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사제들>을 보고 나서 설레발을 주체할 수가 없어졌다. 지쟈스 크라이스트. 어쨌든 본격 설레발 시작.

<검은 사제들>은 전율이란 단어의 의미를 명확히 체험시킨다. 사실 한국에서 이렇게 우아하고 강렬한 게다가 한국적인 엑소시즘 영화가 나올 줄은 몰랐다. 그런 의미에서 <검은 사제들>은 국내 장르물의 새로운 한 뼘을 정복한, 오롯이 홀로 선 수작이다. 무엇보다도 엑소시즘을 기반에 둔 오컬트 호러를 국내산 로컬 엑소시즘으로 건져낸 느낌인데 결과적으로 월척이다. 웹툰에서나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장르적 느낌을 실사로서 설득력 있게 구현했다. 최후반부에 판을 살짝 키운다는 느낌은 있지만 딱히 거부감을 느낄 수는 없었다. 요즘 심심찮게 나오는 수입산 장르 코스프레물이 아니라 국내산 배양에 성공한 느낌.

무엇보다도 장르물에 성장드라마의 서브 플롯을 잘 녹였고, 캐릭터물로서도 상당한 매력이 있다. 전반적인 연출 리듬도 상당히 좋다. 특히 본격적인 엑소시즘 초반 신은 정말 매혹적이었달까. 빠르게 컷을 편집해 이어붙이면서도 슬로 템포로 카메라 앵글을 틀면서 줌인아웃을 거듭하는데 긴장감을 고조시키면서도 차분하고 세련된 리듬감으로 평온한 몰입감을 보장하는 느낌.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그 신만 떼서 계속 보고 싶을 정도로 매혹적이었음. 각본과 연출이 모두 괜찮은 인상인데 이 모든 것이 장재현이라는 신예 감독의 물건이라니, 이게 온전히 그의 역량을 뿌리 삼아 나온 결과물이라면 정말 그 이후를 닥치고 기대하겠다.

캐릭터 연출과 연기가 상당히 좋다. <검은 사제들>을 집에 빗대면 김윤석은 기본적인 골조의 틀을 잡아주고 강동원은 그 구조 안에 탁월한 풍경을 마련해주는 인상. 그리고 영신 역의 박소담은 그 풍경 안에 자리한 강렬한 소품. 사실상 캐릭터의 세기만으로 배우의 역량이 과대평가될 수 있는 배역인데 그 한계를 뚫고 스크린에 이름 석자를 박는 느낌. 그야말로 발견. 단언컨대 그녀는 새로운 바람이 될 것이다.

이미 알았지만 <검은 사제들>을 보고 백퍼 확신. 강동원은 그냥 그 자체로 장르다. 비현실, 초현실, 초자연은 다 강동원이란 이름 석자 앞에서 긍휼해진다. 강동원이란 필터를 거치면 판타지가 하이퍼 리얼리즘으로 걸러짐. 지쟈스 크라이스트 강동원느님. 앞으로 강동원의 모에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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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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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빛만으로 모든 사람을 통제할 수 있는 이름 모를 남자, 그리고 유일하게 그 눈빛에 통제 당하지 않는 남자 규남(고수), 두 남자가 만났다. <초능력자>는 그래서 시작되는 영화다. 세상 누구에게도 자신의 정체를 드러낼 필요도 없이, 어쩌면 드러낼 수도 없이, 급류처럼 인파가 흐르는 서울 한복판에서 외딴 섬처럼 살아가던 초인(강동원)은 사람을 조종하는 능력으로 대부업자들의 돈을 탈취해내며 세상으로부터 스스로를 고립시킨 채 유유히 살아간다. 그리고 어느 날처럼 돈을 얻어내기 위해 들어선 대부업자의 사무실에서 규남을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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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방안에서 자신의 부인에게 노래를 불러주던 청년의 눈에 수심이 서려 있다. 하지만 메일을 검색하던 청년의 눈이 곧 진지해지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핸드폰을 내려놓고 톨스토이의 ‘부활’을 집어 든다. 메일을 빼곡하게 채운 텍스트의 행간 사이에 놓인 단어들을 유심히 살피던 청년은 자신의 앞에 놓인 책과 대조한 뒤 관계가 모호한 단어들을 끄집어내 자신의 앞에 놓인 종이에 나열한다. 청년은 저마다 독립적인 의미의 단어들을 나열하지만 그 단어의 나열이 자신에게 무엇을 요구하는지 읽어내고 있다. 그와 동떨어진 또 다른 장소, 국정원에서는 어떤 이들의 동행을 주시하는 요원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국정원의 요원들은 북에서 지령을 받고 움직이는 전문암살자의 행방을 추적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선상으로 연결된 두 개의 공간에서 움직이는 서로 다른 인물들이 하나의 사건을 향해 수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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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명한 피리를 불며 요괴를 잠재우던 표은대덕은 다른 세 신선의 실수로 요괴에게 피리를 빼앗긴 뒤, 자신의 존재를 망각한 채 세상으로 사라진다. 세 신선은 세상에 뛰쳐나온 요괴들을 잡기 위해 사라진 표은대덕과 피리의 행방을 좇고, 이를 위해 도사 화담(윤석)에게 도움을 청한다. 신선들과 함께 요괴를 좇던 화담은 그 과정에서 전우치(강동원)와 맞닥뜨리게 된다. 설화적인 프롤로그를 밑그림으로 판타지의 자질을 채색해나가는 <전우치>는 이를 통해 토속적 비현실성을 현대적 시대상 안으로 이입해 나간다. 실존인물이라 전해지기도 하는 고전소설전우치전의 신묘한 주인공 전우치를 발체해 현대적 배경에 이입한 <전우치>는 전통적인 영웅 캐릭터의 뼈대에 현대적 서사라는 살을 붙이며한국형 히어로무비의 유형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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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치> 단평

