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최대 규모의 영화제였던 부산국제영화제가
제대로 개최될 수 있는지조차 불투명한 영화제로 전락한 건 내부의 적 때문이었다.
한국을 넘어 동아시아 최대 규모의 영화제로 자리잡은 부산국제영화제는 올해로
21회를 맞이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과연 올해 부산국제영화제가 제 생일을 챙길 수 있을지
의문이다. 부산국제영화제는 매년 10월경에 열렸다. 지금쯤이면 초청작을 비롯해 기본적인 영화제의 윤곽 정도는 잡았어야 할 시기이지만 영화제 기간을 제외한 어느
것도 준비된 것이 없다. 그나마 원년 집행위원장이었던 김동호 명예집행위원장이 서병수 부산시장 대신 민간
자격의 조직위원장으로 추대된 것이 최근의 성과다. 10월 6일부터 15일까지 열린다는 영화제 기간을 제외하면 확실한 것이 하나도 없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2014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선
세월호 참사 구조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다큐멘터리 <다이빙벨>의
상영을 결정했다. 그 과정에서 부산시장이자 조직위원장인 서병수가 정치편향적인 영화라는 이유로 <다이빙벨>의 상영 중단을 요구했고, 영화계에선 상영 중단 요구를 철회하라며 반발했다. 결국 부산국제영화제
측에선 영화제의 독립성과 자율성이라는 모토를 고수하며 예정대로 <다이빙벨>을 상영했다. 그리고 본격적인 사태가 시작됐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일부 영화인들만의 전유물로 전락했다.” 서병수
시장은 부산국제영화제를 향한 비난을 쏟았다. 비난에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해 1월부터 4월까지, 부산국제영화제는 감사원으로부터 대대적인 감사를 받았고, 9월에는
국고보조금을 부실 집행했다는 명목으로 관련자를 검찰에 고발하라는 감사원의 지시가 떨어졌다. 그리고 12월엔 당시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이었던 이용관이 검찰에 고발됐고, 이듬해 1월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그 과정에서 영화계의 격렬한 항의가
이어졌지만 결국 지난 2월, 부산국제영화제 정기총회에서 집행위원장
임기가 종료된 이용관의 재위촉이 무산되면서 부산국제영화제는 키가 없는 배처럼 방향을 잃고 표류했다. 영화제
집행위원회에선 국내영화계 인사들로 구성된 자문위원 68명을 위촉했지만 부산시에선 되레 자문위원 위촉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며 팽팽히 맞섰다. 결국 국내 영화계 인사들로 구성된 영화인 연대에서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한 보이콧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막연한 우려가 ‘열릴 수 없을지도 모른다’라는 실물적인 예감으로 번지는 상황이었다.
김동호 명예집행위원장은 2010년 집행위원장 직을 내려놓았다. 1996년 영화제의 시작부터 함께 했던 그는 부산국제영화제를 성공적인 현재로 이끈 일등공신이다. 은퇴한지 6년 만에 집행위원장으로 다시 돌아온 이유는 자신의 손으로
일군 부산국제영화제가 기우는 걸 막기 위해서였다. 국내 영화인들과 대립각을 세워오던 부산시장 서병수
역시 부산국제영화제가 좌초되는 것만큼은 막아야 했다. 세계적인 영화제를 하루 아침에 바닥으로 내려 앉힌
악명을 뒤집어 쓰는 건 정치인의 입장에선 두고두고 회자될 오명이다. 결국 조직위원장 자리를 민간 자격인
김동호 명예집행위원장에게 이양함으로써 명예와 실리를 함께 세우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중요한 건 결국
남은 시간이다. 불과 4개월 남짓한 기간은 영화제를 정상화시키기
빠듯한 시간이다.
