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방안에서 자신의 부인에게 노래를 불러주던 청년의 눈에 수심이 서려 있다. 하지만 메일을 검색하던 청년의 눈이 곧 진지해지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핸드폰을 내려놓고 톨스토이의 ‘부활’을 집어 든다. 메일을 빼곡하게 채운 텍스트의 행간 사이에 놓인 단어들을 유심히 살피던 청년은 자신의 앞에 놓인 책과 대조한 뒤 관계가 모호한 단어들을 끄집어내 자신의 앞에 놓인 종이에 나열한다. 청년은 저마다 독립적인 의미의 단어들을 나열하지만 그 단어의 나열이 자신에게 무엇을 요구하는지 읽어내고 있다. 그와 동떨어진 또 다른 장소, 국정원에서는 어떤 이들의 동행을 주시하는 요원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국정원의 요원들은 북에서 지령을 받고 움직이는 전문암살자의 행방을 추적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선상으로 연결된 두 개의 공간에서 움직이는 서로 다른 인물들이 하나의 사건을 향해 수렴된다.

Posted by 민용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