그런데 최근 인터뷰를 자주 하니까 긴장이 좀 풀리는 것 같던데? 언론 시사 때보다는 훨씬 나아졌지. 일단 개봉한다 생각하면 기분 좋은 것 같아.
유아인 (이하 '유'): 긴장이 안 되기보단 실감이 안 나나봐. 당장 내일 개봉이라니..
황: 오늘 개봉하는 곳도 있다던데!

하루 정도 일찍 개봉하는 극장도 있더라고. 근데 어쩌다 연기를 하게 된 거야? 어려서부터 연기가 꿈이었어? 아님 우연찮은 입문?
황: 배우가 되겠다고 어렸을 때부터 생각한 건 아닌데..종종 가슴 찡한 소설책보면 이런 감정을 내가 잘 표현할 수 있겠다 느꼈던 것 같아. 그러다 내가 살던 부산에서 서울로 이사를 왔는데 덕분에 막연하던 꿈이 이뤄졌지.
유: 애초에 연기를 염두에 둔 적은 사실 없었어. 원래 고등학교 시절엔 미술을 하기도 했고. 그러다 흔히 말하는 길거리 캐스팅을 통해 픽업되고, <반올림> 오디션을 통해 시작하게 됐지. 연기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건 연기를 하면서부터인 것 같아. 연기를 해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연기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은 없어. 일단 대구에서 살았으니까 실감할 수 없었을지도 모르고..

아인이는 노동석 감독님의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에도 출연했지? 근데 <반올림> 이후라 생각하니 좀 의외인데?
유: 사실 <반올림>이후, 공백 기간동안 많이 고민했어. 그러다 좋은 감독님만나서 좋은 영화를 하게 된 셈이지. 물론 <반올림>도 큰 공부였지만, 그것보단 내가 염두에 둔 연기의 방향은 그게 아니었지. 나름대로 좋은 계기였고 잘 했다고 생각해. 일단 그렇게 생각하니 갑자기 내 자신에게 칭찬을 해주고 싶은데? (웃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떻게 찍게 된 거야?
유: 일단 감독님을 만났지. 특별히 오디션이나 리딩 과정은 없었어. 그냥 감독님과 30분 정도 대화 나누고 그러다 영화 찍게 되었어. 생각보다 특별한 것은 없었지? 그런데 말이야. 솔직히 만약 지금도 어떤 작품을 위해 오디션을 보게 된다면 꽤나 떨게 분명해. 남한테 민망할 정도로. 난 아직도 그런 건 쉽지 않나봐. 어쩌면 특별한 오디션이 없었던 게 내가 그 영화에 출연할 수 있었던 특별한 배경이었을지도 몰라. (웃음)

보라는 연기자이기 전에 CF로 유명해졌잖아. 일단 연예인이니까 유명해지는 건 중요한 일이야. 하지만 그것 때문에 속상한 일도 있을 것 같은데?
황: <좋지 아니한가>를 찍으며 많은 걸 느꼈어. 과거 모 라면 CF로 사람들이 나를 알게 되었고 그 이미지를 통해 ‘그것이 황보라야!’라고 쉽게 말해버려. ‘황보라는 엉뚱한 이미지!' 이런 식으로. 그건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불만이야. 예를 들면 김혜수 선배님이 <타짜> 정마담의 섹시한 이미지를 쉽게 연기했을 것이라 사람들은 생각하지. 하지만 알고 보면 김혜수 선배님도 그 연기를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해. 그런데 관객은 원래 김혜수 씨가 원래 섹시해서 정마담이 나오는 것이라 생각하잖아. <좋지 아니한가>의 용선이도 사실 내가 아닌데..

