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올림픽에서 10개 이상의 금메달을 획득하며 순위권을 자랑하는 스포츠 강국 대한민국의 현실은 실상 생존 레이스 위에서 착취당하는 열악한 비인기종목 선수들의 피땀 어린 노력에서 비롯된 결과물이다. <킹콩을 들다>는 대한민국이라는 좀스러운 현실을 담보로 둔 신파 기획물이다. 주연은 스포츠, 조연은 대한민국. 소박한 시골 소녀들의 표정을 통해 웃음과 눈물을 자아내는 신파로서의 구색이 명확하기도 하지만 촌스러운 한국적 배경을 활용하는 능력이 그만큼 효과적이라 말할 수 밖에 없다.

 

88서울올림픽에서 금메달 사냥에 실패한 역도 동메달리스트 이지봉(이범수)에게 동메달은 애증에 가깝다. 결과가 과정을 무색하게 만드는 현실 속에서 이지봉은 역기를 잡을 수 없는 몸으로 방황하다 보성의 역도부 선생으로 정착하곤 영자(조안)를 비롯한 소녀들을 만나 역도를 가르친다. 타인에게 멸시당하거나 자신감을 상실해버린 존재들이 만나 이루는 신파의 앙상블은 그것이 지독하게 닳고 닳은 스토리건 플롯이건 따져 묻는 입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효율적인 웃음과 눈물의 재료가 된다. <킹콩을 들다>는 눈물과 웃음을 다져 넣고 팔팔 끓인 뒤 비극을 첨가하고 희망이란 그릇에 담아 관객 앞에 내놓는, 먹히는 신파다. 신파는 나쁜 게 아니다. 다만 신파를 불순하게 만드는 환경이 나쁘다. 시대착오적인 건 영화가 아니라 여전한 세상이다. <킹콩을 들다>는 그 열악한 환경을 영화적 감정으로 치환했을 뿐이다. 세상이 변하지 않는 한, 그 현실을 담보로 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은 팔리고 또 팔릴 만한 신파의 재료로서 유효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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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은 제자들에게 말한다. 이 길을 선택하는 순간, 너희는 많은 것을 잃게 돼. 각오와 경고가 한 몸에 담긴 언어가 필사적인 절박함을 드러낸다. 영광보단 고난을 명확히 관통하는 스승의 언질 앞에 제자들은 눈물을 흘리면서도 고개를 끄덕인다. 피땀 흘린 노력의 과정이란 성공이란 방파제를 쌓지 않고서야 쉽게 허물어질 모래성 같은 영예나 다름없다. <킹콩을 들다>는 역도선수를 꿈꾸는 어린 학생들과 금메달에 도전했다 동메달에 머무르고 부상까지 얻은 비운의 역도선수의 삶을 사제라는 관계에 뒤엉켜 넣은 신파다.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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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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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안 인터뷰

interview 2008. 5. 31.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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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가 간다> 때 만났으면 좋았을 걸.
왜?

동갑이라 공감대가 많았을 테니까. <언니가 간다>가 과거로 돌아가는 이야기니까 할 이야기 많았을 텐데.
그렇겠다! 같은 시대를 보냈으니까.

그 때 영화를 보면서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간다는 게 부럽더라. 난 요즘 종종 그때가 좋았다는 생각 많이 하거든.
부러웠어? 오랜만에 교복 입으니까 재미있긴 했어. 그래도 내 나이대가 있는데 너무 어린 역할을 하는 건 아닐까란 생각이 들더라.

그런가? 하긴 또 생각해보면 우리 고등학교 때 듀스가 나왔던 것도 아니고.
음, 듀스가 아마 나 초등학교 때 나왔으니까. 서태지도 그렇고 그 비슷한 시기지? 솔직히 난 듀스에 대해 잘 모르는 편이었어.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다고 할까.

그런데 난 서태지를 좋아했거든. 그래서 기억나는 거 같아.
난 그냥 노래만 떠라 하는 정도? 내가 유일하게 좋아했던 건 중학교 때, HOT.

하긴 중학교 고등학교 때, HOT 좋아하는 여자들 오죽 많았나. 아, 또 옛날 생각나네. 솔직히 난 남자라서 HOT를 좋아한 건 아니지만.
그렇지! 남자가 좋아할만한 애들은 아니지.

<언니가 간다> 때 당시에 좋아했던 그런 생각도 많이 났겠다. 열광적으로 좋아했어?
원래 그런데 관심 없었는데,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친구 때문에 좋아했어. 그런데 내가 워낙 벽이 좀 있는 편이라서 팬클럽 같은 건 가입 안 했어. 그냥 혼자서 좋아했지.

어쨌든 이젠 이십 대도 꺾였고, 같이 늙어가는 처지네. (웃음)
(노려보면서) 이럴래? 흠! 그런 거 좋지 않아! (웃음)

음, 그 눈을 보니 <므이>의 마지막 장면이 다시 기억나는데, 독기 어린 눈빛.
독기 어렸어? 내가 보기엔 뭔가 부족했는데. 분장을 더 할 걸 그랬어. 귀신처럼 창백하게 한다거나, 뭔가 더 필요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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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그 정도면 충분하던걸~! (웃음) 어쨌든 공포에 눌리는 대상에서 공포를 발산하는 대상으로 전환되잖아. 그런 눈빛을 표출하기 위해서 노력했을 것 같다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그것도 아닌 것만..
참~노력한다. 애쓴다. 그렇게 비웃은 거 아냐? 그럼 속상한데. (웃음)

아니, 그런 건 아니고. 독한 구석이 있어 보이던데? 예전에 <여고괴담>때도 특수분장이 만만치 않아서 고생 많았는데, 그걸 꿋꿋이 잘 견뎠다는 것도 그렇고.
내가 그 특수 분장을 한 게 국내 최초였어. 그래서 여러 가지 시도도 많이 해보고 그래서 시간이 많이 걸렸지. 지금은 그 특수분장이 2시간정도면 된다고 알고 있는데 그 당시엔 8시간 넘게 걸렸거든. 정말 맨 처음엔 10시간이나 걸렸다니까! 그런데 막판에 가니까 2시간 반 걸리더라. 얼마나 배신당한 기분이던지, 속은 기분이랄까.(웃음) 그 때 정말 힘들었어. 예를 들면 그 다음 날, 8시 촬영 예정이면 그 전날 11시쯤에 미리 가서 분장을 시작했으니까. 정말 빡.셌.어. 생각해봐. 10시간 정도를 꿈쩍도 못하고 온몸에 실리콘이 줄줄 흐른다니까.

