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4.01.19 <하우스 오브 카드>넷플릭스, 방송을 넘보다
  2. 2009.08.05 <10억> 단평

올해로 65회를 맞이한, 미국의 권위 있는 TV 시상식 에미상 후보작들 가운데서 눈에 띄는 작품은 9개 부문 후보로 이름을 올린 <하우스 오브 카드>였다. 영국의 보수당 정치인이자 작가인 마이클 돕스의 동명 소설을 극화한 BBC의 동명 TV시리즈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백악관 입성의 야심을 품은 한 정치인의 권모술수를 현실에 밀착시키듯 흥미롭게 그린 정치스릴러다. 테크니션의 대가 데이비드 핀처가 제작과 연출을 맡고, 케빈 스페이시와 로빈 라이트 등 신뢰할만한 배우들을 전면에 포진시키며 탁월한 조형도를 확보했다. 하지만 이 정치스릴러가 주목을 받은 건 작품의 외적인 요소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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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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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 단평

cinemania 2009. 8. 5. 10:49

대세는 리얼이다. 리얼을 보장하는 건 실시간이다. 고로 10억의 상금이 걸린 인터넷 생중계 서바이벌 게임은 대세를 아는 기획이다. 문제는 이 서바이벌이 단순히 게임의 탈락자를 양산하는 수준이 아닌, 인생의 탈락자를 양산하는 진짜 리얼 서바이벌이라는 점에 있다. 무한 경쟁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현대인들의 아비규환을 연상시키듯 거액의 상금을 눈앞에 둔 게임 참가자들의 생존 게임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문제는 그 의미를 설득력 있게 제시하지 못한다는 점이랄까. 참혹한 세태를 방조한 자들에게 복수를 가한다는 내용은 일면 그럴 듯 해 보이지만 영화는 좀처럼 정곡을 찌르지 못한다. 단 한 사람의 생존자가 남았고, 그 생존자의 기억을 더듬어 플래쉬백을 전진시키고, 사건의 배후에 대한 의문을 증폭시키는 서사의 구조는 나쁘지 않다.

 

문제는 본질적인 이야기 구조다. 게임의 법칙 안에서 철저한 규칙성이 보장되지 않고, 우연을 필연처럼 눈가림하려는 수작들이 곳곳에 산재해있다. 좀처럼 어리석지 않고서야 그 단점을 알아채지 않기란 어려운 일이다. 때때로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로 이해할 수 없는 대사와 감정들이 연출되곤 하는데 하나같이 심각한 수준의 비웃음을 유발한다. 궁극적으로 모든 사건의 원인이 된 시작점을 결말에 전시할 때, 영화 자체의 수준이 확연히 드러난다. 그러니까 세상에 대한 비관으로 똘똘 뭉친 이 영화가 내던지는 궁극적 원인이란 건 어지간해서 이해할 수 없는 비약적 현실이다. 물론 현실에선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정말 어처구니 없는 방식으로 벌어지곤 한다. 하지만 영화적 설득력은 그 어처구니 없음을 고스란히 따라가는 방식으로 체득될 수 있는 게 아니다. <10>은 좀처럼 설득력이 없는 영화다. 그저 개똥철학을 담은 무책임한 혐오덩어리에 불과하다. 고생한 흔적이 확연한 배우들만 뒤늦게 안쓰럽다.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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