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공무원 출신 아입니까!” 그렇다. 원래 그 남자, 최익현(최민식)은 밀수업자들에게 삥이나 뜯는 부산 세관이었다. 물론 혼자 해먹은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팀원들의 비리 행위에 총대를 메고 옷을 벗을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밀수업자들의 필로폰을 입수한 그는 건달과 손을 잡고 이를 일본에 유통해서 한몫 챙기길 시도한다. 그래서 만난 것이 바로 부산의 내로라는 주먹 최형배(하정우). 그리고 경주 최씨 충렬공파 최익현은 직감한다. 그가 자신보다 항렬이 낮은 집안 사람임을.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렇게 그는 세력을 자랑하는 건달 두목의 대부가 된다. 1980년대의 일이었다.

Posted by 민용준
,

밑바닥에서부터 기어오르는 법을 배운 이는 미끄러지면서 버티는 재주를 용하게 터득한다.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는 한국의 근대사를 헤쳐오며 오늘날 일가를 이룬 한 아버지의 진창 같은 일생을 조명하는 영화다. 노스텔지어로 가오를 잡고, 블랙코미디의 리듬을 타면서도 서슬 퍼런 서스펜스가 때때로 쑥 들어온다. 두 전작을 통해서 리얼리즘의 연출적 장기를 드러낸 윤종빈 감독의 시대적 묘사가 탁월한 가운데, 배우들은 또렷한 연기로 그 시대적 공기를 채워낸다. 특히 영화를 좌우로 흔들어대는 최민식의 가공할 연기가 돋보이는 가운데서도 종종 그 리듬을 중심축으로 세워 넣고 긴장을 불어넣는 하정우의 존재감도 근사하다.

 

(무비스트)

Posted by 민용준
,

정제되지 않은 육두문자와 거침없는 구타는 스크린 너머의 세상을 온전히 타자화시킬 것 같지만 실상 그곳은 그래서 현실적이다. 가난 앞에 무기력한 수컷들은 가족들에게 무차별적인 증오를 휘두르고 가족은 점차 부서져 나간다. 상훈(양익준)은 그 증오를 먹고 자란 짐승이다. 분노와 증오를 되새김질하며 끊임없이 세상을 향해 주먹을 날리고 욕을 던진다. 욕을 빌리지 않고서야 진심을 표현할 수도 없는 상훈은 폭력이 잉태한 사생아처럼 살아간다. 오로지 주먹질을 통해서 삶의 시효를 연장해나갈 뿐 스스로의 삶을 위한 배려 따윈 없다. 증오와 분노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허우적거리기보단 더욱 깊숙이 내려앉아 독을 품는다. 배다른 혈육에게 마음을 쓰면서도 스스로를 저주하듯 살아간다.

Posted by 민용준
,

한때 물밀듯이 쏟아지는 조폭코미디가 한국영화계를 장악하던 호시절이 있었다. <조폭마누라> <가문의 영광> <두사부일체> 등 희화화된 조폭 캐릭터를 통해 코믹한 설정을 이어가던 조폭코미디는 흥행가도를 달렸다. 그 뒤로 시리즈가 양산되면서 설정의 질적 묘미보단 가공된 웃음의 양적 팽창이 극대화됐고 그만큼 관객은 점점 식상해 했다. 그럼에도 한동안 프랜차이즈를 유지하던 조폭코미디는 끝내 한동안 시장에서 모습을 감췄다. 관객은 조폭코미디를 소비하면서도 때때로 그것을 충무로 영화를 비난하는 질적 표준으로 손가락질했다.

Posted by 민용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