그런데도 그걸 용케 잘 참았다니.
솔직히 안 참으면 어쩔 거야? (웃음) 피하지 못하면 즐겨야지!

독한 거지. (웃음) 어쨌든 그 당시 고생은 어느 정도 보상받아서 다행이야. 그런데 <므이>도 베트남까지 몇 개월 동안 로케이션 갔다 왔고, 일단 고생스러워 보이던데 어땠어?
사실 걱정을 많이 했는데 베트남이란 나라가 생각보다 좋았어. 생각보다 밝고 괜찮은 나라였고. 사회주의 냄새가 났지만 크게 거부감은 안 들었어. 사람들도 되게 친절했고, 한국인에 대한 호감도 높아서 굉장히 좋았지. 단지 종종 한국에 대한 그리움이 커질 때가 있더라.

<여고괴담>시절의 동기들과는 연락해?
음, <여고괴담>이 끝나고 한동안은 연락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각자 일하느라 바쁘고 그러다 보니 이젠 서로 연락이 뜸하게 된 것 같네.

사실 <므이>를 보면서 <여고괴담> 생각이 많이 났거든. 왜냐면 <므이>나 <여고괴담>이나 여자들의 시기와 질투가 비극적 공포로 이어지니까. 그런데 여자들은 원래 질투가 많나?
여자들, 질투 많지. 그런데 여자들보다 남자들 질투가 더 장난 아니잖아.

그런가?
난 그렇게 생각하는데. 남자들의 질투도 만만치 않지. 여자들의 질투는 있는 만큼 드러나는 것 같아. 사람들이 누구나 알고 있잖아. 여자는 질투가 많다고. 그런데 남자들의 질투는 의외로 드러나지가 않지. 사실은 정말 많은데. 난 그래서 남자들의 질투가 장난 아니라고 생각해. 속을 알 수가 없잖아. 남자의 질투는 사람을 죽이기도 한다잖아.

예전에 비슷한 말 듣긴 했다. 여자가 한이 맺히면 오뉴월에 서리가 내리지만 남자가 한이 맺히면 살인을 저지른다고.
그래, 남자들도 얼마나 무서운데! 질투하는 게! 여자들 만만치 않아.

혹시 누구 질투해본 적 있어?
특정 대상보단 내가 못 가진 걸 가진 사람? 그런데 그건 누구나 마찬가지 아냐? 그리고 어쩌면 만약 내 남자친구가 있다면 그의 예전 여자친구들을 질투할 수도 있지 않을까? (웃음)

아~~~! 이건 개인적으로 귀가 솔깃한데. (웃음)
그럴 것 같아. 남자친구가 있는데, 그 사람이 예전에 사귄 여자친구를 기억한다는 걸 알면 기분 나쁘겠지.

연기자로서 질투 나는 사람은 없어?
그런 것도 있지! 근데 그건 질투보단 자극이라고 하는 게 맞겠다. 솔직히 나보다 나이가 많으면 괜찮은데, 또래 배우가 연기를 굉장히 잘하면 ‘열심히 해야겠구나, 내가 이럴 때가 아니구나’ 이런 걸 느끼거든.

영화를 찍는 중에도 느낀 적 없어? <므이>에서는 어땠어?
그런데 예련 씨나 나나, 둘 다 서로의 연기에 대해서 걱정이나 격려를 많이 하고 그랬거든. 질투라기보단, 슛 들어가기 전까지 계속 대사 외우고 그랬어요. 굉장히 걱정을 많이 해서. 그래서 더 안 좋게 연기가 나온 부분도 있고, 더 잘 나온 부분도 있고. 너무 연습을 많이 해서는 안되는 부분도 있었고, 연습을 많이 해서 잘 되는 부분도 있었는데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연습을 많이 해서 좀 오히려 안 좋게 작용한 부분도 있었던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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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현장에서 맏언니 역할을 한 건 이번이 처음 아냐? 항상 막내일 때가 많았잖아.
맞아. 굉장히 부담되더라! 내가 극을 이끌어가야 되기도 했고. 예전 같으면 누군가 기댈만한 선배 연기자 분에게 의지하면서, 코치도 받아가며 했을 텐데 그럴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거. 그런 부분에 있어서 걱정도 많이 했고. 과연 잘 할 수 있을까란 부담감이 굉장히 컸지. 나 기자 시사회 때, 굉장히 긴장한 거 같지 않아? 그 때 사실 속으로 나 오늘 겁나게 욕 얻어먹는 거 아냐~! 막 이랬었거든! (웃음) 굉장히 긴장 많이 했었어. 그런데 생각보다 그런 거 없더라. 다행히도. (웃음)

나도 개인적인 소견에 연기적으로 부족했다는 생각은 안 들었어.
다행이네. (웃음) 대체로 무난했다고 하더라. 욕 안 먹은 게 어디야. 휴우~ (웃음)

<므이>에서 차예련은 두려움을 만들어내고, 넌 두려움을 받는 인물이잖아. 그런데 그게 배우의 이미지와 대비적으로 어울렸던 거 같아. 그런데 만약 서로 역을 바꿨으면 어땠을까?
내가 만약에 두려움을 만드는 대상으로? 근데 솔직히 예련 씨 눈빛이, 차갑게 느껴지는 눈빛이잖아. 호러에 잘 어울리는 미스테리한 눈빛이랄까. 그래서 예련 씨는 서연 역이 확실히 어울리는 것 같은데. 모르겠어. 뒤바뀐 건 잘 상상이 안 돼.