사실 국내 영화제가 예산을 집행하는 지자체와 갈등을 빚어 파행의 위기에 놓인 사례는 적지 않다. 전주국제영화제는 2회 직전 지자체와 갈등을 빚어온 수석 프로그래머가
사퇴하며 영화제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상황이 연출됐고,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선 부천시장인 조직위원장을
필두로 한 조직위원회에서 집행위원장을 일방적으로 해고하는 상황이 벌어지며 영화계의 반발을 샀고 영화제 자체가 존폐 위기를 맞이하기도 했다. 현재 표류 중인 부산국제영화제 또한 이와 다를 바 없는 경우다. 대부분의
국내 영화제는 지방자치단체, 즉 지자체의 예산을 통해 운영되고 이를 집행하는 지자체장이 조직위원장으로
추대되는 것이 관례다. 문제는 영화제의 역사와 함께 전문성 있는 인력으로 양성된 프로그래머나 영화제
관계자들이 영화제의 전문성과 무관한 지자체 관계자들로 구성된 조직위원회의 간섭을 받거나 정치적인 외압을 받으며 영화제의 역사를 송두리째 상실할
위기에 놓였거나 놓여있다는 것에서 문제의식을 느껴야 마땅하다.
영화제는 단순한 지역 행사가 아니다. 영화를 선정하는 전문 프로그래머와
영화제 운영의 노하우를 익힌 전문적인 운영위원들이 꾸준히 영화제의 내실을 다짐으로서 성장해 나갈 수 있는 문화적,
경제적 보고다. 그만큼 전문인력양성을 도모하고 이를 보조하는 기관의 협조와 이해가 절실하다. 영화제를 쥐고 흔드는 게 아니라 영화제의 정체성이 지속될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해야 한다. 심지어 지자체에서 집행하는 예산이 하늘에서 떨어진 것도 아니지 않은가. 지자체의
예산은 시민의 것이고, 국민의 것이다. 지자체는 대리 집행인일
뿐이다. 부산, 전주, 부천, 제천 등 지금의 국제영화제를 성공적으로 뿌리내린 건 영화제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성실한 호응으로 숨을 불어넣은 관객들이었다. 영화제는 영화제를 찾는 관객들이 존재하는 덕분에 존재하는
행사다. 영화제의 진정한 주인은 관객인 것이다. 고로 지자체의
예산은 그 예산의 집행을 위해 세금을 낸 국민들 즉 관객들을 위해 집행하는 것이므로 영화제에 알력을 가한다는 건 결국 영화제의 주인들이 기꺼이
납부한 재산으로 영화제의 주인들이 일군 텃밭을 훼손한다는 것과 같다. 무엇보다도 지자체가 알력을 써서
지자체의 자산을 무너뜨린다는 것 자체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이게 무슨 낭비적인 짓거리인가.
어쨌든 부산국제영화제는 열려야만 한다. 시네필들의 애정이 원기옥처럼
모여서 만들어진 20년의 역사가 몰염치한 지자체의 알력 따위로 무너지는 걸 본다는 것 자체가 뼈아픈
일이다. 심지어 ‘아시아의 창’이란 슬로건을 걸고 아시아영화들을 발견하는 보고의 역할을 해온 부산국제영화제의 문제는 아시아 영화계의 전체의
문제이기도 하다. 부산을 기억하는 전세계 시네필들의 염원이 부산국제영화제의 정상화로 이어지길 바라며, 나 역시 염원을 보낸다.
세상은 넓고 볼 영화는 많다. 그래서 국제영화제가 개최된다. 천편일률적인 멀티플렉스를 벗어나 동서남북 전국을 돌며 좋은 영화를 찾아 떠나는 기회. 잘 몰랐다면 지금부터 알면 된다.
바야흐로 봄이다. 화사한 벚꽃과 노란 개나리꽃을 보며 사람들은 봄을
만끽한다. 하지만 시네필의 봄맞이는 벚꽃 시기가 지날 무렵 전주에서 시작된다. 매년 4월 말이 되면 어김없이 열리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말이다. 그렇게 본격적인 한 해의 영화 순례가 시작된다. 이 순례는 대부분 10월 초에 개최되는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절정에 달한다.
