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이후, 침체된 독일 영화계는 ‘오버하우젠 선언’이라 불리는 뉴저먼시네마의 시대를 주창한다. 전통적인 공업도시 오버하우젠은 필름의 혁명 지대로 거듭났다. 그리고 서독단편영화제에서 출발한 오버하우젠 국제단편영화제는 올해로 57회를 맞이하는 최장수 국제단편영화제로서 조지 루카스, 마틴 스콜세지, 데이비드 린치 등, 영화적 혁명을 지지하고 발굴해 왔다. 5일부터 10일까지, 40개 국가에서 모인 470편의 새로운 혁명이 공개된다.
비범한 시작과 달리, 벤 애플렉은 소모적이고 낭비적인 경력 속을 겉돌았다. 하지만 재능은 그가 망가지는 것을 더 이상 허락하지 않았다. 이제야 비로소 그는 진정한 삶의 궤도에 오르고 있다.
두 살 차이가 났음에도 벤 애플렉은 맷 데이먼과 유년 시절부터 절친한 사이였다. 부모의 이혼과 아버지의 알코올 의존증을 지켜보던 어린 애플렉이 데이먼을 만난 건 다행이었다. 보스턴에서 레드삭스 팀의 저지를 입으며 우정을 쌓아온 두 사람은 서로에게 배우로서의 꿈을 고무시키는 대상으로 자리하며 성장해왔다. PBS의 미니시리즈에 출연한 애플렉이 아역배우로서 이른 경력을 쌓았지만 그 이후에도 그는 데이먼과 같은 고등학교를 진학하며 배우로서의 담금질에 동행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스쿨타이>(1992)로 동시에 영화계에 진입한다.
애플렉과 데이먼의 공동각본작이자 공동출연작인 구스 반 산트의 연출작 <굿 윌 헌팅>(1997)은 두 사람의 관계를 생각하면 보다 남다른 작품일 수 밖에 없다. 타고난 천재였으나 열악한 환경 속에서 제대로 된 교육도 받을 수 없었던 청년 윌과 그의 자기 방어적 오만과 결핍적인 심리를 치유하는 심리학 교수 션의 관계가 두드러진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사 중 하나는 애플렉의 몫이었다. “내 생애 최고의 날이 언제인지 알아? 내가 너희 집 골목에 들어서서 네 집 문을 두들겨도 네가 없을 때야. 안녕이란 말도 없이, 작별의 인사도 없이, 단지 떠났을 때.” 공사장에서 맥주를 홀짝이던 척키가 자신의 재능이 놓일 자리를 명확하게 분간하지 못하는 윌에게 던지는 이 대사들은 거친 만큼 심금을 울리는 것이었다. 작품은 큰 성공을 거뒀고, 두 사람의 손에는 오스카 각본상이 쥐어졌다.
<굿 윌 헌팅>은 두 사람의 경력에 새로운 전기를 만들어준 작품이기도 했지만 두 사람이 비로소 홀로 자신의 경력을 쌓아나갈 출발점을 만들어준 작품이었다. <굿 윌 헌팅>이후로 애플렉은 마이클 베이의 SF블록버스터 <아마겟돈>(1998)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마이클 베이의 작품답게 평단으로부터 융단폭격에 가까운 비아냥을 들었지만 역시 전세계적인 흥행성적을 기록한 이 작품은 애플렉에게 할리우드 흥행배우라는 수식어를 안겼다. 다소 심심하게 들리는 이 훈장은 그의 입지가 가파르게 변하고 있음을 알리는 바로미터였다. 물론 부정적인 의미로도 말이다.
<포스 오브 네이처>(1999)부터 <서바이빙 크리스마스>(2004)까지, 애플렉이 출연한 수많은 작품 가운데 애플렉에게 배우로서 긍정적인 평가를 부여한 작품은 현저히 드물다. 일찍이 애플렉과 두 번의 작업 경험이 있는 인디영화 감독 케빈 스미스의 <도그마>(1999)에서 맷 데이먼과 의기투합하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작품들은 범작 혹은 그 이하의 수준에 머물렀다. 마이클 베이의 전쟁 블록버스터 <진주만>(2001)이나 한때 연인이었던 기네스 펠트로우와 함께 한 로맨스물 <바운스>(2001)는 끔찍한 평가에 시달렸고, 마블 코믹스 원작의 안티히어로물 <데어데블>(2003)이나 필립 K. 딕의 소설을 원작으로 둔 오우삼의 SF액션물 <페이첵>(2003)은 그의 경력에 새롭게 찍힌 얼룩과 같았다. 역시 과거 애인 사이였던 제니퍼 로페즈와 함께 한 로맨틱 코미디 <갱스터 러버>(2003)나 <서바이빙 크리스마스>(2004)와 같은 가족코미디는 웃음거리나 다름 없는 대우를 얻었다. 2003년 골든라즈베리 시상식에서 애플렉은 <페이첵>과 <갱스터 러버>, <데어데블>까지 무려 세 편의 영화로 최악의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뒤, 그 멍에를 뒤집어쓰는데 성공했다.
사실 2002년도 작품인 <썸 오브 올피어스>와 <체인징 레인스>는 애플렉을 나락으로 떨어뜨렸던 그 수많은 범작들 가운데 보기 드물게 쓸만한 경력이었다. 현실적인 정치적 스릴러였던 두 작품 속에서 공통적으로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인물로 등장했다. 애플렉의 이력을 새롭게 반전시킨 <할리우드랜드>(2006)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실화를 통해 할리우드의 추악한 이면을 그린 이 작품에서 애플렉은 클라크 켄트에 이은 2대 슈퍼맨을 연기했지만 자살로 생을 마감한 조지 리브스로 등장한다. 이는 할리우드 스타로서 화려한 인지도를 쌓아가면서도 경력과 연기적 비난에 직면했던 애플렉의 과거를 연상시키는 대목이기도 했다. 제63회 베니스영화제 경쟁작으로 출품된 이 작품으로 애플렉은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거머쥔다. 자신의 본심을 감춘 정치인으로 출연한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2009)에서의 연기에 대한 긍정적 평가도 이런 사례와 무관하지 않다.