맞어. 당연하다는 듯이 말야.
황: 당연하다는 듯! 맞아! 그렇게! <좋지 아니한가>의 용선이를 보고 ‘딱 황보라네!‘라고 말하는 것이 말야! 그래서 좀 답답해. 물론 이런 마음을 일일이 관객에게 설명을 통해 설득시킬 수는 없을테니 다음 작품을 통해 다른 면을 보여주는 것이 내 몫이자 욕심이야. <좋지 아니한가>는 나름대로 노력을 했고, 많이 깨지기도 해서 애착이 가는 작품이라 내가 쉽게 연기했을 것이라 생각한다면 속상해. 과거 CF 이미지가 너무 강한 탓도 있나봐.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러게. 아직 보라는 보여줄 게 많을텐데.
황: <좋지 아니한가>의 용선이가 되기 위해 나름대로 많이 고민하고 내 자신을 부수기도 하고..별 짓을 다했는데..쉽게 이야기되어 버리는 건 싫어.

노력을 안 해도 자연스럽게 나온 것처럼?
황: 응!

그렇다면 보라와 아인이는 스스로가 어떤 사람이라 생각해?
황 : 난 나를 모르겠는데?
유 : 역시 나도 잘 모르겠어. 음..그냥 영화 속 모습인 것 같아.
황 : 맞어! 영화 속 모습! 솔직히 자기 성격을 어떻게 알겠어?
유 : 왜 따지고 그래? (웃음) 싸우겠어! (웃음)

앗! 미안. 그냥 물어본 건데. (웃음)
황 : 아니, 따진 거 아냐~~. (웃음) 나도 나를 모르는 게 많아. <좋지 아니한가>에서 달의 이면을 볼 수 없듯이. 그래서 전면적으로 드러난 모습만 보고 나를 쉽게 생각한다는 것이 납득이 안 갈 때가 많은가봐. 나도 살아가며 알게 되는 내 자신이 신기할 때도 많아. 내 인생이 말 그대로 라이브지! (웃음) 가끔은 스릴있다고 생각도 해. 어쨌든 쉽게 단정 지어 말하긴 힘들어.

내 질문이 막연했나 보다. (웃음) 그런데 <좋지 아니한가>로 둘은 처음 만났지?
유 : 사실 촬영 중에 우리 별로 안 친했어. (웃음)

지금도? 그래도 가까워진 것 같은데.
유 : 지금은 친하지. 하지만 촬영 전부터 끝나기까지는 별로 안 친했어. 영화 속 용태와 용선도 그다지 친한 사이가 아니고.
황 : 우리가 캐릭터에 상당히 열심히 집중을 했지! (웃음)
유 : 캐릭터에 너~무 빠져들었지. 우리가.
황 : 그랬지. 너~무 빠져들었지.
유 : 응. 그런데 생각해보니 썩 그렇다기 보다도~~(웃음)
황 : 뭐~야~!(웃음)

그랬구나. 그런데 <좋지 아니한가>는 영화를 보기 전엔 코믹영화라고 생각할 것 같은데 생각보다 단순한 영화는 아니지 않아? 인물간의 관계도 그렇고. 처음 시나리오를 받을 때 쉽게 이해가 됐어?
유 : 일단 처음에는 그냥 재미있게 봤어. 다시 한 번 보니 극 속의 인물들의 상황이 좀 와 닿는 것 같던데?
황 : 나도 보면 볼수록. 나는 솔직히 촬영하며 몰랐던 부분을 인터뷰나 시사회를 통해 되게 많이 느꼈어. 진짜 솔직히 한때는 내 캐릭터 이외의 인물들에 대해서는 잘 몰랐어.
유 : 그건 보라가 몰라도 상관없었을걸! (웃음)
황 : 아. 그래?
유 : 용선이가 용태의 비밀을 알 필요는 없잖아. 어차피 다 개인적인 이야기니까.
황 : 아. 그런 건가? (웃음) 아무튼 뒤늦게 미안한 이야기지만 나는 솔직히 진짜 몰랐는데. 일단 나는 내 캐릭터 이해하기도 벅차서 크게 신경을 못 썼던 것 같아. 그런데 인터뷰하거나 완성된 영화를 보고 나서 조금 알게 되었지. 소품 하나하나에도 의미가 있더라구. 내가 좀 어리석어서 그래. (웃음)