한국에서 개최되는 영화제는 100여 개에 달한다. 이는 국내외에서 필름을 수급해 상영하는 일반적인 영화제 외에 영화 관계자들을 위한 영화시상식도 일부 포함한
결과다. 여기엔 ‘국제’란
단어로 수식된 영화제도 30여 개나 된다. 크고 작은 영화제의
정확한 수를 가늠하기가 어려울 정도. 1년 열두 달 동안 수많은 영화제가 전국에서 끊임없이 관객을 향해
손짓한다. 가히 영화의 나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본격적인 영화제의 논의가 시작된 건 1995년이었다. 문화공보부 차관과 영화진흥공사 사장직을 역임한 김동호는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직에 관한 제안을 받았고, 이를 수락했다. 그리곤 부산시와 몇몇 기업에서 협찬과 후원을 받아
약 20억여 원의 예산을 마련했다. 그리고 1996년 10월 6일,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가 개최됐다.
남포동 일대를 주무대로 진행된 초기의 부산국제영화제에는 지금으로선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소박한 재미가 있었다. 지금은 좀처럼 기대하기 어렵지만 당시만 해도 왕가위나 박찬욱 같은 거장들이 남포동의 보도블록 위에서 신문지를
깔아 놓고 술을 마시는 풍경을 손쉽게 만날 수 있었다.
1997년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개최되고, 2000년엔 전주국제영화제가 막을 올리며 부산국제영화제와 함께 국제영화제 트로이카 시대를 열었다. 부산과 부천, 전주라는 도시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지역적인 축제를
넘어서 세계적인 영화제로 자리매김했다. 이는 다양한 영화제가 도래하는 시대의 촉발로 이어졌다. 지방자치제 시대의 도래와 함께 지역을 대표하는 축제의 필요성이 대두됐다는 점에서 성공적인 영화제 개최 사례는
좋은 선례였다. 게다가 할리우드영화와 한국영화 위주의 영화들로 점철된 국내극장가의 현실을 감안했을 때
이 시기의 국제영화제들은 다양한 국적과 장르의 스펙트럼을 지닌 영화들을 국내에 전파하는 프리즘 역할을 해냈다. 그리고
관객들은 영화제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성실한 호응으로 숨을 불어넣었다. 결국 다양한 국제영화제는 영화제를 찾는 관객들이 존재하는 덕분에 존재하는 행사다. 영화제의 진정한 주인은 관객인 것이다.
하지만 모든 영화제의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특히 영화제를 주관하는
지자체와 영화제를 운영하는 집행위원회와의 불협화음이 심심찮게 도래하며 영화제의 뿌리를 흔드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전주국제영화제는 2회 직전 지자체와 갈등을 빚어온 프로그래머가 사퇴하며
흔들리는 상황이 연출됐고,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일방적인 집행위원장 해고 사태로 영화제 자체가 존폐
위기를 맞이하기도 했다. 현재 표류 중인 부산국제영화제 또한 이와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다. 대부분의 영화제가 이런 문제 앞에서 영화제의 역사를 송두리째 상실할 위기에 놓였거나 놓여있다. 영화제는 단순한 지역 행사가 아니다. 영화를 선정하는 전문 프로그래머와
영화제 운영의 노하우를 익힌 전문적인 운영위원들이 꾸준히 영화제의 내실을 다짐으로서 성장해 나갈 수 있는 문화적,
경제적 보고다. 그만큼 전문인력양성을 도모하고 이를 보조하는 기관의 협조와 이해가 절실하다.
어쨌든 올해에도 이미 기지개를 켠 전주국제영화제를 필두로 다양한 영화제가 손님맞이를 준비 중이다. 그러니 당신은 그저 두둑하게 준비하기만 하면 된다.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여유와 기대를.
전주국제영화제
2016. 4. 28 ~ 2016. 5. 7
전주 고사동 영화의 거리 일대
올해로 17회를 맞이한 전주국제영화제는 부분경쟁을 도입한 비경쟁 영화제다. 영화들이 수상을 위해 출품된 작품보단 상영과 발표에 목적을 두고 있단 의미다.