일찍이 짧은 단편물을 만든 경험이 있다지만 애플렉의 연출 선언은 파격적이었다. 그가 선택한 첫 연출작은 오늘날 미국 스릴러 문단을 대표하는 데니스 루헤인의 동명원작을 영화화한 <곤 베이비 곤>(2007)이었다. 의심 어린 시선 속에서 친동생 케이시 애플렉과 모건 프리먼 등을 캐스팅해서 완성한 이 작품은 완연한 극찬을 얻어냈다. 무엇보다도 이 작품은 보스턴 출신인 애플렉이 지니고 있는 지역적 커뮤니티에 대한 이해와 애정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보다 매력적이다. 이는 척 호건의 범죄소설을 각색한 두 번째 연출작 <타운>(2010) 역시 관통하는 특성이다. 뉴욕을 터전으로 둔 범죄물의 장인 마틴 스콜세지의 시선을 비롯해서 인간 본성에 대한 탐구와 휴머니티의 감수성을 품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철학을 연상시키는 그의 연출작들은 작품 보는 눈이 없는 배우로 취급 당하던 애플렉의 과거를 완전히 지워버렸다.
사라진 소녀의 행방을 추적해 나가는 과정 끝에서 놀라운 질문을 던지는 <곤 베이비 곤>은 제도적 정의와 배치되는 인간적인 선택의 딜레마를 그리는 가운데, 인간과 사회의 관계를 유려한 시선으로 조망하는 서정적인 스릴러다. 반대로 <타운>은 늪과 같이 개개인의 발목을 잡고 있는 지역 사회 내의 범죄적인 전통 속에서 새로운 삶을 갈망하는 한 인물의 고뇌를 불안하게 응시하면서도 그 갈망을 끝내 응원하고 구원하는 하이스트 무비다. 근작인 <타운>은 장르적인 클리셰들을 적극적으로 동원한 애플렉의 자기실험에 가깝다. 이 두 작품만으로 애플렉은 거장으로서의 가능성까지 넘보는, 비범한 면모를 새롭게 덧씌우는데 성공했다.
물론 애플렉은 여전히 연기적 가능성을 인정 받는 배우다. 토미 리 존스와 케빈 코스트너, 크리스 쿠퍼 등 관록 있는 노장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 <컴퍼니 맨>(2010)에서 애플렉은 하루 아침에 고액연봉자에서 실업자로 내려 앉은 가장을 연기한다. 이 영화로 그는 그 동안 얼마나 소모적인 작품 속에서 낭비적으로 활용됐는가를 스스로 증명한다. 자신만만한 샐러리맨이 실업의 고통과 가장으로서의 위기를 겪다가 다시 재기해나가는 과정은 마치 애플렉의 과거와 현재의 대비만큼이나 실감나는 것이었다. 슈퍼히어로의 고뇌나 영웅적인 면모를 흉내내기 보단 실존적인 고민을 연기할 때, 애플렉은 더욱 돋보이는 배우다. 과거 그는 자신의 경력을 돌아보며 이와 같이 말했다. “내 재능들은 때때로 과용됐고 또한 오용됐다. 나로 산다는 건 쉽지 않다.” 이제 모든 것이 다시 제 자리로 돌아왔다. 애플렉은 다시 진정한 궤도에 오르고 있다.
공원 한가운데서 잠을 청해보고 싶지 않은가. 노숙자가 되라는 말이 아니다. 싱가포르 도심 한가운데에 자리한 포트캐닝 파크 속의 천연 요새, 호텔 포트캐닝으로 당신을 초대한다.
싱가포르의 포트캐닝 파크는 싱가포르 강이 내려다 보이는 고지대 언덕이다. 오랜 과거부터 원주민들에게 ‘금단의 언덕(Bukit Laranga)’이라는 불길한 이름으로 불린 이 곳은 산이 없는 싱가포르에서 전통적으로 군사적 요충지 노릇을 해왔다. 고대 말레이 왕의 궁궐지이자 요새였고, 영국 점령기 시절의 군대 주둔지였으며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싱가포르에 반환된 이후에도 지휘참모대학 부지로 활용됐다. 공원의 이름에 ‘요새(Fort)’라는 의미의 단어가 동원된 것도 그런 전통 덕분이다. 곳곳에서 오래된 군사적 유물을 발견할 수 있는 포트캐닝 파크에 영국군 극동지역 사령본부 건물이 건축된 건 1926년의 일이었다. 그 오래된 군사 건물에 호텔이라는 새로운 옷을 입힐 계획이 새워진 건 2002년이었다. 그리고 2010년 11월, 포트캐닝 파크에 천연의 요새가 공개됐다. 호텔 포트캐닝은 포트캐닝 파크 내에 자리한, 유일하게 싱가포르에서 공원 내에 놓인 호텔이다.
682.7평방킬로미터에 불과한 작은 도시국가라지만 싱가포르에서 이방인이 자연에 둘러싸인 안식처를 찾기란 그전까지 불가능한 일이었다. 요즘의 최고급 호텔들이 하늘로 치솟는 위협적인 위용으로 투숙객들을 압도하는 것과 달리 수평으로 와이드하게 몸을 눕힌 포트캐닝의 외관은 그만큼 편안하고 차분하다. 그 안온한 인상을 안고 입구를 들어서는 순간, 전통과 현대의 조화가 눈 앞에 펼쳐진다. 물론 포트캐닝은 세련된 디자인과 첨단 테크놀로지로 치장한 여느 최신식 호텔들에 못지 않은 설비를 갖춘 호텔이다. 하지만 새롭게 단장된 포트캐닝에는 소위 최신식이라는 수사로 치장한 새로운 호텔들이 금고를 열어도 구할 수 없는 전통적인 체온이 곳곳에 서려 있다.
포트캐닝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1926년부터 2011년의 다리와 같은 공간이다. 호텔의 내부는 클래식한 건축물 속에서 펼쳐지는 현대적인 인테리어 박람회장과 같은 인상을 부른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아도 오르는 것이 어렵지 않은 3층 높이의 호텔을 오르고 내릴 때 고풍스러운 계단을 이용한다면 이 호텔을 이용한다는 것에 대한 만족감은 분명 배가될 것이다. 단적인 예로 이 호텔 속에 위치한 86개의 룸 가운데 하나인 프리미엄 디럭스 룸의 중앙부에는 긴 기둥이 놓여 있다. 이는 1926년에 지어진 건물의 시작부터 그 공간에 자리했던 것이다. 이 기둥을 제외한 모든 기구와 인테리어는 리노베이션과 함께 새롭게 들어서거나 앉혀진 것들이다. 이는 단지 고급스러운 전통적 모티프에서 비롯된 결과물들이 아니다. 포트캐닝은 오랜 과거의 전통들이 현대적인 감각과 어우러져 새로운 가치를 잉태한 르네상스적인 공간이다.
