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은 운명이자 속박이다.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어깨이면서도 벽처럼 서로에게 다가서기 어렵다. 그래서 가족은 때때로 지옥이 되고, 폭력이 되고, 상처가 된다. 애정은 편견으로 이해되고 연민은 간섭처럼 지겹다. 예기치 않게 쌍방향에 놓인 구성원 모두를 파괴하는 폭력이 발생한다. 혈연으로 맺어진 운명공동체라는 이름 하에 뿌리내린 유대감은 때때로 덜어내기 힘든 부채처럼 버거운 의무감을 준다. 그래서 가족이란 슬프고 아픈 것이다. 버겁다고 덜어낼 수 있는 짐이 아니라서, 귀찮다고 내칠 수 있는 타인이 아니라서, 미워도 다시 한번, 끝없는 애증을 삭이며 서로를 끌어안고 살아가야 한다.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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