그런 면에서 전주국제영화제의 가장 큰 특징은 디지털영화나 독립영화와 같이 기존의 주류영화가 가지고 있지 않은 문법이나 정서에 주목한, 대안적인 영화들을 위해 뿌리 내린 국제영화제로 자리잡았다. 매년
영화제에서 발표되는, 세 명의 국내외 감독들이 참여하는 디지털 단편 옴니버스 기획 ‘디지털 삼인삼색’과 영화제가 선정한 세 명의 국내감독이 완성하는 단편영화
기획 ‘숏!숏!숏!’은 전주국제영화제를 대표하는 인장과도 같다. 무엇보다도 연간 7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 도시로 성장한 전주에서 열리는 국제영화제란 점에서 영화 외적으로도 즐길만한 여흥이
많다는 건 영화제 입장에선 상당한 장점이다. 그만큼 도시의 전성기와 함께 영화제의 발전 가능성도 보다
무궁무진할 것 같다.
부산국제영화제
2016.10.6~2016.10.15
부산 해운대 센텀시티와 남포동 일대
벌써 21회를 맞이할 차례인 부산국제영화제는 국내 영화제의 맏형 노릇을
해왔다. 한국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최고의 영화제로 성장한 부산국제영화제는 ‘아시아의 창’이란 슬로건을 필두로 아시아영화들의 전진기지 역할을 해왔다. 초기엔 남포동 일대를 중심으로 운영되던 영화제는 근래에 들어선 해운대 일대로 영화제의 중심무대를 옮겨갔다. 이를 통해 해운대 바다를 배경 삼아 다양한 영화제 부대행사를 진행하며 관객과 영화제 사이의 거리감을 긴밀하게
좁히는데 성공했다. 무엇보다도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로 자리한 부산국제영화제는 아시아영화들로 제한된 부분경쟁을
도입한 비경쟁영화제로서 아시아영화들의 발전과 미래를 제시하는 영화제로 확고한 자기 영역을 확보했다. 또한
아시아영화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 등지의 다양성영화들이 소개되는 장으로서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 중이다. 해운대를
낀 입지 조건은 영화제를 찾은 관객들이 다시 부산으로 발길을 돌리게끔 만드는데 일등공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부산을 다시 찾을 시네필들을 위해서 그리고 한국을 대표하는 국제영화제의 위상을 위해서 영화제의 정상화는 절실할 수밖에 없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2016. 7. 21 ~ 2016. 7. 31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일대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부산국제영화제에 이어
두 번째로 긴 명맥을 자랑하는 국제영화제다. ‘판타스틱’이란
단어를 직접적으로 내건 만큼 장르 영화제로서의 정체성을 세우기 위한 노력이 지속돼 왔다. 호러와 SF, 스릴러, 판타지 장르 그리고
B급 영화의 하위 문화까지 포괄하는, 다양한 취향의 영화들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통해서
저변을 넓혀왔다. 최근 10년 동안은 장르적 취향의 작품
이외에 코미디나 액션, 멜로드라마를 포함한 대중적인 영화들도 영화제를 통해 소개되고 있는 상황이다. 장르영화제로서의 정체성을 공고히 다져나간 10년 이후부턴 영화제
자체의 대중적 규모를 강화해나가는 인상이다. 한편 올해부턴 영화제 시기와 맞물려 개최되는 부천국제만화축제와의
연계도 적극적으로 모색할 예정이다. 부천이라는 지역적 공통 분모를 통해 축제의 분위기에 활기를 더하겠다는
밑그림은 분명 주목할만한 청사진이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
2016. 8. 11~ 2016. 8. 16
의림지와 청풍호반 그리고 제천 시내 일대
2005년에 시작된 영화제이지만 부산국제영화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와 함께 4대 영화제로 꼽힐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매년 8월 중순마다 광복절 휴일을 끼고 개최되는데 운치 있는 청풍호반을 병풍처럼 두른 개막식부터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분위기는 운치 있게 달아오른다. 음악영화제이지만 단순히 음악영화를 위한 축제인 것만은 아니다. 음악과 영화가 어우러진 축제에 가깝다. 다양한 음악영화들과 음악영화라