포트캐닝의 룸들은 싱가포르를 닮았다. 작지만 있을 것은 다 있는 싱가포르 말이다. 그리고 싱가포르의 도심을 채운 각양각색의 건물들처럼 각각의 룸마다 차별적인 개성이 도드라진다. 사실 ‘스위트 룸’과 ‘프리미엄 럭스’를 제외한 나머지 룸들에서는 공간적인 여유가 부족하다는 첫인상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그 아쉬운 너비 속에 머무르다 보면 점차 그 너비와 대비적인 충족감이 채워질 것이다. 만약 짧은 출장 일정으로 싱가포르를 찾았다면 포트캐닝의 디럭스 룸들은 숙식과 업무를 겸비한 개인공간으로서 탁월한 기능성을 보장해줄 것이다. 포트캐닝 파크의 풍경은 욕실의 넓은 창을 거쳐 욕실과 룸의 경계를 이루는 또 다른 창을 통해 풍요롭게 전달된다. 방 안에 앉아서도 남국의 풍요로운 정취가 한껏 전해진다. 물론 버튼 하나로 조종할 수 있는 자동 커튼이 있으니 당신의 프라이버시를 염려할 필요 따위는 없다. 공원과 룸을 중계하는 커다란 욕실의 창이 그래도 부담스러운 당신이라면 프리미엄 룸을 선택해도 좋다. 각 방마다 오픈된 전용 테라스를 지닌 디럭스 가든 룸은 프라이버시를 보장하면서도 편안한 여가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도 특별하다. 공통적으로 세련된 디자인과 아늑한 분위기를 지닌 각각의 방들은 저마다 다른 공간적인 실용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취향을 배려한다. 보다 너른 너비를 지닌 프리미엄 럭스 룸과 스위트 룸에서는 이런 모던한 감각과 전통적 품격의 조화를 더욱 풍요롭게 체험할 수 있다. 이 모든 룸들은 비즈니스 호텔과 부티크 호텔의 편의를 절묘하게 보장한다.
미네랄 워터로 가득 채워진, 높이가 다른 세 개의 풀이 유리처럼 반짝이는 수영장은 휴양지의 풀빌라를 꿈꾸던 당신에게 제격이다. 호텔 건물을 제외하면 공원의 녹지가 병풍을 이루는 포트캐닝의 수영장에서 탁 트인 하늘을 바라보며 여유롭게 수영을 즐기다 보면 공원 속 호수를 건너는 듯한 착각에 빠져든다. 호텔의 지하로 내려서면 넓은 홀이 펼쳐진다. 이곳에서는 각종 연회나 미팅, 파티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비즈니스 호텔로서의 규격에 보다 적합하다. 최신식 장비로 무장한 넓은 헬스장도 쾌적하다. 동남아시아의 전통적인 음식들을 주문할 수 있는 비스트로 ‘더 글래스 하우스’와 이탈리안 레스토랑 ‘가토파르도’가 함께 마련돼 있어서 다양한 입맛을 책임진다. 로비 라운지에 마련된 음료와 다과를 들고 잠시 테라스에 나가 망중한을 보내보는 것도 좋은 휴식이 될 것이다.
싱가포르 최대의 번화가인 오차드 로드와 클락 키 사이에 놓인 포트캐닝 파크는 마리나 에어리어나 시티홀, 래플스 플레이스 등, 싱가포르의 관광 요지들을 근접에 둔 싱가포르의 허브다. 포트캐닝은 그만큼 당신이 원하는 싱가포르에 가장 손쉽게 다가갈 수 있는 요충지다. 무엇보다도 도심 한가운데에 자리한, 싱가포르의 허파나 다름 없는 포트캐닝 파크에서 아침을 맞이할 수 있다는 건 한없이 상쾌한 일이다. 빌딩 숲 가운데 자리한 천혜의 ‘그린 아일랜드’에서 단잠을 이루고 깨어날 수 있다는 것. 포트캐닝은 바로 당신의 특별한 휴식을 위해 마련된 도심 속의 천연 요새다.
Recommender
포트캐닝 파크 속에 자리한, 싱가포르 유일의 공원 속 호텔. 제각각의 방마다 유니크한 개성을 자랑한다.
Rooms 78(including 2 suites)
Bar and Restaurant The Glass House, Gattopardo, Tisettanta Lounge, The Lobby Lounge
Facilities Swimming pools treated by a state-of-the-art filtration system, TechnoGym, THANN Sanctuary from Thailand
Features HD TVscreens with satellite/cable TV, complimentary broadband and wireless internet, i-Pod docking system, nespresso machine
2008년, 골든글로브와 아카데미 시상식의 여우조연상 부문 후보로 오른 시얼샤 로넌은 불과 13살의 나이였다. 최연소 노미네이트 기록이었다. 배우로 활동한 아버지를 따라 촬영장을 구경하곤 했던 어린 소녀는 조 라이트의 <어톤먼트>(2007)와 함께 매우 빠르게 전세계로 전파됐다. 피터 잭슨이 연출한 <러블리 본즈>(2009)에서 주인공 소녀 수지를 연기하며 또 한번 무르익는 가능성을 입증했다. 대부분의 아역배우들처럼, 푸른 에메랄드 바닷빛의 눈과 고운 금발을 지닌 로넌 역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설원과 사막 속에서 고된 강행군을 거듭했던 <웨이 백>(2010)의 촬영장에서 로넌은 더 이상 어린 소녀가 아니었다. 액션 스릴러물 <한나>(2011)에서 그녀가 펼친 연기적 도전의 결과물을 예상하긴 어렵지만 한 가지는 장담할 수 있다. 점차 성숙해지는 로넌이 장차 할리우드의 여신 자리를 꿰찰 것이라는 것. 지금 그녀에게서 여신의 징후가 보인다.
