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약속했던 연인 제프(지섭)로부터 이별을 통보 받은 뒤 시름에 빠져 있던 만화가 지망생 소피(장쯔이)는 복수를 다짐한다. 미모의 연기자 안나(판빙빙)와 눈이 맞아 자신을 차버린 제프의 관심을 다시 자신에게 이끌고 시원하게 뻥 차버리는 것. 게다가 안나와 모종의 과거를 지닌 사진 작가 고든(허룬동)을 만나 우여곡절 끝에 든든한 지원사격까지 약속을 얻어낸다. 이른바 ‘소피의 복수’를 담은 <소피의 연애매뉴얼>은 좌충우돌의 명랑한 로맨스를 묘사하는 순정만화적인 로맨틱 코미디다. 5단계의 챕터로 구성된 스토리와 알록달록한 풍선껌과 같은 미장센, 그리고 과잉된 감정을 표출하는 캐릭터, <소피의 연애매뉴얼>은 온전히 순정만화의 컨셉이 반영된 영화적 결과물이나 다름없다. 귀엽고 깜찍한 이미지를 연출하기도 하지만 때때로 손발이 오그라들 만큼 간지러운 장면이 여럿이며, 단순히 순정만화적인 느낌을 벗어나 유치한 스토리라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게 만든다. 아무래도 남자보단 여자들을 배려한 취향의 영화라는 것 정도는 인지하거나 각오해야 한다. 장쯔이의 과잉된 연기보다도 차분하게 슬랩스틱을 선사하는 소지섭의 간지 버린 표정이 더욱 인상적이다.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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