호명되지 않아도 음악적 울림이 있는 좋은 영화들이 의림지나 청풍호반과 같은 고즈넉한 풍경들과 어우러져 눈을 홀리는 동시에 다양한 음악 공연들이
매일 같이 귀를 홀린다. 국내에서 큰 인기를 모았던 영화 <원스>를 발굴한 영화제이기도 한데, <원스>의 주연배우이자 뮤지션인 마르케타 이글로바가 영화제를 찾아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지난해엔 상영관 좌석점유율이 80%에 육박하기도 했는데 그만큼 영화제를
한번 찾은 관객이 다시 찾아오는 일도 많다. 그만큼 영화제에 대한 관객들의 만족도가 상당하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
2016. 6. 2~ 2-16. 6. 8
메가박스 신촌, 아트하우스 모모
“여성의 눈으로 세계를 보자!”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올해로 18회를 맞이하는 영화제다. 여성이란 정체성을 내세운 것처럼 여성의 주체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관통하는 영화들을 소개하는데 사회적 약자로서
그늘진 여성상을 조명하거나 주체적이고 아름다운 여성성을 화두로 삼은 전세계 영화들이 관객을 찾는다. 전세계적인
여성영화의 흐름을 짚고 아시아 여성영화인과 여성영화제 사이의 네트워크를 잇는 여성영화계의 가교 역할을 하는 데에도 앞장 서고 있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30여 개국에서 초청된 100편 이상의 영화를 통해 꾸준히 관객과 소통해 왔는데 이는 여성영화제 중 전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이기도 하다.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2016. 9월 중
메가박스 신촌, 아트하우스 모모
올해로 18회를 맞이할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는 비로소 청소년을 내건
영화제에 걸맞은 나이로 성장했다. 청소년영화제인 만큼 성장통과 가족을 주제로 둔 영화들을 주로 소개하고
있다. 다만 키즈아이, 틴즈아이, 스트롱아이로 상영작을 구분하는 섹션을 운영하는데 이는 성장통이라는 주제의식에 대한 극적 표현의 강약에 따라
구별된 것으로 관람작을 선택하는 관객들을 위한 배려에 가깝다. 또한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는 청소년영화를
상영하는 영화제를 넘어 청소년을 위한 영화제로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다. 새로운 시대에 영상문화를
이끌 전세계 청소년들을 위한 영상 기술을 학습하고 직접 영상을 제작하는 캠프를 운영하는데 이 과정을 통해 전세계 청소년들이 교류할 수 있는 장을
연다는 의미에서도 젊은 세대를 위한 영화제의 미덕이 엿보인다.
한국의 전주는 다채로운 식감을 자극하는 먹거리들이 가득한 맛의 고장이다. 올해로 13회를 맞이한 전주국제영화제는 각종 식재료들이 어우러진 전주비빔밥을 닮았다. ‘자유, 독립, 소통’이라는 전통적인 슬로건 아래 디지털 영화나 독립영화를 아우르는 전세계의 비주류 영화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 스페인의 신예 감독 알베르트 세라의 특별전을 기획한 이번 영화제는 4월 26일부터 5월 4일까지, 전세계 영화의 진미를 한 자리에 차렸다.
스위스의 수도 베른의 서남쪽에 위치한 프리부르는 동화 속에서나 볼 법한 아름다운 소도시다. 4개 국어를 쓰는 스위스에서 프랑스어를 주로 사용하는 이 작은 도시는 매년 3월이면 영화의 중립지대로 변모한다. 올해로 26회를 맞이하는 프리부르 국제영화제는 유럽 문화의 다양성을 증진시키고자 라틴 아메리카와 아시아 영화들을 소개해왔다. 3월 24일부터 31일까지, 국경과 인종의 경계를 넘어선 프리부르의 스크린이 세계를 비춘다.