cinemania 2009. 12. 18. 11:15

<범죄의 재구성><타짜> 욕망이라는 게임판을 달리는 캐릭터들의 암투를 그린다. 최동훈의 장기는 상대의 패를 읽고 훔치는 다양한 캐릭터들을 다루는 능수능란함에 있었다. 저마다의 개성을 드러내면서도 전체적인 극의 분위기를 단단하게 여미는 캐릭터들의 조화는 최동훈의 장기를 여실히 증명했다. 그런 면에서 <전우치>는 핵심적인 기대감을 배반하는 작품이다. 강동원이 연기하는 전우치는 꽤나 쓸만하다. 그 존재감과 표현력만으로도 하나의 장르적 가능성을 보게 되는 기분마저 든다. 다만 주변부의 캐릭터를 다루는 손맛이 무뎌졌다. 구심점이 흐린 인물들이 쓸모를 명확히 얻지 못한 채 방치되거나 전시되고 그만큼 숫적인 산만함만 어지럽게 감지된다. 최동훈의 장기라 할만한 캐릭터영화로서의 장점을 만끽할 수 없다는 점에선 분명 아쉽다.

하지만 <전우치>는 최동훈이란 이름에 얽힌 기대감에서 벗어나 새로운 장르적 토대의 구축이란 점에서 성과가 발견되는 작품이다. 현대도시를 배경으로 하는 무협판타지라는 점에서 <아라한 장풍대작전>을 연상시키는 <전우치>는 토속적 설화를 적극 활용하며 캐릭터를 완성하고 스토리를 구성한다는 점에서 한국적이란 의미를 강하게 어필해낸다. 십이지신상을 모티브로 둔 요괴들의 디자인이나 설화를 바탕으로 직조된 스토리는 판타지라는 외래장르의 국산화란 이름에서 보다 어울리는 형태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품는다. 지나친 속도감을 두르고 묘사되는 액션신이 시각적인 묘미를 반감시키지만 공간감을 구축하는 앵글의 포착력은 탁월하다 평할만하다. 심중한 여운을 남기고, 유연한 위트를 담은 대사들의 순발력도 빼어나다. 문제는 그 요소들이 잘 어울리지 못한 채 저마다 독립적으로 장기자랑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제자리를 찾지 못한 음표들이 악보로서 연주되지 못하고 제 음만 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무언가 재미있는 것을 보고 있다는 기분 사이로 끼어드는 아쉬움을 떨쳐내기 어렵다.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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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희 인터뷰

interview 2008. 5. 31. 0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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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장자의 첫사랑>(이하, <백만장자>) 이후 두 번째 출연작이네요.
작년에 개봉했었죠.