다채로운 재료 본연의 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전주비빔밥의 고장, 한국의 전주는 매년 4월마다 각양각색의 입맛을 지닌 시네마키드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자유, 소통, 독립’의 슬로건을 내건 전주국제영화제는 인디 필름과 디지털 시네마를 위시한 새로운 영화적 발견의 장을 전통적인 한옥의 도시 전주에 마련했다. 4월 28일부터 5월 6일까지, 12회를 맞는 이번 영화제에서도 신선한 영화의 진미를 맛볼 수 있다.
디즈니의 공주로서 화려한 데뷔식을 치룬 앤 헤서웨이는 궁전에 머무르지 않았다. 크고 작은 성장통을 헤치며 길을 닦아왔다. 이제 그녀 앞에 길은 열려 있다. 방향을 정하는 건 그녀의 몫이다.
미운 오리 새끼처럼 어수룩한 외모와 수줍은 성격을 지닌 소녀 미아는 친구들의 따돌림을 받기 일쑤였다. 하지만 그 소녀는 그네들에게 그런 대접을 받을 사람이 아니었다. 어느 날, 두 날개를 펴고 하늘을 날았다는 그 백조처럼 사회지도층 왕가의 피를 물려 받은 공주였다는 소식을 전해 듣게 된 소녀의 일상은 거짓말처럼 뒤바뀐다. 그리고 영화 속에서나 가능한 일은 할리우드에서도 가능한 일이었다. 앤 헤서웨이는 자고 일어났더니 스타가 됐다. 헤서웨이의 첫 번째 영화로 공개된 <프린세스 다이어리>(2001)가 그녀의 무명 시절을 하루 아침에 지워버린 셈이다.
뉴질랜드의 <천국의 맞은 편>(2001) 촬영장에 있던 헤서웨이가 오디션을 위해 태평양을 건넘으로써 그녀의 첫 번째 전환점이 마련됐다. 미약한 경력을 지닌 헤서웨이가 디즈니 공주의 왕관을 하사 받은 건 누구보다도 커다란 눈과 시원한 미소를 자랑하는 미인이라서가 아니었다. 물론 그녀에게는 처음치고는 괜찮은 경력이 있었다. 1999년, 폭스TV에서 방영된 미니시리즈 <겟 리얼>로 카메라 앞에 처음 선 16세의 헤서웨이는 이듬해에 영 아티스트 어워드의 TV시리즈 최우수연기자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하지만 <프린세스 다이어리>를 연출한 게리 마샬이 단 한번의 오디션으로 헤서웨이를 선택한 이유는 전혀 다른 곳에 있었다. “오디션 도중 앤이 의자에서 넘어졌고 이로 인해 캐스팅을 결정했다.” 미아 역을 위해서는 자신이 얼마나 어메이징한 여자인지를 깨닫지 못하는 미운 오리 새끼가 필요했다. “본래 나는 존재감이 없는 사람이다”라고 말하는 헤서웨이가 바로 그녀였다.
대부분의 아이돌 스타들이 그러하듯이, 할리우드의 신데렐라가 된 헤서웨이 역시 성장통을 건너야 했다. 디즈니의 공주가 되어 화려한 유명세를 드레스처럼 걸쳤지만 이는 점차 그녀를 불편하게 옥죄기 시작했다. <프린세스 다이어리 2>(2004)의 촬영 일정으로 인해 헤서웨이는 출연 성사를 목전에 뒀던 <오페라의 유령>(2004)을 포기해야 했다. 학창 시절 소프라노로 활동한 바 있는 그녀에게 이는 마치 목소리를 잃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내겐 <프린세스 다이어리>가 전부였고, 이는 당시 내 경력을 가로막는 벽이었다.” <엘라 인챈티드>(2004)와 <프린세스 다이어리 2>와 같이, 밝고 건강한 미소를 요구하는 가족영화들 속에 갇힌 헤서웨이의 갈증은 점차 심화됐다. 또 한번의 공주 놀이를 마친 헤서웨이는 <하복>(2005)에서 자신의 발랄한 이미지에 욕설을 퍼붓듯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한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의 영화에서 노출 연기와 베드신을 선보인 그녀의 행보는 연기의 질을 떠나 놀라운 사건이었다. 이는 단순한 질풍노도의 일탈이 아니었다. 발랄한 공주로 박제처럼 남지 않겠다는, 일종의 선언이었다.
“내가 창조해낸 어떤 것보다도 그 영화가 더욱 자랑스럽다.” 여기서 헤서웨이가 경의를 표한 그 영화는 할리우드에 진출한 이안의 <브로크백 마운틴>(2005)이다. 두 남자의 애틋한 멜로드라마인 이 작품은 그녀에게 역할의 크기와 반비례한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사랑스러운 매력으로 치장했던 젊은 날을 지나 결혼 뒤, 가난에 치여 거칠고 억척스럽게 변해버린 여인의 삶, 헤서웨이의 연기는 지난 날을 돌아보게 만들 정도로 인상적인 것이었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006)의 앤디를 통해 그런 자신감은 구체화됐다. “그건 어떻게 어른이 되는지, 어떻게 어른답게 선택하는지, 희생의 유무가 어떤 후회를 남길 수 있는지에 대한 결과적 차이를 배우는 일이었다.” 악마 같은 편집장의 온갖 시중을 들어야 하는 비서의 고단한 일상이 결코 헛된 희생이 아니었음을 이야기하는 이 영화에서 헤서웨이는 스스로 자신의 삶의 방향을 결정하고 시행착오 속에서 진정한 희생의 의미를 깨닫는 인물을 연기해낸다. 점차 패셔너블해지는 인물을 연기해야 하는 헤서웨이에게는 몸매관리가 필요했고, 그 탓에 “배가 고파서 에밀리 블런트와 함께 손을 잡고 울었다”지만 이 작품으로 헤서웨이는 자신의 성장을 증명하는 동시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무엇보다도 “이루고 싶었던 모든 것”이었던 메릴 스트립과 호흡을 맞출 수 있었다는 건 그녀에게 더 없는 행운과도 같았다.