북반구의 겨울이 막바지에 이르는 2월이면 시네필들의 봄, 베를린국제영화제가 열린다. 오는 9일부터 19일까지, 제62회 베를린국제영화제가 개최된다. 프랑스 감독 브느와 자꼬의 신작 <Les Adieux à la reine>(2011)의 상영으로 물꼬를 트는 이번 영화제는 스티븐 달드리와 장이모우의 신작 등이 공개되며 올해 영화계의 첫 번째 흐름을 살핀다. 메릴 스트립의 명예금곰상 수상이 예정된 이번 영화제는 올해에도 어김없이 영화의 봄을 알린다.
로버트 레드포드의 후원으로 시작된 선댄스 영화제는 재기발랄한 인디펜던트 필름들의 발굴터로서 각광을 받아왔다. 1월 19일부터 29일까지, 미국 유타주 파크시티에서 열리는 이번 영화제는 31개국에서 모인 110편의 영화가 저마다의 재능을 선보인다. 배우 출신 감독 마크 웨버의 신작 <The End of Love>(2012)와 김소영 감독의 <For Ellen>(2012) 등 27번째 선댄스 키드의 영광을 노리는 후보작들이 파크시티로 집결한다.
오는 11월 9일부터 20일까지 제22회 스톡홀름 국제영화제가 열린다. 스톡홀름 국제영화제는 북유럽 최대 규모의 필름 축제다. 구스 반 산트의 신작 <레스트리스>(2011)를 비롯해서 50여 개 국가에서 모인 160편 이상의 작품들이 ‘북방의 베네치아’ 스톡홀름의 스크린을 수놓는다. 이번 영화제는 프랑스의 대배우 이자벨 위페르를 위한 평생공로상을 마련했다. 이를 기념하듯 스톡홀름으로 날아든 전세계의 유려한 필름들이 백야의 축제를 장식한다.
시카고는 현대 건축의 메카다. 오는 10월 6일부터 20일까지 열리는 제47회 시카고국제영화제 역시 건축의 역사를 자랑한다. 1964년에 설립된 시카고국제영화제는 거장을 발굴하는 터전이었다. 마틴 스콜세지, 존 카펜터 등의 거장들이 시카고를 거쳐 현대 영화의 역사에 발을 들였다.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A Dangerous Method>(2011)를 비롯해서 빔 벤더스, 아키 카우리스마키 등 거장들의 신작이 올해 영화제에서 공개된다. 거장의 역사가 또 한번 새롭게 건축된다.
스페인 북부의 산세바스티안은 조개 모양의 해안으로 유명한 휴양도시다. 올해로 59회를 맞이하는 산세바스티안 국제영화제의 심벌이 조개인 것도 그래서다. 9월 16일부터 24일까지 열리는 이번 영화제는 90년대 이후 대두된 아메리칸 느와르 필름 기획전을 비롯해서 배우에서 감독으로 영역을 확장한 사라 폴리와 줄리 델피의 신작을 소개하는 등 전세계 영화계의 흐름을 짚는다. 드넓은 해변이 닿는 도시가 전세계 영화인의 이목이 모인 축제의 심벌로 변모한다.
제천은 천혜의 땅이다. ‘내륙의 바다’라고 불리는 청풍호반을 중심으로 수려한 절경이 병풍을 두르고 있다. 매년 8월이 되면 제천의 청풍호반은 음악과 영화가 어우러지는 축제로 일렁인다. 올해로 7회를 맞이하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개막작 <뮤직 네버 스탑>(2011)를 비롯해서 <원스>(2006)의 연인 ‘스웰시즌’에 대한 다큐멘터리 등, 음악과 영화가 만나 이룬 다채로운 하모니를 선사한다. 8월 11일부터 16일까지, 영화와 음악에 빠져든 제천에서 감동의 물결이 퍼져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