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포머>가 이룬 시각적 성취는 사실 대단한 것이 아니다. 로봇의 철판을 CG로 구현하는 건 크리쳐나 생물의 피부를 재현하는 것보단 손쉬운 작업이다. <트랜스포머>의 성취는 사실상 이미지의 구현 자체에 있다기 보단 그 이미지가 정신적 편견에 가까운 심리적 장벽을 무너뜨렸다는 지점에 있다. 테크놀로지의 혁명이라는 흔해빠진 수사보다도 중요한 건 거대변신로봇들이 실사적인 캐릭터로서 존재하는 오락영화가 시장성을 얻었다는 사실 자체다. 그러니까, 아마, 우린 안될 거야꿈은 이루어진다로 변화시킨 저력이랄까. 이는 디스토피아적 예감을 등에 업고 스릴러적 감각을 바탕으로 두른 액션 시퀀스를 선사하던 <터미네이터>의 인간형 로봇과 전혀 다른 재질의 쾌감을 두른 본격 로봇 블록버스터의 출범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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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자정까지 엠바고가 걸려서 자세한 말은 할 수 없고, 어쨌든 확실히 전작보다 늘어난 제작비만큼 물량공세적 규모가 커졌다. 로봇 개체수도 현저히 늘었고, 액션 신의 중량감도 불었다. 심지어 <터미네이터>를 연상시키는 로봇도 등장하고, 전반적으로 전작에 비해 좀 더 잔인하다 느껴질 만한 측면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디셉티콘의 선조 로봇이 등장하는데 이건 마치 프로토스 질럿 같기도 하고. 시각적인 압도감은 분명 대단하지만 말초신경이 마비되는 느낌이라 이게 딱히 적정수준의 오락적 만족감을 준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어지럽고 산만한 기분에 가깝다. 러닝타임이 생각보다 길다. 2시간 30분에 다다르는 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육중한 액션과 느슨한 농담이 반복된다. 주체할 수 없는 시각적 욕망에 비해 스토리는 사족이 남발되는 느낌이다. 무엇보다도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향력이 확고히 느껴진다. 그는 확실히 외계문명의 인류기원설에 흥미가 많아 보인다. 하긴 <인디아나 존스>에서도 UFO를 날린 마당에 외계로봇의 스토리만큼 좋은 그릇도 없겠다만. 어쨌든 <트랜스포머>의 가장 큰 매력이 변신로봇들의 육중한 난투극이라 믿었던 이라면 더더욱 만족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겠다. 다만 전작에 비해 분위기는 확실히 좀 더 암울하다. 비범한 척 하려 하지만 그 정도 수준은 아니고. 애들 입장에서는 좀 암담해질지도 모를 일. 범블비는 여전히 귀엽다. 애교가 넘쳐, 그냥. 누나들이 좋아하겠다. 메간 폭스는 더 예뻐진 느낌. 남자들은 하악거리겠지. 어쨌든 <트랜스포머>는 <트랜스포머>다. 빈 깡통인 건 알겠는데, 그 깡통 디자인이 볼만한 건 사실이니까. 물론 그냥 한번 보고 싹 잊어버리면 되는 영화라고 말하기엔 그 자질의 미덕이 그렇게 명쾌하게 정리될만한 수준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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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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