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FANS BETTER THAN YOURS
힙합을 몰라도 아는 그 이름 타이거 JK와 윤미래 그리고 실력파 래퍼 비지(Bizzy)가 모였다. 이름하여 MFBTY. 당장 입에 붙지 않아도 괜찮다. 조만간 누구보다도 열광하게 될 테니까.
MFBTY는 ‘내 팬들이 너희 팬들보다 낫다’는 의미인 ‘My Fans (are) Better Than Yours’의 약자, 그러니까 ‘스웩(Swag)’ 그 자체다. 이 생소한 이름에 담긴 자신감이 허세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힙합은 몰라도 타이거 JK와 윤미래는 알 거다. 그리고 드렁큰 타이거의 앨범에 꾸준히 참여해온 실력파 래퍼 비지(BIZZY)까지, 이 세 사람이 뭉친 프로젝트 유닛이 MFBTY다. 이미 2013년 초에 MFBTY라는 이름으로 싱글앨범을 발매했고 같은 해 말에 세 사람이 의기투합한 정규 앨범 <살자(The Cure)>가 발매된 바 있다. 리허설은 끝났다. 이제 진짜 무대에 오를 시간이다. MFBTY의 <Wondaland(원다랜드)>는 타이거 JK이자 윤미래이자 비지이면서도, 타이거 JK도 윤미래도 비지도 아니다. “R&B나 소울, 힙합에 빠져 있던 세 사람이 함께 작업하니까 대단한 힙합 프로젝트로 아는 사람들이 많더라. 음반 판매처의 예약 판매에 게시된 걸 보니 장르가 힙합으로 돼있어서 댄스로 바꿔달라고 요청했다.” 타이거 JK의 말이다. 그러니까 힙합계의 <어벤져스>라 해도 과언이 아닌 타이거 JK와 윤미래가 모인, 게다가 실력파 래퍼인 비지까지 가세한 이 앨범이 힙합이 아니라면 대체 무엇일까? 타이거 JK가 다시 말했다. “각자 하기 힘들었던 음악을 이렇게 모여서 해보는 것도 좋을 거 같았다. 록부터 팝, 댄스, 어쿠스틱까지 다 있다. 대중들이 이걸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그 누구의 팬보다도 나은 그들의 팬들이라면 당연히 열광할 준비가 돼 있겠지만.
좀처럼 가늠할 수 없는 MFBTY의 앨범에 대한 힌트는 그 앨범의 지주인 세 사람 외에도 피처링 참여로 이름을 올린 수많은 뮤지션들의 이름에 있다. 전인권, 방탄소년단의 랩몬스터, 비스트의 용준형, 도끼(Dok2), 윈디시티의 김반장, 유희열 그리고 이현준과 이윤정의 EE 등 나이와 장르를 초월한 다채로운 음악적 대가들이 MFBTY의 앨범에 기꺼이 참여했다. 언어 그대로 기꺼이. “이메일로 조심스럽게 참여를 요청했는데 예상치 못한 게스트들이 우리가 사는 의정부로 찾아오기 시작했다. 솔직히 우리끼린 ‘어렵겠지?’ 하면서도 던져본 셈이었는데 다들 직접 찾아온 거다. 정말 기대하지 못했던 터라 너무 고마웠다.” 유희열은 한밤 중에 의정부까지 달려와 밤을 지새우며 피아노 곡 작업을 선사했다. 타이거 JK 앞에 5년 만에 나타난 김반장이 자신의 밴드와 함께 연주해준 곡에 전인권의 목소리가 입혀졌다. 랩몬스터는 피처링뿐만 아니라 MFBTY의 곡을 모니터링해줬고, 뮤직비디오 현장까지 찾아와 카메오 출연을 자청했다. 게다가 누군가 새하얀 벤츠를 그들의 작업실 앞에 세우더니 도끼와 더 콰이엇이 내렸다고. “그 외에도 참여 의사를 밝혀주신 분들이 많았지만 시간상 불가능해져서 어렵게 고사할 수밖에 없는 분들도 있었다. 정말 신비한 일이었다.”
타이거 JK와 윤미래는 국내 음악계에서 대체불가능한 래퍼이자 뮤지션이다. 그들이 함께 제대로 놀아보겠다는데 최소한 음악 좀 가지고 논다는 이라면 그 판에 끼고 싶다고 생각하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무엇보다도 타이거 JK, 윤미래 그리고 비지 이 세 사람의 음악적 열정과 호기심이 그 판을 깔았다는 사실이 더욱 주요했다. “우리도 각자 음악을 오래 하다 보니까 자기들만의 틀이 생겼다. 그런 틀에서 벗어난 음악을 해보려고 했지만 오래 음악을 하다 보면 계산하지 않아도 관성이란 게 생긴다. 그래서 새로운 것에 대한 갈증이 생긴다. 그런데 이렇게 셋이 뭉치니까 완전히 새로운 걸 해볼 수 있겠더라. 그래서 셋이 뭉치니 새로운 곡이 늘어났고, 각자의 솔로로 할 수 없는 음악들을 MFBTY로 해보기로 했다.” 물론 세 사람의 여정이 마냥 순조롭기만 했던 건 아니다. “마음은 서로 잘 맞지만 각자 캐릭터가 다르고 서로의 색깔이 뚜렷하다 보니 서로 융화되는데 시간이 좀 필요했다.” 그 과정에서 본래 싱글 앨범 발매 계획은 정규 앨범으로 확대됐다. 서로 좋아하는 취향을 하나의 틀로 규격화해서 반죽하기 보단 나열해서 수집하기로 했다. 그 결과 16곡이 전혀 다른 MFBTY의 <Wondaland>가 탄생했다.