자학하진 말고. (웃음) 이야기만큼이나 캐릭터들도 범상치 않아. 특별히 감독님께 지도를 받았겠지?
황: 난, 늘~ 지도받고! 늘~ 혼나고! 늘~ 고민하고! 되게 많이 깨졌어! (웃음) 아마 모든 배우들 중에 제가 제일! 아인이는 뭐 잘 하니까. 사실 내가 시트콤이나 광고 같은 이미지가 강해서 감독님도 우려가 많았데. 배우들도 많다보니 내가 오버해서 튀려하지 않을까 걱정했대. 그래서 좀 힘들었지. 표현하지 못한다는 것. 나를 누른다는 게. 나를 튀어보여서는 안되니까. 처음에는 답답하고 속이 꽉 막히는 기분이었다. 이걸 내가 지금 하는 건지, 하지 않는 건지. 사실 마지막 촬영에 되어서야 용선이를 알 것 같더라구. 그래서 아쉬웠어. 아무래도 그래서 감독님이 나를 많이 혼내고 가르쳐 주셨겠지?
유 : 용태는 엉뚱하기도 하고 진지할 때도 있지. 일단 연기하며 고민한 부분은 오버하거나 과장하지 않는 것이었어. 영화의 목적이 웃기는 건 아니었으니까 본인은 진지할 필요가 있었던 거지. 하지만 장치적으로 웃기거나 과장해야 되는 연기가 필요한 부분이 있더라. 캐릭터의 그런 모습까지 나 자신에게 진심으로 이해되게 설득하는 것이 조금 어려웠어. 예를 들면 내가 김혜수 선배님에게 "내가 왕이었소"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 장면을 스무 번도 넘게 테이크를 갔었지. 대선배를 앞에 두고! 물론 그때 감독님이 "더 (진심으로 이야기)해"라고 요구하셨는데 난 그게 너무 힘들었나봐. 내가 거기까지밖에 못해서.
황: 난 '눌러! 눌러!' 아인이는 '더해! 더해!' (웃음) 그래도 아인이는 잘 했어.
유: 잘하긴 뭘! 창피해죽겠어. (웃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천호진씨, 김혜수씨, 박해일씨 등. 대선배들이지? 일단 영광이었겠지만 부담되진 않았어? 둘 다 신인이고 어리니까.
유 : 일단 영광이었고 좋았지. 사실 팬의 입장으로서 볼 수 있다는 마음에 설레기도 했어. 처음 볼 때는 떨리기도 했지. 하지만 “부담스럽지 않을까. 내가 과연 잘 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도 있었지. 하지만 너무 좋으신 분들이고 편안하게 대해주시더군. 배려가 깊으신 분들이었어. 그러면서도 그리 티내시는 것도 아니고. 일단 질문처럼 둘 다 어리고 신인이니까 기죽고 주눅 들기 쉬웠을 텐데 선배님들께서 배려를 잘 해주셨어. 그냥 크게 울타리를 쳐 놓고 ‘마음껏 뛰어놀아라’ 하신 것 같아. 물론 제대로 뛰어논 건지는 잘 모르겠어.

나름대로 잘 뛰어논 것 같은데? (웃음) 혹시 그럼 특별히 친해진 분은 없어?
유: 사실 특별하게라고 말할 수가 없는 게 다 가족이었잖아! (웃음) 보라누난 사실 나보다 연상인데 동생 같아. 내가 예의 없는 건가?(웃음)

일단 <좋지 아니한가>에서도 그랬고. 왠지 보라가 아인이보다 동생같아 보여!
황 : 다~! 다~들 그래! 물론 내가 어려 보여서겠지? (웃음)
유 : 그래도 나보다 어려 보이진 않잖아! (웃음)

일단 뭐 보라는 흔히 말해 동안이고 아인이가 진지해보여서 아닐까? 기존 이미지도 그랬고.
황 : 사람의 이미지라는 게 참 쉽게 굳어버린다니까. 하긴 어쩌면 그래서 알아갈수록 재미있고 신비한 일인 것 같아!
유 : 감독님도 아마 그런 부분을 보고 캐스팅 했을 거야.