그런가? 생각해보니 벌써 출연작만 6편째네. <므이>까지. 그런데 그 6편 중 이름을 전면에 내세운 건 처음이지?
그렇지. 이게 제일 크지. 그리고 봤으니 알겠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계속 나오잖아. 정말 미치는 줄 알았다니까. (웃음) 솔직히 예전 작품들 시사회에선 맘 편안히 보다가 내가 나오면 긴장하고 또 지나가면 편하게 보고 그랬는데 이번엔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나오니까 편하게 볼 수가 있어야지! (웃음) 왜냐면 나 나올 땐 너무 긴장되거든. 그래서 조금 스트레스 받더라. 관객 분들이 제발 좋게 봐주셔야 할 텐데.

그런데 그렇게 자기 얼굴 보면 기분이 어때? 연기가 어떻고 그런 거 말고.
연기랑 관계없이 화면으로 보는 거라면, 외모적인 걸 말하는 건가?

그니까 그냥 거울을 보는 느낌과는 다를 거 아냐. 자신의 얼굴을 화면으로 보는 느낌은 묘할 것 같은데.
그런 걸 생각할 정신이 어디 있어~!(웃음) 내가 저기서 왜 저랬지. 내가 미쳤지. 저걸 다시 한번만 찍을 수 있으면 좋겠다. 저기서 왜 저런 실수를 했을까? 이런 생각들로 정신 없이 바쁜데. 그런데 되게 웃긴 건 내가 영화 보면서 다시 해본다니까. (웃음) 대사도 다시 한번 해보고.

<므이>는 어땠어? 후회가 남아? 잘 했다 싶진 않고?
잘 했다 싶은 장면은 없고. 그냥 전체적으로 더 열심히 했으면 좋았을 텐데 싶어. 그리고 특별히 후회하는 장면을 꼽을 수도 없어. 왜냐면 전체적으로 그 당시엔 나름 열심히 했다고 생각하니까.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면 더 열심히 할걸 그랬다는 후회가 남더라. 사실 내가 너무 아팠던 적이 있었어. 열병에 걸려서. 그런데 그때 감정씬을 찍었지. 그래서 그런 건 찍은 뒤에 후회됐어. 그 때 내가 몸 관리를 잘 해서 컨디션이 더 좋았다면 그나마 좀 더 잘했을 텐데, 이런 생각. 왜냐면 다 에너지가 필요한 장면들이 많았으니까. 근데 몸이 안 좋으면 아무리 에너지가 나오질 못하니까. 마지막쯤에 동굴 같은 컴컴한 곳 들어가는 장면 있잖아. 사실 내가 무지 아팠을 때 찍은 거야. 정말 가만히 있는데 몸에서 식은땀 나고, 그래서 얼굴에 땀 분장할 필요 없었지. 계속 땀 흘릴 정도로 되게 몸이 아팠거든. 그런 장면들도 좀 더 내가 몸이 안 아팠다면 더 잘 할 수 있었을 텐데 싶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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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지에서 아프면 서럽다던데.
서러워. 그 때 눈물 좀 나더라. 그런데 누가 예전에 그랬어. 연기자는 아픈 것도 죄라고. 그런데 정말 맞는 말이라고 생각해. 내가 몸 관리 못하고 아파서 연기 못하면 그것도 자신에게 충실하지 못한 거니까. 아프면 아무래도 기력이 떨어지고 집중력이 떨어져서 연기력 자체도 떨어지게 되니까. 그러다 보면 작품도 전체적으로 떨어지고. 그래서 항상 컨디션 조절하는 게 연기자로서 굉장히 중요하다고 믿어왔고, 베트남에서도 그러겠다고 자신했는데 그 땐 한국오기 얼마 전이었거든. 긴장을 좀 놨었나 봐. 그래서 그렇게 아팠던 거 같아.

그 전에 너무 많이 했을지도 모르지. 처음으로 공포를 느끼는 연기를 한 것도 쉽진 않았을 거 같은데. 게다가 현장은 즐겁잖아. 그런 가운데 공포를 느끼라니 아이러니하지 않아?
진짜 방금 말한 것처럼 공포영화 촬영 현장은 되게 재미있어. 그리고 솔직히 촬영할 때도 좀 그래. 알고 있겠지만 아무것도 없어. 알지? 무슨 말 하는지? (웃음) 카메라만 있고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데 혼자서 막 미친듯이 소리지르고, 알지? 그 상황? 그런 게 어쩌면 뻘쭘할 수도 있는데, 막상 닥치면 또 안 그래. 있다고 생각하면 있는 것 같아.

그게 바로 차예련 씨가 칭찬하던 순간 몰입 모드?
근데 나도 (기자 간담회 때) 말했지만 예련 씨야 말로 순간 몰입이 대단한 배우야. 솔직히 난 내가 그렇다고 생각해 본적 없는데, 예련 씨는 그렇게 봤나 봐. 그리고 의외로 그렇게 봐주는 분들이 하더라. 예전에 <홀리데이>때도 영화사 대표님께서도 비슷한 말 하셨거든.

권영탕 사진기자: 나도 감동했어요. 난 울었어. 그 장면에서.
고마워요. 기분 급 좋아지는 걸! 넌 좀 배워야겠다. 사회 생활 하는 방법을~ (웃음)

나도 감명 깊게 봤어~~. 늦었나? (웃음) 근데 예련 씨는 선의의 경쟁을 했다고 하던데.
예련 씨와의 선의의 경쟁은 할 수밖에 없었어. 예련 씨도 잘하고 나도 잘 하면 좋은 거라고 둘이 서로 생각했으니까. 왜냐면 그게 영화가 잘되는 길이잖아. 둘 다 잘하는 게 좋은 거지. 그래서 경쟁 아닌 경쟁을 했어.

