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e makes you amazed!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리부트를 꾀하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메인 키워드는 스파이더맨의 새로운 활약상이겠지만 피터 파커의 첫사랑과 성장통이기도 하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메가폰을 잡은 이가 <500일의 썸머>를 연출한 감독 마크 웹이란 사실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뉴욕을 활공할 새로운 거미인간의 거미줄에 일찌감치 걸려든 여인 그웬 스테이시로 낙점된 엠마 스톤을 주목해야 하는 건 그러니 당연하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 트릴로지를 잇는 작품이 아니다. 최근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가 그랬듯이, 프리퀄의 방식으로 시리즈를 리부트하는, 스파이더맨의 새로운 기원이자 미래다. 지휘자가 바뀌니 연주자도 바뀐다. 이제 거미줄을 쏘며 뉴욕을 활공하던 스파이더맨의 바통은 토비 맥과이어가 아니라 앤드류 가필드의 손에 있다. 스파이더맨의 연인 자리를 꿰찬 것 역시 커스틴 던스트가 아닌 엠마 스톤이다. 그녀는 커스틴 던스트가 연기했던 메리 제인 왓슨이 아니다. 그 이전에 스파이더맨의 마음을 사로잡은 여인 그웬 스테이시였다. 그녀가 바로 새로운 시리즈의 박동을 만드는 심장이다. 엠마 스톤이 거기 있다.
엠마 스톤은 11살 무렵부터 무대에 오르며 배우의 꿈을 키워왔다. 현재 23살의 엠마 스톤은 할리우드에서 가장 주목 받는 여배우 중 하나다. 성공이라는 단어를 자신의 수식어로 차지하는데 성공한 이들 대부분처럼 그녀에게도 바닥을 치는 순간들이 있었다. TV시리즈 <히어로즈>의 오디션장에서 경쟁배우였던 헤이든 파네티어에게 캐스팅 감독이 전하는 말을 들었을 때도 그랬다. “10점 만점 기준에 자네는 11점이야.” 하지만 바로 이듬해에 그녀의 이름은 2주간 북미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한 <슈퍼배드>와 함께 수면 위로 떠오른다. 고교 졸업 전에 자신의 동정을 처분하고야 말겠다는 청소년들의 얼간이짓을 다룬 이 코미디물에서 엠마 스톤의 시원한 미소는 확실한 인상을 남겼다. 바이러스 전염으로 인류 대부분이 좀비가 돼버린 디스토피아에서 생존해나가는 네 남녀를 그린 <좀비랜드>는 엠마 스톤을 쏘아 올린 방아쇠가 됐다. 끔찍하고 잔혹한 이미지를 쿨하게 즐길 수 있을 만큼 유쾌하면서도 따뜻한 이 작품에서 여동생과 함께 당차게 살아나가는 위치타의 도전적인 기질은 엠마 스톤 그 자체처럼 보인다.
<주홍글씨>를 모티프로 둔 하이틴 코미디이자 첫주연작인 <이지 A>에서 자신을 옭아맨 섹스 스캔들 루머를 대담하게 자신의 커리어로 마케팅하는 소녀 올리브와 미시시피에서 성장한 작가 캐서린 스토킷의 자전적인 경험담이 담긴 저서를 영화화한 <헬프>에서 흑인 차별이 만연한 미시시피의 현실을 고발하는 진보적인 여성 스키터 사이에서 엠마 스톤은 점차 성숙해진 매력을 드러낸다. 시원한 미소가 인상적인 소녀에서 자신의 생각과 소신을 뜨겁게 어필할 줄 아는 여인으로, 캐릭터와 함께 성장하며 매력을 진화시킨다. ‘쿨’하면서도 ‘핫’한 엠마 스톤의 저돌적인 매력은 비단 영화 속 캐릭터를 위한 것만은 아니다. 최근 앤드류 가필드와 연애 중임을 밝힌 그녀는 파파라치 앞에서도 거리낌 없이 데이트를 즐기는 모습을 심심찮게 노출했다. 그녀의 당찬 기질은 어쩌면 타고난 것일지도 모른다. 14살 무렵 파워포인트로 작성한 ‘프로젝트 할리우드’, 즉 자신이 연기자로서 어떠한 삶을 살아갈 것인지 부모님 앞에서 프리젠테이션을 했다는 일화는 예사롭지 않다. 물론 그 계획 속에 스파이더맨의 첫사랑이 되리란 일말의 짐작도 없었겠지만, 어쨌든 그녀는 이제 전세계가 지켜보는 스파이더맨의, 아니 스파이더맨이 사랑하는 여자다. 허스키한 목소리마저 매력적인.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요?
