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터넷에 떠돌아다닌다는 모 중학교 졸업식 뒤풀이 사진을 봤다. 이를 건네 준 지인은 충격적이라 했다. 물론 충격적인 사건은 맞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딱히 그것이 비정상적인 일은 아니라 생각했다. 요즘 같은 시대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는 게 딱히 놀랍지 않다는 말이다. 아이들은 어른을 보고 자란다. 그리고 그 아이들이 보고 배우는 팔 할의 과정은 학교에서 이뤄진다. 교육적 현실이 비참할 때, 아이들의 현실은 끔찍해지고, 결국 우리 사회가 처참한 꼴을 면치 못한다. 요즘 아이들이라서 그런 게 아니다. 요즘 우리네 현실이 그래서 그런 것뿐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고금의 진리처럼, 어른들의 나쁜 짓을 아이들은 그리도 쉽게 잘 배울 뿐이다. 상식과 윤리를 가르치지 않는 세상에서 아이들은 보다 비상식적이고, 비윤리적인 행동을 매우 자연스럽게 해나갈 것이다. 고로 당신이나 나는 혀를 차며 손가락질할 자격이 없다. 적어도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어른이라면 이를 보고 기막혀 하기 보단 슬퍼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만큼 이 시대가, 이 사회가, 이처럼 슬프고 비참한 꼴로 돌아가는 것이다. 물론 이게 보편적인 정서는 아니겠지. 하지만 대부분의 병폐는 극단의 꼴로 드러나는 법이다. 우리 사회의 극단은 이미 갈 때까지 가고 있다. 그것이 당신과 무관하다고 생각할 때 이는 보다 처참해질 것이다. 당신과 무관하다 믿었던 그 사실이 언젠가 당신의 아들과 딸의 현실이 되어 그 처참한 상황을 직접 마주하고 싶지 않다면 보다 현명해져야 할 것이다. 어른들이 아이들을 망치고 있다. 부정할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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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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