성취는 새로운 도전의 밑거름이다. 여류 작가 제인 오스틴의 사랑을 그린 <비커밍 제인>(2007)은 현대판 신데렐라로 익숙한 헤서웨이의 이미지를 생각했을 때, 쉽게 어울릴 수 있는 작품이 아니었다. 그녀 역시 이 영화가 자신을 위한 옷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안의 권유로 마음을 돌린 그녀는 제인 오스틴을 자신에게 맞는 맞춤복으로 완성하고자 노력을 기울였다. 피아노를 연습하고, 방언을 공부하며 고전적인 우아함에 사실성을 새겨 넣고자 했다. 스티브 카렐과 함께 한 첩보물 코미디 <겟 스마트>(2007)에서 액션까지 소화하는 팔방미인으로서 헤서웨이의 경력은 점차 다채로운 색을 띠어가기 시작했다.
2009년, 헤서웨이는 생애 첫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다. 약물중독으로 재활원을 전전하는 여인이 누나의 결혼식에 참여하며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레이첼, 결혼하다>(2008)에서 헤서웨이의 연기는 변신이라는 수사만으로 채워질 수 없는 진화한 연기력을 선보인다. 이 영화로 인해 생애 처음으로 흡연을 경험한 헤서웨이는 단지 방탕한 흉내를 내는 것이 아니라 마치 진짜 몰락의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여인의 딜레마와 이로 인해 얻은 상처들로 앙상해진 여인의 지독한 트라우마를 표출한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2010)의 하얀 여왕은 헤서웨이가 팀 버튼의 기괴한 세계관조차 어울리는 배우로 자라났음을 실감하게 만든다. <브로크백 마운틴> 이후로 또 한번 제이크 질렌할과의 연기적 궁합을 과시하는 <러브&드럭스>(2010)에서는 파격적인 노출 연기조차 안정적으로 소화해내면서도 다양한 감정을 소화하고 표현하는 능력까지 갖춘 배우로 거듭나고 있다. “영화가 나를 성장시킨다는 건 정말 좋은 일이다. 언제나 10대가 지나면 무엇이 있을지 두려웠기 때문이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니겠지만 그건 내게 대단한 변화였다.” 배우는 경험을 입고 성장한다. 그리고 자신을 성장시켜줄 새로운 경험을 갈아입는다. 헤서웨이는 지금 옷장 앞에 서있다. 자신의 성장에 걸맞은 새로운 옷을 고르고 있다.
빅토리아 항구와 인접한 홍콩섬 북부 지역은 홍콩의 신흥 지역이다. 어퍼하우스는 홍콩의 새로운 중심에서 최상을 자부하는 히든 플레이스다. 당신이 꿈꾸던 홍콩은 거기서 시작된다.
어디론가 새로운 곳을 향해 떠나는 자가 원하는 ‘새로움’이란 어쩌면 이런 것이다. 지금껏 자신이 겪어보지 못한 것을 볼 수 있다는, 자신을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방해 받지 않을 수 있다는, 그런 새로움에 대한 기대감. 하지만 홍콩이라는 도시는 이와 다른 차원의 만족을 위한 공간이다. 한두 번 이상은 관람했을 법한 홍콩영화 속의 풍경들이 이 좁은 도시 곳곳에서 데자뷰처럼 당신을 맞이한다. 너무나도 유명한 몇몇 장소들은 언제나 수많은 인파로 북적이기 마련이다. 소위 ‘홍콩 간다’는 말처럼, 홍콩행 비행기에 탑승한다는 건 자신이 꿈꾸던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해보겠노라는 의지에 가깝다. 그렇다면 당신은 선택해야 한다. 전세계 각지에서 모인 낯선 이들에게 치이며 보낸 하루 동안의 피로를 해독하기 위한, 최소한 혼자만의 시간을 보장할 수 있는 나만의 휴식처를 찾아내야만 한다.
마천루를 자랑하는 홍콩에서도 홍콩섬의 빅토리아 항구와 인접한 빌딩들은 거대한 스카이 라인의 핵심을 이루는 곳이다. 그리고 그 장관을 지지하는 퀸즈웨이에 자리한 ‘퍼시픽 플레이스’는 새롭게 각광받고 있는 아이코닉한 쇼핑몰이다. 덕분에 퍼시픽 플레이스 주변에는 현대적인 인테리어를 자랑하는 최고급 신흥 호텔들이 많은데 그 중에서도 다국적 기업 스와이어 그룹에서 설립하고 홍콩 출신의 젊은 디자이너 앙드레 푸가 디자인한 ‘어퍼하우스’는 최근 1년여 사이 홍콩에서 가장 주목 받고 있는 최고급 부티크 호텔이다. JW 메리어트 홍콩 호텔과 한 빌딩을 공유하지만 ‘더 높은(upper)’ 상층부를 차지하는, 이름 그대로 어퍼하우스인 셈이다.
만약 입구 주변에 걸린 거대한 원형의 예술품을 지나쳤다면 다시 한번 이를 주목해 보자. 이는 한국인 조각가 최태훈이 만든 예술품이다. 사람 인(人) 자가 얼기설기 모여 원을 이룬 이 작품은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만든 하나의 세계를 상징하는 인류의 ‘숲(Forest)’이자 전세계 각지에서 모인 투숙객들이 이룬 또 하나의 세계, 어퍼하우스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첫 인사다. 어퍼하우스는 이와 같이 아시아의 예술가들이 만들어낸 다양한 예술품들로 콜라보레이션을 이룬 거대한 전시관이자 입구부터 최상층의 레스토랑까지, 여행자들을 위한 정화의 의식으로 구상된 거대한 예술품이다. 특히 호텔 곳곳에 놓인 둥그렇고 매끄러운 돌 조각들은 순탄한 여정을 기원하듯 마음을 안온하게 도닥인다.
어퍼하우스가 정의한 ‘시적인 오르막 여정(A poetic upward journey)’은 지상보다 높은 곳을 향함으로서, 일상으로부터 탈피한 여행의 가치로 나아가길 바라는 의식이다. 이는 마치 세속의 묵은 때를 벗겨내고 숙소의 정취 속에 머무르는 호시노야 료칸의 그것을 연상시킨다. 입구를 지난 당신을 맞이하는 건 거창한 리셉션 대신 간소한 프론트의 직원들이다. 그들이 한 손에 든 아이패드는 어퍼하우스가 자랑하는 유니크한 아이템이다. 각 방에 비치된 아이팟과 연계되며 이를 이용하는 투숙객들은 자신의 요구를 일일이 직원에게 설명하는 수고를 덜어낼 수 있다.