그 두 번째 영화에 모이는 관심도가 높아 보이네요. 그만큼의 부담감과 기대감이 교차할 것 같아요.
작업하는 동안에는 그렇게 많은 부담을 받질 않았어요. 작업하는 동안만큼은 감독님과 재미있고 즐겁게 촬영했죠. 다만 감독님과 같이 작업한다고 했을 때, 처음에는 부담을 많이 가졌었어요. 이명세 감독님이랑 작업하게 되면 힘들다는 말들이 주위에 워낙 많이 있어서, 감독님께서 영화에 대한 집중력이 되게 강하셔서 연기자들이 힘들어 하기도 한다고, 그래서 어떻게 할까 했죠. 감독님만의 스타일이 강하잖아요. 이전에 다른 스타일을 가지고 계신 감독님과 작업을 해서 조금 힘든 것도 있었는데, 촬영하면서는 재미있게 촬영했던 거 같아요. 부담감은 그때 초반에만 잠깐 생각했고, 지금은 이제 기대가 좀 커요. 영화를 어떻게 보실지.

사실 이명세 감독님이 완성하고자 하는 어떤 이미지들로 이뤄진 영화라 연기를 하는 당사자인 배우는 영화에 대한 감이 잘 안 오는 순간도 있었을 것 같아요.
앞뒤 연결 같은 건 전혀 생각 못했어요. 감독님의 머릿속에 영화가 다 들어있었기 때문에, 촬영할 때 저희는 씬만 가지고 고민했죠. 오늘 이 씬을 가지고 촬영하게 되면 이 씬만을 생각했지, 이 씬 앞에 뭐가 들어갔고, 뒤에 무엇이 이어지고, 어떤 씬일지 전혀 몰랐죠. 감독님께서 편집하기 나름일 테니까 잘 몰라서 그냥 하루 하루 해당되는 씬만 생각하며 촬영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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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세 감독님께서 기자시사회 때 ‘좋은 꿈을 꿨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잖아요. 그런데 어쩌면 진짜 꿈을 꾼 건 배우들이 아닐까 싶네요.
잘은 모르겠어요. 아직까지 감독님과 배우들이랑 같이 영화를 보고 난 느낌을 얘기해보진 못했거든요. 글쎄요. 보는 관점은 관객들마다 다르시잖아요. 저희 스텝들도 똑같을 것 같아요. 아닐 수도 있지만, 영화를 보는 관점은 똑같이 흘러가지 않았을까 싶어요.

<M>을 처음 본 건 부산영화제라고 들었어요. 본인에겐 어땠나요?
저는 이제 촬영한 장면장면마다, 씬마다의 배열만 알고 있었는데 붙여놓고 보니까 정말 잘 이어진 거 같아요. 그걸 감독님께서 너무나 잘 하셨던 거 같고, 저는 이제 이 영화가 이렇게 만들어질 영화였다는 걸 많이 느꼈어요. 이해가 안되거나 난해하다라고 느끼진 못했어요. 영화 한 장면마다 정말 너무나 생생히 느껴졌고, 잘 만들어진 영화 한편 같다고 생각했었거든요.

<M>같은 영화는 왠지 연기 경험이 많은 배우에게도 생경한 작업이 아닐까 싶어요.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경험이 짧은 배우한텐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어요. 몸에 밴 습관이 없기 때문에 이런 비전형적인 연기 경험을 먼저 겪어보는 것이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물론 이제 많이 어려울 거라고 촬영 전에 주위 분들께서 걱정해주셨지만 저도 더 걱정스러웠죠. 그래서 주위 분들에게 ‘제가 잘할 수 있을까요’ 라고 여쭤보니까, 그건 ‘네가 노력하기 나름이고, 지금 이 시점에서 이명세 감독님처럼 대단한 분과 작업을 한다는 것조차 만으로도 너한테 많은 플러스가 될 거다’라고 얘기해 주셔서 편안한 마음으로 하게 됐죠.

이명세 감독님 처음 만났을 때 기분은 어땠어요?
성격 면에서 대하기 어렵다거나 그런 건 전혀 없었어요.

명성 때문에 부담되진 않았나요?
그런데 사실 저는 감독님에 대해 잘 몰랐었어요. (웃음) 그냥 <형사>란 영화만 봤지, 오래된 옛날 영화들은 잘 못 봐서 잘 몰랐거든요. 그런데 제가 조용해서 말이 없었는데 오히려 괜히 죄송스러울 정도로 감독님께서 말씀도 많이 해주시고, 잘 챙겨주셨어요. 어렵다고 한다면 단지 그런 거 같아요. 감독님께서 워낙 말씀들을 어렵게 하시거든요. 영화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워낙 많이 가지고 계시니까 제가 그분의 그런 기질을 따라가기에는 힘들어서 어려웠죠. 영화에 대해서 얘기하신다고 하면 제가 조금 어려워하진 않았었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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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께서 영화 외에도 회화나 문학적으로도 상당히 해박하시죠.
예. 예술적인 감각이 뛰어나세요.

