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는 평범하듯 비범한 뮤지컬이다. 심심찮게 터져 나오는 유머와 경쾌한 넘버가 인상적인 뮤지컬이지만 궁극적으론 가난한 사랑노래라 마음 한 부분이 애잔해진다. 사회의 밑바닥을 이루는 빈민층들은 저마다의 꿈을 접고 접어 달동네 한 켠 작은 방에서 또아리를 틀 듯 비좁게 살아간다. <빨래>는 그들의 삶을 단순하듯 진솔하게 묘사하며 유쾌하듯 구슬픈 멜로디로 노래한다.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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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제되지 않은 육두문자와 거침없는 구타는 스크린 너머의 세상을 온전히 타자화시킬 것 같지만 실상 그곳은 그래서 현실적이다. 가난 앞에 무기력한 수컷들은 가족들에게 무차별적인 증오를 휘두르고 가족은 점차 부서져 나간다. 상훈(양익준)은 그 증오를 먹고 자란 짐승이다. 분노와 증오를 되새김질하며 끊임없이 세상을 향해 주먹을 날리고 욕을 던진다. 욕을 빌리지 않고서야 진심을 표현할 수도 없는 상훈은 폭력이 잉태한 사생아처럼 살아간다. 오로지 주먹질을 통해서 삶의 시효를 연장해나갈 뿐 스스로의 삶을 위한 배려 따윈 없다. 증오와 분노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허우적거리기보단 더욱 깊숙이 내려앉아 독을 품는다. 배다른 혈육에게 마음을 쓰면서도 스스로를 저주하듯 살아간다.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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