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1.11.30 <50/50>유의미한 일상의 발견
  2. 2009.11.10 <2012>재난이라는 이름의 종합전시관
  3. 2009.08.05 <10억> 단평

삶과 죽음은 어쩌면 평행선에 놓여 있다. 삶이 시작되는 것처럼, 죽음 또한 예기치 않게 찾아온다. 단지 해가 뜨고 지는 것처럼 명확하게 그 시작과 끝이 존재할 뿐이다. 불과 27세의 나이에 척추암 판정을 받고 생사의 확률이 50%라는 진단을 얻은 아담(조셉 고든 래빗)의 삶 역시 다르지 않다. 매일 아침마다 꾸준히 조깅을 하고, 술과 담배를 멀리하는 그가 자신의 등이 기다란 암세포로 잠식당하리란 예감이 가당한가. 하지만 아담은 암 진단을 받으며 생사 확률 50% 선고를 받는다. <50/50>은 갑작스럽게 생사의 기로에 서게 된 아담이 겪게 되는 암투병기 혹은 암 선고 이후의 일상을 돌보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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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이 갈라지다 이내 꺼진다. 달아날 곳조차 없을 정도로 지반 전체가 요동을 친다. 캘리포니아주 전체가 마치 기울어진 접시 위의 팬케이크처럼 바다 속으로 잠겨버린다. 화산도 폭발하고, 쓰나미까지 밀려온다. 지구상의 대륙이 바다 속으로 가라앉는다. 사람이 발붙이고 설 땅이 없어진다. 말 그대로 전지구적 재앙이 스크린을 가득 메운다. <2012>는 재난이란 이름으로 명명되는 이미지들의 합집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재앙 블록버스터의 총아다. 재난이라면 보여줄 만큼 보여준 할리우드가 아예 끝장을 보자는 심산으로 영화를 제작한 것마냥 보일 정도로 막대한 규모를 전시하는, 진정한 블록버스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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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 단평

cinemania 2009. 8. 5. 10:49

대세는 리얼이다. 리얼을 보장하는 건 실시간이다. 고로 10억의 상금이 걸린 인터넷 생중계 서바이벌 게임은 대세를 아는 기획이다. 문제는 이 서바이벌이 단순히 게임의 탈락자를 양산하는 수준이 아닌, 인생의 탈락자를 양산하는 진짜 리얼 서바이벌이라는 점에 있다. 무한 경쟁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현대인들의 아비규환을 연상시키듯 거액의 상금을 눈앞에 둔 게임 참가자들의 생존 게임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문제는 그 의미를 설득력 있게 제시하지 못한다는 점이랄까. 참혹한 세태를 방조한 자들에게 복수를 가한다는 내용은 일면 그럴 듯 해 보이지만 영화는 좀처럼 정곡을 찌르지 못한다. 단 한 사람의 생존자가 남았고, 그 생존자의 기억을 더듬어 플래쉬백을 전진시키고, 사건의 배후에 대한 의문을 증폭시키는 서사의 구조는 나쁘지 않다.

 

문제는 본질적인 이야기 구조다. 게임의 법칙 안에서 철저한 규칙성이 보장되지 않고, 우연을 필연처럼 눈가림하려는 수작들이 곳곳에 산재해있다. 좀처럼 어리석지 않고서야 그 단점을 알아채지 않기란 어려운 일이다. 때때로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로 이해할 수 없는 대사와 감정들이 연출되곤 하는데 하나같이 심각한 수준의 비웃음을 유발한다. 궁극적으로 모든 사건의 원인이 된 시작점을 결말에 전시할 때, 영화 자체의 수준이 확연히 드러난다. 그러니까 세상에 대한 비관으로 똘똘 뭉친 이 영화가 내던지는 궁극적 원인이란 건 어지간해서 이해할 수 없는 비약적 현실이다. 물론 현실에선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정말 어처구니 없는 방식으로 벌어지곤 한다. 하지만 영화적 설득력은 그 어처구니 없음을 고스란히 따라가는 방식으로 체득될 수 있는 게 아니다. <10>은 좀처럼 설득력이 없는 영화다. 그저 개똥철학을 담은 무책임한 혐오덩어리에 불과하다. 고생한 흔적이 확연한 배우들만 뒤늦게 안쓰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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