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엘르>를 넘기는 당신은 여자 아닌가? 빤한 질문 아니냐고? 그렇다면 혹시 <엘르> 보는 남자본적 있나? 이것도 빤한 질문인가?

 

Posted by 민용준
,

Beauty in Basic

‘최초’와 여성이라는 단어는 손쉽게 수식된다. 최초의 여류사진가로 꼽히는 이모젠 커닝햄 또한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녀에게 중요한 건 사진가라는 아이덴티티, 그 자체였다 

'culturist'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디 밴드들의 헝거 게임  (0) 2012.07.09
런던올림픽의 재주꾼들  (0) 2012.06.26
[건축가 대담]말하는 건축가들  (0) 2012.06.07
여자는 야구의 미래다.  (1) 2012.05.17
마크 월버그, 이 남자가 사는 법  (0) 2012.05.15
Posted by 민용준
,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시어머니는 말한다. ‘남편 군대 보내놓고 노래가 나오나?’ 친아버지도 말한다. ‘한 번 시집갔으면 죽어도 그 집 귀신이다.’ 순이(수애)는 그저 묵묵히 듣는다. 남녀의 관계질서가 군대의 위계질서만큼이나 일방적이던 시대상이 순이를 둘러싼 언어들만으로도 뼈저리게 감지된다. 사랑하지 않는 남녀가 부부라는 이름으로 맺어지는 것이 대수롭지 않던 시절, 순이는 김추자의 ‘님은 먼 곳에’를 즐겨 부르곤 한다. 사랑한다고 말할 걸 그랬지. 님이 아니면 못산다 할 것을. 순이의 입으로부터 흘러나오는 그 절절한 가사는 순이의 현실과 지극히 동떨어진 낭만이라 기이하다. 베트남으로 향하는 순이의 ‘남편 찾아 삼만리’ <님은 먼곳에>는 순이가 즐겨 부르는 ‘님은 먼 곳에’가 대변하는 그녀의 본심을 찾아가는 로드무비다. 결말부에 다다르는 순간까지 궁극적 야심을 엄폐한 채 서사를 전진시키는 <님은 먼곳에>는 남아선호사상과 가부장제가 사회와 가정의 기저를 완벽하게 억누르던 대한민국 사회로부터 멀리 떨어진 베트남에서 남근 지배적 체제의 졸렬함을 착실하게 구현함으로써 그것의 정곡을 찌른다.
Posted by 민용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