짐을 풀고 두 다리를 뻗는, 잠깐의 휴식을 위해서 당신은 긴 터널과 같은 에스컬레이터를 올라야 한다. 여행자가 맞이할 여행의 덮개를 벗겨내듯, 어퍼하우스에 들어서기 위한 기다림을 지나면 비로소 편안한 쇼파들이 놓인 로비에 당도한다. 입구에서 본 원형의 구조물이 나무처럼 자라난, 비로소 당신의 본격적인 여정이 시작되고 있음을 축하하는 또 다른 작품에 고무되는 기분이 느껴진다. 엘리베이터에 탑승하기 전, 바로 옆에 놓인 문을 열고 나간다면 거대한 빌딩 사이에서 조용히 숨을 죽이듯 숨어 있는 ‘시크릿 가든’을 만날 수 있다. 작고 아담한 이곳은 당신의 여정에 동참하는 이와 함께 찾아야 할 작은 휴식처다.
홍콩의 어느 호텔보다도 너른 공간을 제공하는 어퍼하우스의 룸에서는 홍콩섬의 너른 풍경 또한 감상할 수 있다. 호텔의 홍보 담당자인 미쉘 라우는 구체적으로 어퍼하우스가 ‘3차원의 시야(three-dimensional view)’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숲(Green), 도시(city), 바다(harbor)까지, 홍콩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 행선지를 고민할 어떤 투숙객들에게 이 호텔이 중계하는 모든 풍경들은 처음 마주하는 홍콩의 혜택일 것이다. 이 세 종류의 풍경들은 어퍼하우스가 홍콩 여행에 있어서 얼마나 탁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가를 대변하는 예시로서도 유용하다. 영국식 정원을 옮겨온 듯한 홍콩 공원과 빅토리아 항구, 그리고 빌딩숲까지, 어퍼하우스는 홍콩섬에서 주워담아야 할 풍경들을 병풍처럼 두른 전망대다.
세 종류의 규모로 나뉜 어퍼하우스의 117개 룸들은 세련된 인테리어와 최신 테크놀로지가 집약된 공간이다. 결이 살아있는 원목 재질의 벽에는 장식과 같은 손잡이들이 있으며 이를 잡아당기는 건 선물을 확인하기 위해 리본을 푸는 것과 같다. 여행에 있어서 목욕이란 하루의 일정을 시작하거나 끝내는 의식이다. 커다란 창을 통해 풍요로운 정경이 전달되는 욕실의 욕조에 누워 피로를 희석시킨다는 건 마치 호화로운 도시를 홀로 점하듯 설레는 일이다. 유기농 재료로 만든 바디용품 브랜드 REN의 어메니티를 구비한 어퍼하우스는 여행용 물품으로 채운 파우치까지 무료로 제공한다. 방 안에 놓인 개인용 바는 온전히 당신의 것이다. 맥주와 음료수, 커피와 간식거리까지, 모든 것이 당신에게 무료로 제공된다. 스카이 라운지나 다름 없는 그곳에서 마음껏 맥주나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건 무엇보다도 근사한 일이다. 가능하면 방안의 모든 것들을 만지거나 열어봐야 한다. 곳곳에 숨겨진 크고 작은 깜짝선물을 확인하는 재미를 놓치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보다 더 높은 곳에서 이 모든 장관들을 소유하고 싶다면 ‘카페 그레이 디럭스’로 올라가 보자. 어퍼하우스에서 하늘과 가장 가까운, 49층 정상에 자리한 이 곳은 어퍼하우스가 자랑하는 최상의 서비스다. 한쪽에는 오픈 키친의 레스토랑이, 한쪽에는 바가 자리한, 이 공간은 반짝이는 금장 장식과 물결 무늬의 단아한 원목들이 대비적으로 어울리는, 화려하고 온화한 인테리어의 역동적인 인상으로 손님을 맞이한다. 정상급 셰프 그레이 쿤즈의 손으로 빚어낸 카페 그레이 디럭스가 2011년 미슐랭 가이드에서 별 한 개를 얻었다는 사실은 여기서 주문하게 될 어떤 음식도 당신이 실망시킬 일이 없을 것이라는 강력한 조언이다. 아침 식사가 뷔페식이 아닌 주문식이라는 것도 특별하다. 애프터눈티는 기본이다. 창을 통해 와이드하게 펼쳐지는 홍콩의 전경이 이른 아침에서 늦은 밤까지, 카페 그레이 디럭스의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갈아 입힌다. 진미에 풍경을 곁들여 식사할 수 있는 최상의 공간이다.
약간의 발품과 기다림을 감내할 수 있는 당신은 어퍼하우스의 인근에 있는 가든로드 피크트램 터미널에서 수직에 가까운 가파른 경사의 피크트램을 체험한 뒤, 빅토리아 피크에 올라도 좋다. 그곳에서 당신은 홍콩의 모든 것을 눈에 담아볼 수 있다. 쇼핑의 천국 홍콩에서 특별한 무언가를 위해 얼마든지 지갑을 열 준비가 된 당신에게도 어퍼하우스는 분명 최적의 입지다. 호텔 문을 나선 뒤, 길 건너편에 있는 퍼시픽 플레이스의 출입구로 들어서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한 층 아래로 내려가면 각종 의류 매장들이 즐비하게 펼쳐진다. 인파의 행렬에 휩쓸리듯 자신만의 아이템을 찾기 위한 분주한 경쟁에 시달리듯 공격적인 쇼핑을 감내해야 하는 홍콩의 대형쇼핑몰들과 달리 퍼시픽 플레이스는 넉넉한 보폭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여유롭다. 3층으로 이뤄진 쇼핑몰은 각층마다 취향을 배려하듯 정돈된 덕분에 동선의 편의가 느껴진다는 것도 좋은 이점이다. 쇼핑 명소가 즐비한 완차이나 침사추이도 지하철 한 정거장 거리에 불과하다. 그리고 어퍼하우스는 하루 동안의 여정으로 짜릿해진 감각을 평온하게 다스릴 수 있는 안식처다. 홍콩에서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을 얻고 싶다면, 홍콩의 중심에 자리한 어퍼하우스를 소유하라. 당신의 감각을 최상으로 끌어올릴, 홍콩의 히든 플레이스가 거기에 있다.