<헬프> 촬영 당시 그웬 스테이시 역에 대한 오디션 제의를 받았어요. 꽤나 부담스러운 일이었지만 시나리오 일부를 받아보니 매력적이었죠. ‘오디션 봐서 나쁠 건 없지’라고 생각하며 오디션 참여를 결정했어요. <이지 A> 프리미어가 있던 날, 앤드류 가필드와 함께 오디션을 봤고, 스파이더맨을 만난 날이 된 셈이죠.
<스파이더맨 3>에서 그웬 스테이시 역을 맡았던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도 <헬프>에 출연했었죠!
미시시피의 <헬프> 촬영장에서 마크 웹 감독을 비롯한 제작관계자들로부터 걸려온 전화로 전해 들었어요. 제가 캐스팅됐다면서 90초 뒤에 이 소식이 공식 발표될 거라 이야기했죠. 덕분에 정신이 없어졌는데 정말 딱 2분 뒤에 브라이스가 제 트레일러로 달려와서 소리쳤어요. “네가 그웬 스테이시야!” 사실 브라이스가 연기한 그웬 스테이시는 저와 너무 달라서 같은 배역을 공유했다는 게 신기해요.
그웬 스테이시는 어떤 인물인가요?
한마디로 졸업생 대표에요. 집안의 장녀이고, 남동생이 있고, 경찰서장인 아빠를 늘 동경해왔죠. 여느 여자아이처럼, 아빠가 첫사랑이에요. 스테이시 서장은 딸을 굉장히 아끼고, 딸에게 늘 책임감 있는 사람이 되라고 가르치죠. 아마도 아빠가 위험한 일을 한다는 것에 일종의 콤플렉스가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피터와 친해지면서 그녀답지 않게 무책임한 일을 벌이죠. 인생에서 처음으로 아빠에게 맞서고, 하지 말라는 일을 해요.
거미가 변화시킨 건 피터 파커만이 아닌가 보군요.
그웬은 인생 전체를 계획해 놓는 아이인데, 피터가 완전히 바꿔놓죠. 단순히 나쁜 남자를 좋아한다는 것과는 달라요. 피터가 과학을 좋아하는 게 그웬에겐 섹시하게 느껴지는 거죠. 제가 보기엔 그게 바로 그녀의 인생이에요. 그리고 그웬은 참 똑똑한 아이에요.
그런 그웬도 위기로부터 구출을 기다리는 여자가 되는 건가요?
위기는 늘 가까이에 있기 마련이니까요! (웃음) 제 생각엔 그웬은 가끔 자기에게 초능력이 있길 바라는 것 같아요. 대책없이 위기에 빠지기만 하는 기존의 평범한 캐릭터들과 분명 다른 것 같아요.
출연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앤드류와 스크린 테스트를 할 때였죠. ‘널 위해서라면 죽을 수도 있어’라는 10대 특유의 들끓는 사랑이란 점에서 실연을 경험하지 못한 진짜 첫사랑을 경험할 수 있겠구나 싶더라고요. 그웬의 이야기가 사랑스러워서 푹 빠져서 연기했어요. 결과적으로 사랑에 빠진 두 청소년의 풋풋함을 연기할 수 있어서 즐거웠어요. 참 특별한 일이었죠.
캐릭터를 이해하기 위해서 특별하게 노력한 점은 없었나요?
그웬이 좋아할 것 같은 책들을 많이 봤어요. 고등학교도 자퇴하고 대학에도 진학하지 않아서인지 생물학 입문서가 흥미로웠어요. 그웬과 피터가 좋아하는 분야이기도 해서 캐릭터를 이해하고 몰입하는데 도움이 됐죠. 그런데 제 인생을 바꿔버린 것 같아요. 샌디에이고와 잉글우드에 있는 실험실에 가서 동물 수술 과정을 봤고, 당뇨가 있는 신장 세포를 관찰하거나 팔과 다리 세포 재생과 관련된 바이오포토닉스 분야의 실험도 관찰했는데 정말 끝내주게 재미있었어요. 제가 질문을 너무 많이 해서 좀 이상한 애라고 생각했을 거에요. 새로운 관심 분야가 열린 기분이었죠. 생물학 과정을 공부할 생각이에요. 정말 빠져 들었다니까요.