아까 말했던 것처럼 비슷한 나이라 그랬던 부분도 있었을 것 같은데?
당연히 또래니까 그랬을 수도 있지. 어느 한쪽의 나이가 월등히 많거나 월등히 적으면 솔직히 그런 건 좀 덜했을 텐데. 선배님이거나 어리니까. 근데 또래이다 보니까 약간은 그런 게 있었던 거 같아. 또랜데 내가 연기를 상대적으로 못하면 좀 그렇잖아. 가끔씩 서로 ‘너무 잘 하는 거 아냐?’ 이러면서 몇 마디 주고 받기도 했는데, 마치 시험공부 해놓고 시험공부 안 했다고 그러는 것과 비슷한 거랄까. 물론 서로 가식적으로 군 건 아니지. 정말 선의의 경쟁을 하자. 윈-윈 했으면 좋겠다. 이렇게 서로 이야기까지 한 적도 있었어. 사실 내가 언니역할을 많이 못 해줬어. 나랑 이야기해보니 되게 밝은 편이라고 생각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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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생각해. 아닌가?
나도 그렇다고 생각해. 같이 있으면. 그런데 떨어져 있으면, 예를 들면 난 집에 한번 틀어박히면 안 나와. 한번도. 그런데 예련 씨는 촬영 끝나고 나랑 같이 밥도 먹고, 얘기하고, 놀고 싶어했는데 내가 못 해줬거든. 난 촬영 끝나면 숙소 들어가서 좀 자고, 생각하고 그랬거든. 뭔가 혼자 있는 걸 되게 좋아해서.

의외네. 혼자 있는 걸 좋아하나 봐?
혼자 있는 걸 굉장히 좋아해. 안 그래 보여? (웃음)

어울리는 걸 좋아할 줄 알았어. 이렇게 발랄한 사람이 그런 줄 누가 알겠어! (웃음)
누군가와 같이 어울릴 때는 발랄해. 그런데 집에 한번 들어가면 안 나오니까. (웃음)

혼자만의 시간을 특별히 좋아하는 편인가 봐.
응. 좋아해. 그래서 친구들이 내 별명을 해녀라고 지어줬지.

해녀? 아~, 잠수타면 안 나온다고~? (웃음)
맞아! 그 뜻을 바로 파악하는구나! 모르는 사람도 많은데. 예리한 걸! (웃음)

집에 금송아지라도 있는 거 아냐? (웃음)
그게 아니라, 어렸을 때부터 혼자 생각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굉장히 좋아했거든. 근데 그것이 버릇이 된 거지. 친구들이랑 같이 있는 것도 너무 좋아. 그런데 집에 혼자 있는 것도 너무 좋은 거야. 그리고 촬영할 때, 밖에 많이 있잖아. 계속.

하긴 계속 누군가와 부딪히면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을 때가 있어. 이해해. 그 마음. 그런데 어쩌다 이 바닥에 들어온 거야?
이 바닥이라니. (웃음) 사실 그건 수없이 이야기해서 들어도 재미없을걸. (웃음) 그건 너무 많이 얘기해서 이제 이빨에 땀날 거 같아. (웃음)

내가 궁금한 건 우연인지 필연인지. 연극영화과까지 진학했던 건 분명 뜻이 있었던 거니까. 필연 같긴 한데, 그 전에 사연이 있을 법도 하고.
그러니까 내가 대학 가기 전에 데뷔했거든. 그래서 내가 연극영화과를 들어간 거야. 맨 처음에 연기를 해보니까 이게 내 천직이구나, 라고 느껴서 이 쪽 길을 택했지. 사실 내가 그 전까진 만화가가 꿈이었거든.

그래서 기자 간담회 때 만화에 관련한 질문이 나왔었구나.
맞아. 그 분은 나에 대해 조사를 많이 했던 거지. 조사가 부족하시네! 나 한방 먹인 건가? (웃음)

윽, 이거 이러시면 이제 막 하자는 거지요? (웃음)
농담이야~. 진짜 농담인 거 알지? 설마 삐진 거 아냐? (웃음)

그건 아니고. (웃음) 사실 나도 만화를 꽤 좋아하는데 반갑네. 난 우리 누나 영향으로 어릴 때 순정만화보다 만화에 빠졌거든.
진~짜! 남자가! (웃음) 그런데 의외로 순정만화 좋아하는 남자 꽤 있더라! 순정만화보고 막 울고 그래, 남자들이! 의외로, 정말!

누나 있는 애들이 좀 그럴 수도 있어. (웃음)
하긴 내 동생도 어렸을 때 내가 여장시켰어. 머리 묶어서 핀 꽂아주고. (웃음) 지금도 가끔 꼬드겨서 화장해주고 그래. 궁금해서.

그나마 난 그런 누나까진 안 만나서 다행이네. (웃음) 아무튼 어릴 때 순정만화 잡지 같은 거 많이 봤어. 지금도 기억나는데, ‘나나’였나? 그리고 ‘빅토리 비키’란 만화도 기억나.
나랑 동갑이라 역시 그런 거 다 아는구나. (웃음) 나도 그거 되게 좋아했는데. 그럼 그것도 봤어? ‘인어공주를 위하여’

아, 기억나.
어머, 그럼 ‘은비가 내리는 나라’는?

아, 그것도 알지. 꽤 많이 봤어. 웬만한 건 거의 다 안다니까. (웃음)
가만히 보니 그런 거 좋아하게 생겼어. 예쁘장하게 생긴 편이거든.

설마! 말도 안 돼. 나 빌려줄 돈 없네요~.
진짜인데. 그런 얘기 안 들었어? 들었을 법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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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랑 닮았단 이야길 종종 듣긴 하는데.
그게 뭐야! (웃음) 어쨌든 사실 난 어렸을 때 순정 만화를 좋아했는데, 초등학교나 중학교 땐 호러, 스릴러, 추리에 빠졌어. 내가 ‘셜록 홈즈’나 ‘괴도 루팡’ 시리즈를 읽으면서 추리에 빠졌고, 에드거 앨런 포우의 ‘검은 고양이’ 보면서 호러에 빠졌거든. 그래서 지금도 일본 공포 만화 같은 건 정말 좋아해. 사실 나 오늘 한 시간밖에 못 잤는데 그게 어제 밤 9시부터 새벽 4시 반까지 공포 만화 읽다가 잠을 못 잤거든.

