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기이한 일이다. 노인의 육체를 안고 태어난 아이는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한 채 버려진다. 그럼에도 무럭무럭 자라고 점차 젊어진다. 그렇게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이하, <벤자민>). 스콧 피츠제럴드의 동명 단편을 160여분으로 펼쳐놓은 영화의 서사엔 군더더기가 없다. 원작의 뼈대에 붙은 살점들이 꽤나 탁월하다. 노인의 육체를 지니고 태어난 벤자민 버튼(브래드 피트)이 점차 젊어지는 와중에 벌어지는 갖가지 사건들은 이야기 장악력이 대단하다. 벤자민 버튼의 신체적 현상 자체가 모든 사건을 역설적으로 재생시킨다. 하지만 <벤자민>은 단순히 그 흥미로운 현상만으로 눈길을 끌고 말 영화가 아니다. 한 남자의 특별한 삶을 관통하는 애틋한 러브스토리는 실로 깊은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육체와 정신의 상관관계에 대한 진지한 고민만큼이나 그 중후한 로맨스의 깊은 상호작용이 실로 감동적이다. 서로 다른 서사 안에 놓인 두 남녀의 로맨스는 운명적인 모순을 품고 있으나 무언의 진심을 통해 감정을 유지하고 끝내 보존한다. 흥미로운 사건(A Curious Case) 속에 놓인 감정의 파고가 실로 인상적이다. 기이하지만 실로 아름답다.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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