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마리의 개가 사납게 내달린다. 사나운 개떼에게 쫓기는 악몽에 시달린다는 친구의 고백을 듣는다. 청자는 감독 자신이다. <바시르와 왈츠를>은 과거 이스라엘 군인으로서 레바논 전쟁에 참전했던 아리 폴만 감독의 자전적 성찰이다. 동시에 그 잔인한 기억에서 상실로 도피한 자의 뒤늦은 참회이자 치유다. 영화는 전쟁에 참전했던 퇴역 군인들의 현재 고백을 통해 과거를 되새김질하고 기억을 복원해나간다. 실화를 다루고 있지만 애니메이션의 형식을 취하는 건 <바시르와 왈츠를>이 재현하고자 하는 리얼리티가 어떤 이들의 트라우마에서 비롯된 착시와 연동된 까닭이다. 비극을 목도한 이들의 심리적 공황과 정신적 상흔이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환상과 실존의 이미지로 구현된다. 총격전이 펼쳐지는 도심의 도로 한가운데서 스텝을 밟으며 기관총을 사격하는 병사의 모습 위로 왈츠가 흐른다. 우아한 이미지 사이로 비통한 정서가 유유히 새어 나온다. 사브라와 샤틸라 학살의 결과가 담긴 실제적 풍경이 등장하는 말미에 도달하면 그 모든 이미지의 정보가 얼마나 끔찍한 현실이었는지 적나라하게 환기된다. 승자도 패자도 소용없다. 살아남은 자는 지울 수 없는 업보의 여생을 떠안게 될 뿐이다. <바시르와 왈츠를>은 그 거대한 비극에 압사당한 인간 그 자체를 복원하고자 하는 진심이다.

 

(프리미어 'MOVIE 4人4色')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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