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레지> 단평

cinemania 2009. 3. 13. 02:58

중년을 넘긴 나이에도 왕성한 정력을 자랑하는 문학교수 데이빗(벤 킹슬리)는 매력적인 대학원생 콘수엘라(페넬로페 크루즈)를 통해 늦깎이 사랑에 들어선다. 자신의 감정이 원나잇 스탠드로 해소될만한 것이 아님을 깨닫는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야기하는 권력의 우열관계에서 아래 놓인 자신을 자각한다. 자신이 홀로 남게 될 때마다 불안과 초조를 느낀다. 소유욕이 강해진다. 그 불안은 결국 현실을 부정하게 만들고 그 감정을 좌초시키도록 스스로를 유도한다. <엘레지>는 예술적 감수성이 풍부한 작품이다. 기품 있는 영상 속엔 우아한 관능적인 클로즈업은 우아한 곡선 위로 흐르고 그 여백마다 서정적인 격랑이 찬찬히 모이고 흩어진다. 사랑이라는 감정으로부터 야기되는 고독과 슬픔이 고요한 침묵을 통해 드러나고 상실과 죽음의 공포가 차분한 이미지로 다가와 머무른다. 뒤늦게 자신의 마음이 쓸쓸함으로 텅 비었음을 깨닫게 된 남자는 그 공허함을 통해 체감한 진심의 무게를 상대방에게 전달하고자 한다. 일정한 범위를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메트로놈처럼 그저 반복적인 만남과 이별 속에서 살아가던 남자는 비로소 사랑을 갈망하고 정착한다. 감각적인 언어, 감미로운 멜로디, 감성적인 이미지, 감정적인 연기, <엘레지>를 이루는 모든 것들은 슬픔을 통해 허물어질 듯 삶을 이룬다. <엘레지>는 슬픔을 노래하는 시도, 슬픔을 연주하는 악장도, 그 너머를 갈망할 때 더욱 애잔한 법이라는 걸 잘 아는 영화다.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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