어쩐지 꽤나 피곤해 보이더라. 대체 뭘 읽었길래?
이번에 새로 나온 건데 작가 이름은 잘 모르겠어. 그냥 일상에서 일어나는 괴담을 다룬 거야. 예를 들면 당신 몸에 점이 하나 있는데 어느 날 이게 점점 커지는 거야. 그리고 그에 대한 공포를 그린 거지. 결국 그 여자가 나중에 죽는데 마지막 멘트가 ‘혹시 요즘 당신 몸에 점이 점점 커지고 있지 않나요?’ 이거야. 그럼 점 한번 보게 돼. 커졌나? 이러면서. (웃음) 그런 재미가 있어.

혹시 이토 준지 만화도 좋아하나?
그럼. 이토 준지 만화 좋아하지. 단편 콜렉션도 다 봤어. 한번 두번 본 것도 아니고, 몇번씩 봤는 걸. 적어도 한 권당 세 번은 넘게 본거 같은데.

난 궁금해서 한번씩은 봤는데 다시 보고 싶진 않더라. 그 정도면 완전 매니아 수준인데. 그럼 만화를 그렸다면 그런 만화를 그렸겠네.
아니, 내가 그리고 싶은 건 ‘광수 생각’ 같은 거야. 귀여운 캐릭터를 이용해서 내 생각을 간단히 적을 수 있는 식의 카툰을 해보고 싶어. 독자들과 같이 생각을 공유하고 교감할 수 있는. ‘이런 건 그렇지 않을까?’ 라고 의문점을 집어 던지고, 독자들은 그걸 가지고 생각하고. 즐거운 작업이잖아.

사실 내 주변에도 그런 카툰을 그리는 사람이 있어서 가끔은 해보고 싶을 때가 있어.
재미있겠지. 그런데 내 그림이 아직 중, 고등학교 실력에 멈춰서 제대로 배워야지. 그래도 어릴 때 소질 있단 이야기 듣기도 했는데. 나중에 제대로 배워서 해보고 싶어.

배우가 아닌 만화가가 됐을지도 모를 일이었네. 그런데 우리 지금 삼천포로 빠진 지 오래된 거 같은데. (웃음)
괜찮아~. (웃음)

다시 영화로 돌아오자. 어쨌든 지금까지 출연 작품들은 다 개봉했네. 6편 모두. 그리고 결과적으론 주인공까지 맡게 됐고. 옛날과 달라진 것 같지 않아?
일단 그 부분에 대해서 감사하게 생각하지. 왜냐면 특히나 요즘 같이 영화계가 힘든데 난 2007년 올 해 들어서, 세 편이 개봉되는 거거든. <언니가 간다>랑 <므이>, 그리고 지금 찍고 있는 <어린 왕자>도 11월 개봉 예정이니까 그것까지 합하면. 요즘 영화판이 너무 힘들어서 배역이 잘 안 들어온다고 다들 그러시는데 난 지금 찍고 있는 <어린 왕자> 외에도 시나리오도 들어오고 있고. 감사할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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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단편영화도 찍고 있다며?
유지태 오빠가 감독님이고, 내가 배우로. 되게 즐거워. 되게 멋진 감독님이야. 사실 유지태 오빠가 배우잖아. 그래서 감독님이지만 배우의 입장을 잘 아니까 말이 잘 통해. 그래서 촬영 작업이 재미있고, 솔직히 연기하는 것 같지 않은 마음으로 연기해. 왜냐면 카메라 앞에서 나한테 말을 거시기 때문에 재미있어. 나한테 오빠가 같이 촬영하자고 했을 때도, 현장에서 놀자고 했기 때문에 놀러 갔어. 현장에 처음 갔을 때부터, 오늘부터 배우든 스텝이든 다 같이 놀기 시작하는 거라면서 이거 즐겁자고 하는 거라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다들 너무 즐겁게 작업하는 거 같아.

드라마도 종종 출연했는데 혹시 탤런트나 영화배우 중 더 듣고 싶은 건 뭐야?
그런 건 없고 그냥 다 좋아. 작업하는 거에 따라 장단점이 있는 거지. 사실 영화냐, 드라마냐가 아니라 작품에 따라서, 내 연기에 따라서 만족이 좌우되는 것 같아. 영화는 그걸 내가 극장에서 커다란 스크린으로 보는 재미가 있어. 매력 있지. 생각해봐. 내 얼굴이 어마어마하게 큰 스크린에 걸려서 나오면 그걸 관객들이랑 같이 보잖아. 가수들은 무대 위에서 그걸 직접 느끼잖아. 근데 난 연기자니까 관객들이나 시청자들이 내 연기를 보는 걸 못 보거든. 그래서 보통 개봉할 때, 모자 푹 눌러쓰고 분장을 해서 극장가! 그래서 한 구석에 앉아서 반응을 지켜봐. 이걸 어떻게 보는지 곰곰이 들어. 이렇게 귀를 쫑긋 세우고. (웃음) 그리고 엔딩 크레딧 올라갈 때, 사람들 나가는 것까지 지켜보면서 나가면서 뭘 말하는지 봐. 그런 재미가 있는 거 같아. 왜냐면 영화를 어떻게 봤을까, 이런 것들을 현장에서 직접적으로 볼 수 있으니까. 그런 재미가 있고. 그런데 영화는 한꺼번에 보게 되니까 후회될 때가 많은데, 드라마는 시리즈 별로 나가서 한 회 나가고 시청자들 반응을 보거나 내가 직접 화면을 보면서, ‘여기서 이건 아니구나.’하면서 잡아갈 수 있지. 캐릭터에 대해서. 왜냐면 그게 방송이 나가면서 계속 찍는 거니까. 그런데 영화는 그게 안되잖아. 물론 현장에서 모니터를 하긴 하지만 그게 나중에 완성돼서 다 붙여놓은 거랑은 또 다르거든.

그렇지. 순서대로 찍는 게 아니니까.
그러다 보니 후회해도 이미 늦게 되지. 그런데 드라마는 그렇게 고쳐나갈 수 있고. 그래서 마지막에 가서는 처음보다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고. 그런 차이가 있는 거 같아.