Recomender
퍼시픽 플레이스 상층부에 자리한 부티크 호텔. 아이팟으로 직접 체크인&아웃은 물론 다양한 룸서비스 주문이 가능하다.
Rooms 117(including 21 suites and 2 penthouses)
Bar and Restaurant Café Gray Deluxe
Facilities Gym, hybrid cars for airport transters and private hire, secondly lawn space and private events, Paperless arrival and departure experience
Features Complimentary In-room bar and espress machine,free Wi-Fi internet, LCD TV with 2.1 surround sound with simple connectivity for PC, Ipod touch,
영국의 아역 배우 대부분이 거쳐갔다는 <해리 포터>시리즈 오디션 현장에서 4만 여명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이마에 흉터를 새길 자격을 얻은 건 다니엘 래드클리프였다. 시리즈의 첫 번째 연출자 크리스 콜럼버스는 “그가 방에 걸어 들어온 순간 해리를 찾았다”고 생각했고, 원작자 조앤 K. 롤링은 “콜럼버스가 더 나은 해리를 찾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원작의 대단한 인기는 래드클리프의 후광이 됐다. 하지만 그는 ‘해리 포터’로서 마법 주문을 외우는 일에만 열중하지 않았다. 특히 BBC의 TV영화 <마이 보이 잭>(2007)은 그가 단지 해리 포터와 닮은 운 좋은 아이가 아님을 입증하는 바다. 심지어 실험극 <에쿠우스>의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전라 노출까지 불사한 그의 이력은 주목할만하다. 마법 세계와의 안녕은 두려운 일이 아니다. “<우먼 인 블랙>(2011)의 일원이 되어 믿을 수 없게 기쁘다”는 래드클리프의 시선은 벌써 ‘호그와트’ 너머에 있다. 마법보다 빛나는 가능성으로, 더 이상 주문을 외우지 않아도 좋다.
프랑스 상류층들의 휴양지로 잘 알려진 도빌은 ‘꽃으로 수놓은 해변’이라 불리는 해안 도시다. 그리고 매년 3월, 이 아름다운 도시는 아시아 영화를 위한 축제의 장으로 변모한다. 유럽에서 유일하게 아시아 영화만을 상영하는 도빌 아시아영화제는 올해로 13회를 맞이한다. 이스라엘 출신 감독 아모스 지타이가 심사위원장을 맡은 가운데, 프랑스가 사랑하는 한국 감독 홍상수의 회고전도 마련됐다. 3월 9일부터 13일까지, 도빌의 그림 같은 해변에서 오리엔탈 드림이 상영된다.
환갑을 넘긴 여배우에게도 전성기가 찾아왔다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다만 그것이 변신이라는 단어로 수식될 수 있는 결과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헬렌 미렌은 지금 새로운 변신을 꿈꾸고 있다.
<더 퀸>(2006)은 각본가 피터 모건이 시나리오를 집필한 <라이벌>(2003)과 <특별한 관계>(2011)를 잇는, 토니 블레어 3부작의 징검다리가 되는 작품이다. 하지만 <더 퀸>은 단도직입적인 제목처럼 영국 수상 시절의 토니 블레어보다도 영국의 여왕 엘리자베스 2세에 대한 관점이 보다 두드러지는 작품이다. 총리 선거가 보도되는 TV를 바라보는 여왕이 자신의 초상화를 그리는 화가와 방 안에서 담소를 나누는 오프닝 시퀀스는 세상과 괴리된 위치에서 세상을 굽어보고 보살펴야 하는 여왕의 고독한 위엄을 생생하게 내비친다. 그리고 <더 퀸>에서 그 고독한 여왕의 내면에 깊은 경의를 바치도록 위엄을 부여한 건 바로 여왕으로부터 작위를 하사 받았던 ‘데임’ 헬렌 미렌이었다.
러시아인 아버지와 영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1남 2녀 중 둘째 딸로 태어난 미렌은 6살부터 “고풍스럽고 전통적인 감각”을 지닌 배우를 꿈꿨다. 8살에 입학한 학교에서 시작된 무대 경험은 13살에 입학한 세인트 버나드 수녀원의 여자 고등학교에서 접한 셰익스피어의 연극을 통해 좀 더 구체화됐다. 하지만 엄격한 규율로 정숙을 강요하던 학교의 방침은 반사적으로 안티테제적인 성향이 강한 미렌의 독립성을 부추겼다. 또한 모델로 성공한 사촌 타니야가 <007 골드핑거>(1964)에 출연하자 그녀는 더욱 강한 자극을 얻었다. 하지만 딸의 바람이 부질없다고 믿었던 그녀의 부모는 딸에게 교육자로서의 길을 제시했다. 하지만 미렌의 시선은 부모가 제시한 길 위에 놓여 있지 않았다. 그녀는 부모 몰래 국립 청소년 극단의 오디션을 치르고 통과한 뒤, 자신이 추구하는 세계관 위로 본격적인 삶을 펼쳐가기 시작했다.
