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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6.05 <로니를 찾아서> 단평
  2. 2009.05.22 <신주쿠 사건> 단평

불법체류자 신분의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적의를 드러내는 동네 주민들은 대한민국 사회의 고질적 단면이다. 대한민국 남자들의 무능력한 마초이즘은 때때로 자신의 영토를 침입한 이방인들에 대한 공격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로니를 찾아서>는 어느 치졸한 마초의 체험을 통해 적나라한 문제의식을 드러내는 동시에 극적 재미를 진전시키는 영화다. 인호(유준상)가 뚜힌(로빈 쉐이크)과 함께 로니(마붑 알엄 펄럽)를 찾아 나서는 과정을 그린 영화는 버디무비와 로드무비의 조합을 이룬 휴먼드라마에 가깝다. 사회적 시선을 견지한 극적 연출이 인상적이다. 다만 문제의식을 발견할 뿐 어떤 결론을 주장하지 않는다. 단지 남자의 변화를 관찰할 뿐이다. 인호의 변화는 결국 한국남자들, 더 넓게는 한국사람들의 가능한 변화를 설득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어떤 정치적 주장보다도 설득력 있는 사연이 귀엽고 즐겁게 전달된다. 물론 인호가 로니를 찾아가는 여정은 일면 무모한 희망처럼 보이고 목적성도 흐릿하다. 하지만 그 여정을 지켜본다는 건 그 무모한 희망에 동참하는 행위나 다름없다. <로니를 찾아서>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건 바로 그 지점에 있다. 동시에 한국어에 유창한 불법체류자 외국인들의 모습은 기이한 구경거리처럼 보인다.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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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속하게 치고 빠지는 움직임이 구사되지 않는, 타격감이 없는 성룡영화라니 생소하다. 액션 장면은 있다. 하지만 그 액션 장면에서 성룡은 우리가 아는 성룡이 아니다. 그냥 마구 휘두르고 얻어 맞기도 한다. 액션 활극이 아닌 사실적인 느와르 안에서 성룡의 위트는 전혀 구사되지 않는다. 그 진지함만큼이나 진중함도 대단하다. <신주쿠 사건>은 살벌한 긴장감으로 가득한 도쿄의 비정한 정서를 온전히 체감하는 중국인 불법체류자들의 도쿄 생존기다. 일자리를 찾아 일본으로 밀항한 중국인 불법체류자들이 넘치던 90년대 도쿄 신주쿠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는 희망과 절망을 가로지르는 불법이민자들의 저항과 애환을 핏빛으로 투영한다. 성룡과 판빙빙을 비롯한 중화권 배우들과 타케나카 나오토를 비롯한 일어권 배우들은 제 역량을 다함과 동시에 그 조화가 자연스럽다. 사실적인 신체훼손 장면이 연출되는 등 폭력의 수위가 높지만 그 무거운 정서가 캐릭터의 공포와 분노를 대변한다는 점에서 효과적이다. 무엇보다도 활극적 액션을 연출하지 않고 온전히 표정만으로 승부하는 성룡의 연기가 상당히 인상적이다. 연륜과 관록이 넘치는 성룡의 표정은 비정한 느와르의 내면을 탁월하게 대변하는 창이나 다름없다.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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