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놓고 말하면 피차일반이다. 키 작은 남자가 루저라는 어느 여대생의 발언이나 공공연하게 못생긴 여자를 까대는 어느 남자들의 키득거림이나 천박하긴 매한가지다. 문제는 그것이 어디서 발언되느냐의 차이에 있다. <미수다>에서 떠들어댄 그 여대생의 문제는 자기가 지금 누구 앞에서 떠들고 있는가를 망각하고 있었던데 있다. 제 친구들과 콩다방이든, 별다방이든, 제 방구석에서 전화기를 붙잡고 있던 상황이든, 이럴 때는 어떤 말을 해도 상관이 없었을 게다. 루저니, 혹은 좆병신이니 해도 상관없다. 그건 잡담이고, 농담이고, 뻘소리고, 개소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국으로 방송되는 공중파 TV카메라 앞에 앉아서 쏘쿨하게 키 작은 남자들은 루저라고 떠드는 순간, 그것이 솔직한 생각이었건, 방송국PD가 시켜서 날린 뻐꾸기였건, 제 얼굴에 평화의 댐에 고인 구정물을 방류하는 짓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한 마디로 생각이 없다. 하지만 그 여대생만 생각이 없어서 그런 말을 한 것이냐. 생각해보자. 도대체 그 놈의 글러먹게 쏘쿨한 솔직함은 대체 누가 훈육한 것이냐. 걔가 특별히 잘나서 혼자 그런 생각을 했을까. 내 말은 아니올시다. 그러니까 까놓고 말해서 그게 일반적인 사회적 풍경의 한 단락 아니더냐. 성형한 년 싫다는 남자들도 일단 착한 얼굴과 몸매 앞에선 질질 싼다. 여자라고 질것이냐. 그러니까 흥분하지 말자. 그 여대생의 잘못이라면 좀 멍청했다는 것뿐, 그 솔직함이 비단 그 여대생뿐만의 천박함이던가. 에라, 이 쌍년아, 하고 손가락질할 필요는 없다. 그냥 그런 썅년을 만나서 혹하지 않을 정도의 눈썰미를 기르고, 심미안을 키우시라. 그것이 당신이 썅년이라 손가락질하는 그녀를 진정한 루저로 만드는 길일 테니. 만약 그걸 못하면 정말 너야말로 평생 루저로 사는 거야. 네 방구석에 쳐박혀서 딸딸이나 치다가 쫑나는 인생인 게지.

 

그나저나 시발, 요즘은 대학교 학비도 비싸다는데, 대체 뭘 하고 다니는 거냐. 개념이라도 좀 어떻게 안 되겠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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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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