그런 면에 대해서도 어떤 영감을 받을 수 있었을 것 같은데요.
전 워낙 예술적 감각이 떨어져서요. (웃음) 그림이나 미술 같은 건 잘 못해요. 감독님 만나면서 굳이 그림을 그리지 않아도 사진이나 그림 같은 걸 보고 어느 정도의 느낌을 얻을 수 있다는 걸 조금 얻었던 거 같아요. 그런 것들과 관련된 자료를 되게 많이 보여주셨거든요.

미술은 별로지만 운동은 잘 한다고 들었어요.
예. 운동 좋아해요. (웃음)

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와는 참 반대네요. (웃음) <M>에서는 넘어지는 슬랩스틱 연기도 많았어요.
뛰다가 다칠 때가 많았어요. 뛰다가 워낙 저를 쫓아오시는 분이 다리가 길어서 거리 차이를 느껴야 되는데 저를 자꾸 따라잡으시니까, 제가 전력 질주하면서 진짜 뛰어야 했거든요. (웃음) 그러다가 커브 돌다가 넘어져서 다친 적이 많았죠.

유일하게 <M>에서 액션 연기를 한 셈이네요. (웃음) 그런데 사실 <M>은 화면을 통해 완성되는 영화이기 때문에 상황만을 인지하며 연기한 배우로서는 완성된 영화를 짐작하기 어려웠을 거에요. 그래서 완성된 영화는 낯설면서도 놀라웠을 것 같아요.
저한테는 거의 모든 장면이 그렇다고 볼 수가 있어요. 어떤 관객은 이상하게 편집된 것 같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전 전혀 그런 게 없었죠. 오히려 편집을 정말 잘 하신 거 같다고 생각해요, 정말 한 장면마다 너무 잘 나와서.

<백만장자>같은 경우는 야외 촬영이 대부분이었지만 <M>은 세트 촬영이 대부분이었어요. 그런 차이점도 컸을 것 같은데요.
그렇죠. 그런 점도 많이 느껴졌어요. <백만장자>때는 거의 로케이션 촬영이었거든요. 세트라고 해도 거의 밖에 세트를 지어놓은 채 촬영하고 그랬는데 근데 이번 작품은 거의 80%가 세트라서 조금 답답할 때가 있었어요. 세트장 안에 계속 갇혀만 있으니까 나가고 싶다고만 생각했죠. 그래서 쉬는 시간마다 틈만 나면 나가고 그랬거든요. 어떻게 보면 스텝들이랑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시간들을 밖에서 보낸 것 같아서 아쉽기도 하네요. <백만장자>같은 경우는 지방에서 촬영하다 보니까 자연을 느낄 수 있었고 예쁜 것도 많았거든요. 근데 <M>은 어둡기도 해서 답답한 게 없지 않았죠. 그래도 그 어둠 속에서도 빛과 조명만으로 비쥬얼을 너무 잘 잡아내서 신기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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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인지 모르지만 두 편의 영화에서 상대역이 다 알아주는 꽃미남 스타네요. (웃음) 남자배우 복이 많은 편일지도 모르겠네요. 주변의 또래 친구들도 많을 텐데 부러워하지 않나요?
부러워하기도 하는데, 제 친구들은 오히려 덤덤해요. 그냥 저에 대한 얘기를 더 많이 물어보죠. ‘촬영 어땠어?’ 이런 얘기 하지, ‘그 사람은 어때?’ 그런 얘기들은 별로 안 하는 거 같아요.

<백만장자> 때, 현빈 씨는 현장에서 어떤 편이었나요?
빈이 오빠도 처음에는 되게 내성적이었는데, 촬영하면서 별로 오랫동안 얘기 못하고 그런 건 아니었어요. 정말 급격하게 친해졌어요. 그렇게 친해지고 나니까 장난도 많고 즐겁게 대화도 나눌 수 있었어요.

그에 반해서 강동원 씨는 끝까지 무뚝뚝한 편이었다고 들었어요. (웃음)
네. 워낙 낯을 가리시는 거 같아요.