그런 면에서 보면 드라마가 영화보다 좀 더 유리한 거 같아. 드라마는 확실히 만회할 기회가 많으니까.
그렇지! 그리고 시청자 분들한테 감사한 게, 좋은 건 그래도 좀 기억해주시는 편이거든. 나중에 후반 가서 잘 하면, ‘초반엔 그냥 적응 못해서 그랬는데, 후반 갈수록 괜찮구나.’ 이렇게 좋게 평가해주시는 거 같아. 특별히 날 싫어하시는 분 아니라면. 그런데 영화는 그럴 수가 없잖아. 딱 결과물만 나오니까. 그런 부분에 있어서 걱정이 많지. 그래서 더 순간적으로 몰입하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그럼 어쨌든 관객들이 많이 봐줄수록 좋겠네.
(불쌍한 눈빛으로) 정말 그래요. 진정으로~ (웃음)

스스로가 어떤 배우이길 원해?
가끔 내가 연기를 너무나 사랑해서 시작했는데, 자꾸 초심을 잃는 것 같다고 느껴질 때가 있어. 내가 이 일을 얼마나 사랑해서 시작했는지 잊어버리는 것 같을 때, 어느 새 내게 일이 돼버린 것 같을 때. 정신이 번쩍 나. ‘내가 미쳤나? 왜 이러지. 이게 아닌데. 나는 이 일이 너무 좋아서 시작한 건데, 이걸 그냥 단지 직업으로 생각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 때. 이거 아니지. 이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해. 내가 정말 초심을 잃지 않는 배우가 됐으면 해. 그런 배우가 된다면, 언젠간 관객 분들이나 시청자 분들이 정말 그렇게 알아봐주실 거라 생각해. 어느 분야에 있어서든지 초심을 잃지 않는 게 제일 중요하고, 제일 힘든 거라고 생각하는데, 난 초심을 잃지 않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

지금이라도 만화에 다시 한번 도전한다면..
그건 진짜 취미지! 정말 이러기야? (웃음)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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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민용준
,

차예련 인터뷰

interview 2008. 5. 30.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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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번째 공포영화다.
솔직히 공포 영화를 좀 기피했었는데, 어쩌다 보니 또 한다. 운명인가보지. (웃음)

팔자가?
그런가 보지. 그래도 이미 찍은 거니까 잘 홍보됐으면 좋겠다. 하지만 이젠 다시 공포 영화를 하라고 하면 한번은 다시 생각해봐야 될 것 같다. 다음 작품은 좀 밝거나 공포가 아닌 작품을 선택하고 싶다. 공포라는 것 자체가 좋은 건 아니잖아. 이미지적으로.

여자 배우에겐 치명타일지도 모르지. 그래도 그나마 아직 개봉하지 않은 <도레미파솔라시도>는 밝은 분위기다.
그게 중간에 개봉을 해줬어야 되는데, 원래 12월에 개봉했을 영화인데 중간에 꼬이면서 어쩌다 보니 연달아서 공포영화를 계속 하게 되는 셈이 됐지. 솔직히 <구타유발자들>은 내 캐릭터와 무관하게 점점 영화의 수위가 너무 세서 그런지 공포 영화를 연달아 세 편 한 것처럼 아는 사람이 많더라.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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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구타유발자들>은 공포가 아닌데 살벌하더라.
공포보다 더 무섭다던데? (웃음)

좀 치가 떨리는 느낌이겠지. 하긴 공포영화에 어울리는 눈이다.
무섭다는 이야기겠지! (웃음)

속을 알 수 없는 느낌이랄 수도 있고, 아직 기자 시사 전이라 <므이>를 못 봐서 잘 모르지만, 시놉시스만 봐도 어딘가 베일에 가려진 캐릭터처럼 보인다.
그 말이 딱 그 역할에 어울린다. 정말 알 수 없는 애다.

근데 그건 배우의 이미지가 반영된 것 같기도 하다. 속을 알 수 없는 느낌이랄까? 이런 이미지 좋지 않아? 신비롭기도 하고.
별로에요~!(웃음) 하지만 사람이 속을 다 드러내 보이며 사는 것도 그리 좋은 건 아닌 것 같다. 알 수 없다? 솔직히 난 알 수 없단 이야기 종종 듣긴 했다. 사실 AB형이거든. (웃음)

공포 영화는 원래 좋아하는 편인가?
보기는 보는데, 좋아서 찾아보는 스타일은 아니다.

공포영화를 찍는 입장이 되니 어떤가?
찍는 건 하나도 안 무섭다. 오히려 60명이 넘는 스텝들이 있어서 즐겁다. 영화 자체가 어둡고 무섭다 보니 오히려 현장을 더 밝게 만들기 위해서 사람들이 장난도 많이 치는 편이다. 사실 공포는 없는 걸 만들어내는 거잖아. 현실이 아니니까. 그런데 거기서 조금만 잘못 하면 코미디가 되지. (웃음)

잘못 하면 유치하니까.
개인적으로 촬영할 땐 이게 정말 무서울까 의심했던 장면들이 사운드와 영상 편집을 끝낸 영화로 보니 너무 무섭더라. 그래서 공포영화는 정말 사운드라는 걸 이번에 제대로 느꼈다. 불과 그걸 찍을 때는 별로 안 무서울 것 같았는데, 솔직히 <여고괴담> 때 처음이라 낯설어서 많이 못 봤던 것을 이번엔 많이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공포 영화 현장은 아이러니하다. 배우는 공포를 봐야 하는데 현장은 공포스럽지 않으니까.
몰입을 많이 해야지. 그만큼 집중력도 강해야 하고. 물론 어떤 영화나 마찬가지겠지만 공포 영화는 더 집중해야 되는 것 같다. 그냥 사람들과 웃고 떠들다가도 갑자기 씬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 생기니까 그럴 때, 순간 몰입해야지. 아니면 자기가 절제를 하던가. 사람들과 대화를 해도 머릿속엔 씬에 대한 생각이 있어야 되고 그렇게 해야지. 나도 잘 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제 노력할 줄은 안다.

노력할 줄 아는 건 중요하지.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래.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한데, 열심히 하는 것만 중요한 건 아니라더라.

