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무성영화 시대의 스타를 그린 흑백무성영화라니, 21세기에, 그것도 3D영화까지 보편화된 이 시대에서 흑백무성영화라는 게 가당키나 한 것일까. 결과론적으로 말하자면 그렇다. <아티스트>는 도태되고 끝내 소멸해 버린 과거의 것이 되레 오늘날에 이르러 희소성 있는 가치로 발굴될 수 있음을 입증하는 작품이다. 귀에 들리는 대사가 없는 대신, 음성을 대신한 몇 번의 자막이 컷과 컷 사이에 암묵적으로 끼어들고, 명확한 표정과 명쾌한 동작 그리고 동선에 인물의 성격과 감정까지 담아내는 흑백무성영화 특유의 표현력은 오늘날 경험할 수 없는 것이기에 되레 감각적으로 새롭다.
<아티스트>는 일단 단순한 서사를 지닌 작품이다. 무성영화시대에 최고의 지위를 자랑하던 당대의 스타가 유성영화시대의 도래와 함께 그 흐름에서 도태되어 끝내 퇴물이 된다. <아티스트>는 어떤 배우 즉 어느 예술가의 롤러코스터 같은 인생극장에 관한 영화다. 흑백무성영화의 시대를 묘사하던 이 흑백무성영화는 유성영화의 시대로의 변화를 그리는 와중에도 본래의 태도를 유지한다. 몇몇 장면에서 갑작스러운 유성영화적 방식을 도입하는데 이는 그 순간에 영화가 쥐어주고 싶어했던 효과를 완벽하게 거둬내며 그 의도 안에서 성공적인 결과물을 완성해낸다. <아티스트>는 흑백무성영화라는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배반적인 효과를 응용하며 유연하고 명석하게 극적인 리듬을 조율해 나간다.
흑백무성영화는 컬러와 유성의 등장, 즉 기술의 발달 앞에서 자연스럽게 도태된 영화적 유물이다. 하지만 기술의 진보 혹은 의식의 발달 속에서 밀려나고 자취를 감춘 어떤 것들은 그 희소성을 통해서 되레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가치로 창출되곤 한다. <아티스트>는 흑백무성영화라는 퇴보적 기술이 품고 있었던 감수성의 가치를 재발굴해내는 영화다. 더욱이 대부분의 관객에게 낯선 배우들이 주도하는 과거적인 형태의 영화로부터 경험해보지 못한 감동을 얻게 된다는 건 일종의 체험적인 묘미를 발생시키는 측면이 있다. 대사 한 마디 없는 흑백의 스크린 앞에서 웃고, 울다 끝내 벅차 오르는 100분 간의 마법. <아티스트>는 이 시대에서 결코 경험할 수 없는 어떤 날의 영광 혹은 추억과 대면하는, 마법과도 같은 시간여행이다. 시대착오적인 작품에 담긴 시대초월적인 감동, 망각했던 시대에 존재했던 어떤 감동을 향한 찬가, <아티스트>가 그것을 전한다.
무엇보다도 장담하건대, <아티스트>는 애견가들에게 필견의 ‘잇 무비’가 될 것이다. 조지 발렌타인과 언제나 함께하는 강아지 어기는 작품 속 그 어떤 배우보다도 명연기를 선사하는, 최고의 수훈감이다.
(조이씨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