둘 다 현장에서 막내였잖아. 나름대로 선배님들에게 재롱도 떨고 분위기 좀 띄우지 않았어?
유: 보라 누나가 많이 했지. 난 솔직히 재롱같은 건 잘 못해서.
황: 내가 그냥 애교 있게..
유: 워낙 밝고 명랑하니까 현장의 분위기 메이커였지.
황: 그런데 분위기 메이커하다가 연기들어가면 주눅 들고, 혼나고. (웃음) 혼자 막 신나서 ‘제가요~저번에요~.’ 이렇게 아양떨다가 '큐!’들어가면 완전 입 다물고 굳어버리고. (웃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좋지 아니한가>에서 각각 누군가를 좋아하잖아? 아인이는 원조교제를 하는, 용태말에 따르면 ‘우주에서 제일 나쁜 년’을 사랑하지. 혹시 그런 여자 좋아할 수 있다고 생각해?
유 : 그럼!
황 : 진짜? 원조교제를?
유: 좋아질 수 있지! 원조교제했다 해서 그 사람이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은 건 아니잖아. 사랑하면 그런 것도 감싸줘야 돼.
황:그건 아직 네가 어려서 그래. 그게 솔직히 쉽니?
유 : 그래도 그거 하나 때문에 그 사람을 사랑하지 못할 일이라고 생각하진 않아. 내가 사랑하니까 그 사람이 그런 일을 못하게 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해!

워~워~. 둘 다 싸우지는 말고. (웃음)
황 : 난 경호 선생님같은 사람은 좋아할 수 있을 것 같아!

박해일 씨가 연기한 캐릭터? 용선이가 경호 선생님을 은근히 연모했잖아. 그래서 아마 양동이도 뒤집어썼겠지? (웃음) 혹시 실제로 학창시절에 선생님 좋아해본 적 있어?
황: 음..없었어. 학창시절에 누구 좋아해 본적이 없어. 그게 내 인생의 한이랄까. 10대에 사랑 못해본 것. 그 때의 감정이랑 지금 20대의 감정은 분명 틀릴텐데.

그렇지. 그럼 말야. 어차피 사랑이라는 건 나이에 구애되는 게 아니잖아. 혹시 누구 진~짜 많이 좋아해본 적 있어?
황 : 그럼. 있지. 물론. 없다면 거짓말이지.
유 : 당연히 있어야지.
황 : 난 사랑할 때는 굉장히 진지하고 확 빠져버려. 아무것도 못할 정도로 헌신하는 스타일이야. 그래서 사실은 겁이 나곤 해. 내가 날 잘 아니까. 하지만 난 사랑 없이 살지 못하는 아이야.

첫 사랑은 언제였어?
유 : 나는..열일곱? 한 5년 전쯤?
황 : 나는 늘 만나는 사람에게 첫사랑이라고 하는데..아! 있다!! (웃음) 우리 아버지! 나는 우리 아버지가 내 이상형이야! 얼마 전에 <1번가의 기적>을 봤는데 하지원씨가 아버지의 영혼을 보는 장면 있잖아.

거의 마지막 즈음에?
황: 응! 거기서 하지원씨가 ‘난 아빠가 내 첫사랑이고..’ 하면서 우는 장면. 암튼 그 장면 보면서 통곡을 하듯이 울었다니까! 내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아서. 사실 상영 전까지만 해도 극장에서 모자 푹 눌러쓰고 안경까지 낀 채 나 아닌척했지. 그리고 ‘내가 어제 <좋지 아니한가>를 봤는데 그게 그렇게 재미있다며!’라고 일부로 크게 떠들고. (웃음) 근데 그 장면 보면서 완전 ‘엉~엉~’ 울어버린 거야. 그래서 아마 사람들 다 알았을걸. 완전 깼지. (웃음) 암튼 내 첫사랑은 아버지야. 난 항상 그렇게 생각했어.