사실 강동원 씨 같은 잘 생긴 배우는 외모 때문에 진지함이 많이 가려지는 면이 있어요. 어쩌면 그건 장치 본인에게도 해당되는 문제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어쩌면 강동원 씨는 <M>을 통해 자신을 한 꺼풀 벗겨내는 연기를 보여준 셈인데 옆에서 지켜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던가요?
강동원 선배님은 <M>에서 그런 걸 많이 얻어간 것 같아요. 저도 이제 계속 이미지적으로 많은 걸 보여드렸기 때문에 다음 작품에서는 이미지보다는 좀 더 연기나 성격 같은 걸 많이 보여드리려고 노력해서 촬영을 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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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작품이라면 얼마 전 촬영이 끝난 <내사랑>말이죠? 일단 <M>과는 상반되게 밝은 분위기의 영화네요. 어땠어요? <M>을 찍고 난 후, <내사랑>을 찍게 되니까.
이제 <M>의 다음 작품임을 고려해서 고른 게 <내사랑>인데 우선 <내사랑>의 캐릭터는 미미보단 조금 밝은 아이에요. 그런데 사실 <M>이 분위기 자체가 어두울 뿐이지, 미미라는 캐릭터가 어두운 편은 아니잖아요. 그래서 이번엔 배경도 밝은 작품을 선택했어요. 캐릭터도 워낙 밝고, 되게 수다스럽다고 해야 될까요? 워낙 캐릭터도 좋고 시나리오도 좋아서 작품을 골랐어요. 이미지적인 면은 많이 보여드렸으니까 이번엔 조금 연기적인 면을 보여드리고 싶기도 했고요.

작품의 분위기와 상관없이 그 동안 연기한 캐릭터는 항상 밝은 면이 강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게 실제 성격이 반영된 것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막상 대화해보니 꼭 그렇진 않네요. (웃음)
인터뷰같이 일적으로 이렇게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조금 조심스러운 게 있어요. 잘못 보여서는 안될 것 같고, 행동 같은 것도 조심스러워야 할 것 같아서 좀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친한 친구들하고 만나면 되게 수다스럽게 되요.

<백만장자>나 <M>이나 같은 소녀지만 <백만장자>의 은환은 나이에 비해 성숙한 느낌의 캐릭터였지만 <M>의 미미는 연령대에 맞는 풋풋한 이미지가 두드러졌던 것 같아요.
계절에 따라서 마음이 조용할 때도 있고, 활발할 때도 있고, 기분적인 차이가 있어서 그럴지도 모르겠어요. <백만장자>찍을 때는 분위기가 차분하고 뭐랄까, 가을의 분위기 같은 게 느껴져서 마음이 좀 더 성숙했던 거 같아요. <M>은 그냥 편하게 촬영했는데, 물론 두 개 다 편하게 촬영했어요.

작년부터 활동이 활발했어요. 열 아홉에서 스무 살 오늘이 되기까지 드라마 세편에 영화 두 편을 마쳤네요. 참 바빴을 것 같은데 개인적인 평범한 생활을 많이 포기해야 했을 것 같기도 하네요.
제 인생에 있어서 제일 바빴던 거 같아요. 그 전에 고등학교 생활을 많이 못했던 거 같아요. 그래서 고등학교 친구들과 자주 어울리지 못해서 아쉬운 게 있죠. 그래도 초등학교, 중학교 때 친구들이 워낙 많았고 지금도 아직까지 친구들은 많이 있으니까. 그래도 촬영할 때는 그게 워낙 좋아서 아쉬운 거 없이 촬영했어요.

올 해 대학에 진학했어요. 연기와 병행하긴 쉽지 않을 텐데.
처음 한 학기 동안은 영화 촬영이 끝나고 조금 한가해서 학교 생활에 대해서 별로 조급할 필요 없이 그냥 잘 다녔어요. 그런데 이번 학기에는 영화 두 개가 개봉하니까 휴학해야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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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의 낭만은 느껴봤어요?
아뇨, 별로 없던데요. (웃음) 저도 친구들이나 동기들과 잔디밭에 앉아서 책을 본다거나 도시락을 먹을 줄 알았는데 그런 분위기는 없더라고요.

