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부트’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재부팅’ 그러니까 컴퓨터를 다시 켠다는 의미를 지닌 단어다. 그러니까 영화를 리부트한다는 건 간단히 말해서 영화를 ‘다시 시작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같은 방식으로 다시 시작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리부트는 그 대상이 되는 원작이 깔아놓은 철로에 개량된 열차를 올려놓는 작업이 아니다. 열차뿐만 아니라 철로를 싹 갈아엎고 비행장을 만들어버릴 수도 있는 작업이다. 변주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다만 그 시리즈의 정체성만은 유지한다. <배트맨 비긴즈>(2005)엔 배트맨이 있고, <맨 오브 스틸>(2013)엔 슈퍼맨이 있다. 제임스 본드가 없는 <007>시리즈가 존재할 리 없다. 매력적인 캐릭터는 시리즈의 미래를 보장하는 뿌리이자 줄기이며 잎이자 꽃이다. 그리고 잘 알다시피 할리우드엔 이미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차고 넘친다. 그들에게 새로운 숨을 불어넣을 장치가 필요할 뿐이다. 그것이 바로 리부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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