영화는 1960년대에 발표된 원작과 얼마나 다른가요?
만화책에서는 거침없는 청소년들로 나오죠. 그웬은 원래 자신감이 넘치는 소녀고요. 피터는 스파이더맨이 된 다음부터 그웬을 ‘그웬디’라고 불러요. 그웬디는 60년대에서나 썼던 호칭이었죠. 60년대 분위기가 나지 않는 영화에서는 물론 아니고요.
원래 <스파이더맨>의 팬이었나요?
청소년기에는 만화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채팅하길 좋아하는 인터넷 키드였죠. 마블 스튜디오의 아비 아라드 회장을 통해서 마블 코믹스를 알게 됐고, 지금은 정말 좋아해요. 만화책을 섭렵하진 못했지만 영화는 다 봤으니 나름대로 스파이더맨을 잘 안다고 자부해요.
함께 작업한 앤드류 가필드는 <스파이더맨>의 열렬한 팬이던데요.
앤드류만큼 피터 파커에게 푹 빠진 사람도 보기 드물 거에요. 확신하건대 <스파이더맨>에 관한 모든 연기를 이미 상상해봤을 거에요. 피터가 어떤 소년인지 굉장히 깊게 이해하고 있어요. 피터와 정말 똑같다고 할 수는 없지만, 생각이 깊고 열정이 넘친다는 점은 비슷해요.
혹시 <스파이더맨>의 그 유명한 '거꾸로 키스신'과 비슷한 로맨틱한 순간은 없나요?
이번 영화에서는 아무도 거꾸로 매달려 있지 않아요. 대신 그웬은 메리 제인 왓슨과 달리 스파이더맨이 아닌 피터에게 키스하죠. 그녀는 피터를 사랑하고 그의 정체를 아는 유일한 사람으로서 비밀을 지켜줘요. 그게 참 멋지죠. 저는 그웬이 피터가 스파이더맨임을 뒤늦게 알게 된 후에도 여전히 사랑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어요. 스파이더맨이 피터라는 것을 아는 게 아니라 말이죠.
첫 번째 대작 블록버스터 출연이었어요.
영화의 규모나 촬영장의 천장 높이가 중요한 건 아니에요. 오히려 사람들에게 울림을 전달하는 수 있는 영화를 완성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는 걸 확실히 느꼈죠. 물론 특수효과를 위해 블루 스크린에서 촬영하는 건 거들을 껴입고 43℃의 미시시피 강에서 촬영했을 때와 비슷한 충격이었죠. 상황의 제약을 이겨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죠. 그리고 결국 중요한 건 <스파이더맨>이 환상적인 이야기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줬다는 거죠. 용기를 갖고, 더 나은 사람이 되고, 더욱 대담해지라고요. 그게 특별한 점이죠.
<500일의 썸머>를 연출했던 마크 웹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요?
아주 좋았어요. 감독님은 사랑을 믿는 사람이자 <스파이더맨>의 열혈 팬이에요. 색다른 시점으로 이야기를 독특하게 끌고 나갔어요. 이런 일이 10대 청소년에게 일어난다면 어떨지, 코믹스 원작과 또 다른 시선으로 사람의 심리에 접근하고 해석했다고 생각해요.
이 작품을 시리즈로 계속 만날 수 있을 거라 보나요?
물론이죠. 코믹스는 가장 최신 버전의 신화잖아요. 그런 신화 속에 참여해서 즐겁다고 느낀 건 이야기가 반복되면서 새롭게 거듭된다는 점이었죠. 모든 동화도 항상 반복되는 것만은 아니잖아요. 늘 색다른 요소를 집어넣을 수 있으니까요. <스파이더맨>도 마찬가지죠. 다음 버전이 얼마나 빨리 나올지 몰라도 이 이야기의 일부가 된다는 건 참 즐거웠어요.
(ELLE KOREA 8월호 No.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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