앨범의 타이틀인 <Wondaland>는 그들이 추구하는 ‘원더랜드(Wonderland)’ 그러니까 그들이 꿈꾸는 멋진 이상향의 ‘얼터에고’라 해도 좋을 신세계를 의미한다. 쉽게 말하면 타이거 JK와 윤미래, 비지가 자신들을 둘러싼 음악적 자의식을 버리고 나아간 새로운 음악적 영토인 셈이다. 하나보단 둘, 둘보단 셋이 어울리는 음악을 통해서 자신들이 꿈꾸던 순수한 음악적 사랑이 깃든 결과물이다.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도 충만한 음악적 활동에 대한 열망에서 잉태된 산물이다. 무엇보다도 MFBTY의 음악에서 키가 되는 건 윤미래다. “(윤)미래의 훅이나 코러스로부터 탄생한 곡이 많다. 거기에 영감을 받아서 줄거리를 쓰고, 비지와 같이 살을 붙이는데 코러스 라인이나 멜로디에서 영감을 얻게 되니까.” 한편 비지는 타이거 JK와 윤미래에 비해 알려지진 않았지만 드렁큰 타이거의 5집 앨범부터 참여해온 실력파 래퍼다. 즉 MFBTY의 히든 카드인 셈. “비지가 아니라 해도 친한 동생은 많다. 단지 친하다는 이유로 음악을 함께 한다면 그건 오해”라는 타이거 JK의 말은 그의 존재감에 기대감을 입힌다. 그리고 타이거 JK, 설명이 필요한가?
지난 2013년 세 사람은 이미 한 차례 정규앨범을 발매한 적 있다. 세 사람 각자의 이름이 들어간 그 앨범의 타이틀은 <살자>였다. 1년 전 세상을 등진 타이거 JK의 아버지 고 서병후의 투병을 정신적으로 응원하고자 만든 앨범이었다. 1년여 전 인터뷰에서 암 말기 판정을 받은 아버지의 병세에 대해선 기사상에서 숨겨주길 바랬던 타이거 JK는 이제 허심탄회해하게 고백했다. “사실 아버지께선 알고 계셨다. 오히려 우리에게 숨기고 계셨지. 그래서 나랑 미래, 비지, 매니저들까지 모두를 위한 조언이 담긴 노트를 남기고 가셨다. 우리에게 사랑에 관한 곡을 많이 쓰라고 부탁하고 가셨다. 연인 간의 사랑이 아니라 말 그대로 큰 사랑 말이다.” 그래서 지난 해 12월에 타이거 JK는 그의 유지를 받들어 그가 남긴 1억 원의 재산을 아버지의 명의로 세월호 사고 피해자들에게 기부했다. “친구가 그러는데 남자들은 아버지를 보내고 나서 남자가 된다더라.” 타이거 JK 또한 아버지다. 자신의 아들인 서조단은 MFBTY의 새 앨범 중 ‘방귀 댄스’라는 음악에 작곡과 노래로 참여했다. 그는 아들의 음악적 재능을 일방적으로 응원하기 보단 고통을 통해서 재능을 갈고 닦길 고대한다. 호랑이가 새끼를 키우듯 쉽게 먹이를 주지 않는다.
타이거 JK는 <엘르>와 함께 한 2013년 10월호 화보 덕분에 미국에서 영화 캐스팅 제안이 왔다는 놀라운 소식을 전했다. “화보가 잘 나온 덕분에 포트폴리오처럼 전해진 거 같더라. 지금은 내가 뛰어들 자리가 아닌 거 같아 일단 고사했다.” 그리고 이미 3년 전 타이거 JK가 출연했던 영화 <세계일주>가 드디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서울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아이들의 모험담을 그린 이 영화에서 타이거 JK는 길거리의 방랑 악사로 등장하며 아이들을 위기로부터 구해주는 역할을 맡았다. “당시 아동학대방지 홍보대사를 했던 시절이었고, 그런 좋은 취지와 부합하는 영화라고 하니 참여하고 싶었다. 그런데 기타만 들고 앉아있으면 되는 카메오라더니 점점 분량이 늘어났다. 현장 분위기가 재미있었는데 그런 모습이 보였는지 감독님께서 계속 부르시더라. 좋은 경험이었다. 언젠가 영화에 또 도전해보고 싶다.” 언젠가 꿈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지금은 MFBTY의 활동이 보다 중요하다. “진짜 이번엔 활발하게 활동하고 싶다. 방송도 많이 하고, 뮤직비디오도 다섯 개 이상 찍을 거다. 그래서 우리가 재미있게 음악을 하고 있다고 알려주고 싶다.” MFBTY라는 생소한 이름 아래 모인 타이거 JK, 윤미래 그리고 비지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뜨겁다. 그 무엇보다도 뜨거운 음악적 열망으로 자신들이 서있어야 할 무대, 진정한 원더랜드를 염원한다. 준비는 끝났다. 그리고 그 어떤 팬들보다도 나은 그들의 팬들 역시 손을 머리 위로. 기다림은 끝났다.
(ELLE KOREA APRIL 2015 NO.2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