<좋지 아니한가>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야. 혹시 둘 다 각각 자신의 가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황 : <좋지 아니한가>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솔직히 우리 가족이라고 생각했어. 근데 VIP시사회 때 어머니가 영화를 보시곤 ‘딱 우리 가족이네’라고 하더라구! 진짜 비슷한 부분이 많아. 사실 나도 태어나서 부모님께 사랑한다는 말을 해본 적이 없거든. 부끄럽기도 하고 무뚝뚝해. 난. 그런데 무관심한 척할 뿐,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잖아. 비슷해. 우리 가족이랑. 감독님께서 ‘이해하려 하지 말고 인정해라’라고 하셨어. 만약 영화처럼 아버지가 원조교제 의혹을 받게 되면 가장 열 받는 건 딸이라 생각해. 그래서 용선이가 쪽팔리고 죽고 싶다을 것 같단 생각을 했어. 그런데 나 지금 질문에 맞는 대답하는 건가? (웃음)
유 : 나도 마찬가지인 것 같은데. 그냥 가족 중에 특별히 나만 그런 것 같아. 나만 동떨어져 있는 것 같고. 나만 관심에 벽을 치고 있는 것 같고.

대화를 자주 나누지 못하는 건가?
유: 어려서부터 떨어져 살기도 했고..어쩌면 내가 가족을 방관자의 입장으로 보는 것 같아. 부모님이 아니라 내가 말야.
황 : 왕따 들은 늘~ 그래.(웃음) 자신이 남들을 왕따 시킨다고 생각하지. (웃음)

사용자 삽입 이미지
혹시 가족의 은밀한 비밀을 알았던 적 없어?
유: 그건 그야말로 비밀인데 어떻게 말해!
황: 맞아. 비밀인데!

아하! 그렇겠구나. (웃음) 내가 너무 생각없이 질문한 건가? (웃음)
황: 힝~. 우린 지금 이례적으로 최대한의 집중을 하는 건데. 원래 우리 집중 잘 못한단 말야~. (웃음)

그럼 나도 정신 차려야지. (웃음) <좋지 아니한가>는 아마 보라와 아인이한테 큰 계기가 될 지도 몰라. 영화배우로서 본격적으로 처음 이름을 알리는 거잖아. 기대되진 않아?
황: 난 첫 작품이기도 하지만 왠지 지금 모든 걸 처음 시작한다는 기분이 들어. 내가 은근히 방송생활은 오래되었거든. 이래 뵈도 2003년 공채 탤런트 출신이잖아. 활동을 하고, 쉬고, 다시 하고, 쉬고, 이런 식의 반복이었지. <좋지 아니한가>를 하면서 느낀 건 내가 세상에 많이 물들었고, 때가 많이 묻었구나라는 것이랄까? 모르면 모른다 말하고 잘 하는 척 안해도 되는데 연기를 잘 하지도 못하면서 잘 하는 척을 했던 것 같아. 이번 영화를 하고 나서 솔직히 내가 연기를 알았다고 감히 말할 수는 없는 것 같아. 아직도 모르는 것투성이지. 그런데 가장 중요한 건 다시 백지가 된 것 같다는 것. 그거 하나로도 굉장히 큰 것을 얻었다고 생각해! 난 <좋지 아니한가>가 황보라라는 배우로서의 첫 스타트라고 생각해!
유: 일단 촬영 중에 큰 공부를 했지. 그런데 이제 시간이 많이 지나고 개봉을 앞두게 되니 그 때 느꼈던 것들이 다시 실감나지 않아. 그냥 작년에 촬영할 때, 많이 행복했고 내가 느낄 수 있는 많은 것을 느꼈나봐. 현실적으론 개봉 후 얼굴이 많이 알려질지 모르고 그렇다면 연기 생활을 수월하게 할 수 있겠지. 그냥 뭐..그것뿐야.