미미라는 캐릭터엔 어떻게 접근했어요?
초반에는 미미라는 캐릭터가 분명하게, 구체적으로 설명이 안돼있어서 저 혼자 준비하기가 좀 힘들었어요. 그래서 감독님과 같이 영화사에서 얘기하고 자료도 보면서 미미의 캐릭터에 대해서 생각하게 됐죠. 근데 감독님께서 그때까지만 해도 저한테 계속 숙제를 내주셨어요. 미미에 대해서 스스로 생각하라고 숙제를 내주기만 하셨지, 미미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지 않으셨어요. 그래서 촬영이 들어가기 전까지도 계속 혼자 생각했는데 생각을 해도, 해도 잘 모르겠더라 구요. 그냥 끝까지 계속 생각하면서 촬영하니까 확답이 나오진 않았지만 답에 근접한 것들을 계속 찾아가게 됐죠. 이것도 미미의 캐릭터에 어울리고, 저것도 어울리고 그렇게 하다 보니까 만들어진 거 같아요. 결국 그렇게 하면서 캐릭터가 나오게 된 거였죠. 그리고 감독님께서도 설명을 좀 어렵게 해주시지만 생각해보면 그게 다 관련된 것들이었거든요. 나중에는 다 그런 말씀들에 대해서 이해하게 되더라고요. 어렵게 설명해도.

<백만장자>의 은환은 자연스럽게 자신을 보여주는 연기가 필요했다면 <M>의 미미는 자신을 과장하고 없는 모습을 만들어야 했던 것 같아요. 연극적이랄까, 어쩌면 그런 점에서 더욱 연기라는 궁극적인 지점에 근접한 것이 아닐까 싶어요.
제가 그전엔 그냥 차분하고 조용한 연기만 해서 그렇게 하고 싶어도 어색할까 봐 못하고 그랬는데 감독님이 오히려 먼저 괜찮다고 해주시고, 제 연기를 열어주셨어요. 감독님께서 그런 걸 많이 끌어올려주신 덕분이죠.

결국 미미는 처음으로 거짓말 같은 연기를 해봤다고 할 수 있겠네요. 배우로서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연기를 소화하는 것도 하나의 도전이었을 것 같은데요.
그건 연기자가 연기할 때 생각하기 나름인 거 같아요. 나한테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걸 끄집어내려고 하다 보니까 그게 어색하게 보일 수가 있고, 끄집어내고 보니 ‘나한테도 이런 면이 있었구나, 이렇게 연기를 할 수도 있구나’라고 생각하게 돼서 연기가 어색하지 않게 또 하나의 캐릭터가 될 수 있는 거 같거든요. 저는 연기를 할 때만큼은 이게 너무 과장이 돼서 어색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만약 그게 캐릭터에 어울리고 감독님께서 오케이 하신 거라면 그걸 믿고 따라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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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장자>때도 그랬지만 <M>에서도 카메라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지 않는 것 같았어요.
영화는 왠지 모르게 편해요. 드라마는 조금 부담되기도 하는데, 그러니까 대사의 양이 너무 많아서 대사를 틀리지 않게 잘 전달하려다 보니까 조금 부담을 갖게 되요. 그러다 보니까 연기가 조금 딱딱해지거든요. 그런데 영화는 분위기를 너무나 편하게 만들어주시는 것 같아요. 스텝들도 그렇고, 감독님께서도 그렇게 만들어주셔서, 그리고 어색하면 계속 다시 할 수 있잖아요. 그렇게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 보니까 드라마보다 영화에서 편하게 연기할 수 있는 거 같아요.

그럼 드라마와 영화 현장이 왜 그런 차이가 난다고 생각해요?
우선 시간의 차이인 거 같아요. 드라마는 빨리 찍어서 방송에 내보내야 되니까 그런 촉박함과 부담감이 다 전해져 와서 몇 번을 틀리게 되면, 예를 들어 한번, 두 번, 그리고 세 번까지 다시 가게 되면 분위기가 달라져요.

아무래도 분위기가 싸늘하겠죠?
예. 보는 모습도 달라지고. 근데 영화는 한번 오케이가 됐어도 다시 하고 싶으면 또 해도 되고,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내 모습을 만들어낼 수 있고.

그럼 <M>의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요?
감독님 중심으로 해서 많이 움직였었어요. 영화 자체가 감독님의 머릿속에 있기 때문에 감독님의 지시 없이는 아무것도 진행되지 않았죠. 저희도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질지를 모르다 보니까, 내일은 이 씬을 찍을 거란 얘기가 나오면 그에 대해서 감독님께서 요구하시는 바를 주세요. 모든 것을 다 하나부터 열까지 준비해주셨거든요. 소품 팀은 소품 팀대로 숙제를 내주시고, 배우들은 배우들대로, 그 모든 걸 다 하나하나 신경 쓰셨기 때문에 감독님을 중심으로 움직이게 된 거 같아요.

