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방 안에 앉아 있는 소녀에게는 그득한 불길함이 깃들어 있다. 그리고 그 불길함은 어머니의 죽음과 함께 현실로 박차고 나온다. 아내의 유산이 두 딸에게 고스란히 넘어간다는 것에 대한 의붓아버지의 분노는 학대적인 행위로 번진다. 그리고 폭력적인 그를 피하려던 소녀는 위기에 놓인 여동생을 보호하고자 총을 든다. 손가락 끝에 걸린 방아쇠가 당겨지는 순간, 총구로 총알이 튕겨져 나온다. 하지만 의붓아버지를 스치고 지나간 총알은 여동생을 관통한다. 여동생의 죽음과 함께 경찰에게 연행된 소녀는 의붓아버지의 동의 하에 정신병원에 인도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베이비돌(에밀리 브라우닝)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처참한 일상에 직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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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는 꿈을 꾼다. 그리고 꿈은 언제나 결말을 보여주지 않는다. 소녀는 어머니의 사고가 있던 날의 기억을 잃었다. 그래서 정신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던 중이다. 하지만 비로소 퇴원했고, 자신을 데리러 온 아버지와 함께 집으로 돌아간다. 오랜만에 돌아온 집엔 반가운 언니가 있지만 반갑지 않은 새엄마도 머물고 있다. <안나와 알렉스: 두자매 이야기>(이하, <안나와 알렉스>)는 그 자매와 새엄마 사이의 갈등을 다룬 이야기다. 안나(에밀리 브라우닝)와 알렉스(아리엘 케벨)는 아버지(데이빗 스트라탄)의 새로운 연인 레이첼(엘리자베스 뱅크스)을 경계하고 그녀를 주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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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운 감독의 <장화, 홍련>을 리메이크한 <안나와 알렉스: 두자매 이야기>(이하, <안나와 알렉스>)는 모체의 유전적 영향력을 어필하기 보단 자신만의 개성을 공고히 다지려는 산물이다. 물론 유전인자를 무시할 수 없는 골격과 외양은 전자의 기억을 소환하기 좋은 자질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안나와 알렉스>는 서정적이며 원초적인 호러로 분위기를 장악하던 <장화, 홍련>과 달리 물리적인 실체를 동원해 미스터리를 설득시킨다. 폐쇄적이고 음습한 기운이 동화적인 순수와 결합돼 중의적인 심리를 풍기던 전자와 달리 후자는 전형적인 틴에이저 형태의 이미지에 병리학적 컴플렉스 증세를 더하며 인과적 내러티브를 완성해나간다. <장화, 홍련>의 분위기 자체에 매혹된 관객이라면 <안나와 알렉스>를 그만큼 하대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독자적인 영역에서 보자면 야심에 걸맞은 결과물이라 평할 만하다. 다만 연출적 자질은 평범하고 관객의 혼선을 도모하려는 복선들은 쉽게 허무해진다. 설득력은 있지만 놀라운 구석을 찾기도 힘들다. 평범하다는 말은 때때로 장점이 되기도 하고 단점이 되기도 한다. <안나와 알렉스>는 아무래도 그 중간 즈음에 머문 영화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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