NYT에 입단한지 2년 만에 런던의 올드 빅 극장에서 공연된 셰익스피어의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에서 관능적인 연기로 클레오파트라를 선보인 미렌은 굉장한 반향을 일으켰다. 에이전트와의 계약이 성립되는 등, 그녀의 입지는 완전히 변했다. 2년 뒤, 왕립 셰익스피어 극단의 제안으로 극단을 옮긴 그녀는 <트로일로스와 크레시다>에서 맡은 크레시다 역을 통해 나신의 육체로 무대를 장악했다. 노출을 불사하는 그녀의 도전적인 특성은 스크린 진출의 기회로 확대됐다. 호주의 해변을 병풍 삼아 누드를 드러낸 <에이지 오브 컨센트>(1969)는 그녀가 무대 위에서 펼쳐 보인 관능을 고스란히 활용한 작품이나 다름 없었다. 특히 에로티시즘의 거장이라 꼽히는 틴토 브라스의 문제작 <칼리귤라>(1979)에서 그녀는 광기에 빠진 로마 황제의 음란한 정부로 등장하며 악녀로서의 이미지를 공고히 다지기도 했다. “영국 배우 중 헬렌 미렌과 같이 전적으로 섹스 어필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녀에 대한 <가디언>지의 코멘트는 이런 경력들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누드 신에 있어서 섹시함 따위는 없다. 더 불편할 뿐이다. 나는 옷을 벗고 있는 것보단 입고 있는 것을 더 좋아한다.” 미렌이 누드를 감행한 건 단지 그것이 자신의 연기적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확신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교회 그림을 보길 원치 않는다. 그들은 발가벗은 육체를 보길 원한다.” 이런 생각처럼 미렌은 과감한 노출을 통해 대중의 주목을 얻었다. 그리고 그녀에게는 이를 성과로 매듭지을만한 목표의식이 있었다. “단지 괜찮거나 멋있게 보이는데 만족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가장 훌륭한 것이어야만 했다.” 그녀에게는 자신의 육체마저도 연기적 완성을 이루는 방편으로서 활용할 수 있다는 의지와 확신이 있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빠른 성공을 얻어냈다. 하지만 미렌에게 “20대는 고문”이었다. “왜냐면 무엇이 돼야 하는지, 혹은 그 모든 게 잘 풀려나갈지도 알 수 없고, 소위 어른이 됐음에도 그 어떤 것도 배운 바가 없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원하던 삶을 살아가고 있으나 때때로 그것이 진짜 자신인가라는 고민에 한 발을 담그고 있었다.
무대에서 출발한 대부분의 영국 배우들처럼,극단에서 연기적 경험을 시작한 미렌에게도 셰익스피어는 밟고 건너야 할 연기적 토양이었다. “셰익스피어를 연기할 때, 관객들은 당신이 똑똑할 것이라 생각한다. 왜냐면 그들은 당신이 말하는 것을 스스로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말은 한때 악녀로서의 이미지를 구가했던 그녀의 태도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심지어 그녀는 한때 자신이 활약하던 국립극장과 왕립 셰익스피어 극단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한 바 있다. 훗날 미렌은 이에 대해 고백했다. “권력의 제재에 타협하고 늘 올바른 행동만 하는 건 내게 매력적인 일이 아니다.” 그래서 그녀는 “진실로 악명을 얻는 것”, 즉 스스로를 악명으로 위장하며 자유를 추구했다.
“미렌의 연기는 다른 배우들을 무대 밖으로 밀어낼 정도다.” 1974년, <레이디 맥베스>로 오랜만에 무대에 복귀한 미렌에 대한 이런 평은 그녀의 현실을 대변하는 바이기도 했다. 사실 미렌이 연기하는 캐릭터들에게는 하나 같은 간절함이 깃들어 있다. 과감한 노출 여부와 상관 없이 일맥상통하는 어떤 태도가 발견된다. 장소를 불문하고 아무 곳이나 드러누운 채 칼리귤라를 유혹하는 캐소냐의 음란한 욕망이 자신이 사모하는 한 남자를 향한 정열적인 표현에 가깝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건 그 결말부에 다다라 칼리귤라의 최후를 목격하는 그녀의 절규 때문일 것이다. 이는 그녀에게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칼의 고백>(1984)의 애절한 결말부나 역시 <고스포드 파크>(2001)의 결말부에서 드러나는 절절한 고백신을 비롯해서 근작인 <톨스토이의 마지막 인생>(2009)의 결말부에서 묘사되는 애틋한 이별과도 일맥상통한다. 그녀가 연기한 대부분의 캐릭터들은 결코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 보이지 않겠다는 굳건한 의지로 위장한 여인들의 연약한 심성이 담긴 눈물로서 결말을 맞이하곤 했다.
동시에 그녀들은 개인과 체제의 기로에서 무언가를 선택해야 하는 인물들이어야 했다. <더 퀸>의 엘리자베스 2세는 물론, 또 다른 영국 여왕을 연기한 <엘리자베스 1세>(2005)에서 그녀는 개인과 국가라는 경계 위를 방황하는 여왕의 연약한 이면을 묘사하는 동시에 여왕의 고뇌가 어떤 가십거리처럼 여겨지지 않도록 위엄 있는 표정과 자태를 마련했다. 모성애와 정치적 신념의 기로 위에 선 여인으로 출연한 <어느 어머니의 아들>(1996), 그와 반대로 망령이 든 국왕이자 남편을 대신해서 권력에 눈이 멀어 아버지를 내치고 왕권을 차지하려 드는 아들의 음모에 맞서는 왕비 역으로 출연한 <조지 왕의 광기>(1994)에서도 갈등 위를 떠돌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결코 달아나지 않는 강인한 면모를 담백하게 드러낸다. <요리사, 도둑, 그의 아내, 그리고 그녀의 정부>(1989)에서도 그녀는 자신의 부조리한 사랑에 대한 이해에 앞서서 자신의 감정에 대한 단호한 의지로 복수를 감행하는 여인으로서 확고한 의지를 연기한다.
최근작 <레드>(2010)에서 그녀는 여전히 새로운 것을 보여줄 수 있는 배우임을 각인시켰다. 하얀 드레스를 입은 우아한 자태로 묵묵히 기관총을 연사하고 오래 전 헤어졌던 연인에게 낭만적인 입맞춤을 선사하는 <레드>에서의 모습은 그녀가 지난 날 보여줬던 수많은 노출보다도 되레 파격적인 동시에 아름답다. 최근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각색한 <더 템페스트>(2010)의 연출자 줄리 테이머는 말한다. “이런 환상적인 이야기들은 여자들을 위해 쓰여진 바가 없다. 그래서 헬렌 미렌과 같은 여배우가 이런 기회에 접근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기에 이 작업을 원했다.” 60대 중반의 나이를 넘긴 미렌이 지금 전성기 못지 않은 특수를 누릴 수 있는 건 그녀가 여전히 진화하는 현재진행형의 배우로서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내 모든 야심은 질투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고백했던 미렌은 자신이 질투했던 이들 앞으로 꼿꼿하게 고개를 들고, 또박또박하게 걸음을 옮기며 자신만의 족적을 남기고, 보폭을 넓혀왔다. 지금도 그녀는 꼿꼿하고 또박또박하게 자신의 길을 걷고 있다. 스스로 꿈꾸던 “고풍스럽고 전통적인 감각”을 지닌 배우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