아직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이제 어린 나이도 아냐. 성인 연기에 대한 고민도 해볼 만하지 않아?
황 : 난 일단 축복이라고 생각해. 임수정씨도 동안이라 어린 연기를 많이 하잖아. 이 나이에 어린 연기를 하는 것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그런 고민보단 이미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근데 나 또 질문하고 벗어난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 (웃음)
유 : 아까도 헷갈리더니! (웃음)

내가 질문을 어렵게 하나? (웃음) 암튼 보라도 동안이잖아.
황 : 그래. 맞아! 동안이니까 동안연기 하는 거지! (웃음) 얼굴도 늙으면 나이 든 역할 하겠지. 뭐.
유 : 그니까 성인 연기에 대해 고민하는 거야! 안하는거야!
황 : 별.로? 쳇! 그럼 아인이 넌 하냐?
유: 나? 나도...없는 것 같은데.. (웃음)
황: 우린 그냥 어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현실에 감사하고 있지! (웃음)
유: 근데 걱정되는 건 일단 지금은 무리겠지만 혹시나 당장 멜로 영화의 주인공이 된다는 건 불가능할 것 같아.
황: 왜? 뭐가 불가능해?
유: 그건 내가 그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건 아니고 외적으로, 내적으로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게 성숙하면 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하거든. 만약 준비가 되었는데 할 수 없다면 그땐 조바심이 나겠지? 지금은 그냥 이 나이에 고등학생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로도 행복하다고 생각해.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쨌든 보라나 아인이는 가능성이 많은 나이야. 많은 것을 어필하면 미래를 위해 도움이 될지도 모르고. 혹시 어떤 연기자가 되고 싶다는 포부같은, 그딴 거 없어? 누굴 닮고 싶다던지.
유 : 사실 연기자가 다른 누군가를 목표로 삼고 좇아갈 수 있지만 그것은 단지 그 사람의 연기보다는 이미지가 아닐까? 연기에는 왕도가 없잖아. 그래서 목표라고 말하긴 애매한 것 같아. 만약 누군가가 되고 싶었는데 진짜 그렇게 돼 버리면 어떡해. 그건 그 사람도, 나도 당황스러운 일 아닐까? (웃음)
황 : 난~! 사람들이 보라를 생각하면 하트가 생각나는 배우가 되고 싶어.

하트?
황 : 사랑말야. 난 김혜수 선배님을 존경하는데 함께 영화를 하며 느꼈지만 이미지가 다가 아니야. 정~말 사랑이 많아! 그래서 나도 사랑을 베풀 수 있는 연기자가 될 거야. 모든 감정은 사랑 안에서 나오고 사랑은 모든 연기의 기초라고 생각하니까 생각하거든. 그래서 난 하트가 생각나는 보라가 되고 싶어.
유 : 또 원하는 답변이 아닌 것 같은데~. (웃음)
황: 그런가? 죄송합니다~. (웃음)

아냐. 괜찮았어. 일단 보라나 아인이나 본격적으로 출발한다는 것만으로도 좋지 아니한가 싶은데.
황: 와아~
유 : (정윤철) 감독님 개그인데. (웃음)
황: 맞아! 시사회때 했던! (웃음)

이런~들켰군. (웃음) 어쨌든 <좋지 아니한가>가 필요하다 생각되는 관객있어?
유 : 일단 모두가 본다면 좋겠지.
황 : 진짜! 모두가!
유 : 인간관계에 대해 고민에 놓여 있는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어. 굳이 가족에 대한 문제뿐만 아니라, 사랑이 되어도 좋겠지. 감독님은 연예인들이 봤으면 좋겠다고 하시던데?
황: 진짜?
유: 응. 어쨌든 인간관계의 문제 속에 놓인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어. 만약 보고나면 그런 고민들이 담담해지거나 그로부터 쉬어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해.
황 : 맞는 말씀이에요. 동의합니다. (웃음)

어쨌든 이번 영화가 보라와 아인이한테 정말 ‘좋지 아니한가’ 싶길 바래!
황 : 아하~~~또 감독님 개그!!! (웃음) 암튼 고마워!
유 : 감사!

(무비스트)

'inter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정해 인터뷰  (0) 2008.05.30
민지혜 인터뷰  (0) 2008.05.30
지진희 인터뷰  (0) 2008.05.30
강예원 인터뷰  (0) 2008.05.29
이상일 감독 인터뷰  (0) 2008.05.29
Posted by 민용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