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은 어쩌면 평행선에 놓여 있다. 삶이 시작되는 것처럼, 죽음 또한 예기치 않게 찾아온다. 단지 해가 뜨고 지는 것처럼 명확하게 그 시작과 끝이 존재할 뿐이다. 불과 27세의 나이에 척추암 판정을 받고 생사의 확률이 50%라는 진단을 얻은 아담(조셉 고든 래빗)의 삶 역시 다르지 않다. 매일 아침마다 꾸준히 조깅을 하고, 술과 담배를 멀리하는 그가 자신의 등이 기다란 암세포로 잠식당하리란 예감이 가당한가. 하지만 아담은 암 진단을 받으며 생사 확률 50% 선고를 받는다. <50/50>은 갑작스럽게 생사의 기로에 서게 된 아담이 겪게 되는 암투병기 혹은 암 선고 이후의 일상을 돌보는 이야기다.

Posted by 민용준
,

1960년대 미국은 격변의 시기였다. 공식적으로 흑인 노예제도가 폐지된 이후에도 흑인과 백인의 빈부 격차는 그들의 삶을 보이지 않는 계급으로 구분 짓는 주요한 잣대 노릇을 했다. 미국 일부 지역에서는 노골적인 인종 차별이 관행적으로 자행되며 인종 간의 갈등이 야기됐다. 특히 미시시피에서 흑인들의 위상이란 백인 가정을 위해 제공되는 값싼 노동력에 가까웠다. 유년시절부터 흑인 가정부의 손에 길러진 미시시피의 백인 아이들은 자라난 뒤, 되레 그들의 상전 노릇을 했다. 표면적인 계급적 구별이 사라졌을 뿐, 차별은 더욱 공고해졌다. 캐서린 스토킷의 <헬프>는 광폭한 차별의 한가운데서 폭력을 체감하면서도 묵묵히 백인 가정의 살림을 도맡아온 미시시피 흑인 가정부들에 관한 이야기다.

Posted by 민용준
,

생은 시작과 달리 예정 없이 끝난다. 죽음이 슬픈 건 그래서일 게다. 죽은 자들의 빈 자리는 그 곁에서 함께 살아가던 이들의 생 한복판을 공허하고 황량하게 비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히어애프터>는 바로 그 죽음을 소재로 둔 영화다. 타인과의 접촉을 통해 그들의 기억 속에 놓인 망자들과 접속하는 조지(맷 데이먼)와 인도네시아를 휩쓴 쓰나미로 인해 죽음의 목전까지 다다랐던 프랑스의 유명 저널리스트 마리(세실 드 프랑스), 그리고 죽은 쌍둥이 형을 간절히 그리는 소년 마커스(조지 맥라렌)까지, 제각기 발 딛고 선 땅 위에서 직간접적으로 죽음과 사후를 경험한 이들의 뿔뿔이 흩어진 사연이 서로의 교감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린다.

Posted by 민용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