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자.

time loop 2009. 2. 2. 01:26

사랑은 완력이 아니다. 어느 한쪽의 마음이 더욱 강하든 말든 한쪽의 마음이 꺼진 양초처럼 사그라지면 더 이상 지속되기 힘들다. 그 뒤로 남는 건 미련으로 변해버린 사랑 앞에 슬퍼하는 자와, 변심한 자의 악역 연기가 있을 뿐. 사랑이 변한다는 말은 겪어본 사람만이 안다. 마른 장작 타오르듯 불타오르던 감정도 식으면 한낱 잿더미에 불과한 것을. 단지 비극은 그 감정의 변화가 쌍방간에 민주적 합의로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의 마음 속에서 독재적으로 벌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리라. 사랑의 시작에 예정이 없었듯, 끝에도 예정은 없다. 쌓여있던 감정이 눈사태처럼 터져나올 수도 있고, 남모르게 새어나가던 감정이 불붙듯 타오를 수도 있는 법. 이별이란 건 일방적이되 충동적인 것이 아니다. 이미 기저에 모든 조건이 합당하게 갖춰진 상태에서 벌어지는 순리일지라. 난 받아들이기로 했다. 내 사랑이 아직 살아 숨쉰다 해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상대가 괴로움을 호소한다면 그건 더 이상 사랑이 아니리라.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다거나, 그딴 야심은 필요 없다. 현재에서 살아가지 못하는 기억에 까지 얽매인 채 살고 싶지 않다. 하지만 전진할 수 없는 추억을 홀로 밀고 나가려 하다 그 추억마저 깔아뭉개고 너와 나를 이루던 모든 기억들을 핏덩어리로 뭉개는 미련한 짓은 하지 않으리. 손을 놓는다. 아프지만 보낸다. 이제 더 이상 우리가 아니다. 너와 나는 이제 오늘을 살아야 한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나는 오늘을 살아야 한다. 원래 그랬던 것처럼 나로서 살아가련다. 너를 어제로 떠내려 보내고 그렇게 걸어나가야지.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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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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