결국 감독님을 믿고 따라가야 했었다는 건데 그건 신뢰가 있어야 가능해요. 한편으론 마냥 믿고 따라가기만 해도 되는 걸까라는 의심이 생길 법도 했을 텐데요.
물론 그런 부분들이 있긴 했죠. 감독님을 완전 믿기도 어려웠지만 이게 스크린에서 어떻게 나오는 건지도 의문이었어요. 촬영을 할 때 ‘과연 이게 정말 스크린 안에서 잘 나올까?’, 그런 의심이 들었죠. 그런데 감독님께서 그럴 때마다 스크린 속의 진실을 믿으라고 얘기하셨어요. 하지만 결국 나중에 완성된 작품을 보고 나니까 촬영할 때 내가 왜 의심하고 믿지 못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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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이명세 감독님께서 왜 본인을 캐스팅 했는가에 대한 의문은 들지 않았나요?
사실 처음 미팅할 때, 감독님께서 저에 대해서 워낙 잘 모르셨어요. 주위 분들을 통해서 저를 캐스팅하신 거였거든요. 그런데 미팅 첫날, 감독님께서 맘에 들어 하시는 것 같았어요. 그 때부터 자연스럽게 촬영하게 됐죠.

사실 <M>에서 이명세 감독님이 가장 공들인 캐릭터는 미미라고 생각해요. 첫사랑의 대상임과 동시에 <M>의 미로 같은 이야기가 만나려 했던 간절한 대상이니까요. 결국 <M>의 이야기적 궁극지점은 Muse, 바로 미미라고 생각해요. 어쩌면 본인이 이명세 감독님의 애정이 가장 많이 녹아 들어간 캐릭터를 연기했을 수도 있겠군요.
메시지를 전달해줘야 되는, 왜라는 것에 대한 대답을 위해선 미미가 필요했기 때문에 감독님께서도 이제 저에 대한 캐릭터에 많이 집중해 주셨던 거 같아요. 그리고 감독님께서 저랑 처음 작업을 하시니까 저한테 많이 가르쳐주려고 하셨고, 강동원 선배님은 그전에 한번 작품을 했으니까 믿고 맡기셨던 거 같아요. 그래서 강동원 선배님보단 저한테 숙제도 많이 내주시고 저랑 얘기도 많이 하셨던 게 아닐까 싶어요.

사실 <M>은 배우에게 참을성을 요구하는 영화였을 것 같아요. 형태를 가늠할 수 없는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는 완성된 영화에 대한 궁금증을 억누르면서 연기를 해야 하니까요.
영화보기 전까지 계속 기대하고 그 전에 본 스텝들한테 어떻게 나왔는지 묻기도 했어요. 부산국제영화제에 가기 전까지도 계속 감독님께서 후시 녹음도 한번 더 하실 정도로 너무나도 완벽을 추구하셨기 때문에 그때까지도 전혀 몰랐었거든요. 기대도 너무 크고, 궁금증도 많았고, 빨리 보고 싶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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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장자>당시엔 또래 연기자도 많았고 시끌벅적한 분위기에서 촬영했을 것 같아요. 그런데 <M>은 아무래도 혼자 떨어진 시간이 많았을 것 같은데요.
워낙 출연하는 배우들이 별로 없다 보니까, 그리고 미미 같은 경우에는 마주치는 사람이 민우 밖에 없잖아요. 그런데 촬영할 때는 감독님께서 그만큼 허전함을 채워주셨던 거 같아요. 어차피 감독님과 같이 생각하고 연기에 대해서 얘기했으니까.

그러다가 다시 또 사람이 많은 영화로 왔네요.
예. (웃음) 근데 거기서도 많이 부딪히진 않아요. 정작 부딪히는 건 파트너들끼리만.

하긴 옴니버스 형식이니까요. 이번에도 정일우 씨가 파트너라고 들었는데, 역시 남자배우 복이 많네요. (웃음) 그런데 서로 또래 아닌가요?
예. 저랑 동갑이에요.

