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9번째 작품을 완성하려는 감독은 깊은 고민에 놓였다. 그의 초기작은 영화사에 길이 남을 걸작으로서 명성을 누리고 있지만 근래에 그가 만든 작품들은 졸작이라는 오명 속을 헤맨다. 그에게 팬이라고 접근하는 이들도 그의 초기작을 칭송하면서 그의 근작에 대해서는 말문을 닫는다. 시나리오조차 탈고하지 못한 그는 영화 제작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장에서조차 중간에 달아날 정도로 심각한 강박을 느끼고 있다. 이탈리아 영화계의 거장 귀도 콘티니(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자신의 새로운 영화를 갈망하지만 좀처럼 창작적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 과정에서 그는 자신의 9살 유년 시절과 어른으로서 자라버린 현재 사이를 방황하며 자신의 주변에 자리한 여인들과 조우한다.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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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숏에 담아낸 풍경들이 저마다 장관이다. 인물 너머에 펼쳐지는 풍경들도 좋은 밑그림이다. 그저 카메라에 잡기만 해도 그림이 되는 풍경들로 가득하다. <오스트레일리아>는 의심할 여지없이 호주를 위한 영화다. 게다가 호주가 낳은 세계적인 배우 니콜 키드만과 휴 잭맨까지 출연한다. 바즈 루어만은 <오스트레일리아>를 사랑과 전쟁, 인간과 자연을 아로새기는 거대한 대서사로 기획했다. 특히 과거 영국 제국주의의 식민지로 얻었던 호주의 수난사를 위로하고자 한다. 특히 노예로 착취된 혼혈2세들, 일명 빼앗긴 세대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하지만 성찰보단 호강에 가깝다.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스토리는 초호화 브로드웨이 뮤지컬처럼 스토리는 안이하다. 넓은 평원과 호수 위를 미끄러지듯 활공하는 카메라는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담고자 하는 욕망이 가득하다. 방만한 이야기에 방대한 이미지가 산만하게 흘러 넘친다. 저마다 제 빛을 내느라 응집될 겨를이 없다. 호주의 절경도, 배우들의 열연도, 방만한 서사도, 거대한 규모도, 하나같이 서로를 배려하지 못한다. 많은 것들이 보이긴 하지만 정작 특별하게 눈길을 끄는 게 없다. 그저 거대한 전시관을 보고 나온 기분이다.

 

(프리미어 'Movie 4人4色')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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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의 제국주의가 팽배하던 20세기, 호주는 영국의 식민지가 됐다. 어느 식민지가 그러했듯 영국의 소유가 된 호주의 원주민들은 백인 정복자들의 하수로 전락했다. 그 과정에서 ‘빼앗긴 세대(stolen generation)’가 탄생했다. 원주민 여성과 이주백인 남성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들은 백인사회로 편입시키기 위해 원주민과 격리된 수용소에서 길러졌다. 그리곤 백인들을 위한 종으로 팔려가곤 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서두에 등장하는 긴 자막이 가르키는 ‘빼앗긴 세대’에 대한 사연은 이와 같다. <오스트레일리아>는 그들을 언급하고 말하려 한다. 일단은 그렇다.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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