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단평

cinemania 2011. 8. 9. 10:01

튼튼한 집을 건축해내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골조를 잘 설계해야 하듯이, 스릴러라는 장르에서 서스펜스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내러티브라는 기본 구조를 탄탄하게 설계해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명확하고도 세세한 인과관계를 설계하고 건축해낸 <블라인드>는 장르적인 기본기가 탄탄한 스릴러라 할만하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스토리텔링의 흐름과 캐릭터의 운용이 돋보이는 가운데, 장르가 필연적으로 묘사해내야 하는 가학성에 불필요한 착취가 없으며 장애라는 소재에 대한 충실한 이해와 진심 어린 배려가 돋보인다. 깜짝쇼에 치중한 여타의 졸작들이 여름 시즌의 장르물 시장을 무색하게 만드는 가운데서 <블라인드>와 같은 작품은 단연 반갑다. 장르물을 넘어서 근래 한국영화 중에서 가장 탄탄한 완성도를 갖춘 영화 중 하나로 꼽아도 손색이 없다.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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