그럼 뭐가 더 중요한가?
열심히 하는 건 누구나 다 하니까, 그러니 일단 열심히 하는 건 당연하다고 누가 그러더라. 열심히 했다고 했더니, 우리나라의 세상 누구나 무슨 일을 하든 열심히 한다고, 열심히 안 하는 사람이 누가 있냐고, 연기도 백이면 백 다 열심히 한다고, 열심히 했다는 건 중요한 게 아니라 당연하니까 잘 하는 게 중요하다고. 근데 정말 그 말이 맞는 거 같아. 열심히 하면 뭐하나. 관객들이 ‘연기 열심히 했으니까 봐주자’ 이러진 않잖아. 잘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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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뭐든 잘 해야 인정받지. 어떻게 보면 야박하지만 그건 그 바닥만 그런건 아니다. 우리도 열심히 쓰지만 잘 써야 욕 안 먹는다. (웃음) 어쨌든 베트남에서 로케이션 촬영까지 했는데, 낯선 환경에 대한 어려움도 있었을 것 같다.
걱정을 너무 많이 하고 갔지만 오히려 그에 못 미쳤던 거 같다. 생각했던 것보단 더 편하게 지냈다. 두세 달 동안 음식을 비롯해 모든 불편함을 어떻게 견딜 수 있을지 걱정했지. 그런데 정작 음식도 잘 맞았고, 촬영장 시스템도 잘 준비돼 있어서 좋았고. 그리고 <므이>는 베트남에서 처음으로 허가 받은 우리 영화다. 길거리에서 촬영할 때는 공안들이 길 전체를 다 막아주고 그랬다. 물론 그만큼 관여도 많이 했지만, 몰래 찍지 않아도 되니까 편했다.

날씨도 더웠을 것 같은데?
날씨는 되게 더웠지. 습해서 땀도 많이 났는데, 우리나라 여름은 안 덥나? <도레미파솔라시도>는 6,7,8월 진짜 더운 한 여름에 찍는데 겨울 배경 씬이라 가죽자켓 입고, 긴 팔 입고 잠바입고도 찍었다. 한 번 그걸 겪으면 그 정도쯤이야. (웃음)

추운 척은 해야 되는데 땀은 흐르고.
그러니까. 땀이 막. (웃음)

아오자이(태국 전통 의상)는 불편하지 않았나? 밀착감이 상당하던데.
하반신은 편하다. 통 큰 바지라서, 그런데 상반신이 너무 타이트해서 좀 불편하지. 특히 밥 먹을 때! (웃음)

하지만 옷맵시에 자신감이 없으면 소화하기 힘든 옷이다. 모델 출신의 자신감도 누렸을 법한데? (웃음)
아오자이 입은 사진 나간 뒤, 만나는 사람마다 거의 다 똑 같은 말들을 하더라. 너무 잘 어울린다고. 심지어 최근에 본 내 사진 중에 제일 예쁘다나? (웃음) 그게 잘 어울렸나 보다. 어쩌면 다들 예의상 그랬을 거 같아. (웃음)

이국적인 외모도 한 몫 한 것 같다.
아주 어렸을 땐, 다들 어머니한테 진짜 혼혈 아니냐고 묻곤 했다. 심지어 어릴 때는 눈이 좀 파란 편이라 다들 정말 혼혈인 줄 알았다더라. 나는 어렸을 때부터 주목을 받은 거지! (웃음)

이런, 설마 공주? 물론 난 인내심이 강해서 괜찮다. (웃음) 베트남은 어땠나?
음..처음 가봤는데 좋았다. 베트남이란 나라가 다시 보였지. 아름답고, 사람들이 너무 귀엽다. 참 좋은 나라다.

처음 <여고괴담>을 찍었을 당시와 달리 <므이>를 찍고 난 후의 차이가 있나?
되게 부담된다. 요즘 ‘넌 왜 공포만 해?’ 이런 소리 너무 많이 들어서. 솔직히 그건 아닌데. 그래서 부담된다.

이미지 때문에?
여러 가지로. 어쨌든 이제 내 작품이니까 잘 됐으면 좋겠다. 그만큼 관심 가져줬으면 좋겠고. 다만 앞으로 내가 연기를 하는데 있어서 그런 이미지에 틀이 박혀있지 않을까라는 경계심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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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특별히 하고 싶은 장르라도 있나?
멜로? 막 이래. (웃음)

솔직히 여배우 입장에선 호러퀸보단 멜로퀸이 더 듣기 좋겠지.
나도 여자인데 가냘프고, 여려 보이고 싶지. 공포, 호러, 막 이러면 무섭지. (웃음)

그런데 드라마 출연 경험이 없다.
그게 진짜 신기한가 봐! 요즘 인터뷰할 때마다 물어보더라. 왜 드라마 안 하냐고? 신기해요? 그게?

과연 드라마에 출연할 기회가 없었을까란 의문이 드는 거지.
드라마 제안을 받을 때마다 제안하는 쪽에서도 똑같이 묻는다. ‘왜 드라마 안 해요?’ 라고, 그럼 난 이렇게 이야기한다. ‘마음에 드는 좋은 작품이 없었어요.’ 같이 작품하자는 감독님들도 처음 만나면 첫 번째로 물어보는 게 그거다. 거의 열이면 열 분이 전부 그 질문하는 거 같다.

영화에 대한 애착이 큰 탓인가를 알고 싶을 수도 있다.
솔직히 내가 드라마로 처음 시작한 것이 아니라 영화로 처음 시작했으니까, 장르가 틀리기 때문인 탓도 있다. 선뜻 영화를 시작해서 시나리오도 계속 들어오고, 그래서 계속 영화를 했던 거다. 물론 딱히 드라마에 대한 욕심이 크게 없었다. 영화란 장르가 너무 좋았고, 작업 때도 너무 즐겁게 일해서 그런 거 같다. 그냥 어느 순간부터 영화가 너무 좋았다. 사실 <여고괴담>이나 <구타유발자들> 다 흥행되지 않았는데 시나리오는 내게 계속 들어왔다. 그래서 영화가 흥행이 안 됐지만 난 남았구나란 생각을 했지. 영화가 흥행이 안돼도 날 보는 사람은 있단 생각을 하니까 열심히 해야겠다 싶기도 하고. 뭔가 꾸준하게 하는 것도 좋고.