그런 점에서 앞의 두 배우보단 접근하긴 편했을 것 같아요.
또래이다 보니까 정말 항상 노는 분위기였죠. (웃음) 처음부터 편하게 촬영했던 거 같아요. ‘먼저 다가가서 얘길 해야 될까?’ 이런 고민 없이, 예전에는 이제 ‘선배님한테 먼저 가서 얘기할까?’ 이랬는데, 저희는 처음부터 편하게, ‘잘 촬영해보자!’ 이렇게 잘 통했었죠.

스크린을 통해서 본인의 얼굴을 봤을 때 기분은 어때요?
되게 좋아요. 이명세 감독님도 ‘실물보다 무척 더 잘 나오지 않았냐?’ (웃음) 라고 얘기하시기도 하셨어요. 그런데 정말 실물보다 잘 찍어주시는 것 같아서 좋아요.

사실 영화는 드라마에 비해 흥행 부담이 큰 편이죠. 그런 부담감이 느껴지나요?
아직 영화가 두 번째니까, 전 한번밖에 느끼지 못했죠. 근데 그 한번이 조금, (웃음) 상처까진 아니고, 약간 실망? 사실 기대가 컸었는데……저희 스텝들끼리도 영화가 잘될 것 같다고 했었는데 그 당시에 다른 영화들이 많이 개봉하다 보니까 잘 되지 않았던 거 같아요. 그래서 이번엔 부담도 되요. 하지만 영화라는 게 흥행을 전혀 모르겠어요. 관객들의 마음이 정말 갈대 같아서 <M>은 과연 흥행될지.

영화는 많이 보는 편이에요?
예. 영화 좋아해요. 저는 로맨틱 코미디보다는 멜로를 조금 더 좋아해요. 근데 그 멜로가 너무나도 슬픈 멜로보다 기쁨이 있는 멜로를 좋아하죠. 또 할리우드 액션 영화도 되게 좋아하고, 중국 무술 영화도 좋아하고, 다만 호러같이 귀신이 나오거나 <쏘우>같은 잔인한 영화는 전혀 안 봐요. 그래도 미스테리 같은 건 좋아해요. 스릴러!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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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바다 영화는 싫어하나 봐요. <M>은 좋아하겠네요. 미스터리 멜로잖아요. (웃음) 그런데 사실 <M>은 난해한 영화라고 느낄 수도 있어요.
영화를 끝까지 봐야죠. 처음부터 긴장감이 흐르는데, 그 긴장감을 쭉 이어가다가 나중에 스스로 풀려지면서 결과가 드러나는 거니까 그때까지 관객 분들이 잘 참고 보셨으면 좋겠어요.

작년에 첫 영화를 찍은 지 일 년이 지났고 어느 새 올 한해도 지나고 있어요.
내년은 정말 궁금해요. 12월 말에 <내사랑>이 개봉되면 이제 바로 내년이 되는데 그 다음 작품은 정말 고민하고, 고려해서 작품 선정을 해야 될 것 같기도 하고, 또 학교 문제도 있으니까 학교는 어떻게 다닐지 생각해 보기도 해야 하고, 내년은 참 힘들 것 같네요.

조금 막연하지만 스무 살에 그려보는 서른의 청사진을 물어도 될까요?
좀 더 성숙되고 좋은 연기자? 물론 그때는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으니까, (웃음) 연기도 많이 성숙해져야 되고 지금의 부족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게 커버가 되는 상태이어야 될 것 같아요. 지금부터 많이 노력해야겠죠.

일단 두 번에 걸쳐 누군가의 첫사랑이 됐지만 그게 그 분들의 짝사랑만은 아니었으니까 어쩌면 본인도 두 번에 걸쳐 상처를 받은 셈이네요. (웃음) 좀 제대로 사랑해보고 싶을 것 같아요.
이젠 다음부터는 서로가 좋아하고, 아니면 그 좋아하는 상태에서 엇갈릴 수도 있는, 그런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너무 한 사람만 바라보거나 서로 좋아했지만 이뤄질 수 없었던 사랑보단 그런 역할을 한번 해보고 싶죠.

혹시 첫사랑이 기억나요? (웃음)
아직까지는 첫사랑에 대해서 잘 모르겠어요. 나중에 지나고 나서야 그 사람이 내 첫사랑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잖아요. 저도 다른 사람들처럼 아직까지 이 사람이 내 첫사랑이라는 걸 기억하지 못한 것이겠죠.

사실 저도 기억난 지 얼마 안됐어요. (웃음) 어쩌면 민우처럼 나중에 기억날 수도 있겠죠?
네. 하지만 악몽처럼 떠올리긴 싫어요. (웃음)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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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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