그럼 앞으로 특별히 드라마에 대한 계획은 없는 건가?
사실 보고 있는 것도 조금 있다. 앞에서 말한 이미지적인 문제도 있어서 지금이 변신을 해야 될 중요한 시기란 판단도 들어서 고민 중이다. 드라마로 스타트를 하느냐, 영화를 꾸준히 계속 하느냐.

좀 더 인지도를 넓히고 싶단 욕심은 있다면 드라마도 할만하다. 그런 욕심 없나?
당연히 있지. 그래서 영화가 흥행됐으면 좋겠고, 그로 인해 영화가 많이 들어왔으면 좋겠고. 사람들이 나란 배우한테 관심 가져주면 좋지. 그건 당연히 내가 일을 하는 데 있어서 지닐만한 욕심이죠. 내 일이 아무도 모르게 일할 것도 아니니까. (웃음) 하지만 만약 내가 인지도를 쌓고 싶거나 누군가에게 얼굴이 알려지고 싶어서 연기를 시작했다면 이 일 안 했을 거다. 굳이 피곤하게 살 필요 없다고 생각하니까. 다만 그게 어떤 게 먼저냐에 따라 다른 거 같다. 만약 인지도를 먼저 쌓고자 했다면 드라마도 하고, 쇼 프로그램도 자주 나갔겠지. 물론 딱히 그런 걸 기피하려는 건 아니다. 다만 생각하는 길이 조금 다른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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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 활동을 하게 된 계기는 뭔가?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캐스팅 제안을 계속 받았다. 그러다 고3말 스무 살 무렵, ‘보그’란 잡지 화보를 찍었다. 지금은 한 페이지 찍는 것도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그 땐 12페이지를 찍었다. 그게 전환점이 된 거지. 그 때 주목 받으면서 계속 잡지모델을 했고, 그러다가 CF를 찍었고.

잡지 모델부터 시작한 배우가 많지만 대부분 하이틴 대상의 중철지 출신이다. 그런데 고3때 ‘보그’라니 지금처럼 꽤 성숙한 외모였나 보다.
성숙 하다기 보단 이미지인 거 같아요. 반대로 난 중철지에 어울리지 않는 모델인 거지. 모델도 각자 할 수 있는 파트가 다른 거지. 느낌이 다르니까.

우연히 모델이 된 것이 배우의 계기가 된 만큼 배우가 된 것도 우연이다. 그렇다면 이 바닥에서 제대로 해봐야겠다고 생각한 건 언제일까?
<여고괴담>제의 들어오면서? ‘내가 할 수 있을까? 내가 연기라는 걸 하나?’ 그러면서 그냥 멋모르고 시작했던 그때부터, 열심히 하면서 그렇게 생각하게 된 것 같다.

어떻게 보면 무모했을 수도 있는데, 그런 과정이 어떻게 보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된 계기였을 것도 같다.
오디션 통과하면서 나한테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어요. 4500:1이라는 경쟁률에 13명을 뽑아서 3명을 뽑는 거였으니, 사실 지금 활동하는 분들 중에 그 13명에 낀 사람이 많다.

<구타유발자들>때 경력이 많은 배우들한테 많은 걸 배웠을 것 같다. 짧은 시간 동안 극단의 상황 변화를 보여주는 영화이기도 했고.
난 두 번째 작품밖에 안 됐고 연기를 잘 모르고 한 거니까. ‘내가 저 선배들 앞에서 연기를 할 수 있을까?’ 이럴 정도로 떨리는 마음에 촬영에 임했다. 선배님들한테 너무 많이 배우고, 많은 걸 얻은 거 같다. 솔직히 난 정말 미흡했고 연기도 못했는데 그런 모습이 드러나지 않게 선배님들께서 다 메워주셨다. 나의 부족함이 안보이게끔 옆에서 도와주시고, 뒷받침을 해주신 거지.

그런데 남자배우 복은 아직 별로 없다. 항상 여자들뿐이야. 물론 <구타유발자들>은 죄다 남자지만, 좀….이러면 <구타유발자들>에 함께 출연한 분들이 서운할까?
솔직히 별로 없어요! 그래서 그냥 포기했어요! (웃음)

아직 포기할 나이는 아닌 거 같은데. (웃음) 어쨌든 첫 영화 찍을 당시와 비교해서 지금은 느낌이 많이 다를 것 같다.
개봉한 건 두 작품이지만 영화 현장은 다섯 작품째니까 그래도 나름대로 옛날보다는 아는 게 늘었지. 그래서 <므이> 촬영 때도 조안 언니랑 우스갯소리 많이 했다. ‘에이그~, 지금은 이제 조금 안다고, 카메라 앵글보고~, 그래도 이제 뭐 안다고~.’ 막 이러면서.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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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느끼는 변화는 없을까?
얼굴? (웃음) 사실 별로 달라진 건 없다고 생각하는데, 요즘 종종 성숙해졌다는 이야기 많이 듣는다. 옛날보단. 이제 연기 시작한지 2년 조금 넘었으니까 정말 얼마 안 됐지. 그래도 그 동안 했던 활동을 보고 좋아 보인다고 격려해주는 사람들을 보면 개인적으로 고무되는 것 같아.

<므이>가 어떤 영화일지 궁금하다.
일단 아름답고 귀여운 베트남의 모습을 잘 반영했다. 색감도 예쁘다. 하지만 일단 심리적 공포물인 만큼 타지에 들어선 외부인인 (조)안이 언니의 시점과 함께 영화로 들어갈 수 있다면 굉장히 높은 공포심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아무도 없는 낯선 곳에 대한 공포. 한편으론 전설이나 저주를 풀어가며 생각도 하게 되고, 나름 반전도 있고. 일단 공포 영화는 극장에서 보는 거지. 사운드 때문이라도~. (웃음)

그런데 가끔 혼자서 집에서 보는 게 더 무섭던데?
공포 영화 소리 끄고 보면 하나도 안 무서워! 그니까 소리 끌 수 없는 극장 와서 봐! (웃음)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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